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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흐음, 흥, 흠~.”

    푸른 머리의 소녀가 신난다는 듯 폴짝거리며 웃는다.

    그 아이의 손에는 몇입을 깨물은 듯한 이빨자국이 난 아이스크림바 하나가 들려있었는데,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양 두 손으로 꼭 쥐고있는 모습은 작은 토끼같은 소동물을 연상케 했다.

    그런 아이의 웃음소리는 주변의 사람들마저 행복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즐거운 감정이 들어있었다.

    “파이리스, 너무 폴짝거리지 마. 그러다 아이스크림 놓칠라.”

    그 말을 들은 소녀는 고개를 잠깐 갸우뚱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물고는 세상을 다 가진듯 웃으며 입을 우물거리고 있다.

    그 와중에서도 파이리스는 아이스크림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손으로 꽉 쥐었다.

    왜냐하면, 이미 저토록 애지중지하는 아이스크림을 한번 떨어트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집어서 곧바로 입가로 가져가려는 아이를 보았을 때는 화들짝 놀라서, “땅에 떨어진 것은 먹으면 안돼! 지지야, 지지.”하며 타일렀더니 그제서야 울먹거리기 시작해서, 한 봉지를 아이스크림로 가득채워 구매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겨우 진정한 와중이다.

    그러니 예르나가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휴우…….”

    결국 신체검사는 하지도 못 했다.

    이래서는 앞으로도 다시는 병원에 갈 수 없을 것이다.

    절대 잡을 수 없는 아이와 술래잡기를 하는 경험을 다시 겪고싶지는 않으니까.

    아이스크림을 쥐고 ‘파이리스, 언니가 미안해. 

    이제 그만 나와줄래?’라고 외치며 돌아다니고 있으니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예르나에게도 꽤나 아팠다.

    “그렇게 맛있니?”

    예르나의 질문에, 파이리스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응!”

    뭐, 맛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아이스크림같은 간식은 싫다고하는 아이를 정말 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 좋다면 됐어…….”

    예르나는 결국 근심을 포기하기로 했다.

    당장 검사가 꼭 필요할까?

    갑자기 용으로 변해버렸던 루크가 있으니 파이리스의 몸 상태에 관한 것도 미리 알아두고 싶었다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주된 목적은 ‘임시보호’를 원활히하기위한 서류구비였으니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루크와는 달리, 언제든 인간의 모습과 정령의 모습을 오가며 행동할 수 있는 파이리스에게 자신같은 보호자는 당장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외형을 보면 딱히 학교에 갈 만한 나이대도 아닌 것 같고…….

    “…….”

    그래, 외형을 보면 너무나 루크랑 닮기도 했고 말이다.

    루크도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곧잘 저런 표정을 짓고는 했었지, 하는 생각이 드니 문득 공항에는 잘 도착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따라가는 건 별로겠지…….”

    자신도 생각했고, 심지어는 다이튼도 ‘이번에 베리튼 갈거야?’라고 물어보았던 말이지만,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첫 학교여행을 따라간다니 역시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참기로 했는데…….

    ‘그래도, 공항에는 잘 도착했냐고 전화하는 정도는 괜찮을거야.’

    예르나가 휴대폰을 꺼내들기 위해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마침 그보다 빠르게 전화벨로 설정해둔 루크의 첼로연주가 울려온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다.

    내게 모르는 사람이 연락해올 경우는 거의 없을텐데…….

    혹시, 예전에 드래곤하트 관련해 전 대장님께 보낸 의뢰에 대한 결과일까?

    예르나는 살짝 긴장하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 여기 공항인데요. 루크 이루시의 보호자분이시죠? 한번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

    마침내 공항에 도착한 버스.

    엠마가 자는 아이들을 깨우라며 이야기하자, 시루드가 창가에 기대 눈을 붙이고있는 루크의 어깨를 살짝 흔들어 깨운다.

    “루크, 일어나. 이제 다 왔어. 공항이야.”

    갓 잠에서 깨어난 루크는 눈가를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직 하늘은 푸르른 것으로 보아, 자기 시작해서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은 듯 했다.

    휴게소에서부터 소요시간은 약 한시간정도일까.

    “자, 이제 차가 완전히 멈추면, 질서있게 맨 앞에 아이들부터 내리는거에요!”

    “네에-.”

    처음 출발할 때와는 달리, 이제 아이들의 대답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직 잠에 취해 입을 열지 않는 아이도 많았기 때문이리라.

