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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내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당연하다는 듯 칼이 그 뒤를 따르려 했지만 난 그를 막았다.

   

   지금부터 안에서 할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이 들어서 좋을 것 없는 이야기니까.

   

   칼을 반 강제로 내쫓은 나는 집무실로 들어오자마자 방음마법을 펼치라고 명령했다.

   

   알새틴이 어디까지 알아냈는지는 몰라도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좋을거라 생각했으니까.

   

   “이미 펼쳐뒀습니다. 영애. 새어나가면 위험할 수 있는 이야기라.”

   

   그의 생각도 나와 비슷했던지 알새틴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방음마법을 펼쳐 둔 상태였다.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진실에 다가갔나 보네.

   

   집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알새틴은 당연하다는 듯 날 상석에 앉혀두고는 자신이 그 앞에 섰다.

   

   ‘어디까지 알아보셨나요?’

   “정보팔이. 어디까지 알아봤어?”

   

   “깊게는 파고들지 못했습니다. 기간이 길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겠지. 대륙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주신 교회가 허술할 리가 없잖아?

   

   그걸 겨우 한 달 남짓한 기간 안에 모든 걸 파해칠 수 있는 능력자라면 알새틴이 이런 뒷골목에서 썩고 있을 리가.

   

   그런 게 가능한 능력자였다면 지금쯤 뒷세계의 흑막이 되어서 여기저기를 주무르고 있을 걸.

   

   “허나 영애께서 찾으시는 정보가 무엇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주신 교회는 무언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신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의 아이들로요.”

   

   물론 그게 알새틴이 무능하단 소리는 아냐. 줄기 중 하나에 접근한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자신의 유능함을 입증한 셈이니까.

   

   내가 준 단서도 몇 개 없는데 그새 저기까지 접근하다니. 아무리 자기 스승이 연결해 준 여러 인맥이 있다지만 장난 아니네.

   

   흐음. 역시 나중에 뉴먼 가문이랑 연계가 되더라도 알새틴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나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근거는?’

   “정보팔이. 입만 나불대면 그게 네 망상인지 사실인지 모르잖아.”

   

   “안 그래도 설명드릴 참이었습니다.”

   

   알새틴은 내가 말해주었던 대로 주신 교회가 무언가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야기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원래부터 알고 있던 인맥들과 접근을 해가며 하나하나 추적을 이어나갔고 그 끝에 어느 시골구석에 있는 주신 교회의 고아원에서 그 흔적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그 고아원에 여러 인물들이 드나들더군요.

   본거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고위 성직자. 생명과 관련된 연구를 하다 교회의 공적이 된 연금술사. 척결의 대상이여야하는 흑마법사등.

   자그마한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인선이었습니다.”

   

   더욱 의심스러운 점은 그 고아원에 자주 장의사가 들렸다는 점이었다.

   

   “무언가 아이들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이상 파고들려 하다간 제 쪽이 특정당할 듯하여 물러났습니다만 좀 더 시간을 들인다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새틴의 보고를 듣고 있던 나는 그의 정보력에 감탄했다.

   

   게임 상에서 온갖 정보를 물어다 올 때야 게임 속 편의적 NPC라고 생각했지만 이 세상이 현실이 되니 새삼 경이롭네.

   

   어지간한 사람이었다면 주신 교회의 뒤를 따라가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을 텐데.

   

   어느정도 믿고서 시킨 일이지만 그래도 감탄스러운 건 바뀌지 않아.

   

   “제가 당장에 조사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여아야. 저 자의 말이 사실이더냐?>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할배가 그답지 않게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허접 주신이니 주신 교회니 어느 쪽에도 좋은 감정이 없는 나와는 달리 충실한 신앙을 품은 할배다.

   

   주신 교회가 지금과 같은 세력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준 공신의 입장에서 그 곳이 검게 물들었단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을 수 없겠지.

   

   ‘네. 맞아요.’

   

   그래도 난 진실을 말해야 했다.

   

   어차피 나와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걸 마주하게 될 텐데 아무것도 모른 채 눈으로 보기보단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편이 낫지 않겠어?

   

   ‘알새틴의 설명에서 보충하자면 지금 저 고아원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건 거대한 신성을 지닌 누군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에요.’

   

   우리 허접주신이 누군가를 간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수많은 신들의 사도가 대륙을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아르마디는 자신의 사도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믿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걸어 그 방향을 알려줄 뿐.

   

   주신교회는 겉으로 이를 주신이 세상을 평등히 사랑하는 것이라 이야기하며 아르마디를 칭송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품었다.

   

   그들은 다른 신의 사도들을 부러워했다.

   

   그들이 신과 가까운 관계여서라던가,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라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회의 사람들이 사도를 부러워 한 이유는 하나. 그 말이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신의 사도가 이야기하는 것은 곧 신의 뜻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무언가를 할 때마다 다른 이들의 반대에 가로 막혔던 교회 고위층의 입장에서 사도라는 존재가 얼마나 탐이 났겠는가.

   

   그래서 주신 교회의 고위층은 명분이 되어 줄 이를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다. 과거부터 존재했으나 쉬이 나타나지 않았던 성녀라는 직함을 이용해서.

   

   ‘처음엔 다루기 편한 고아 중에서 성녀라 불릴 법한 신성이 지닌 사람을 뽑는 형식이었지만 그런 천재가 쉽게 나올 리 없잖아요?’

   <그래서 인위적으로 드높은 신성을 지닌 이를 만들어내고 있단 소리더냐?>

   ‘네.’

   <하. 돌아버리겠군. 어째 신을 믿는다는 놈들이 날이 가면 갈수록 음습해지기만 하는 것인지.>

   

   할배가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면 예전에도 교회는 그리 깨끗한 단체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겠지. 어느 단체나 다 그렇지만 어떻게 집단의 모두가 선할 수 있겠어. 그런 건 만화 속에서나 나오는 일이라고.

