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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

        실비아는 겁을 먹고 있었다.

        ​

        그 사실이 새삼 내게 신선한 충격을 전해 주었다.

        ​

        이제 와서 실비아 역시 어쩔 수 없는 가녀린 여자임을 깨달았다는, 그런 뻔하고 유치한 말은 아니었다.

        ​

        실비아가 여자라는 사실은 거의 모든 밤마다 확실하게 내 몸 곳곳에 새겨진 데다가, 그런데도 여전히 나 따위를 우습게 압도하는 무력을 지녔다는 사실 역시 날마다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까.

        ​

        내 충격은 내가 실비아를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된 것에서부터 기인했다.

        ​

        마치 내가 나도 모르는 새 피아를 필요할 때만 찾는 편리한 존재라고 생각해 왔던 것처럼, 실비아 역시 막연히 강하고 든든한 버팀목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

        ​

        ​

        “…”

        ​

        ​

        ​

        그 어떤 말도 감히 전해줄 엄두가 나질 않았다.

        ​

        섣불리 위로를 전하기엔 그동안 실비아를 무적 초인쯤으로 판단해온 내 착각이 너무나 무례했고,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주겠다 함부로 장담하기엔 내 능력이 너무 보잘것없었기 때문이었다.

        ​

        숨조차 함부로 쉴 수 없을 만큼 내 가슴을 짓누르는 죄책감에 압도당한 채, 그저 멍하니 실비아를 바라보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

        두껍게 쌓인 먼지처럼 조용하지만 쉬지 않고 이 작은 오두막을 뒤덮어가는 이 무거운 침묵 속에서, 작게 숨을 몰아쉬는 실비아의 서글픈 흐느낌만이 날카롭게 공기를 베어 가르며 내 고막을 두드렸다.

        ​

        마음이 아팠다.

        ​

        마냥 강하기만 할 줄 알았던 그녀가 무너져서 아픈 것이 아니라, 그녀가 이미 한참 전부터 위태롭게 서 있다는 걸 전혀 알아주지 못한 내가 너무나 한심해서,

        ​

        아팠다.

        ​

        ​

        ​

        “…실비아.”

        ​

        ​

        ​

        염치도 없이 신음하는 심장의 통증에, 나는 쥐어짜듯 간신히 그녀의 이름만을 소리 내 불렀다.

        ​

        그것은 실비아의 반응을 보기 위한 부름이 아닌, 탄식 혹은 울음소리에 더 가까운 말이었다.

        ​

        ​

        ​

        “…하,”

        ​

        ​

        ​

        나는 문득 헛웃음을 지었다.

        ​

        내가 지금껏 그녀에게 지껄여온 아무래도 좋을 수많은 헛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

        사랑 같은 소리하고 있네.

        ​

        같이 살고 싶다니, 지랄하고 앉아 있네.

        ​

        집착한다고? 변태라고? 내 몸을 탐한다고?

        ​

        웃기고 앉아있네.

        ​

        실비아가 무엇에 아파하는지, 무얼 두려워하고 있었는지,

        ​

        왜 그렇게 집요하게 나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했는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나야말로 실비아의 몸만 탐해온 변태 아닌가.

        ​

        실비아는 강하니까, 

        ​

        그 사실에 단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은 채 실비아가 아파하는 것도 몰랐다.

        ​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

        강한 실비아가 어련히 알아서 이겨내겠거니 생각한 건지, 애초부터 관심도 없던 건지, 

        ​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

        왜 실비아가 그렇게나 불안에 떨며 나를 묶어두려 했는지 알만했다.

        ​

        내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여자인 실비아는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리라.

        ​

        내가 뱉는 근사한 말들이 얼마나 공허했는지 말이다. 

        ​

        ​

        ​

        “…읏,”

        ​

        ​

        ​

        나는 정말 실비아를 사랑하긴 한 걸까.

        ​

        나는 천천히 떨리는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다.

        ​

        입술을 꾹 눌러 찌르는 송곳니에 조금씩 묻어나오던 피가 이내 왈칵 쏟아지며 입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

        실비아는 그제서야 간신히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애써 밝은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

        ​

        ​

        “… 미안, 내가 이상한 소리를 했지?”

        ​

        “…”

        ​

        “신경 쓰지 마, 그냥 이상한 생각이 자꾸 들어서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뿐이야.”

        ​

        “…”

        ​

        “아무래도 마왕을 잡으러 다시 간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긴장한 것 같아. 나도 참, 용사씩이나 되는 경력이 있으면서 이런 아마추어 같은 짓을 하다니…”

        ​

        “… 실비아.”

