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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하늘이 가장 높은거잖아! 모든 것의 위에 있으니 가장 대단한거잖아! 그런데 왜 칭찬 안해주는건데!”

       

       

       빼애액 거리면서 바둥거리는 하늘색 꼬마. 바알.

       

       그런 꼬맹이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한가지 물어보마.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알았느냐?”

       

       “샤마쉬 아줌마가 알려줬어.”

       

       

       아, 아줌마….

       

       그 샤마쉬를 아줌마라고 부르다니…. 이 놈. 보통 놈이 아니로구나.

       

       

       “아줌마가 아니라 누나라고 부르거라.”

       

       “싫어!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히 아줌마잖아!”

       

       “아니, 나이가 많은건 맞지만….”

       

       

       그렇게 치면 나 역시 아줌마라고 불리는걸까.

       

       엄마라고 불리우는 것에는 익숙해진 편이지만. 아줌마는 좀 내성이 없는데.

       

       

       “그러니까 칭찬해줘! 할머니!”

       

       “하, 할머니….”

       

       

       예상하지 않은 기습이었다.

       

       순간 몸 속에서 솟구친 불꽃을 내뿜지 않은 나의 인내심을 칭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거라….”

       

       “하지만, 나이만 따지면 조상님 수준이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비겁하게 나이로 공격하다니…. 범상치 않은 놈이로다.

       

       

       “후, 후우…. 일단 심호흡…. 후우….”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의 말이니까.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거니까.

       

       이런걸로 화내면 내 그릇이 고작 그정도 뿐이라는 것일테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의 말에 화내는 속 좁은 신이라는 의미일테니까.

       

       그러니까, 일단은 참고 넘어가자.

       

       

       “나이 가지고 그러는거 아니란다. 너도 누가 너보고 꼬맹이라고 하면 화내지 않겠느냐.”

       

       “하지만, 사실인걸? 아줌마인것도, 할머니인것도.”

       

       “샤마쉬나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건 괜찮지만, 다른 아이들 앞에서는 조심하거라.”

       

       

       샤마쉬는 그런걸로 화내는 것을 옳지 않은 일이라 여긴듯 해서 넘어간 것 같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제대로 화를 낼 것 같으니 말이지.

       

       그건 그렇고.

       

       

       “고작 칭찬 하나 받자고 나를 찾아 온 것이더냐?”

       

       “응!”

       

       

       이래뵈도 최고신의 지위에 있는데 말이지. 새로 태어난 다른 신들은 내 모습을 보기만 해도 겁먹고 숨어버리곤 하는데, 이 녀석은 용케 나를 찾아오는구나.

       

       겁이란게 없는건지. 아니면 용감한건지.

       

       

       “칭찬을 받고 싶으면 칭찬을 받을만한 일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저 태어날때부터 가진 것을 칭찬할 순 없을테니.”

       

       

       뭐, 선천적인 외모를 가지고 잘 생겼다느니 아름답다느니 하는 칭찬은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칭찬은 무언가를 잘 해냈을때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하늘의 신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칭찬을 받을 순 없는 노릇이지.

       

       

       “음…. 칭찬을 받을만한 일이라….”

       

       

       하늘색 꼬맹이는 내 말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 굉장해질래! 어디, 그러니까…. 왕! 신들의 왕이 될래! 그러면 할머니가 나를 칭찬해줄거지?”

       

       “그러니까 할머니는 그만두래도….”

       

       “하지만,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

       

       “나에게도 이름 정도는 있단다. 알려줄 생각은 없지만.”

       

       

       내 말에 바알은 심통이 난듯 뺨을 부풀리더니, 입을 열었다.

       

       

       “왜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거야?”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이유라.

       

       딱히 이유 같은 것은 없지만…. 음. 여기서는 살짝 과장을 섞어서 이 꼬맹이를 놀려보도록 할까.

       

       

       “사실 나의 이름은 봉인되어 있단다.”

