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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최근, 우리들은 아카데미로 등교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전방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보답.

       

       생각보다 큰 전력이 되어줬다면서, 아카데미 측에 우리가 요양이 필요하다고 말해준 모양이었다.

       

       몸은 다 나았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이 큰 사건을 겪어 정신적으로 힘들 거라고.

       

       자칫 잘못했다간 최전방의 영웅들이 전부 죽어버릴 뻔했던 대형 사건이라 그런가?

       

       뉴스에서도 대서특필 될 정도로 위험했던 현장에 있었다는 특수성을 생각해준 건지, 아카데미는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모습.

       

       다른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되는 아침, 나는 시우를 기다리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다.

       

       

       “···아멜리아, 정말 이런걸로 괜찮아?”

       

       -그럼 괜찮지. 괜찮지 않을 리가 없잖아.

       

       

       확신이 담긴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아멜리아는 정말 이걸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잘 모르겠는데···.”

       

       -뭐가?

       

       

       과연 이런 걸로 정말 시우랑···그, 그런 걸 할 수 있는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시우를 유혹하는 거랑 이곳에 온 건 크게 관련이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자, 아멜리아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나를 타박했다.

       

       

       -잘 생각해 봐, 아르테. 네가 시우랑 섹···.

       

       “와아아아악! 와아악!”

       

       -···하아. 그래, 그걸 하려고 시우를 유혹한 이유가 뭐였어?

       

       “이유가 뭐냐니···.”

       

       

       연인 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서.

       

       시우가 좋아할 법한 행동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뿐이다.

       

       연인들이라면 다들 으레 그러고는 하니까.

       

       

       -그래. 네가 시우를 유혹한 건 그런 이유지?

       

       “응.”

       

       -그러면 이걸로도 괜찮잖아?

       

       “···그런가?”

       

       -그래. 우선 천천히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야 할 거 아냐.

       

       

       아멜리아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하긴, 연인들이 그것만 하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시우와 함께 둘이서 어딘가로 놀러 가는 것 자체가 오늘이 처음이었다.

       

       

       -데이트도 안 해본 놈들이 발랑 까져서는, 참 내···.

       

       “바, 발랑 까지지 않았거든!”

       

       -그러시겠지. 저녁은 집에서 먹어. 손수 만든 집밥이라는 거, 생각보다 효과 좋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멜리아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애인이 손수 만들어주는 밥이라니, 생각만 해도 로맨틱하기 그지없었으니까.

       

       내가 지금껏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

       

       나는 그런 상황에 환상 같은 게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다.

       

       

       “냉장고에 재료가 없어···.”

       

       -그래? 그럼 할아범 시켜서 요리 재료 좀 배달하라고 할게.

       

       “어? 괜찮아?”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고. 고작 음식 재룟값 정도는 나한텐 비싼 것도 아니라는 거, 너도 알잖아?

       

       “···고마워.”

       

       -뭘. 대신 네가 옷 하나 만들어주기로 했으니까. 예쁘게 부탁해.

       

       “맡겨줘.”

       

       

       갑작스럽게 늘어난 자유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그야, 이 세상에 떨어진 뒤의 내가 한 일은 시우를 스토킹하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게임을 해보려고 해도 너무 어색해서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금방 손에서 놓아버린다.

       

       어딘가로 놀러 가는 것도 꺼려진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물론 시우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즐겁긴 하지만···.

       

       언제나 시우에게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해졌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시작한 취미는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능력으로 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내게는 딱 좋은 취미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금세 익숙해져서 그런가, 아멜리아가 감탄할 정도로 정교한 옷을 금방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 옷이 탐이 났던 걸까.

       

       아멜리아는 오늘의 스케줄을 이것저것 짜 주는 대가로 내가 직접 만든 옷을 요구해 왔다.

       

       한동안 아멜리아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약속했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 시우가 도착했다.

       

       

       “미안, 늦었어?”

       

       “···! 아, 아니에요!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거짓말이다.

       

       시우랑 놀러 가는 게 기대된 나머지 너무 일찍 나갔다.

       

       애초에 시우랑 같은 집에서 살고 있으니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시우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해서, 내 사리사욕을 담아서 거짓말을 했다.

       

       당연히 내가 엄청 일찍 나온 걸 잘 알고 있는 시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같이 나가자니까···.”

       

       “그건 싫어요!”

       

       “왜? 같이 도착하면 좋잖아.”

       

       “그, 그거언···.”

       

       

       말 못해.

       

       미안, 늦었지?

       

       아니. 괜찮아. 방금 왔어.

       

       이 대사를 해보고 싶어서 일찍 왔다고는 도저히 말 못해.

       

       시우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해하면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볼 것 같잖아.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없어서 실망스럽기도 하고···.

       

       괜히 먼저 왔어.

       

       시우랑 같이 올걸.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괜히 먼저 오겠다고 해서···.

       

       만화나 소설에서 본 것처럼 로맨틱하지 않은 상황에 약간 실망하고 있던 나는, 시우가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다.

       

       

       “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 도로시? 아멜리아?”

       

       “아, 아멜리아에요. 아멜리아, 나는 이만···. 어라?”