        ​

        ​

        ​

        실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이내 곧 두 눈을 크게 부라리며 소리쳤다.

        ​

        ​

        ​

        “애쉬! 입술에 피나!”

        ​

        “… 알아요.”

        ​

        “입술 깨물었어? 고기 먹다가 잘못 씹기라도 한 거야? 세상에, 잠깐만…”

        ​

        ​

        ​

        실비아는 황급히 무릎으로 걸어 내게 다가와 소매 끝으로 내 입술을 꾹 짓눌렀다.

        ​

        떨리는 그녀의 억센 손가락이 지혈을 위해 입술을 아플 정도로 짓눌렀다.

        ​

        ​

        ​

        “꽤 세게 깨물었네,”

        ​

        ​

        ​

        그녀의 손가락에서 피어오른 옅은 황금빛 안개가 부드럽게 번쩍였다.

        ​

        이내 곧 입술에 따듯한 온기가 번져 나갔다.

        ​

        이미 몇번이나 받아온지라 이젠 익숙해진 신성력을 이용한 치료였다.

        ​

        잠시 후 안개가 걷히자 실비아는 내 입술을 부드럽게 놓아주며 말했다.

        ​

        ​

        ​

        “미안해. 내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해서 괜히 신경 쓰게 했나보다.”

        ​

        “… 하지마…”

        ​

        “응?”

        ​

        “사과… 하지 마, 왜 사과해… 왜 실비아가.”

        ​

        “… 애쉬?”

        ​

        “미안해, 미안해요.”

        ​

        ​

        ​

        나는 고개를 숙였다. 

        ​

        염치없는 탁한 눈물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

        ​

        ​

        ​

        “애쉬,”

        ​

        “미안해요… 정말, 내가… 나는 전혀 몰랐어, 실비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곤…”

        ​

        ​

        ​

        무섭지 않을 리가 없다.

        ​

        제아무리 실비아라 하더라도, 제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

        성공을 위해 목숨까지 버려가며 자신을 지지했던 동료들이 쓰러진 곳을 따라 걷는 것이 괜찮을 리 없었다.

        ​

        자신의 과오와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

        자신이 망쳐버린 것을 인정하는 게 그렇게 간단할 리 없었다.

        ​

        기대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다.

        ​

        ​

        ​

        “애쉬…”

        ​

        ​

        ​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실비아는 분명히 내게 자신의 두려움을 전했다.

        ​

        내가 마왕을 토벌하자 했을 때 분명히 그녀는 자기 입으로, 언어로, 말로서 내게 전했었다.

        ​

        실패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고, 끝없이 희생만 해온 삶에 질렸다고.

        ​

        나를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

        그런데 나는 거기에다 대고 무슨 말을 했었던가.

        ​

        결혼하자.

        ​

        모든 게 다 끝나면 같이 결혼하자고…

        ​

        하하,

        ​

        미친놈.

        ​

        능력도 안 되는 주제에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마치 로맨틱한 이야기 속 주인공인 것처럼 굴었다.

        ​

        병신.

        ​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다.

        ​

        추했다.

        ​

        참, 못났다.

        ​

        이런 머저리를 위해 끝내 고개를 끄덕인 실비아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

        ​

        ​

        “그만,”

        ​

        ​

        ​

        실비아는 부드럽게 내 머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

        ​

        ​

        “애쉬, 또 자학하고 있지?”

        ​

        “…”

        ​

        ​

        ​

        실비아는 천천히 양손으로 내 등을 쓸어내리듯 매만지며 토닥였다.

        ​

        그 거칠고 억센 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따듯한 손길이 등에서부터 온몸으로 천천히 번져나갔다.

        ​

        ​

        ​

        “우리가 같이 산 날도 이젠 짧다고 보기 힘들어.”

        ​

        ​

        ​

        실비아는 조곤조곤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를 내었다.

        ​

        조금 전까지 흐느끼던 탓에 여전히 물기가 어렴풋이 배어있는 목소리는 따듯함과 구슬픔이 조화롭게 뒤섞여 있었다.

        ​

        ​

        ​

        “아니, 짧다고 말한다면 짧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겐 길었어. 지난 몇 년을 전부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

        “… 윽,”

        ​

        “그래서 이제는 애쉬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 분명 또 자학하고 있지? 내가 실비아를 몰라주다니, 하면서.”

        ​

        ​

        ​

        내 등을 쓸어주던 실비아의 손이 우뚝 멈추더니,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

        ​

        그리곤 곧 내 등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

        이미 셀 수도 없이 해온 포옹.

