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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끔찍할 정도로 깊군.”

         

       악마사냥꾼의 말에 동의하는지 암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협곡이지, 사실상 절벽이나 다름 없었다.

         

       한참 동안 내려온 것 같은데 아직도 바닥에 도달하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악마들이라고 해도 이런 곳을 입구로 사용할 수는 없을텐데.’

         

       하지만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물론 마냥 나쁘지마는 않았다. 이런 험난한 곳으로 들어올 거라는 예상은 못했는지, 그 흔한 감시자 한 명 없었다.

         

       “잠시 대기해라.”

       

       악마사냥꾼이 등에 맨 활을 꺼내, 바늘만큼 얇은 화살을 밑으로 쏘아보냈다. 특수한 처리가 된 화살인지, 무지막지한 속도로 날아가는데도 소음 하나 없었다.

         

       잠시 후.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쏘아보냈던 화살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암주는 악마사냥꾼이 집어챈 화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건 뭐지?”

       “측량용 화살이다. 사정거리 한계에 도달하면 다시 되돌아오지.”

       “한계는?”

        “450미터.”

        “……앞으로 못해도 그만큼은 더 내려가야 한다는 소리군.”

       

       암주는 혀를 차며 장벽을 박찼다. 장벽이 암석이 아니라 흙으로 된 탓에, 움직일 때마다 심력을 배로 쏟아야만 했다.

         

       한 번 삐끗하는 순간 아래로 흙더미가 쏟아질테고, 그렇게 되면 발각되는 것도 시간문제일테니까.

         

       타악.

         

       마침내 바닥으로 내려온 악마사냥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달의 위치로 보건대, 못해도 한 시간을 꼬박 내려오기만 했던 모양이다.

         

       간단하게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암주가 전음을 보내왔다.

         

       [여기서부터는 전음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알겠다.]

         

       암주는 곧바로 그림자 속에 몸을 감췄다. 악마사냥꾼 또한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움직였다.

         

       [동굴이군.]

         

       눈 앞에 수십 개가 넘는 동굴이 보였다. 마구잡이로 생긴 것이, 꼭 개미굴을 보는 것 같았다.

         

       [저 너머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들어갈건가? 저런 좁은 곳에서 떼거지로 몰려온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텐데.]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 지금쯤 외곽 경비병들의 부재를 알아차렸을거다. 제대로 준비하고 다시 돌아오면 자취를 감출거다.]

         

       정론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악마사냥꾼은, 암주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어둡군.’

         

       나름 밤눈이 밝은 편이었지만, 동굴 속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두웠다. 빛이라는 빛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왼쪽 위에 종유석.]

         

       암주는 빛이 없어도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발 아래의 바닥은 점점 부드럽고 매끈해졌다. 진흙이 아니라 썩은 꿀열매와 동물의 내장을 짓밟는 것만 같은 촉감이었다.

         

       안력(眼力)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악마사냥꾼은 동공에 마력을 씌워 시야를 밝혔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손을 뻗어 벽을 더듬었다.

         

       그때 악마 사냥꾼의 손과 닿은 벽면이 꿈틀거리며 부풀어올랐다.

         

       ‘?!’

       

       악마 사냥꾼이 움찔 놀라 손을 떼어냈다.

       

       [무슨 일이지?]

       [……벽면이 움직였다.]

         

       암주는 의문을 제기하는 대신 악마사냥꾼이 노려보고 있던 벽면을 탐색했다. 벽에 미세한 틈이 있었다.

         

       암주는 그림자의 일부를 틈 안으로 쏘아보냈다. 그와 동시에 시야가 전환되며, 벽 안에서 보라색 빛을 내며 꿈틀거리는 벌레들이 보였다.

         

       그조차도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빛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기군.’

         

       암주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그림자를 이용해 벌레들을 터뜨렸다. 땅이 이렇게 끔찍한 촉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저 벌레들이 땅 속을 헤집고 다닌 탓이리라.

         

       [뭐라도 찾았나?]

       [벌레가 있다. 좀벌레처럼 돌과 흙을 갉아먹는 과인 것 같은데……마기를 품고 있더군.]

       [……벌레?]

       [좁쌀만한 것들이 수천 마리씩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모양이다. 그 숫자라면 네 말대로 벽을 약간 움직이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확답을 들었는데도 악마사냥꾼의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그 모습에 암주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벌레를 무서워하기라도 하는 건가? 그럴 리는 없었다. 악마를 사냥하는 자가, 그깟 벌레를 두려워하겠나.

         

       그렇다면…….

         

       [암주.]

       [……왜 그러지?]

       [이 동굴, 아무리 봐도 자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바닥에 쌓인 것들도, 흙보다는 찌꺼기에 가까운 형태지. 내 경험상, 이건…….]

         

       악마사냥꾼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위를 긁는 듯한 발톱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다.

         

       입구 방향이었다.

         

       화아아악…….

         

       ‘어?’

         

       입구 부근에서 보라색 불빛이 피어올랐다. 그곳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불길한 빛을 뿜어내는 장본인이었다.

         

       갑각 틈새 마디에 돌출된 외골격을 지닌 벌레들은 어느새 입구를 가득 메웠다. 작은 것은 손바닥만 했고, 큰 것은 성인 남성보다 거대했다.

         

       ‘설마 이 동굴 전체가…….’

         

       암주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니 입구 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한 보랏빛이 온 벽면에서 일렁거리고 있었다.

         

       당황한 암주가 분신들을 소환하며 소리쳤다.

         

       [당장 이곳을…….]

