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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도, 돌아가다니여? 왜여?”

       

       아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드밀라를 올려다보았다. 

       

       이드밀라는 불안한 듯 꼼지락거리는 아르의 손을 잡으며 이야기했다. 

       

       “헤카르테의 말을 듣고 짐작했겠지만, 나는 천 년 전의 전쟁에서 헤카르테와 로그레흐, 두 녀석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다가 큰 상처를 입었단다. 무리해서 생명력을 크게 소모하기도 했고 말이야. 그래서 이 레어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힘을 회복하고 있었지.”

       “쀼…! 그러면 아르가 이모 자는데 갠히 깨운 거예여…?”

       

       아르의 꼬리가 축 처지자 이드밀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르가 깨우러 오지 않았다고 해도 어차피 헤카르테교 놈들이 나를 깨우러 왔을 거야. 실제로 아르가 온 뒤에 헤카르테교 녀석들이 찾아왔잖니?”

       “구건 구래여.”

       “그리고 천 년쯤 잤으면 사실 한 번 기지개 켤 때도 됐지. 일어난 김에 생각보다 대륙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놈들을 잡게 되었으니 잘 된 일이기도 하고. 게다가 무엇보다….”

       

       이드밀라는 아르의 말랑하고 쫀쫀한 볼따구를 양손으로 가볍게 당겼다. 

       

       “우리 귀여운 아르를 더 크기 전에 일찍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모는 아주아주 만족스럽단다.”

       

       이드밀라는 먼 미래를 상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아르 머리가 더 커서 사춘기라도 왔을 때 만났다면…. 이렇게 ‘이모오오!’ 하면서 안기는 아르 대신 ‘흥! 이모는 아르 마음 이해 모태!’하면서 도망가 구석에 숨는 아르를 봤겠지.”

       “쀼…! 오해예여! 아르가 왜 이모한테서 도망쳐여!”

       

       아르는 볼따구를 잡힌 채 억울하다는 듯 쀼 소리를 냈다. 

       

       “푸하하! 글쎄.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지. 여튼, 그때 일로 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헤카르테를 상대하는 바람에 이제 이모는 레어에서 요양을 좀 해야 한단다.”

       “쀼우….”

       

       아르는 서운함과 미련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을 했다. 

       

       “지굼처럼 가치 마싰는 거 먹구, 막 가치 목욕두 하구, 그러케 쉬는 건 안 대는 거예여? 앞으로는 이모 힘 쓰게 안 할게여. 아르 이제 브레쓰도 잘 써여. 마법두 더더 잘 써서 이모 쉴 수 있게 할게여. 그니까, 아르랑 가치 이씀 안 대여…?”

       

       아르는 이제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이제 이모랑 막 친해졌는데…. 힝. 벌써 헤어지는 거 시른데….”

       

       아르는 이드밀라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아르의 그런 모습에 이드밀라의 눈빛도 조금 흔들렸지만, 이드밀라의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여기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쉬는 건 회복에 있어서 큰 의미가 없단다. 지금은 풍부하고 정순한 마나가 흐르는 터에 자리를 잡은 레어의 기운을 받으며 휴식을 취해야 해.”

       “히잉….”

       

       매우 슬퍼 보이는 아르에게, 이번에는 내가 다가갔다. 

       

       “아르야. 헤어지기 싫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 이드밀라 님이 쉬셔야 나중에 더 건강하고 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푹 쉬시게 해 드리자. 응?”

       “레온….”

       “몸이 안 좋으신데 우리랑 같이 다니시다 보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상태가 악화되고 드러누우실 수도 있어. 아르도 그렇게 되는 걸 바라지는 않을 거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르는 정신이 조금 든 듯 꼬리 끝을 세웠다. 

       

       “구, 구건 시러. 이모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대.”

       “그치? 지금 잠깐 쉬러 가시면 나중에 훨씬 건강하신 모습으로 만나서 아르랑 놀아 주실 거야. 그동안 아르가 더 멋진 용이 돼서 오면 이드밀라 님도 더욱 좋아하실 거고.”

       “…정말루?”

       

       아르는 희망적인 미래를 떠올렸는지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이드밀라는 아르를 달래는 내 솜씨에 조금 감탄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곧 거들어 주었다. 

       

       “크흠. 그럼. 레어에서 조금만 쉬면 나중에는 이모의 진짜 힘을 보여줄 수 있게 될 거란다. 헤카르테 같은 녀석들은 그냥 브레스 한 방에 가는 거지!”

       

       이드밀라가 입을 벌리며 브레스 쏘는 시늉을 하자, 아르의 눈이 언제 울 뻔했냐는 듯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아…! 이모 멋져여!”

       “후후. 그렇지? 지금 아르는 여기서 레온 말 잘 듣고 예쁘게 잘 자라는 게 이모를 도와주는 거야. 알겠지?”

       

       아르는 입을 꾹 다물더니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게써여. 대신….”

       “대신?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보려무나.”

       “마지막으루 아르두 이모 레어 갈래여. 이모 잘 때까지 보구 시퍼.”

       

       아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드밀라를 바라보았다. 

       

       “…안 대여?”

       

       이드밀라는 그런 아르의 눈빛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되지. 왜 안 되겠니.”

       

       이드밀라가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내려다보았다. 

