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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도네이션의 목적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레반은 자신과 이예나를 우결 따위로 엮어대던 시청자들에게, 이 사람의 이런 실체를 알고 그런 위험한 발언을 하는 거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애초에 이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한들 과연 이해할지도 의문이었다.

       

       카메라에 핸드폰 화면을 직접 보여주면 되겠으나……하필이면 실명이다. 설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서도.

        

       ‘아니, 그보다.’

        

       “아니, 계좌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어요?”

        

       《아크님한테 물어봤어요. 뒤풀이 3차 너무 많이 나와서 좀 보내드리려 한다고 하니까 바로 알려주던데.》

        

       “3차 댁이 냈잖아. 내가 계좌번호 알려달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안 알려줘 놓고-”

        

       《아크님은 취해서 누가 냈는지 모르더라고요.》

        

       “……진짜 어디서부터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아무튼, 디스코스 차단하기 전에 도네는 도네이션으로 보내세요. 악질 도네는 보내지 말고. 시청자들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음……아마, 부럽다? 고 생각들 하시지 않을까요. 차단 걱정 없이 도네이션을 보낼 수 있다니, 하고. 솔직히 레반님 방송은 다 좋은데, 규칙이 엄격해서. 퍼지 데이가 필요해요.》

        

       -우우웅

        

       [GP은행 입금 알림 – 더로그해주세요 1,000원]

       [GP은행 입금 알림 – 정말갓겜이랍니다 1,000원]

        

       새로운 입금 알림이 두 차례 울렸다. 재미라도 들린 건지. 이제는 아예 입금하는 사람 이름으로 도네이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이건 진짜 차단 못하네.’

        

       디스코스야 차단할 수 있다지만, 계좌에 입금하는 걸 어찌 막는단 말인가.

        

       《흐흫.》

        

       전가의 보도를 손에 쥔 심경이 듬뿍 담긴 뿌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울컥하는 감정에 힘입어 화면에 떠오른 새로운 알림을 카메라에 보여주자, 이예나는 사적인 메시지를 공개하다니 실망이라며 짐짓 우울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무엇하나 질 생각이 없는 것이 이예나답기는 했으나……참아주기에는 힘든 반응이었다.

       

        그렇게 수차례에 걸쳐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했던 걸까. 얼핏 보이는 채팅창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물론, 음습한 채팅이나 불만어린 목소리도 제법 눈에 띄었지만.

        

       그리 하는 사이에, 레반은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나가봤자 저 이예나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뻔뻔함을 떠나서, 애초에 잘못했다는 인식이 없지 않은가.

        

       적당히 대화를 마무리해야 할까. 그리 고민하는 사이, 도네이션(진짜)이 도착했다.

        

       -종겜매니아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더 로그 2 곧 나오는데 2로 합방하시면 딱일듯요. 2는 VR 베이스예요!】

        

       “후원 감사합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더 로그는 일단 접고……2 나오면 2로 합방날 잡아보면 어떨까 싶은데. 아무래도 시청자분들 보시기에는 VR이 좋을 거라서요. 어떠신가요?”

        

       충동적인 제안이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VR이 대세가 된 시대니. 방송을 시청할 때조차도 VR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던가.

        

       그런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합방 같은 컨텐츠는 VR게임으로 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아무렴, 굳이 컬러티비를 가진 시청자들에게 흑백방송을 송출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그러나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보면, 딱히 그런 합리적인 이유로 던진 제안은 아니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VR로 툭 건드렸을 때 이예나의 반응은 유독 격했으니.

        

       《형만 한 아우 없어요. 굳이 2로 할 필요는……그냥 미루고 싶은 거 아닌가. 의심스럽네요.》

        

       어느덧 익숙해진 걸까. 레반은 이예나의 목소리에 짙은 불만과 약간의 당혹감이 배어 있음을 능숙하게 감지해낼 수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입술을 살짝 앙다문 채 궁시렁거리는 이예나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 반응에서 짜릿한 손맛을 느낌과 동시에, 그러는 자신에 대하여 약간의 자괴감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일까.  

        

       -종겜매니아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지튜브에서 더 로그2 검색하시면 베타테스트 영상 나와요! 실패에서 배운 갓겜냄새 물씬나는데 츄라이 츄라이】

        

       《……굳이 VR로 할 이유가 있나요.》

        

       그러나 일단 당장은 퍽 즐겁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어찌되었든, 레반 역시 당하고 나면 갚아주어야 하는 성격이었으니. 흠씬 두들겨 맞다가 날린 카운터 펀치가 적중한 이상, 연타를 이어 나가야 하는 시점 아니겠는가.

        

       “우승상품으로 VR기기도 받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거 제법 고급일 걸요?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VR 방송을 좀 하실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ㄹㅇ』

       『솔직히 키마겜은 다 ㅈ고전겜이지』

       『합방은 VR이 마따』

       『VR할 땐 캠방이 진리라고 생각해요……』

       『현실합방 VR캠방 오냐?』

       『슬슬 VR할 때 됐다고 본다에요』

        

       가볍게 던진 잽을 따라 우수수 쏟아지는 채팅창의 지원사격.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레반과 이예나 모두 주력 게임은 나오나였고, 나오나 방송을 시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VR을 선호했으니.