         

       바로 그 순간.

         

       투콰아아앙!

         

       암주의 몸집의 두 배나 되는 벌레가 발아래에서 그를 집어삼켰다.

         

         

       *****

         

         

       같은 시각.

       모리아 협곡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어떤 숲속.

       그곳에 낫을 든 한 소년이 무언가를 질질 끌며 걸어가고 있었다.

         

       [끄윽……끄으윽…….]

         

       그가 끌고가고 있는 건, 모리아 협곡 인근에 있던 고위 악마였다. 사지가 전부 잘려 몸통만 남은 탓에, 할 수 있는 것은 신음소리를 내뱉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 죽여줘…….]

       “너 하기 나름이지.”

         

       연쇄살인마가 쓱, 얼굴에 튄 피를 닦았다. 그 모습에 악마가 질린다는 얼굴을 지어냈다.

         

       [입구는……모리아 협곡 아래에 있다. 그곳에 있는 동굴 너머에……아가레스님의 거처가 있다.]

       “으음, 그게 전부면 조금 실망스러운데.”

         

       연쇄살인마는 낫을 움직여 악마의 어깨를 조금 더 잘라냈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는지, 악마가 비명을 질렸다.

         

       하지만 그의 비명은 무언가에 막힌 것 마냥 주변을 맴돌기만 하다가, 이내 소멸했다. 악마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차단막을 만들어낸 장본인을 올려다보았다.

         

       [어, 어떻게 벌써?]

       “벌써는 무슨. 10분이나 걸렸구만.”

         

       올리비아의 말에 악마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마법사가 돌아왔다는 뜻은, 이 일대에 남아있던 악마들이 전부 사냥당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런 거 물어보지 말고, 어느 동굴로 들어가야 되는 지나 물어봐.”

       “아핫, 그래그래. 어느 동굴로 들어가야 되는지 말해줄래?”

       [그러면…….]

       “한 번에 죽여줄게.”

       

       연쇄살인마가 방긋 웃었다.

         

       “솔직히 나는 네가 최대한 고집부려줬으면 좋겠어. 보통 인간들은 이쯤 하면 고장나버린단 말이야. 그런데 악마들은 아니더라고. 모가지만 남아도 3분 정도는 말도 잘하더라.”

         

       연쇄살인마가 악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떻게 할래?”

       […….]

         

       악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치만 볼 뿐. 연쇄살인마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에도 다른 누군가의 눈치를 본다는 뜻은…….

         

       올리비아는 고개를 돌려 모리아 협곡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기감을 최대로 퍼뜨렸다.

         

       그러자 미세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 끼에에에에에엑!

       – 침입자다! 공허충들을 더 쏟아보내라!

         

       역시.

         

       선객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경계병이 너무 적다 싶더라니.’

         

       토의 마경, 그러니까 마신교단의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의 위치는 매 회차마다 바뀐다. 수십 개가 넘는 동굴 중에 진짜 입구는 하나 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공허충들의 둥지다.

         

       고위 악마에게 정보를 캐내려고 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는데…….

         

       올리비아는 악마를 보며 혀를 찼다.

         

       어떤 미련한 작자들이 저곳까지 내려간지는 몰라도, 저렇게 난장판을 벌여놓은 이상 원래 입구는 매몰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덕분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연쇄살인마. 그놈은…….”

       “알았어.”

       

       연쇄살인마가 헤실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맨손. 그러나 그 끝에는 고위 악마의 머리통이 매달려 있었다.

         

       “…….”

         

       악마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절명했다.

         

       “필요 없다고 말하려던거, 맞지?”

       “됐고, 몸에 묻은 피부터 닦아. 악마들은 동족의 피냄새에 민감하니까.”

         

       연쇄살인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수건을 꺼내 피를 닦아냈다. 특이하게도 손수건에 닿는 순간 얼룩도 사라졌다.

         

       ‘마법적 처리라도 된 모양이네.’

         

       올리비아는 곧바로 협곡으로 내려가는 대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마신교의 본진으로 쳐들어간 간 큰 인간들이 누구인지 추론해낼 단서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왠지 불안하더라니.’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풀에서 발견한 악마들의 시체에는, 전부 똑같은 형태의 관통상과 검흔이 새겨져 있었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연쇄살인마가 눈을 반짝였다.

         

       “실력이 좋네. 아하핫. 아마 이놈들은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고 죽었을거야.”

       “이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궁수인 것 같은데, 화살촉이 박힌 흔적이 하나도 없어. 마나로 만들었나본데?”

         

       살인의 스페셜리스트인 그가 저렇게 말하니 더욱 확실해졌다.

         

       저 밑에, 암주와 악마사냥꾼이 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야릇한 쿼크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이얀님 8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알파벳은 ‘o’군요. 감사합니다

    -보마님 5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하해(河海)와 같은 후원(後援)에 감사(感謝)드립니다.
    보마(保魔)님.
    모 버섯 개임(開恁)의 궁수(弓手)가 생각나는 닉내임(溺內任)을 가지셨군요.

    후원이 작가의 말에 등록되나 궁금하시다는 이유로, 500코인이나 투척하시다니…역시 대인배의 풍모를 지니신 분 답습니다. (whowon joa. I like it. keep going.)
    죄송하지만 저번화와 같은 스토리식 감사인사는 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ㅠㅠ(very sorry. but I NALMUK no.)
    글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몇몇 의견을 반영하여, 앞으로는 비교적 정상적인 감사인사만 하려고 마음먹었거든요. 죄송합니다. (your da best. 500coins so delicious.)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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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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