        ​

        나는 마치 자석처럼 그녀의 품속 빈 곳에 딱 맞아들어가듯 몸을 겹쳤다.

        ​

        실비아는 나지막이 말했다.

        ​

        ​

        ​

        “그러지 마. 애쉬. 말 하지 마.”

        ​

        “… 나는.”

        ​

        “아무 말도 하지 마. 어차피 애쉬 혼자 스스로 욕하는 말만 할 게 뻔하니까.”

        ​

        “…”

        ​

        “애쉬라고 해도 애쉬를 욕하는 건 내가 듣기 싫거든.”

        ​

        “… 실비아.”

        ​

        “미안해, 불안한 모습 보여서. 내가 잘못했어.”

        ​

        “아니에요, 실비아의 잘,”

        ​

        “닥쳐. 내 잘못이야.”

        ​

        “…”

        ​

        ​

        ​

        실비아는 내 허리가 으스러지도록 꼭 끌어안았다.

        ​

        ​

        ​

        “나는 용사야. 애쉬가 부탁해서 다시 용사가 되었어.”

        ​

        “…”

        ​

        “용사로서, 나는 세상을 지킬 거야.”

        ​

        ​

        ​

        그리고는 천천히 나를 자신의 품에서 떨어트리더니, 내 얼굴을 부드럽게 붙잡고 마주 보았다.

        ​

        물기로 인해 잔뜩 번진 시야 너머로, 아름다운 백금색 실크 사이에 빛나는 빨간 루비 두 개가 반짝거렸다.

        ​

        여신께서 누우시는 침실의 천막처럼 아름답게 하늘거리는 백금의 장막이 흔들리면 황홀할 만큼 달콤한 실비아의 살냄새가 피어올랐다.

        ​

        장막이, 루비가, 천천히 내 시야를 덮을 듯 가까이 다가왔다.

        ​

        실비아의 향기가 콧속을 잔뜩 채웠다.

        ​

        입술이 겹치기 직전, 살짝 멈춘 실비아는 내게 나지막이 속삭여주었다.

        ​

        ​

        ​

        “애쉬가 내 세상이야.”

        ​

        ​

        ​

        ​

        ​

        ​

        ​

        ​

        ​

        ​

        *

        가벼운 입맞춤 후, 천천히 물기가 개이던 내 눈에 가장 먼저 비친 것은 그녀의 입술에 가득 묻은 내 피였다.

        ​

        나는 뒤늦게 손바닥으로 입술을 훓듯이 닦아내었다.

        ​

        실비아는 멍하니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나는 황급히 말했다.

        ​

        ​

        ​

        “아, 아니야. 실비아랑 입 맞춘 게 싫어서 닦은 게 아니라…”

        ​

        “…후후, 알아. 피 닦은 거잖아.”

        ​

        ​

        ​

        실비아는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에 묻은 피를 살짝 찍었다.

        ​

        그리고는 천천히 입술에 묻은 피를 혀로 날름 훔쳤다.

        ​

        ​

        ​

        “…”

        ​

        “왜? 내가 애쉬의 피를 더럽다고 생각할 줄 알았어?”

        ​

        “아, 아니…”

        ​

        ​

        ​

        나는 천천히 입술에 묻은 피를 마저 닦아 내었다.

        ​

        그 순간 내 손바닥은 나의 입술, 아니 입 주변에서부터 턱까지 느껴지는 낯선 촉감을 감지했다.

        ​

        ​

        ​

        “…어,”

        ​

        “왜 그래?”

        ​

        “…실비아, 나 수염 났어?”

        ​

        “났지. 몰랐어?”

        ​

        “언제부터…?”

        ​

        “우리 다시 만났을 때부터 조금 있었고, 지금 정도로 있던 건 우리 훈련하고 나고부터였을걸?”

        ​

        “…”

        ​

        ​

        ​

        나는 깜짝 놀라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

        물론 살면서 처음으로 수염이 났기 때문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

        다른 사람에 비해 수염이 잘 자라지 않는 편이긴 했지만, 놔두면 당연하게도 수염은 자라나고 실비아의 오두막에서 살 때는 실비아가 주었던 단검을 이용해 틈틈이 면도도 했었다.

        ​

        그러나 녹색의 여인을 만난 후로는 한 번도 면도하지 않았다.

        ​

        한 달을 넘도록 혼자 있었던 데다가 내가 지은 이 보잘 것 없는 나무 창고에는 거울, 혹은 거울로 쓸만한 물건이 전혀 없었다.

        ​

        호숫가에서 씻을 때도 항상 첨벙거리며 수영하면 했었지 가만히 수면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었다.

