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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그런 날이 있다.

         

       이상하게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상쾌한 기분이 드는 그런 날.

         

       일어나자마자 하루가 굉장히 알차고 행복한 날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그런 날.

         

       오늘이 그랬다.

         

       번쩍.

         

       “……잘 잤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온몸에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과 함께 기상했다.

         

       온몸에 피로가 싹 가시고 머리는 맑은 것이…, 오랜만에 굉장히 잘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거울 속 나는…, 배시시 웃고 있었다.

         

       나아아가 끝난 이후로 부쩍 웃음이 늘었다.

         

       개운하게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고 세수를 하고 거울 속 웃는 내 얼굴을 보니…,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하루가 왠지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었다.

         

       “흐흥.”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실로 나왔다.

         

       아빠 엄마는 진작에 출근하고 없어서 집에는 오직 나뿐이었다.

         

       2시간 후에 루키즈의 새로운 속소에서 집합이었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아침밥을 챙겼다.

         

       오늘의 아침은 너굴라면.

         

       앞으로 숙소 활동을 시작하면 라면 같은 것 먹을 수 없을 게 분명했기에 그 전에 많이 먹어둘 생각이었다.

         

       그렇게 라면을 먹을 생각에 웃으며 포장지를 뜯은 나는….

         

       “오, 대박.”

         

       안에 다시마가 2개 든 것을 보고 감탄했다.

         

       ‘이런 적 처음인데…?’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이상하리만큼 온몸이 상쾌하더니 너굴라면에 다시마 2개까지….

         

       참으로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나는 그렇게 기분 좋게 식사와 외출 준비를 마치고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갔다.

         

       일이 바빠 오지 못한 강형만 대신 상구 오빠가 나를 강남에 있는 루키즈의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

         

       “언니!”

         

       “유진아!”

         

       “예린이 왔어?”

         

       “혜정 언니!”

         

       “설이, 유정이, 한나까지 다 왔어. 얼른 들어가자.”

         

       나는 미리 도착한 루키즈 멤버들 그리고 안내를 위해 파견 나온 NAS엔터 직원과 함께 우리 루키즈의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 루키즈의 새로운 숙소는….

         

       “와….”

         

       “대박….”

         

       정문부터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좋았다.

         

       “저…, 이렇게 좋은 아파트 처음 봐요….”

         

       박유정이 멍한 눈으로 중얼거리니 안내 나온 직원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철저한 보안입니다. 정문부터 현관까지 이중, 삼중으로 잠금이 되어 있는 데다 곳곳에 보안 직원들이 있어서 허락받지 못한 외부인은 절대 출입 불가능합니다.”

         

       역시 여자 아이돌이라 그런지 회사에서 보안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이곳이 보안만 좋은 것은 아니었다.

         

       부잣집을 연상케하는 철제 정문에 인사성이 밝은 보안직원들, 잘 관리 되어 있는 공용 정원에 호텔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세련된 로비.

         

       이에 감탄하며 고급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28층에서 내리니 우리 루키즈의 숙소가 나왔다.

         

       띠리링.

         

       “자,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구경해주세요.”

         

       “와아아아아-!”

         

       “따라다라다~”

         

       직원이 문을 열자 우리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아파트 외부도 다 좋았는데 내부는 더욱 좋았다.

         

       큰 방 3개 작은 방 2개 화장실 2개를 담고 있는 넓은 평수.

         

       크나큰 거실과 창문을 열면 보이는 환상적인 뷰.

         

       이미 숙소를 채우고 있는 다양한 가구들까지.

         

       “이미 대부분의 가구들은 들어와 있는 상황이지만 혹시 더 필요한 게 있다면 다음 주 숙소생활 하기 전까지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직원의 말을 들으며 우리는 각자 흩어져 신나게 숙소를 구경하다가….

         

       “우리 방 정해요, 방!”

         

       “……!”

         

       박유정의 한 마디에 거실로 모였다.

         

       “큰 방이 3개 있으니까 둘, 둘, 둘 나눠서 쓰면 딱이겠어요! 남은 작은 방 2개는 저희 개인 옷방으로 쓰고!”

         

       “그래, 그러면 되겠네.”

         

       “그러면 사람은 어떻게 나눌까요?”

         

       “…….”

         

       방을 어떻게 나누냐는 말에 멤버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아아에서도 무언가를 주도하는데 능했던 박유정은 이번에도 자신이 나서서 의견을 제시했다.

         

       “저희 그러면 방 같이하고 싶은 사람 손가락으로 지목하는 건 어때요?”

         

       “…그러면 중복될 것 같은데.”

         

       “그래도 다들 누구랑 방 같이 쓰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재미로 한 번 해봐요!”

         

       박유정의 말에 우리는 누구와 방을 같이 쓰고 싶은지 속으로 잠시 생각했다가….

         

       “하나, 둘, 셋! 골라주세요!”