        

       애초에 나오나 방송이나 프로리그가 전례가 없을 정도의 인기를 단시간에 끌어모은 건, VR로 구현된 그래픽으로 중세 전투를 보는 맛이 상당했던 덕분이었다.

        

       직접 게임을 하자니 움직이기 귀찮고 힘들어서 그냥 방송으로 보고 싶은 사람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기세는 레반의 편이었다.

        

       《VR은 사마외도라고 생각해요. 정정당당하게 딸깍거려야지. 몸 휘적휘적거리는게 무슨…….》

        

       말을 흐리는 이예나. 그 목소리에서, 코너에 몰려 비틀거리는 상대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아니, 아마……의자에 점점 깊숙하게 눕듯이 앉으면서 눈을 내리깔고-’

        

       레반은 머릿속에 그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다시 한번 애써 흩어냈다. 왜 자꾸만 이렇게 흐트러지는지. 뻔히 알고 있는 답을 외면하며, 레반은 회심의 결정타를 날렸다.

        

       “음……VR로는 자신 없으시면……. 하긴, 축구 잘 한다고 농구 잘 하는 거 아니니까요. 싫으실 수도 있겠네. 그러면 그냥 더 로그 1으로-”

        

       《하.》

        

       탄식에 가까운 숨소리.

        

       잠시 정적이 흘렀다. 조금 마음이 상한 걸까. 아마, 이예나를 직접 만나기 전이었다면 진심으로 그리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출시되면, 누가 먼저 클리어하나, 내기할까요.》

        

       역시나, 그럴 사람은 아니었다. 묘하게 들끓는 승부욕이 느껴지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레반은 슬며시 새어 나오는 웃음을 굳이 참지 않았다.

        

       “뭐, 그럽시다. 참고로, 저는 이기면 부캐 광전사로 다이아 찍기 미션 걸 겁니다. 저번에 보니까, 아따먹님 시청자분들이 아따먹님 광전사 궁금해하셔서. 대승적인 미션이에요.”

        

       《하-》

        

       “출시일이 언제려나……아, 이번주예요? 진짜 얼마 안 남았네. 시즌 끝나기 전에 다이아 찍으실 수 있겠네요. 다행입니다.”

        

       《……네. 제가 이기면 뭐 시킬지 기대하세요. 아, 그러고 보니……저번 내기 소원권도 아직 남았는데. 이거 미리 써둬야겠네요.》

        

       “아, 그렇네요. 뭐, 도적 방송이라도 할까요? 아니면 지금 더 로그를 조금 더-”

        

       《아니요. 그런 불경한 마음으로 하는 거 원치 않아요. 음……어차피 곧 소원권 리필될 거니까. 이번 거는 그냥 가볍게 갈까 싶어요.》

        

       “네. 그러면 그건 따로 디스코스에서-”

        

       어째서일까.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든 레반은, 뒤늦게 만류하려 했으나-

        

       《술이나 한잔……그, 저번에 마셨던 위스키 좋던데. 그거 하나 사서 배달해주시고, 음……아, 맞다. 오시는 김에 VR기기 세팅 좀 해줘요. 뭔, 버튼이고 케이블이고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

        

       『???』

       『그러니까 집에 술 사들고 오라고?』

       『ㅁㅇㅁㅇ』

       『‘나 컴퓨터 고장났는데 고쳐주러 와줄 수 있어?’』

       『???』

       『진짜 씹퐉스련 정신 나갈 거 같네 시발ㅋㅋㅋㅋㅋ』

       『아니 시1발 이거 맞아?』

       『가계정 5700개 동원해서 메일 쓰러 간다』

        

       이예나를 상대할 때면 늘상 그러했듯이, 한 박자 늦었다.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니님]

        

       [아크: 응응!]

       [아크: 그냥 언니라고 해주]

       [아크: 언제 해줄거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음에 고민해볼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무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컨텐츠 관련해서 여쭤볼 게 있어서 연락 드렸어요.]

        

       [아크: 응응]

       [아크: 무슨 컨텐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혹시 우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우결하게??]

       [아크: 어, 누구랑??]

       [아크: 우결이 어그로는 잘 끌리긴 하는데, 과몰입하는 사람들 진짜 많을 거야]

       [아크: 아, 혹시]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누구 관심 있어서 그래?]

       [아크: 그런 거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런 게 아니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가 설명을 너무 덜 했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니님 우결하시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본 거였어요]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니님?]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좋아]

       [아크: 어차피 우결은 가상이니까]

       [아크: 그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행이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러면 다음에 조금 더 확실해지면 말씀드릴게요.]

        

       [아크: 응 그래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혹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비싼 술 드실 생각 있나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혼자 마시긴 아까운 거로 사오라고 할 거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희 집에서 한잔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크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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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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