       

       “봉인?!”

       

       “그래.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힘은 너무나도 대단해서,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약한 존재는 미쳐서 죽어버릴 정도의 힘이지.”

       

       “미, 미쳐서 죽어버려…?”

       

       “그건 신들도 다르지 않아서, 내 이름을 말하거나 듣게 되면 그 신격이 망가져서 신의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다. 그러니 나의 이름을 스스로 봉인한 것이지.”

       

       

       물론, 거짓말이다.

       

       애초에 내 이름을 누군가에게 알려준 적도 없고, 내 이름에 그런 힘도 없으니까.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는데, 그런 것을 알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래서, 내 이름을 알고 싶으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바알에게 물어보았고, 바알은 새파래진 안색으로 떨기 시작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이름을 알게 된다면,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하고 겁을 집어먹은 것이겠지.

       

       음. 살짝 겁을 주려고 한 말이지만, 이런 반응은 꽤나 재밌는걸.

       

       

       “그, 그러면!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되잖아!”

       

       “음?”

       

       

       다른 이름?

       

       

       “샤마쉬 아줌마가 엄마라고 부르던거나, 생명의 어머니라고 불리던 것은 괜찮잖아?”

       

       “그건, 이름이 아니니까.”

       

       “그! 러! 니! 까! 이름이 아닌 다른 것으로 부르면 되는거잖아! 그런 무시무시한 이름이 아니라 다른 호칭으로 부르면 괜찮은거잖아!”

       

       

       바알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런 무시무시한 이름이 아니지만.

       

       

       “그러니까! 할머니한테 다른 이름을 지어줄께!”

       

       “할머니는 그만두래도….”

       

       

       내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바알은 새파래진 얼굴로 외쳤다.

       

       

       “가이아!”

       

       “음?”

       

       “가이아라는 다른 이름으로 할머니를 부를게!! 그러면 해결되는거잖아!”

       

       “해결이라니….”

       

       

       그보다 가이아라니. 그 이름은 또 어디서 알고 온건지.

       

       분명 다른 세계일텐데, 묘하게 저쪽 세계의 이름 같은게 자주 나온단 말이지. 내가 붙여준 이름은 제외하고서라도.

       

       

       “가이아라고 부를꺼야! 할머니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이름도 못 부르고! 생명의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지 않으니까! 가이아! 가이아라고 부를거야!!”

       

       

       빼애액 거리는 하늘색 꼬맹이. 그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하거라. 마음대로.”

       

       

       그건 그렇고. 가이아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었던가. 한번 위키로 찾아볼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대지의 여신. 대지 그 자체. 세계 그 자체.

       

       거기에 창조의 여신이자 세계의 어머니.」

       

       

       음…. 어…. 어라…?

       

       뭐야 이거. 내 행적하고 상당히 일치하잖아.

       

       대지의 여신인건 넘어가고. 창조의 여신이라 세계의 어머니라….

       

       

       「생명의 근원이자 세계의 탄생과 동시에 함께 존재했다고 하는, 세계 그 자체이자 물질의 기원이며, 세계의 규칙 그 자체.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세계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여신.

       

       생식과 창조, 생명의 여신이라 불리우며, 신탁과 예언, 맹세를 관장한다고 한다.」

       

       

       음…. 뭐야. 난가.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애초에 나는 대지의 여신 같은건 아니고! 그냥 이것저것 만드는 은빛의 드래곤일 뿐이고!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겹치는 점이 많은거지? 어째서? 분명 다른 세계의 신이잖아?

       

       그렇게 고심하고 있는 와중에, 옆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이아라는 이름. 마음에 들지 않는거야?”

       

       

       불안한듯 소심해진 표정의 바알. 흐음…. 이렇게 작고 어린 꼬맹이가 이런 표정을 짓는건…. 마음에 들지 않아.

       

       뭐, 다른 세계의 일 따위 아무래도 상관 없지. 그곳은 그곳. 여기는 여기.