        ​

        덕분에 수염에 관한 건 까맣게 잊고 있었다.

        ​

        ​

        ​

        “…말을 좀 해 주지.”

        ​

        “왜?”

        ​

        “내가 싫어, 나는 수염이 좀 멋없게 나는 편이거든.”

        ​

        “나름 귀여운데?”

        ​

        “실비아는 수염 좋아해?”

        ​

        “아니,”

        ​

        “… 그럼, 말을 해주지.”

        ​

        “멋으로 기르나 싶었지.”

        ​

        “…”

        ​

        “헤헤,”

        ​

        ​

        ​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어디 가?”

        ​

        “호수.”

        ​

        “면도하려고?”

        ​

        ​

        ​

        실비아의 말대로 면도하러 일어나는 것이었지만, 그것뿐 만은 아니었다.

        ​

        피도 닦아야 하고, 벌겋게 부은 눈도 씻어내고 싶었다.

        ​

        무엇보다, 이 한심한 내 모습을 멀끔히 씻어내 버리고 싶었다.

        ​

        수염은 마침 좋은 핑곗거리였다.

        ​

        지금까지 나의 아둔함과 멍청함을 모조리 수염에 담아 깎아 내버리면 조금 더 현명한 눈으로 세상과 실비아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애초부터 나는 옹졸하게 자라는 내 수염을 싫어했다.

        ​

        내 한심한 모습을 투영해 버리기에 딱 걸맞은 희생양인 셈이다.

        ​

        ​

        ​

        “피도 닦아야 하니까…”

        ​

        “면도하고 나면 다시 훈련할까?”

        ​

        “응, 한 십 분 정도 있다가 나와줘.”

        ​

        “응, 알았어.”

        ​

        ​

        ​

        입을 가린 채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문득 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

        그리곤 천천히 뒤돌아보며 말했다.

        ​

        ​

        ​

        “고마워. 실비아.”

        ​

        ​

        ​

        실비아는 웃으며 답했다.

        ​

        ​

        ​

        “사랑해, 애쉬.”

        ​

        ​

        ​

        ​

        ​

        ​

        ​

        ​

        ​

        ​

        *

        애쉬가 나가자, 피아는 멀뚱히 앉아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

        피아의 눈에는 명백히 실비아가 애쉬를 탐하는 모습이었지만, 애쉬 역시 실비아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전혀 보지 못한 채 두 사람만의 세계로 쉽게 끌려들어 가곤 했다.

        ​

        조금 전만 해도 그랬다.

        ​

        피아가 옆에서 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애쉬는 마치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실비아와 입을 맞추었다.

        ​

        물론 조금이나마 이해는 할 수 있었다.

        ​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실비아는 피아를 전혀 보지 못하는 데다, 두 사람 사이엔 끈끈한 유대감과 더불어, 오직 서로만이 메꿀 수 있는 커다랗고 치명적인 빈틈이 존재해 끊임없이 서로를 갈망하니 말이다.

        ​

        하지만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견딜 수 있다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

        보기 좋은 애틋함도 어느 정도지, 밤마다 두 사람의 짐승 같은 교미를 계속 봐야 하는 건 피아에겐 몹시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

        그럴 때마다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

        피아는 한숨을 내쉬며 먼저 나간 애쉬를 따라 나서기 위해 일어났다.

        ​

        그때였다.

        ​

        ​

        ​

        “피아라고 했나?”

        ​

        ​

        ​

        잘못 들었나?

        ​

        잘못 들었겠지.

        ​

        피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

        애쉬 외에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건 당연한 추론이었다.

        ​

        ​

        ​

        “거기 있지?”

        ​

        “…어?”

        ​

        ​

        ​

        피아는 화들짝 놀라며 천천히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돌아보았다.

        ​

        ​

        ​

        “얘기 좀 할까?”

        ​

        ​

        ​

        그곳엔 피아를 똑바로 바라보는 새빨간 두 개의 눈동자가 있었다.

        ​

        조금 전 까지 오두막을 감싸던 달콤하면서도 씁쓸했던 분위기는 단숨에 날아갔다.

        ​

        ​

        ​

        “피… 피아가 보여?”

        ​

        “…”

        ​

        ​

        ​

        실비아는 소름이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메리 크리스마스.

    방구석에서 글쓰며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 하, 어디서부터 인생을 잘못 살았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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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나를 살려준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Score 4.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aving lost all my family, I fled. As I was running away, she saved me when I was on the brink of death due to an accident. The moment our eyes met, I knew I couldn’t lea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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