   

   <그렇다면 말이다. 그대의 친우 중 하나인 페이비라는 아해도.>

   ‘맞아요. 만들어진 성녀죠.’

   

   아직 페이비는 모르고 있겠지만 그녀도 교회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성녀다.

   

   자신이 거짓된 성녀임을 깨달은 후 여러 혼란을 겪다가 진정한 성녀가 되는 것이 페이비의 개인 스토리였지.

   

   온갖 역경의 끝에서도 선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난 참 좋았었다.

   

   <…지금 많이 흔들리고 있는 그 아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큰일이 나겠구나.>

   ‘그렇겠죠.’

   

   지금의 페이비는 게임 속의 페이비와는 다르게 많은 흔들림을 품고 있다.

   

   자신의 실패를 걱정하고 신에 대한 의심을 지녔지. 그런 그녀의 눈앞에 이 사실이 모두 다 들이닥친다면?

   

   게임 속에는 존재하지 않던 시나리오이니만큼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행복한 시나리오는 아니리라.

   

   내가 알새틴에게 이를 조사하라 명령한 이유도 이거다. 그를 바탕으로 페이비에게 서서히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왜 백신을 주입할 때도 처음부터 강한 걸 넣지는 않잖아?

   

   차츰차츰 적응을 시켜가며 더 독한 것을 마주했을 때에 견딜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는 거지.

   

   아직은 알새틴이 가지고 온 증거는 다 정황상 그럴 것이라는 이야기밖에 없으니 페이비에게 무언갈 알려 줄 건 없겠네.

   

   뭐어. 그리 급할 것도 없다. 페이비가 진상에 접근하게 되는 건 2학년이 시작된 후의 이야기니까.

   

   그 때까지는 알새틴도 무언가를 가지고 오겠지.

   

   ‘앞으로도 힘내주세요.’

   “하아. 정보팔이. 결국 정황상의 증거밖에 없네? 이러고 일했다 그러는 게 쪽팔리지 않아? 완전 허접해. 정보팔이라는 이름도 아까워.”

   

   “…노력하겠습니다.”

   

   *

   

   현장학습이 끝난 후 며칠이 지났을 무렵 페이비는 요 근래의 혼란을 어느 정도 수습한 상태였다.

   

   루시를 질투하지 않는단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신의 사도로써 신의 목소리를 듣는 그녀는 여전히 페이비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이전처럼 무작정 비난하고 질투하진 않았다. 페이비는 루시가 신의 사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했으니까.

   

   그녀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현장학습에서의 일이 큰 영향을 끼쳤다.

   

   자신을 위해 커다란 수치를 무릅쓰던.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위해 악명을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던. 그리고 그 끝에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그 모든 모습을 옆에서 구경했던 페이비는 도저히 루시를 부정할 수가 없었다.

   

   부족함만이 가득한 자신과는 다르게 루시는 진정 사도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위대하신 주신께서 누군가를 사도로 택하시는 데에 삿된 마음이 있을 리가 없잖은가.

   

   주신의 사도로 간택된 그 순간부터 루시에게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셈이었다.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난 후 페이비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꼈다.

   

   바꾸어서 말을 하자면 아직은 페이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르마디께서 이야기를 걸어주지 않는단 거니까.

   

   제가 조금 더 정진해서 나은 사람이 된다면 언젠가는 아르마디께서 말을 걸어주시겠죠.

   

   그러니 저는 그 때까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테고요.

   

   그래요. 주신님께서 알른 영애의 무엄한 발언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 분께는 그를 보충하고도 남을 무언가가 있을 뿐인 거라고요.

   

   신께서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의심한 저란 인간은 부족하단 말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네요.

   

   아카데미의 수업이 끝나고 교회로 돌아가던 길에 스스로를 자책하던 페이비는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 키득거리며 웃었다.

   

   하아. 여태까지 하던 고민을 어느 정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하네요.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리 기쁘게 웃는가?”

   

   그 때에 페이비의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중하고 무거우나 그림자처럼 질척거리는 목소리가.

   

   “당신.”

   “오랜만이군. 날 도와준 그대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주려고 준비했더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미안하게 되었어.”

   

   악신의 사도는 자신의 커다란 키로 페이비를 그림자 속에 가두어두며 웃음을 지었다.

   

   “대신 그대가 만족스러워 할 만한 답을 찾아왔…”

   “돌아가세요.”

   “흠?”

   

   페이비는 그 그림자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목소리를 냈다.

   

   “더 이상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이 이상 접근하면 교회의 사람들을 불러올 테니 돌아가세요.”

   “정말 그래도 되겠는가? 아르마디가 그대에게 말을 걸지 않는 이유를 듣고 싶지 않나?”

   “전 이미 그를 알고 있으니 필요치 않습니다.”

   

   이전에 미혹에 빠져 있던 페이비라면 모를까. 지금 그녀는 해답을 알고 있었다.

   

   모든 문제는 자신의 부족에서 비롯했으니 이유를 듣고 말고 할 필요가 없었다.

   

   “아하. 혹시 그대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

   

   악신의 사도는 페이비의 얼굴을 바라보다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리 이야기했다. 꼭 페이비의 생각을 비웃는 것처럼.

   

   “너무 뻔하고 어리석어서 재미없는 대답이야.”

   “그게 무슨.”

   “단언하마. 아르마디 그 작자가 그대에게 말을 걸지 않는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대의 시작부터가 잘못되어 있으니 그대는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아르마디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리라.

   

   악신의 사도는 다시금 페이비를 자신의 그림자로 집어넣으며 그리 이야기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짜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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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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