       

       

       분명 조금 전까지 대화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아멜리아와 연결되어있던 통화는 끊겨 검은 화면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언제 끊었대?

       

       빠르기도 해라.

       

       

       “아멜리아 이야기는 다음에 해. 오늘은 첫 데이트니까.”

       

       “그게 뭐에요. 설마 지금 질투하는 거?”

       

       

       첫 데이트를 굳이 언급하는 시우의 말이 부끄러워져서, 내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살짝 농담을 건넸다.

       

       그러나 시우는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대답했다.

       

       

       “맞아.”

       

       “···네?”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지, 질투···?

       

       시우가, 아멜리아에게?

       

       왜?

       

       

       “넌 내 거잖아. 연인이 되고 처음으로 놀러 가는 건데, 오늘은 나한테 집중해.”

       

       “그, 그, 그, 그게 무슨···!”

       

       

       순식간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시우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행복함, 부끄러움, 경악 등.

       

       수많은 감정이 내 심장을 크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얼굴을 빤히 지켜보던 시우가, 이내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당황해?”

       

       “그, 그야 당황하죠! 지, 질투라니 그게 무슨···!”

       

       “왜? 아르테 너도 질투 심하잖아. 나는 하면 안 돼?”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 씰룩이는 입꼬리.

       

       그제야 나는 눈치챘다.

       

       시우, 이 녀석.

       

       내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 이···! 장난치지 마세요!”

       

       “아야, 아프잖아.”

       

       “하나도 안 아픈 거 알거든요?!”

       

       

       웃으며 나를 놀리는 시우에게 제대로 속아버렸다는 사실에 얼굴이 다시 한번 달아올랐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워온 거지?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무마하기 위해 나는 다급히 화제를 돌리기 시작했다.

       

       

       “크, 크흠···! 빨리 들어가죠! 시간이 지나가고 있어요!”

       

       “왜? 아쿠아리움은 천천히 봐도 괜찮은데? 시간표를 보면 공연도 한참 남았고···.”

       

       “···! ···!”

       

       “알았어, 알았어.”

       

       

       한바탕 시우와 실랑이를 하느라 시간이 꽤 지나버렸기 때문일까.

       

       아침이라 한산하던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이내 포기하고 축 늘어졌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가끔 시우는 너무 짓궂어진단 말이야.

       

       부루퉁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고 있자니, 적당히 웃어넘긴 시우가 아쿠아리움의 입구로 다가가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두 명이요.”

       

       “네, 알겠습니다.”

       

       “초인 할인 혜택이랑···. 여기 평일에는 커플 할인도 한다고 들었는데요.”

       

       “아, 네. 적용해드릴게요.”

       

       “···확인 같은 거 안 하나요?”

       

       “두 분은 굳이 할 필요 없어 보여서요. 누가 봐도 연인이라서.”

       

       

       아.

       

       보고 있었구나.

       

       하긴, 눈앞에서 그런 소란을 피워댔는데 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네.

       

       누가 봐도 연인이라니.

       

       아쿠아리움 직원의 웃음기 섞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크, 크흠···. 그런가요···?”

       

       “뭐, 그렇죠. 사귀신 지는 얼마 지나지 않으셨나 보네요?”

       

       “네, 뭐···.”

       

       “여친 분 귀엽다고 너무 놀리지 마세요. 그러다가 화내거나 삐지면 골치 아파지거든요.”

       

       “명심하겠습니다.”

       

       “아, 이런. 손님분을 이렇게 붙잡고 있으면 안 되는데. 다음 분 결제 도와드릴게요.”

       

       

       즐거운 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직원은 우리를 들여보내고 다른 손님의 입장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헤헤···.”

       

       “아직 구경도 안 했는데, 그렇게 즐거워?”

       

       “그게, 누가 봐도 연인이라고 하니까···.”

       

       

       연인이래, 연인.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아쿠아리움으로 들어가는 도중에도 계속 웃었다.

       

       

       “···아르테.”

       

       “네?”

       

       “한가지,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

       

       “착각···?”

       

       

       착각이라니, 뭘?

       

       의문을 담아 시우를 바라보자, 시우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는 농담이라고 한마디도 한 적 없다?”

       

       “헤?”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너무 예쁘게 웃지 마. 다른 사람이 볼까 봐 질투 나니까.”

       

       “···?!??!”

       

       “나한테, 집중해?”

       

       “자, 잠깐. 그게 무슨···!”

       

       “아쿠아리움은 처음이네. 뭐가 있을지 궁금하다, 그렇지?”

       

       

       아.

       

       연애는 먼저 반한 사람이 진 거라더니.

       

       거짓말이었어.

       

       그야,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이렇게 얼굴을 붉게 물들일 리가 없을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즘 지인이 자꾸 소설 잘봤다면서 괴롭혀요

    젠장

    ***

    백구와재구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참신한 후원방식이네요···. 이게 진정한 소매넣기일까요.

    떠먹는 아이스박스라니, 언젠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인연이 닿을줄은 몰랐네요.

    독자님이 주신 케이크의 맛, 잊지 않겠습니다···! 잘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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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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