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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어디부터 가고 싶어? 1층부터 둘러볼까?”

       

       “···네.”

       

       

       힘들다.

       

       벌써 기력이 모두 빨려버린 것 같은 기분.

       

       데이트를 시작한 지 고작 십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시우의 짓궂은 장난 하나에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분명 사귀기 전에는 멋있고 언제나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요즘엔 가끔 이런 짓궂은 장난을 친단 말이야.

       

       항상 당하기만 하는 것 같아서 항상 참아보려고 해도 결국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만다.

       

       으, 너무해.

       

       내 반응이 그렇게 재밌는 걸까.

       

       

       “그런데 조금 의외네.”

       

       “의외라니요?”

       

       “물고기를 좋아하는지는 몰랐거든.”

       

       “···?”

       

       

       시우가 의외라는 듯 내게 물어보았다.

       

       물고기를 좋아한다니?

       

       좋아하냐 싫어하냐로 따지자면 해산물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건 음식으로서 좋아하는 건데.

       

       아쿠아리움 같은 곳에 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고, 실제로 살아있는 물고기를 볼 기회도 없었기에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좋아한다니. 딱히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는데.

       

       

       “어, 아니야?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다길래···.”

       

       “아···.”

       

       

       그 이야기였구나.

       

       처음으로 선택한 데이트 장소가 아쿠아리움이라서, 내가 물고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래? 그러면 왜···.”

       

       “이런 것도 경험이 될까 싶어서요. 알다시피, 제가 상식이 부족한 편이니까.”

       

       

       더 정확히는, 아멜리아의 권유가 있었다.

       

       기왕 데이트하러 나가는 거, 사소한 지식이라도 쌓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

       

       아멜리아가 언젠가 도로시가 주는 상식 문제를 내가 푸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걸 생각해서 이야기해준 것 같았다.

       

       사실 처음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금 생각해보면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첫 데이트인데, 어딘가 의미 있는 장소에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나 시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할까 봐, 나는 자꾸만 시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렇구나.”

       

       “···화 안 내요?”

       

       “내가? 왜?”

       

       “그렇지만,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첫 데이트 장소를 골랐으니까···.”

       

       “또 이상한 생각 하지.”

       

       

       딱.

       

       시우가 가볍게 내 이마를 툭 쳤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며 시우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어디로 가자고 해도 좋다고 했을 거야.”

       

       “···어째서?”

       

       “네가 있으니까.”

       

       

       항상 이렇다.

       

       언제나 시우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가끔 침울해질 때가 가끔 온다.

       

       내가 시우에게 해주는 건 없는데, 받기만 해서 조금 미안해질 때가.

       

       그럴 때마다 시우는 자꾸만 내게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한다.

       

       ···치사해.

       

       그렇게 말하면 내가 했던 고민이 아무래도 좋은 일이 되어버리잖아.

       

       이대로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아르테는 이런 곳에 와보는 게 처음이지?”

       

       “응.”

       

       “그럼 내가 고를게. 그걸로 괜찮지? ···자.”

       

       

       시우가 자연스럽게 내게 손을 건넸다.

       

       그 모습이, 시우만 따라간다면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 있을 고난들을 함께 헤쳐 나가 주겠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기쁘게 시우의 손을 잡았다.

       

       

       

       ***

       

       

       

       “하아, 재미있었어요···.”

       

       “그러게. 생각보다 굉장하더라.”

       

       

       아, 지쳤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뛰어다니고, 한참을 서 있었기 때문일까.

       

       아쿠아리움을 적당히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잠깐 쉬고자 고객들을 위해 비치된 의자에 앉자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으, 목 아파.

       

       목덜미가 뻐근해서 손으로 매만지고 있자니, 시우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뭐에요. 왜 그렇게 봐요.”

       

       “아니, 그냥.”

       

       “···.”

       

       

       수상하다.

       

       시우가 이렇게 능글맞게 웃는 모습을 보면 항상 잔뜩 놀림당했는데.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의심스럽다는 듯 지그시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시우가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은 채 내게 말했다.

       

       

       “그렇게 신난 모습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렇게 좋았어? 폴짝폴짝 뛸 만큼?”

       

       “그, 그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내가? 언제?”

       

       

       히죽, 히죽.

       

       시우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깜짝 놀랐다니까. 설마 그 아르테 이시스가 물고기 좀 보고 신기하다고 어린애처럼 막···.”

       

       “···.”

       

       “알았어, 알았어.”

       

       

       시우의 말이 맞았다.

       

       내가 너무 흥분하기는 했지.

       

       주변에 있었던 어린아이들처럼 신기하다는 듯 감탄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니까.

       

       나는 시우에게 변명을 내뱉었다.

       

       

       “하, 하지만···. 엄청 신기했는걸요.”

       

       

       아쿠아리움이라길래, 그냥 조금 신기한 물고기들이나 예쁜 물고기들 몇몇이 전시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우선 수조의 크기.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아쿠아리움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거대한 해양생물들을 전시하기 위해서겠지.

       

       밖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으니, 아마 초인들의 능력으로 무언가 한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그 수조 안에 든 생물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신기한 물고기들이나, 관상용 물고기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것도 충분할 정도로 있었지.

       

       하지만 생각했던 거랑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신기한 생물들이 엄청 많았다.

       

       

       “막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장어랑, 입에서 불을 내뿜는 생선이랑, 막 반으로 접힌 채로 돌아다니는 생선이랑, 그리고, 그리고···!”

       

       “진정해, 진정.”