         

       파앗.

         

       그녀의 구호에 맞춰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헐….”

         

       서유진, 박유정, 이혜정, 유 설이 나를 지목했다.

         

       스윽.

         

       나한나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이내 자기 자신을 지목했고….

         

       “…….”

         

       나는 나를 바라보는 4명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차마 누군가를 찍지 못했다.

         

       이에 나를 찍은 4명 사이에서 긴장감이 돌더니 박유정이 당황스럽다는 듯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거 예린 언니랑 같은 방 쓰고 싶은 사람이 참 많네요. 혹시 양보하실 분은 없나요?”

         

       “…….”

         

       “…없나 보네요. 그러면 공평하게 게임으로 하죠.”

         

       “게임? 무슨 게임?”

         

       “간단하게 제비뽑기 어때요?”

         

       유 설의 질문에 박유정이 폰을 꺼내 제비뽑기 게임을 켰다.

         

       이에 박유정이 동의를 구하듯 폰을 흔들자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방 정할게요? 여기서 이름이 나란히 써져 있는 사람들끼리 같은 방인 거예요? 그러면…, 갑니다!”

         

       그렇게 박유정이 비장한 얼굴로 제비뽑기를 시작하고….

         

       파앗!

         

       [하예린 ♡ 서유진]

         

       [박유정 ♡ 나한나]

         

       [이혜정 ♡ 유 설]

         

       “꺄아-!!”

         

       결과가 나오자마자 서유진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내게 안겼다.

         

       “언니 저랑 같은 방이에요!”

         

       “으응, 그러네.”

         

       “어쩜 이렇게 완벽할까요? 부부방, 동갑방, 노인방으로 깔끔하게 나뉘었어요!”

         

       “…….”

         

       서유진은 요즘 다시 안하무인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노인방이라는 말에 유 설과 이혜정이 심기가 불편한 눈으로 서유진을 쳐다봤지만 서유진은 나를 껴안은 채….

         

       “흥.”

         

       승자의 미소를 날릴 뿐이었다.

         

       “…허허.”

         

       이에 유 설이 썩소를 지으며 눈썹을 치켜들자 두 사람 사이에 낀 나는 다급하게 멤버들에게 제안했다.

         

       “우, 우리 이럴 게 아니라 각자 방도 한 번 들어가 볼까? 룸메이트들끼리?”

         

       “좋아요!”

         

       “와아-!”

         

       내 말에 각 커플은 신나서 자기들 방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분위기는 차가워지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내 몸에 대롱대롱 매달린 서유진을 방으로 끌고 가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유진아…. 왜 자꾸 설 언니한테 까부는 거야.”

         

       이에 서유진이 불만이라는 듯 얼굴을 구기며 답했다.

         

       “설 언니가 자꾸 저랑 언니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잖아요! 언니랑 제일 친한 건 전데!”

         

       “…….”

         

       그 말에 내가 잠시 멈칫하자 서유진이 낑낑대며 물었다.

         

       “……아니에요? 언니 혹시 저랑 방 같이 쓰는 거 싫어요?”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이에 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답했다.

         

       “나도 사실 유진이랑 방 쓰고 싶었어.”

         

       “…정말요?”

         

       “그럼.”

         

       서유진과 방을 같이 쓰고 싶었다는 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서유진은 조금 덜렁대는 데다 나를 많이 따르는 경향이 있으니까.

         

       나는 웬만하면 서유진과 같은 방을 하며 그녀를 케어해 줄 생각이었다.

         

       나아아 할 때도 자주 서유진과 같은 방에서 잤기 때문에 한 방을 쓰는 게 불편하지 않기도 했고.

         

       ‘그렇게 생각하니 방 멤버가 생각보다 엄청 잘 짜였네.’

         

       먼저 동갑방.

         

       박유정과 나한나는 동갑내기긴 해도 서로 별로 친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 룸메이트를 하면서 친해지면 될 터.

         

       그리고 노인방.

         

       이해심이 깊은 이혜정과 마음의 벽이 단단한 유 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며 좋은 시너지를 낼 거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래, 이건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최적의 조합인 방이야.’

         

       나는 그렇게 분란 없이 방이 잘 나뉜 것에 대해 만족하면서 나와 서유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와아….”

         

       또다시 감탄에 빠졌다.

         

       “방이 거의 우리 집만하네….”

         

       넓은 방, 잘 드는 햇빛, 거기에 질 좋아 보이는 가구까지.

         

       너무나도 흡족스러운 방의 모습에 나는 황홀감을 느끼다가….

         

       “유진아 여기 침대 두 개 중에 어디 쓸래?”

         

       “먼저 언니가 고르세요! 저는 남은 거요!”

         

       “그럼 나는 이거.”

         

       내 것으로 정해진 침대 위에 한 번 누워 보았다.

         

       폭신.

         

       “…좋다.”

