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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새로운 방송의 날이 밝았다.

       

        “반갑구나 아이들아.”

       

        – 용하

        – 용하용하

        – 라하!

        – 라하하!

        – 하이용

        – 안뇽하세요 할모니.

        –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내 방송을 찾아와 주었다.

        언제나처럼 시청자들과 인사를 한 후 말했다.

       

        “오늘은 어제 못다 한 노래 방송을 계속해볼까 생각했지만…….”

       

        – 노래?!

        – 오늘도 노래인가?

        – 그렇다면 드디어 로리송을…….

        – 페도 쳐 내!

        – ㅎㄷㄷ

        – ㅋㅋㅋㅋㅋ

        – 노래라니!

       

        “……아무래도 같은 주제로 연속해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좋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관뒀단다.”

       

        – 와아아ㅏㅏㅏ!!

        – 라그나! 라그나! 라그나! 라그나!

        – 사랑해요 눈나!!

        – 이예이!

        – 와!

        – 그럼 오늘 썰방송인가요?

        – 게임 방송?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미리 준비한 창을 띄웠다.

        오늘 진행할 주제 후보를 적어둔 창이다.

       

        “오늘 진행할 방송 주제를 3가지 정도 준비했단다. 투표를 시작할 터이니, 골라주면 되겠구나.”

       

        참고로 후보군은 다음과 같다.

       

        1. 호박 게임 방송

        2. 영상 도네이션 방송.

        3. 옛날이야기 방송.

       

        첫 번째 후보인 ‘호박 게임 방송’은 말 그대로 ‘호박 게임’이라는 게임을 진행하는 방송이다.

        요즘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임이라고 하는데, 같은 종류의 열매를 합성시켜 더 커다란 열매를 만들고, 최종적으로는 호박이라는 가장 커다란 열매를 합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하는 게임이라는데…….

       

        ‘사실상 퍼즐에 가깝구나.’

       

        사실 선행 학습을 겸해서 호박 게임을 하는 다른 방송인의 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게임의 방식을 익혔고, 그와 동시에 나의 뛰어난 두뇌는 순식간에 게임의 풀이 방식을 깨우치고 말았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이 게임을 한다면, 아마 첫 시도 만에 최고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만약에 첫 번째 후보가 뽑힌다면, 적당히 못 하는 척하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하겠지.

       

        두 번째 후보인 ‘영상 도네이션 방송’은 사실 오늘 아침에 추가한 후보였다.

        본래 도네이션 기능은 유료 기능이고, 당연히 유료 도네이션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익화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가능했다.

        그리고 내 방송은 저작권에서 자유롭기 위해 수익화가 비활성화되어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내 방송에서 사용 가능한 도네이션 기능은 ‘포인트’를 사용한 ‘무료 도네이션’ 기능뿐.

        이 ‘무료 도네이션’ 기능으로는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밖에 불가능하기에 본래라면 ‘영상 도네이션 방송’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내가 방송하고 있는 ‘다트 스트림’이라는 회사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부터 ‘포인트 도네이션’ 기능에 ‘영상 도네이션’ 기능도 추가가 되었다고 말이다.

       

        ‘이건…… 사실상 나를 겨냥해 추가한 기능이로군.’

       

        아무리 포장해봤자, 나를 의식해 추가한 기능이라는 것이 훤히 보였다.

        물론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번에 ‘다트 스트림’에서 실행한 이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었다면, 나는 이번 일을 부정적으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딱히 누군가가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다.

       

        어차피 ‘포인트 도네이션’ 기능은 방송인이 임의로 끄고 킬 수 있는 기능이고, 원하지 않는 방송인은 그냥 ‘포인트 도네이션’ 기능을 끄면 된다.

        오히려 ‘포인트 도네이션’ 기능을 활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돌아가게 된 셈이니 칭찬하면 했지, 나쁘게 볼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다면 써먹지 않을 이유가 없지.’

       

        마지막 후보인 ‘옛날이야기 방송’은 말 그대로 내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방송이다.

        본래라면 잡담 방송 때마다 조금씩 이야기하는 그림을 그리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내 방송의 메인 콘텐츠가 되어 버린 그 방송 말이다.

       

        ‘내 옛날이야기를 좋아해 주는 것은 좋지만…….’

       

        조금…… 으음…….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 든다.

       

        내가 그런 고민하는 사이에도 투표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세 개의 후보군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러는 사이에도 투표 시간은 천천히 줄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투표가 종료되고…… 결과는!!

       

        “음. 오늘은 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겠구나.”

       

        – 이예이이이이이!!

        – 아깝스.

        – 크….

        – 아! 영도 보내보고 싶었는데!

        – 옛날이야기? 오히려 좋아!

        – 영도는 나중을 기약해야겠네.

        – 와!!!

        –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른 후보를 선택한 이들이 아쉬움을 표했지만, 대체로 ‘뭘 하든 재미있을 것 같으니 상관없다!’의 반응이었다.

       

        ‘내가 어떤 방송을 하든 좋아해 주는 것은 좋은데…… 이러면 투표를 한 의미가 있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지워 버렸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줄꼬…….”