    루크도 그 아이들중 한명이었다.

    “하암…….”

    한차례 입가를 가리며 하품을 한 루크는 다 먹은 호두과자 봉지를 비롯한 쓰레기들을 손에 쥐었다.

    예의를 아는 자라면, 응당 자신이 머문 자리는 정돈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

    물론, 그동안 운전으로 수고한 버스기사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거의 앞줄에 있던 루크가 그리하니 아이들도 루크를 따라서 인사를 건네며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물칸에서 짐을 꺼내 등에 매고 입구를 지나니, 공항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은 꽤 압도적이었다.

    일전에 잡지에서 본, 새의 형상을 딴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라는 탈것은 굉장히 커보였다.

    과거에도 비행선이라는 물건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비행을 전제한 디자인을 몰랐으며, 당시 사람들의 발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실을 수 있는 탈것은 바로 ‘배’였다.

    안타깝게도, 당시의 마법공학의 수준은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할 수 없던 것이다.

    그렇기에 당시 비행선은 그저 배를 공중에 띄우기 위해 수 많은 돛을 날개처럼 달아 부양마법을 수십중첩하여 공중에 띄우는 것이었으며, 투자마나대비효율이 극악이라서 전시에 시험적으로 몇번 운용한 수준이 끝이었다.

    과거엔 왜 그토록 발전하지 못했느냐하면, 서클방식의 체계에선 마법공학이 발달할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서클마법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깨달음으로 세계를 조율할 권한을 깨닫게되는 체계.

    목숨을 걸고 얻어낸 권한을 타인과 나눌 방법을 고민하는 마법사는 많지 않았고, 당시 마법사들의 발상도 고작 잡동사니에 마법부여를 걸어 아티팩트를 만든다거나, 스크롤을 제작한다거나 하는 정도가 한계였으니.

    헌데, 비행기라니.

    수십, 수백의 인원을 태우고 공중을 효율적으로 날아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라니.

    심지어, 그 기술이 전시도 아닌데 민간에 공개된 세상이라니.

    현대 마법기술의 발달을 눈 앞에서 보게되니, 루크의 심장은 기대감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당장에 부유, 가속, 경량화, 그 말고도 부수적으로 수백개의 회로도가 루크의 마력시에 읽힌다.

    한 순간에 도저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짜여진 마법진은, 루크에게는 마치 즐거운 장난감과 같았다.

    루크에게 지금은 자신에게 마력시가 주어진 것이 너무나도 황홀한 순간이다.

    만약 마력시가 없었다면, 저 마법진을 분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분해해야만 했을텐데, 지금의 루크는 당연히 그리할 수 없었을 테니까.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 자신은 이 유리창을 깨고 달려가 비행기를 맨손으로 뜯으며 살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루크가 마력시를 가지고있는 것은 루크와 비행기, 양측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쪽팔려.’

    하지만 그렇게 눈을 빛내며 공항의 유리창에 달라붙은 루크는, 시루드가 보기엔 너무나 부끄러운 것이었다.

    대기의자에 앉아서 모른척을 하고 있으니, 저쪽에서 메리가 다가와 루크가 달라붙은 유리창에 다가가며 말했다.

    “혹시 비행기는 처음인거야?”

    “그래, 잡지에 실린 사진으로는 몇번 봤지만, 실물은 역시 처음이로구나.”

    정말이지, 오늘은 마도기술의 발전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날이다,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이라니! 공간 자체를 뛰어넘는 워프를 제외하면, 그 어떠한 방해요소도 없이 직선으로 목적지까지 주파하는 최속의 이동방식이 아니던가?

    하지만 워프는 그리 쉽게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강력한 차원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차원압력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선 최소한 5서클의 사용자여야 차원간 압력과 간섭으로 일어나는 충격을 견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마나’는 워프를 통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공간이동 전에는 마나를 미리 지정장소에서 수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해야하고, 그것이 안된다면 마나회복력을 증가시키는 포션을 다수 구비해야했다.

    따라서 장거리를 워프한 경우에 마법사는 취약해지는 약점이 생겨버린다.

    전성기의 ‘위대한 루크 이루시’처럼 스스로 법칙마저 비틀어버릴만한 경지에 오른다면 모를까.

    그에 비해 비행은 어떤가?

