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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다른 조들이 시험을 진행하며 여러 전략이 튀어나왔다.

       

       화령이 발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먼거리에서 비수로 화령을 괴롭히려는 자들이 있었다.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거기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비수를 날린다한들 그 비수가 상대에게 닿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단 것이었다.

       

       그들이 던졌던 비수는 너무도 쉽게 화령의 손에 회수 당했고, 오히려 자신들이 던진 비수에 공격당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전략들이 있었다.

       

       우격다짐으로 화령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했던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힘을 역이용당해 나자빠졌고.

       

       어디서 들고 온 건지 모를 폭발물을 이용하려던 자들은 또 다시 화산을 부술 생각이냐며 화령이 나서기도 전에 진압을 당했고.

       

       창을 들고 와 거리로 화령을 괴롭히려던 자들은 창을 빼앗겨 창을 어찌 사용하는 지에 대한 강의를 받았다.

       

       그렇게 실패가 모양을 바꿔가며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어느새 박연이 속한 조의 차례가 되었다.

       

       “그대들은 어떤 전략을 준비했지?”

       “아무것도요.”

       

       화령의 물음에 한민준이 대표가 되어 대답을 했다.

       

       “전략을 숨기겠다는 소리인가?”

       

       어이없는 대답을 들은 화령은 한민준이 농을 한다 생각했는지 웃음을 흘렸지만 박연은 알고 있었다.

       

       한민준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그들은 화령의 시험이 시작되고서 다른 사람들이 화령을 상대하는 걸 보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 마음에 품은 건 다를 지라도 이 시험에서 통과하고 싶다는 목적만은 동일했기에.

       

       여러 전략들에 대해 논의한 끝에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저 말도 안 되게 강한 사람 앞에서 전략은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애초에 전략을 짜지 말자.’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 싶겠지만 이는 나름대로 명안이었다.

       

       모두가 하나의 전략을 수행해봐야 순식간에 화령에게 전략을 읽혀 파훼당할 뿐이다.

       

       먼저 화령을 상대했던 모든 이들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애초부터 전략을 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애드립으로 수행하자고. 완벽한 전략을 짤 수 없다면 의외성을 노리자고.

       

       나설이 꺼낸 이 제안은 얼핏 들으면 개소리 같고 진지하게 들어도 개소리 같은 이야기였으나 한민준과 시유검은 곰곰이 생각하다 고갤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이야기라면서.

       

       조에서 가장 강한 세 사람이 동의를 표한 순간 박연과 다른 화산 유저의 의견은 그리 중요치 않아졌다.

       

       그렇게 그들의 대전략이 결정되었다.

       

       이게 진실이었다. 그들에게 전략이란 건 없었다.

       

       여전히 박연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와 돌이킬 수는 없었다.

       

       “오거라.”

       

       시험의 시간이었다.

       

       *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인가.

       

       기만책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어느 쪽이건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건 마음에 드는 구나.

       

       맨 처음에 달려든 것은 설아였다. 그녀는 다른 이들이 나를 살피는 동안 무작정 아픙로 내달려선 주먹을 내질렀다.

       

       벽석파옥권이로구나.

       

       돌을 깨부수고 옥을 파하는 권.

       

       화산의 험함을 깨부수겠다는 뜻이 담긴 주먹.

       

       위력은 괜찮지만 너무도 정직하야 상승의 무공이라 하긴 어려운 녀석이지.

       

       주먹을 한 손으로 받아낸 후 연격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으나 설아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재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제발 말은 하고 뛰어요!”

       “당신이 벌써 나가 떨어지면 곤란하다고요!”

       

       다른 이들이 당혹을 표하는 걸 보면 계획된 행동은 아니었나 보구나.

       

       설아는 주변의 항의에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가만 자신의 주먹을 보다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내 시야를 붙잡아 두려는 것인가.

       

       좋다. 그 의도에 어울려주도록 하마.

       

       내가 설아가 펼치는 권을 받아주는 동안 다른 넷은 나의 사방을 둘러쌌다.

       

       뒤에서 한민준이 광풍쾌검을 펼친다.