       

        – 지난번에 했던 스페이스 오페라!

        – 악신하고 맞짱 뜬 이야기요!

        – 뭐든 좋아용. 오호홍!

        – 우주선 이야기요!

        – 오크 이야기요!

        – 캡틴하고 공주님의 사랑 이야기!

        – 일상 이야기는 없었나요?

        – 뭔가…… 뭔가가 오고 있어!

        – 오크 이야기 들어 보고 싶어요!

        – 오오오오옹!

       

        채팅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각자의 요청을 채팅창에 올리고, 그만큼 수많은 감정들이 범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두 가지였다.

       

        “한쪽은 지난번에 해주었던 캡틴 골드의 용병선 이야기를 해달라는 이들이고, 다른 한쪽은 새로운 이야기를 해달라는 이들이로구나.”

       

        기존에 진행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느냐.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기존의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도 좋고,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좋겠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전부 이야기 할 예정이기도 하고 말이다.

       

        “흠…….”

       

        – 하던 이야기는 마저 다 듣고 새로운 이야기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새 이야기요!

        – 오늘은 새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 뒷이야기가 궁금해요!

        – 사랑해요!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이번에도 투표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오늘은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마.”

       

        – 와아ㅏㅏㅏㅏ!

        – 아깝스.

        – 까비.

        – ㅋㅋㅋㅋㅋㅋ

        – 아싸!

        – 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 아깝다.

        – ㅠㅠ

        – 까비

        – 이예이!

       

        “어디 보자.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좋으려나…….”

       

        수없이 많은 기억들을 들여다보고, 그중에서 인간들에게 해줄 만한 적당한 이야기를 고민해 본다.

        그러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인터넷을 열었을 때였다.

       

        “음?”

       

        [오크 더 월드! 사전 출시!]

       

        인터넷 홈페이지의 광고 배너에 뜬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오크. 오크라…….

       

        “그래. 그럼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주마.”

       

        나는 편한 자세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쿵! 쿵! 쿵!

       

        나는 대지를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지하 수백 미터 이상이나 파고들어 왔는데, 여기까지 소리가 닿다니?

       

        = 시끄럽구나.

       

        아무래도 이곳마저 층간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쓸데없이 성능이 좋은 감각이 원망스러워질 지경이다.

       

        = 어쩔 수 없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용금을 뽑아내어 발톱을 강화했다.

        단단한 금속을 구현하고, 발톱에 초진동을 일으키고, 그 상태로 땅을 파내기 시작한다.

       

        투두두두두두두두!!

       

        그렇게 오늘도 나는 땅을 팠다.

       

       

        *            *            *

       

       

        – ?

        – ?

        – ??

        – 왜 땅 파는 이야기만 나옴?

        – ?

        – 뭐임?

        – ?

        – ???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한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나는 점잖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이들아. 이제 막 이야기를 시작했지 않느냐. 재촉하지 말거라.”

       

        – 넹

        – 네

        – 알겠슘다.

        – 넹

        – ㅔ

        – ㅔ

        – 넹넹

       

       

        *            *            *

       

       

        정신없이 땅을 파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밖으로 나와 있었다.

        나는 절벽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뜨거운 햇빛이 비추는 하늘 아래로는 황량한 사막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황량한 사막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죽여라!

       

        신의 이름 아래!

       

        부우우우우~!

       

        피가 뜨거운 모래 위에 흩뿌려지고, 서로의 병장기가 서로의 목숨을 빼앗는다.

        양측의 진영에서는 계속해서 투지를 자극하는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서로를 표시하는 깃발이 휘날린다.

       

        그래.

        그것은 전쟁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죽고 죽이는…… 처절한 전쟁의 한 장면.

       

        한쪽은 갈색 피부를 가진 지성체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녹색 피부를 가진 지성체들이다.

        각각 자신들을 ‘코볼트’, ‘오크’라고 칭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용기와 명예를 부르짖으며 서로에게 냉병기를 휘두른다.

        이대로라면 어느 한쪽이 전멸하는 것으로 전쟁이 끝나겠으나…….

       

        쿠구구구구궁!!

       

        피, 피해라!

       

        젠장!

       

        그 순간 사막의 모래가 물결치더니, 그 안쪽에서 거대한 지렁이를 닮은 괴물이 솟구쳐 올랐다.

        단숨에 십여 명의 코볼트와 오크들을 먹어 치운 괴물의 거체가 다시 사막의 모래 속으로 들어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악!!

       

        도망쳐라!

       

        후퇴!

       

        쿠과과과광!!

       

        그야말로 난장판이라고 평할 수 있는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이다.

        내가 이 차원에 도착한 이후로 잠이 들지 못하는 이유.

        얕은 지하에서는 쉴 새 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놈들 때문에 잠에서 깨고, 깊은 지하에서는 저 지렁이를 닮은 거대한 괴물이 시끄럽게 해서 잠에서 깬다.

       

        = 잠 좀 자자…….

       

        지표면의 80%가 사막인 황량한 행성에서, 나는 슬프게 중얼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새로운 썰풀이!

    이번에는 ‘한국인_191’ 독자분께서 요청하신 오크 이야기 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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