         

       나아아 숙소에서 썼던 침대도 나름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것이랑 비교조차 안 된다.

         

       이에 내가 푹신한 침대와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을 느끼고 있으니 옆에 서유진이 누워서 나를 안았다.

         

       포옥.

         

       “네, 좋네요.”

         

       “…유진아, 네 침대는 저쪽인데.”

         

       “히힛, 저는 여기가 좋아요.”

         

       침대가 더블베드 사이즈는 되어서 조금 좁기는 해도 나와 서유진이 같이 누울 수 있었다.

         

       …이에 나는 매일 밤 서유진이 내 침대로 찾아올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뭐…, 괜찮아.’

         

       하예린의 몸으로 태어난 후 나는 19년간 아빠 엄마 사이에 껴서 자곤 했었다.

         

       심지어 나아아에서도 서유진과 한 침대에서 잘 때가 많았으니 이것이 새삼 불편하지는 않았다.

         

       ‘좋다….’

         

       나는 서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요즘 들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알바와 학교를 병행하며 힘든 삶을 살았는데 지금은 강남 고급 아파트에 누워 있다.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에서 우승하였고 데뷔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아이돌 활동을 하며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테고.

         

       무엇보다….

         

       나를 좋아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이것은 내 팬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방금 방 정하기를 할 때 나를 지목했던 멤버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당황스러웠지만 많은 멤버들이 나와 방을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내 부끄러운 욕망을 가득 채워 주었다.

         

       지금 내 품에 폭 안겨 있는 서유진.

         

       그리고 유 설, 이혜정, 박유정, 나한나 우리 루키즈 멤버들.

         

       거기에 강형만, 이지우, 상구 오빠 같은 우리 형제기획 식구들까지.

         

       ‘모두 좋아….’

         

       모두가 좋았다.

         

       이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고난이 있어도 이겨 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유진아.”

         

       “네, 언니.”

         

       “언제든 내 옆에 있어 줄 거지?”

         

       그리 물으며 고개를 살짝 틀어 내려다 보니 서유진이 무슨 당연한 말을 하냐는 듯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죠.”

         

       “고마워.”

         

       나는 보상 느낌으로 서유진을 더욱더 내 쪽으로 끌어당겨 주었다.

         

       햇빛은 따뜻하고 침대는 푹신하고…, 안긴 서유진은 곰인형처럼 포근하니 잠기운이 솔솔 들었다.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선잠이 들려던 그때였다.

         

       벌컥.

         

       “예린 양-!!”

         

       “……!”

         

       지금까지 조용하고 온화한 모습만 보이던 NAS 엔터 여직원이 고함과 함께 나와 서유진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이에 나와 서유진은 당황하며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다.

         

       “…예, 예? 저 여기…, 근데 무슨 일 있….”

         

       “지금 얼른 전화 좀 받아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정 실장님이에요!”

         

       “…….”

         

       너무나도 다급한 그녀의 표정에서…, 나는 무언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이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된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예린 양, 저 정 실장입니다.]

         

       항상 피곤에 절어 있긴 했어도 늘 우리에게 친절한 말투로 대하던 정 실장이었지만…, 지금 그의 목소리는 딱딱하고 차가웠다.

         

       “…네, 정 실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정 실장은 마치 죄인을 심문하는 검사와 같은 뉘앙스로 내게 물었다.

         

       [예린 양, 혹시…, 이중계약 하셨나요?]

         

       “……예?”

         

       이중계약이라니….

         

       갑작스레 차가운 분위기에 더해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내가 머뭇거리니 정 실장이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다시 한 번 물었다.

         

       [하아…, 예린 양. 떨지 말고 침착하게 답해주세요.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출연하면서 형제기획 말고 다른 소속사와 계약한 적이 있어요?]

         

       “아, 아뇨…. 형제기획 말고 계약한 회사는 없어요….”

         

       […그러면 지금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기사 한 번 보시고 다시 전화 주세요.]

         

       “…네.”

         

       나는 그 즉시 그대로 정 실장과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켜 인터넷 기사란에 들어갔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모르겠어, 나도….”

         

       그리고….

         

       “……어?”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우승자 하예린 ‘이중계약’ 논란….]

         

       [MS기획 NAS 엔터에 소송제기 : 루키즈 데뷔 무산되나?]

       

       [MS기획 안 대표의 읍소 ‘하예린은 우리 회사 연습생이다.’]

         

       [하예린 소속사 형제기획 강 대표 ‘협박’ , ‘폭행’ 논란]

         

       [하예린 소속사 형제기획은 깡패회사? 이를 파헤쳐 보자.]

         

       나는 인터넷을 뜨겁게 가득채우고 있던 기사들의 제목을 보고 그만 얼어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부가 거의 끝난다고 말한 게 한참 전 같은데 놀랍게도 아직 1부가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1부의 끝이 임박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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