       

       기감으로 느끼기만 하여도 과거보다 훨씬 더 나아졌음을 알 수 있으나 아직은 부족하다.

       

       기도 험도 어느 쪽도 어중간하구나.

       

       한 손으로 설아의 권을 쳐내며 다른 한 손으로는 광풍쾌검에 대응한다.

       

       이로써 내 두 손이 빼앗겼다고 생각한 것일까.

       

       화산 외부의 이들 중에 그나마 괜찮았던 녀석이 내게 달려들었다.

       

       이름이 아마… 시유였던가.

       

       나는 내 양손을 붙잡고 있던 이들은 쳐내고 시유의 복부를 때려 저 멀리로 날려 버렸다.

       

       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박연과 화산의 유저가 나를 향해 뛰어 들었다.

       

       이상하군.

       

       그들의 공격을 받아내며 느낀 것이다만 이들의 연계는 유기적이지 않다.

       

       어디까지나 자기가 알아서 빈 곳에 침투할 뿐 무언가 전략이나 전술 같은 게 보이진 않는다.

       

       …이들은 정말로 아무런 계획이 없었던 것인가.

       

       있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의 목적.

       

       나를 상대한다는 것 뿐인게로구나.

       

       그를 깨닫고 나니 절로 웃음이 새나왔다.

       

       나를 상대하기 위해 온갖 거창한 계획을 짠 녀석들은 있었어도 머리를 비운 놈들은 처음이구나.

       

       실로 정신나간 녀석들 아닌가.

       

       어차피 전략을 짜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 전략을 짜지 않고 달려들겠다고?의외성을 노리겠다는 게냐?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다.

       의외성도 단단한 초석 위에 지어져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맨바닥에 의외성을 떨어트리면 박살이 날 뿐.

       

       재밌기는 하다만 동시에 건방지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본인에게 전략이 의미 없다 생각할 수는 있지.

       

       그래도 이건 시험이다. 그대들이 지닌 것을 내게 보여줘야 하는 장소란 말이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그는 오만이다. 그리고 근거 없는 오만은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하지.

       

       조금 속도를 올리마.

       

       시험이 시작되고서 접힌 적 없던 손을 접어 권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시유를 향해 내질렀다.

       

       그는 나를 향해 휘두른 검격 채로 박살이 나 저 멀리로 날아갔다.

       

       다음은 화산의 무리였다.

       

       그들은 셋이 함께 연계를 하여 내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먼 과거에도 보았고, 얼마 전에도 보았으며, 방금 전에도 보았떤 지루한 화산의 진법에 불과했다.

       

       그 중심이 된 한민준을 먼저 박살내주자 다른 둘이 당혹스러움에 걸음을 물렸다.

       

       허나 이미 늦었다. 그대들은 여전히 권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둘을 가뿐히 날려 준 후 또 다시 짐승처럼 달려드는 설아를 바라본다.

       

       언제까지 이럴 수 있나 보자꾸나.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들을 상대했다.

       

       그들 각자가 펼치는 모든 무를 내기를 두른 일권 만으로 박살 냈다.

       

       스스로가 펼치는 무에 무력함을 느끼도록 찍어 눌러 주었다.

       

       그러기를 십 분 정도 했을까. 이 조의 모든 이들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일어나려다 넘어지길 반복하는 한민준.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 박연.

       

       어느 건물 난간에 기대어 허공만을 바라보는 화산의 사람.

       

       그나마 설아가 내 앞에 서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그녀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이 녀석은 애초부터 나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으니까.

       

       공격을 당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진심을 다해 나를 쓰러트리려는 이와 애초부터 질 것이라 단정 지은 이의 차이를.

       

       설아는 후자였다. 그녀는 나를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기에 애초부터 이길 가능성을 찾아 헤매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는 척을 할 뿐이었다.

       

       “설아. 하나 묻도록 하마.”

       “네?”

       “그대라면 본인이 도전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자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네.”

       “그런데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

       

       그대가 진정 나를 보고 나처럼 되기를 바란다면 전력으로 달려들어라.

       

       광신에 빠져 나를 경외하고 따라잡지 못할 사람으로 여긴다면 거기서 멈춰서 있어라.

