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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그래. 수상한 점이 있는가?”

         

       보고를 받는 남자는 기괴하다 표현해도 될법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얗게 분칠을 한 얼굴에 까만 점 같은 눈썹, 그리고 그 와중에 립스틱이라도 바른 것인지 새빨갛게 빛나는 입술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몸에 잘 맞는 양복을 입은 채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는 사람을 근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보고를 올리는 중년 남성은 허리를 슬쩍 숙이고는 남자를 향해 서류를 내밀었고, 남자는 거만한 태도로 그것을 쓱 빼 들고는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흠. 우치카와 료스케.”

         

       우치카와 료스케. 41세. 남자. 정치인.

         

       기괴한 화장을 한 남자는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첫 장에는 사진과 가벼운 신상명세만 적혀있었지만 둘째 장으로 넘겨보면 그 사람의 혈통과 가문이 적혀있었고, 그 뒤로는 그 사람의 교우관계나 정치성향 같은 것들이 꽤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하지만 서류가 뒤로 갈수록 그러한 자세한 정보는 점점 사라지고, 대략 적히거나 ‘~로 추정됨’, ‘~로 사료됨’ 등의 애매모호한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다.

         

       “뒤가 부실하구만.”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자네를 탓하는 게 아니야.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어찌 자세하게 조사를 하고, 자세한 정보를 쌓아둘 수 있겠어? 정보가 이런 건 당연한 일이야. 다만 내가 말하는 건, 조금 아쉽다 이 말이지.”

         

       남자는 서류를 속독으로 훑어보고는 그대로 덮어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보고한 부하를 쳐다보며 말했다.

         

       “수상하기는 한데 서류가 이래서야 뭘 알 수가 없으니. 그게 아쉬운 게야.”

         

       남자는 슬쩍 한숨을 쉬더니 부하를 바라보았다.

         

       “그래. 서류는 이렇게 되었고. 자네 생각이나 말해보게.”

       “제가 어찌…. 제 부족한 식견으로 산지로 박사님의 귀를 더럽힐까 걱정됩니다.”

       “하하하. 이 사람 겸양도 참. 어차피 자네도 배울 만큼 배웠고, 일에는 통달한 사람이 아닌가?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을 그렇게 경청하지는 않지만 자네 말만큼은 귀담아듣는 것도 자네를 믿기 때문에 그런 게야. 어디 도쿄대니 게이오니 하는 대학을 졸업해서 인맥으로 까불거리는 놈들이랑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최고의 인재인 우리 두 사람이 같은가? 그러니 부담 없이 말해보게. 내 자네의 의견이 말도 안 된다며 내치는 일은 없을 것이니 말이야.”

       “그렇다면 제가 미욱하나마 고민을 거듭하여 생각해낸 의견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의 실력의 미숙함으로 생각하시고 자비롭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부하는 겸손하기 짝이 없는 말을 하더니 산지로 박사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근래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님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자신이 이끄는 난교 클럽의 인원 전원과 함께 말입니다. 난교 클럽이 개최되는 간격이 매우 짧아졌으며, 연예인 여성은커녕 일반인 여성조차 참가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오직 한적한 곳에 별장을 빌리고, 클럽에 가입되어 있던 사람들만을 데리고 그대로 진행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래. 이상하지. 하루아침에 고자가 된 것도 아니고, 어디 종교에 가입한 것도 아니고. 성욕이 그렇게 넘치는 인간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건전한 일을 한다? 말이 안 되지.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동성애 기질이 있던 것도 아니고. 참으로 이상해, 이상한 게야.”

       “하지만 대체 무엇을 하는지 보안은 철저하게 지켜졌습니다. 도청 방지, 영시(靈視) 방지, 염탐 금지, 식신 금지…. 우리 음양사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안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철저했습니다. 아니, 공안조사청(公安調査庁)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쉽게 정보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 누가 봐도 수상한 모양새지. 무슨 내란죄라도 저지르려는 집단 같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그때 말했지. 구멍이 될만한 사람을 찾아보라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클럽에 가입된 사람들을 감시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심이 가지 않는 선에서 잘 관찰하였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강한 무인을 호위로 데리고 다니는지라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가 매우 힘겨웠고, 그 때문에 모인 정보가 부실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구멍이 될법한 사람을 찾아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치카와 료스케입니다.”

       “그래그래. 그때 내가 자네를 한껏 칭찬하였지. 어디, 그때의 그 칭찬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되었는가?”

         

       부하는 남자의 말에 겸손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자신감을 담아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래. 들어보겠네.”