       

       다른 세계니까. 선을 그어두자.

       

       

       “가이아라는 이름. 마음에 드는구나.”

       

       “정말? 정말이야?”

       

       “그래.”

       

       

       내 말 한 마디에 일비일희하는 바알. 정말로 어린 아이구나.

       

       음. 그렇지. 이 아이를 잘 키우면…. 나에 대한 신앙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으려나?

       

       하늘의 신이라면, 신들의 왕이라 불리우기에 적합한 존재가 아니겠는가.

       

       제멋대로에 살짝 건방진 면이 있긴 하지만, 그정도는 충분히 교육으로 교정이 가능할테고.

       

       내가 계속 최고신으로 존재했다가는…. 정말로 생명의 여신 그 자체가 되어버릴 것 같으니까.

       

       좋아. 이 꼬맹이를 한번 키워보자.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으로 키워서, 신이 행해야 할 일을 떠넘기도록 하자.

       

       그러면…. 내 일이 조금 더 줄어들게 되겠지. 응. 그렇게 하자.

       

       나의 평안한 생활을 위하여. 노려라! 백수의 생활!!

       

       

       – – – – – – – – – – – – – – – – – – – –

       

       

       가이아. 모든 대지의 어머니.

       

       그 이름이 나타난 것은, 세상에 수많은 신들이 태어나던 시대.

       

       신들의 시대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생명의 어머니를 비롯한 여러 고대신들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그런 고대신들이 맡고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자연현상의 일부분.

       

       그들이 맡지 않는 공백에서 새로운 세대의 신들이 태어나게 되었으니.

       

       가이아 역시 그러한 새로운 신들 중 하나였다.

       

       그 탄생의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론이 있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는 4대속성설이 있었다.

       

       4대속성설에 따르면 불, 물, 바람, 대지. 4가지 속성의 고대신들이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본래 대지 속성에는 원래 드워프들의 성산 사가르마타가 있었으나, 거대하기만 할 뿐인 산의 신이 대지 전체의 신이 될 수 없다는 의견에 의해 그 위치가 격하되고 – 일각에는 드워프와의 불화가 원인으로 사가르마타에 대한 신격을 깎아내리는 작업이 있었다고 말해진다 – 새롭게 대지의 신이 필요해진 시점에서 태어나게 된 신이라는 주장이었다.

       

       

       ………

       

       

       하지만 가이아 신앙은 생명의 여신을 향한 신앙에 흡수되었으니.

       

       결국 가이아라는 이름은 대지의 여신이 아닌, 생명의 여신의 별칭 중 하나가 된 것이었다.

        – 신들의 시대. 저자 불명.

          해당 책에는 훗날 반박되거나 진실 여부가 불투명한 주장이 많아, 결국 대부분이 회수 후 파기 처분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삼자333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라니에리베르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메시지가 전부 동일하니까… 뭔가… 조금 아쉬워요. 어흒. 후원 메시지 보는 재미도 꽤 있었는데….

    만두를 찌다가, 실수로 손을 데인 덕분에 어제는 글을 전혀 못썼습니다. 어흒. 손가락 아파.

    수증기에 잠깐 데였는데 손가락이 뼛속까지 아파서, 어제는 하루종일 손가락에 냉찜질만 했네요.

    그런 덕분인지 지금은 약간의 통증만 남아있고, 물집 같은것도 안생겼고….

    뜨거운건 조심합시다. 진짜로.

    팰월드와 림월드. 거기에 새로 하고 싶은 게임들이 잔뜩.

    민주주의 전파게임2도 하고싶고, 모 가챠게임을 베이스로 만든 액션게임도 하고싶고, 소울 시리즈 제작사의 메카 게임도 하고싶고….

    컴퓨터를 바꾸니까…. 하고 싶은 게임이 산더미네요. 정말.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게임을 줄여야 하는 슬픔….

    어째서 나는 글을 더 빠르게 쓰지 못하는걸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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