       

       

       다시 생각해봐도 신기하네.

       

       어떻게 생선이 입에서 불을 내뿜는 거지?

       

       심지어 물속에서.

       

       

       “예전에 해양 속에서 열린 던전 속 물고기가 흘러 들어와서, 그때 이후로 신기한 물고기들이 많이 늘었거든.”

       

       “아···.”

       

       “네가 봤던 물고기들은 그런 애들이야. 마수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마수의 피를 가진 녀석들.”

       

       

       또다.

       

       다시금 내가 모르는 상식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와.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

       

       시우가 항상 곁에 있어 줄 테니까.

       

       내가 모르는 것을 언제나 이렇게 알려줄 테니까.

       

       

       “있지, 아르테.”

       

       “네?”

       

       “오늘 어땠어?”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알 텐데.

       

       오늘 하루종일 내가 호들갑을 떨어서 시우가 나를 놀리기도 했고.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도 직감으로 대충 파악했을 텐데.

       

       그런데도 시우는 구태여 내게 물어보았다.

       

       제대로 즐겼냐고.

       

       나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은 걸까.

       

       

       “···시우는요?”

       

       “나?”

       

       “네. 저는 재미있게 즐겼어요.”

       

       

       나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과연 시우도 그랬을까.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봐서 지루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나의 걱정을, 시우는 시원스럽게 별것 아닌 걱정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래, 나도 즐거웠어.”

       

       

       

       ***

       

       

       

       “밖에서 먹고 들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아? 피곤할 텐데.”

       

       “어허.”

       

       “재료는? 분명 냉장고에 없었을 텐데···.”

       

       “미리 주문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어. 씻고 올게.”

       

       “네, 기대하세요. 맛있는 음식으로 준비할 테니까.”

       

       

       시우가 걱정하는 기분도 안다.

       

       밖에서 한참 놀았으니 피곤할 거라고 나를 걱정해주는 거겠지.

       

       하지만 나도 오늘 저녁만큼은 직접 해주고 싶었다.

       

       데이트가 끝난 뒤, 연인이 직접 해주는 맛있는 저녁 식사.

       

       이걸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시우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은 나의 고집이었다.

       

       시우가 화장실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시작한 듯 물줄기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아멜리아가 짜준 데이트 코스는 완벽했다.

       

       아쿠아리움에서 잔뜩 놀다가, 맛있는 점심을 먹고.

       

       펭귄과 돌고래 쇼를 보고 다시 한번 아쿠아리움을 조금 구경하다가 귀가.

       

       그녀에게는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해도 모자라겠지.

       

       다음에 만나면 고마웠다고 인사를 해야겠네.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지.”

       

       

       시우가 샤워를 시작한 지금, 빨리 요리를 준비해야 했기에 나는 황급히 아멜리아가 보내준 상자를 개봉했다.

       

       

       “이, 이게 뭐야···.”

       

       

       고맙다고 인사하려던거 취소.

       

       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다급히 다른 식료품을 찾으려고 했지만, 있을 리가 만무했다.

       

       있는 것은 냉동식품 몇 가지와 통조림 몇 개.

       

       잔뜩 배고플 게 분명한 시우에게 이런 걸 먹일 수는 없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더더욱.

       

       

       “···하아.”

       

       

       어쩔 수 없나···.

       

       마음을 굳게 다잡고, 나는 요리를 시작했다.

       

       

       

       

       

       

       

       

       

       

       “오, 좋은 냄새. 뭐야?”

       

       “장어예요.”

       

       “장어? 와, 맛있겠다. 이것들은 뭐야?”

       

       “아, 그건···. 굴이랑 전복이에요. 버터를 넣어서 구웠어요. 거기에 부추랑 생강을 조금···.”

       

       “이건?”

       

       “후식으로 낼 예정인 오미자랑 복분자예요. 차로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응?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아, 아하하···. 무, 문어랑 새우도 있어요! 아쿠아리움에 다녀왔으니까요!”

       

       “아니, 잠깐. 부추랑 장어, 전복, 생강, 오미자에 복분자···? 아르테, 이거···.”

       

       “시, 시간이 조금 걸리니까, 잠깐만 쉬고 있어 주세요···!”

       

       

       시우를 억지로 부엌 밖으로 내쫓았다.

       

       역시 들킨 것 같은데.

       

       아멜리아가 원망스러워졌다.

       

       도대체 왜 이런 걸 준 거야.

       

       시우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잖아.

       

       

       ***

       

       

       그 시각, 아멜리아의 방.

       

       

       “할아범. 제대로 전달해주고 왔어?”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누굽니까.”

       

       “그래? 아르테는 당연히 알 것 같고···. 시우가 알려나 모르겠네.”

       

       

       아멜리아는 느긋하게 흔들의자에 앉아 포도알을 입에 집어넣었다.

       

       

       “큭큭, 아르테는 지금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글쎄요.”

       

       “직접 보고 싶긴 하지만, 포기해야겠지.”

       

       

       가능하다면 집에 몰래 쳐들어가서 지켜보고 싶은 심정이긴 하지만, 정말 그랬다가는 두 사람에게 목숨을 노려질지도 모르니까.

       

       아멜리아는 두 사람의 소식을 듣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음, 포도 맛있네. 이것도 넣어줄 걸. 아쉽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들, 혹시 광고 보셨나요?

    실눈흑막 광고가 나왔습니다.

    판단은 여러분들이 해주세요!

    아, 참고로 미성년자 여러분들은 내일 못 봐요.

    그냥 휴재한다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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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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