       “우치카와 료스케는 권력욕이 매우 강한 사람입니다. 실제로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그와 관련된 발언을 많이 하였습니다. 건설회사 사장 아게타가 말하길, ‘다른 정치인처럼 사치와 향락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대접이 동급 이하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불같이 화를 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공석에서 ‘위대한 일본의 백성들은 지배자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지배자는 똑똑하고 대다수 백성은 무능하니 지배자의 말이 옳다.’, ‘국민은 우매하여 이끌어줘야 한다.’ 등의 논란이 될법한 발언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 서류에 적혀있었지.”

       “그 외의 언행을 종합해보면 우치카와 료스케는 권력욕이 강하고, 자신의 위치에 집착이 강한 편입니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을 갈망하는 한편 그만한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바, 운기가 잘 맞기만 한다면 크게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되 줄을 잘못 잡으면 한없이 추락할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의 오욕을 견디지 못합니다. 와신상담할 인내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지로 박사는 부하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치카와 료스케는 운이 좋았습니다. 정치계에 아직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님과 연이 닿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그렇게 간신히 닿은 끈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은 모양이더군요.”

       “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흠,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가 그렇게 보잘것없는 끈은 아닌데?”

       “물론 권력과 관련해서는 더할 나위 없는 밧줄이지요. 붙잡고 있기만 하면 떨어질 일은 없는, 황금 동아줄. 하지만 그게 사생활로 가게 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집니다.”

       “사생활이라. 남자가 여자 많이 안는 것에 질색할 리는 없을 테고, 혹시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가 남색에라도 눈을 뜨기 시작했는고?”

         

       부하는 산지로 박사의 말에 고개를 슬쩍 숙이며 말했다.

         

       “그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법은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닌 듯합니다. 좀 더 어브노멀(abnormal)인…것을 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어브노말이라. 혹 약이라도 하는가? 거 얼마 전에 경시청의 폐기 자료들을 뒤져 약의 흐름을 보니,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님께 약이 어느 정도 흘러간 것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있습니다만….”

         

       부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모습에 산지로 박사는 피식 웃었다.

         

       “중요한 부분에 이렇게 끊어서 사람 속 애타게 하지 말고 말하게. 이런 것은 거 자네가 잘하는 여자 후릴 때나 쓰고, 나한테는 야마토 남자답게 시원시원하게 말하란 말이야.”

         

       산지로 박사의 재촉에 부하는 입을 열었다.

         

       “송구합니다. 하지만 이건 그. 후. 너무 황당한 추측이라 입에 담기가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황당한 추측이라? 말해보게. 내 아까 말하지 않았나. 하버드 출신 재원의 머리는 믿는다고. 헛똑똑이나 다름없는 도쿄대나 게이오 놈들은 몰라도, 자네의 말은 믿는다고 말이야. 아무리 황당하게 들려도 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이니 말을 해보도록 하는 게야.”

         

       산지로 박사는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부하가 한 말에,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님께서, 귀접(鬼接)에 빠진 듯합니다.”

       “뭐라?”

         

       귀접.

       한자를 풀어서 말하면 귀신과 접촉하는 것.

       하지만 실제로는 ‘귀신과 성관계를 하는 행위’를 말하는 단어였다.

         

       “귀접, 귀접이라.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가 그 귀접이라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를 뻔히 알고 있을 터인데. 그것을 하였다?”

         

       일본은 악령과 악귀가 잔뜩 있는 나라다.

       그리고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악귀와는 달리 악령은 사람을 홀려서 죽이는 것을 즐겼는데, 이때 악령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귀접이었다. 악령은 그 사람이 원하는 형상으로 변해 접근하여 그 사람의 정기와 생기를 빼먹고, 사람을 쇠하게 만들어서 죽게 만든다.

         

       이 쾌락이 가득하면서도 반드시 사람을 죽음으로 빠뜨리는 늪은 깊고도 질척해서,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도 이 귀접의 유혹에 당해서 그대로 명을 달리하게 된다. 과거 전국시대에 무위를 떨치던 무인이 악령에게 홀려 죽었다는 기록은 얼마든지 있었고, 장사라고 불리던 사람도 악령의 귀접에 당해서 죽었다는 기록도 있었다.

         

       당연히 이 쾌락과 함께 사람을 죽이는 귀접을 경계하는 것은 권력자들의 기본 중의 기본이었는데….

         

       무라타 류노스케가 귀접에 빠져들었다?

       그 여색 밝히는 것만 빼면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 짝이 없는 무인이?

         

       산지로 박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괴한 화장에 멍한 표정, 거기에 슬쩍 벌어져 다이아몬드 형태의 입술 모양새가 그의 모습을 더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입술은 꾹 닫히고 점처럼 찍혀 있는 눈썹이 씰룩거렸다.

         

       “근거는 있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근거.

       확실하지는 않지만, 퍼즐처럼 자리에 딱딱 맞는 근거.

         

       “우치카와 료스케, 그리고 차기 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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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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