    육체가 단 한순간도 물질계를 벗어나지 않기에 인간에게도 안정적이며, 마법사가 지닌 마나를 온전히 유지한채로 옮길 수 있지 않나.

    그것은 바로, 가장 빠른 속도로 마법사를 전선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저 아름다운 기체가 전쟁에 사용되지 않기를 바래야겠지만, 전설로나 전해지는, 세계를 건 전 대륙과 마계와의 전쟁을 겪은 루크로서는 역시 그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비행기를 바라보는 루크의 머릿속은, 루크를 보는 메리를 비롯한 타인들은 결코 모를 것이다.

    그저 비행기를 처음 본 아이가 비행기를 정말 신기해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그렇기에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웃을 뿐인것이다.

    “그래? 루크는 비행기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솔직히 말하면, 메리 자신도 비행기를 처음 봤을 때는 루크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때가 자그만치 5년 전이라서 그렇지.

    그때면 머리에 뿔도 제대로 안 났을 때였다.

    11살이나 먹은 지금은 그렇게까지 신기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루크 말고도 비행기를 처음 보는 아이들은 꽤 있었다.

    하지만 역시 비행기를 보는 것 만으론 그다지 신기할 것이 없어서 아이들의 흥미는 빠르게 식어가기 시작해서 하나 둘씩 유리창에서 벗어나 또 다른 관심거리를 찾아 떠나 담임교사인 엠마를 힘들게 했지만, 루크의 눈빛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비행기에 고정된 채 빛나고 있었다.

    ‘루크는 비행기를 진짜 많이 좋아하는구나.’

    메리와 시루드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이었다.

    “다 봤으면 가자, 이제 출국심사 받아야지.”

    “후우……. 알겠다, 가자꾸나.”

    루크는 아직 눈에 채 담지 못한 마력식이 많아 아쉬움이 남지만, 곧 그 내부에서 직접 마력회로를 살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들뜬 마음으로 유리창에서 떨어졌다.

    ——–

    심사는 예르나가 준비해준 서류들을 제출하고, 짐과 몸을 검사기에 돌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미리 캐리어에서 꺼내둔 서류들을 심사관에게 건네자, 그는 루크가 끌고온 캐리어를 바라보며 ‘정말 많이도 쌌다’하고 생각했다.

    조금 과장해서, 중량 초과가 나오는것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얘, 혼자서 올려둘 수 있겠니?”

    루크는 그런 심사관의 제안을 “그럴 필요 없다”며 심사대 위에 가볍게 올려놓자, 그는 보기보다 가방이 가벼운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는 무슨 커다란 인형이라도 넣어둔걸까?

    심사관은 천천히 검사기로 들어가는 캐리어를 보면서 루크에게 말했다.

    “자, 그동안 너는 저길 통과하렴.”

    “알겠다.”

    심사관이 가리킨곳은 두개의 봉이 세워진 일종의 관문.

    그것은 수색과 탐지마법이 인챈트된 막대였다.

    ‘흠, 이것은 대체 무엇을 감지하는 겐가?’

    그리 고민하며 통과하려는 순간.

    삐익-!, 삐익-!, 삐익-!

    갑작스런 소음에 루크는 몸을 움찔거리며 멈추었다.

    “저, 이게 무슨 소리지?”

    아무래도 좋은 의미는 아닌 것 같았기에, 루크는 검사관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혹시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어둔 거 아니야?”

    “아, 빼야 하는겐가? 몰랐군.”

    루크는 휴대폰을 빼고는 다시 봉 사이를 통과하려 했지만, 그 소음의 발생은 여전했다.

    “혹시, 뭔가 마도기기같은거 지닌게 있어? 귀걸이라던가, 목걸이. 아무거나.”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그런 건 없는데.”

    과거에야 자신이 제작한 연산보조용 아티팩트인 귀걸이나 목걸이같은 것을 차고 다니기야 했지만, 지금은 현재 몸의 연산능력에 만족한 상태라 딱히 쓸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 딱히 만들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이 경고음은 울리고 있는 것인가, 고민하던 루크에게 심사관은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얘야, 너 혹시 무슨 세계수의 코어라도 먹은거야? 이 마력수치는 대체……. 아니 이게 말이 되는건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조회수가 어느덧 200만을 넘었네요…. 하필 휴재중에 넘겨서 많이 죄송스러운 ㅠ

    정말 감사합니다!!
    곧 200만 특집 외전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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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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