       

       “뭐 평생 안 볼 사이도 아니고, 깔끔하게 여기서 작별인사를 하려고 했다만…. 아르가 원한다면 같이 가야지. 여기 올라타려무나. 너희도 오고 싶으면 오고.”

       “당연히 가야죠.”

       “가겠습니다.”

       

       나와 실비아도 즉답했다. 

       

       우우웅.

       

       마법진 위에 올라타자, 눈앞의 풍경이 곧 바뀌었다. 

       

       이드밀라의 레어였다. 

       

       ‘처음 왔을 땐 긴장해서 그런가 잘 몰랐는데, 이렇게 오니까 확실히 공기부터 다르긴 다르구나.’

       

       숨을 깊이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폐부 깊숙이 신선하고 순도 높은 마나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아직 마나에 대한 감각이 뒤떨어지는 내가 느끼기에도 이 정도인데, 마나를 다루는 실력이 최상이고 최고의 효율로 흡수할 수 있을 이드밀라에게 이 환경은 그야말로 원기를 회복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환경일 터였다. 

       

       ‘역시 터가 중요하긴 중요하구만.’

       

       물론 자연 그대로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테고, 드래곤이 여길 레어로 만들면서 순도 높은 마나가 모이는 환경을 조성한 거겠지만….

       

       여튼 이런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며 회복을 한다면 생각보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레어가 괜히 레어겠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드밀라는 천천히 자신이 원래 잠들어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이모!”

       

       아르는 그런 이드밀라에게 뽈뽈 달려갔다. 

       

       “…안아 조요.”

       

       그리고 돌아보는 이드밀라에게 폴싹 안겼다. 

       

       이드밀라는 피식 웃으며 아르를 꼭 안아 주었다. 

       

       “그래, 그래. 안아 줘야지.”

       

       토닥, 토닥.

       

       이드밀라는 자신의 품으로 폭 파고든 아르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뀨웅….”

       

       아르는 이드밀라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찔끔 흘렸다. 

       

       하지만 곧 눈을 번쩍 뜨며 이드밀라에게 말했다. 

       

       “이모, 아르 꼭 더 멋진 모습으루 찾아오께여!”

       “언제든 찾아오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언제든 찾아와도 돼.”

       

       이드밀라는 아르를 내려 준 뒤, 아공간을 열어 웬 두루마리 뭉치를 꺼냈다. 

       

       아르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드밀라는 두루마리를 아르에게 내밀었다. 

       

       “내 레어의 좌표가 담겨 있는 매스 텔레포트 스크롤이란다. 언제 어디서든 이 스크롤 하나만 있으면 여기로 뿅 하고 나타날 수 있는 거지. 마력은 여기 다 담아 뒀으니 발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력만 흘려 보내면 돼.”

       “쀼우! 마력 엄청 들어 있는 거 느껴져여!”

       

       스크롤을 받아들자마자 아르의 눈이 커졌다. 

       

       “세 명까지는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을 거다. 신체를 접촉하고 있으면 같이 이동될 거야. 이모가 보고 싶으면 스크롤을 사용하렴.”

       “…정말루 보고 싶을 때마다 와도 대여?”

       

       조금은 철없는 대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르는 물었다. 

       

       “물론이지. 천 년 동안 잠들면서 지난 전쟁에서 입은 상처 자체는 거의 다 회복해서 이제 깊이 잠들지 않아도 되거든. 단순히 힘이 덜 돌아왔을 때 헤카르테 녀석과 싸웠던 게 문제였던 것이라, 자다 일어나서 명상도 하고 아르 생각도 할 거란다. 오히려 찾아오지 않으면 이모가 심심할걸.”

       

       그러자 아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알아써여! 구럼 종종 놀러 올게여!”

       “그래. 이모는 그럼 너희가 돌아갈 마법진 하나만 만들어 주고 자러 가야겠구나.”

       

       이드밀라는 바닥에 매스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려 넣은 뒤, 원래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하고 자신이 잠들어 있었던 곳으로 가 똬리를 틀었다. 

       

       우리는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똬리를 틀고 잠들 준비를 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럼 또 보자꾸나. 얘들아.”

       

       이드밀라는 그렇게 짧지만 애정이 담긴 인사를 남기고 잠에 들었다. 

       

       그 모습을 잠시 동안 바라보던 우리는 마법진을 통해 돌아왔다. 

       

       “…….”

       “…….”

       

       침묵이 감돌았다.

       

       호텔의 침실은 여전히 호화로웠고 침대는 푹신했지만, 형용할 수 없는 허전함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거실의 비어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푸하하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음식을 잡아 뜯던 이드밀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잘까?”

       

       그리고 꼬리가 축 처진 아르를 안아 들어 침대에 뉘였다. 

       

       “레온….”

       “응?”

       “불 꺼조.”

       

       그렇게 말하는 아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르야….”

       “훌쩍.”

       

       아까는 이드밀라 앞이라 최대한 울음을 참고 있었던 모양.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아르는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손을 뻗어 침대맡의 불을 껐다. 

       

       “삐유우우우….”

       

       토닥, 토닥.

       

       나는 품 안에서 우는 아르를 잠들 때까지 토닥여 주었다. 

       

       실비아도 조심스레 다가와 아르에게 온기를 더했다. 

       

       우리는 그렇게 오랜만에 셋이 붙은 채로 잠들었다. 

       

       오늘따라 넓은 침대가 더욱 넓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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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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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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