       

       어느 쪽을 택할 테냐.

       

       입을 다문 설아의 대답을 기다리는 중에 쓰러져 있던 시유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설아의 옆에 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뭘하고 있긴요. 시간을 끌고 있는 거죠. 이것도 전략이거든요?”

       “호오. 그랬나?”

       “그래요. 당신이 재잘대는 동안 쓰러졌던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잖아요.”

       

       아직 시험을 하는 중이기에 기다려주었을 뿐이다마는.

       

       으음. 정말로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닌 듯 하고 알고서도 모른 체를 하고 있구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원래 악역은 재잘대다가 지는 게 클리셰니까 한 방 먹을 준비 하시죠.”

       “본인이 악역인가?”

       “그럼요. 원래 다구리 당하는 쪽이 악역입니다.”

       “선역이라 주장할 셈이라면 어디 본인을 이겨보거라. 마지막에 이겨야 선역이지 않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시유검이 부서진 칼을 버리고 허공에서 새로운 검을 뽑아 들더니 내게 달려들었다.

       

       방어를 도외시하고 상대의 급소만을 노리는 패악적인 검술은 분명 화산의 검과는 거리가 멀었다.

       

       “언제부터 동귀검이 화산의 검이었지?”

       “이번 시험에서 화산의 무공만 써야 한다고 말한 적 없잖습니까!”

       

       으음. 그렇긴 하지. 이번에는 내 실수였음을 인정하겠다.

       

       시유가 화산이 아닌 다른 검술을 쓰기 시작하자 기세가 맹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본래 사용하던 검형을 되찾으니 움직임이 살아나는구나.

       

       허나 여전히 부족하다. 이 정도로 본인을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시유의 명치를 찔러 그를 바닥에 눕혀주기 무섭게 한민준이 튀어 나왔다.

       

       바람이 불어온다.

       

       사납고 날카로운 바람이 사방에서 쏘아진다.

       

       날이 선 바람은 어느 한 곳에서만 불어오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를 흩어내기 위해선 공간 전체를 부수어야 할 것처럼 보였다.

       

       허나 저것은 거짓에 불과했다.

       

       바람에 화산의 기묘함을 담아 나를 홀리려 한 거겠지.

       

       저게 함정이라는 것을 눈치채긴 했다만 어울려 주마.

       

       어디 네 하고 싶은 것을 보여 봐라.

       

       한민준이 의도한 것처럼 바람을 향해 권을 내지르자 권이 닿기도 전에 바람이 흩어졌다.

       

       권이 허공을 찌름과 동시에 화산파 세 명이 나타나 합격을 가한다.

       

       세 사람의 검이 한 사람이 휘두르는 것처럼 정밀하게 쏘아진다.

       

       이것을 노린 건가? 겨우?

       

       합격은 분명 부족한 위력을 인원으로 보충해 줄 수 있으나 그 뿐이다.

       

       세 명이 합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라면 무의미하지.

       

       그 셋을 날려버리고 나니 그 뒤에서 진각을 밟는 설아가 보였다.

       

       저것은 팔극권이구나.

       

       정상적인 형태는 아니고 괴악하게 개조되어 버린 듯 하다.

       

       그런가.

       

       앞의 것들은 모두 설아가 일격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었나.

       

       대화를 나누지 않고 눈치만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인가.

       

       흐음. 나쁘지 않아.

       

       이것이 평범한 이야기였다면 여기서 내가 저기에 당해주는 게 멋지겠지.

       

       허나 본인은 패배를 싫어하는 유치한 인간이라서 말이다.

       

       주먹을 쥐어 권에 권으로 맞부딪힌다.

       

       필살을 담은 권이 다른 권과 맞닿았으니 충격이 주변으로 퍼져야 하거늘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권이 맞닿은 순간 힘이 상쇄되어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이다.

       

       “바닥을 부수면 바루가 싫어해서 말이다.”

       

       당혹스럽다는 듯 멀뚱히 날 쳐다보는 설아의 턱에 주먹을 꽂아준 후 주위를 살폈다.

       

       아무래도 이 조의 이들은 다시 일어날 수 없을 듯 싶구나.

       

       “다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전략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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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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