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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올리비아는 협곡에 걸터앉은 채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상황이 골치아파졌다.

         

       [단서 #12의 주인은, 암주(暗主)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암주냐.’

         

       만약 저 밑에 있는 사람이 악마사냥꾼이나 다른 회귀자들 뿐이었다면, 올리비아는 미련 없이 목의 마경으로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암주가 있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제압하고 단서를 얻은 뒤라면 모를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결국 저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온 연쇄살인마가 물었다.

         

       “저 밑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연쇄살인마가 싱긋 웃었다.

       

       “왜 대답을 안해?”

         

       떠보는 듯한 말투였다. 올리비아는 연쇄살인마의 질문이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연쇄살인마의 출신지는 자유도시 마키나.

       그리고 암주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 또한 마키나였다.

       앙숙인 만큼, 검흔만으로도 저 밑에 있는 사람이 암주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모른다’ 라고 대답하던지,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맞아. 아는 사람이야.”

        “그래? 그러면 구하러 내려갈 생각이겠네? 하지만 나는 저 어두컴컴한 곳으로 내려갈 생각이…….”

        “잘 됐네. 어차피 널 데려갈 생각은 없었거든.”

         

       연쇄살인마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연쇄살인마가 움찔, 고개를 돌렸다. 그는 올리비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진짜?”

       “어. 너는 여기서 기다려.”

       “그건…….”

       “왜, 갑자기 싫어졌어?”

         

       연쇄살인마는 몰살회차에서 암주를 죽이지 못했다. 그 전에 ‘올리비아’에게 죽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마는 망설였다. 이대로라면 암주를 죽일 수도 있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낌새를 눈치챈 올리비아가 약하게 미소지었다.

         

       ‘슬슬 기어오를 때가 되기는 했지.’

         

       기강을 다질 필요성이 있었다.

         

       올리비아는 연쇄살인마의 턱을 붙잡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연쇄살인마가 눈을 크게 떴다.

         

       “너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연쇄살인마는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 대신 홀린 듯한 얼굴로 올리비아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일 마치고 올 때까지 기다린다. 두 번째, 나랑 같이 내려가는 대신, 내 말을 듣는다. 어느 쪽을 고를래?”

       “…….”

         

       연쇄살인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는 그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그제서야 눈동자에 빛이 돌아오는 연쇄살인마였다.

         

       “아, 음……아무래도 두 번째가 좋을 것 같아.”

       “잘 선택했어.”

         

       올리비아는 웃으며 연쇄살인마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연쇄살인마가 올리비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올리비아. 또 심장 박동이 이상해졌는데, 이것도…….”

        “부정맥이야.”

       

       눈치좀 챙겨라.

         

       올리비아는 혀를 차며 협곡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저 어두운 지하에서, 틈틈이 진동과 소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한참 떨어진 이곳까지 들릴 정도라면, 꽤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겠지.

         

       “지금 바로 내려갈거야?”

       “아니.”

       “방금은 구하러 내려갈거라면서.”

       “난 그렇게 말한 적 없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연쇄살인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

       “아는 사이라고 해서 다 친한건 아니잖아. 원수 사이도 따지고 보면 아는 사이인거지. 안 그래?”

       “…….”

         

       올리비아는 가만히 웃으며 답했다.

         

       “다 끝나고 조용해지면 내려갈거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

         

         

       “……정말이지 끝도 없이 몰려오는군.”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던 악마사냥꾼이 그렇게 한탄하며 다시 활대를 붙잡았다. 경갑은 그녀를 공허충들의 산성액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했다.

       

       반쯤 넝마나 다름 없어진 악마사냥꾼의 모습을 본 암주는 몸을 약간 숙이고는 업히라는 시늉을 했다.

         

       “업혀라.”

       “……미안하다.”

         

       악마사냥꾼이 엉거주춤 암주의 등에 업혔다. 지금은 민망하다고 거절할 상황이 아니었다.

         

       타다다다닥!

         

       악마사냥꾼을 업자마자 암주는 빠르게 도약을 해서 단숨에 군집 사이를 돌파했다. 그에게 달려드는 공허충들은 분신들에게 맡겼다.

         

       촤자자자자작!

         

       암주는 그림자를 갑각 내부로 침투시켜, 황소만큼 거대한 공허충들의 내부를 진탕시켰다.

         

       ‘악마들을 따라간다.’

         

       공허충들을 아무리 죽여봐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없다. 암주는 노선을 바꿔, 희미하게 느껴지는 악마들의 기척을 추적하기로 했다.

         

       [끄아아아악!]

         

       ‘저쪽이다.’

         

       암주의 몸이,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그림자로 변해갔다.

         

       “숨 참아라.”

       “갑자기 그게……!”

         

       그림자가 악마사냥꾼의 몸을 덮치듯이 감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림자로 변한 둘의 신형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갔다.

         

       벽에 새겨진 미세한 틈 사이를 그림자가 파고들었다. 암주는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해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척을 향해 움직였다.

         

       스르륵!

         

       어느새 거대한 공동에 도달한 암주가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손을 뗐다. 동시에 둘을 감싸고 있던 그림자도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암주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여기서 기척이 느껴졌었는데…….’

         

       공동 구석에는 마족들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당황한 암주가 마족들의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놈들의 피는 아직 따뜻했다.

         

       ‘대체 누가…….’

         

       누군가 먼저 들어왔나?

         

       그럴 리는 없었다. 앞서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면 그동안 그들을 가로막았던 경계병들이 그렇게 많았던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렇다는 뜻은.

         

       ‘같은 악마끼리 죽였다.’

         

       암주가 그런 결론을 내린 순간이었다.

         

       탁!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암주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네 개의 석상 아래, 누군가 즐겁다는 듯이 유유히 걸어나왔다. 온 몸에 피칠갑을 한 그는 암주도 아는 얼굴이었다.

         

       [흐음, 이거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군. 바포메트를 소멸시킨 놈을 끌어내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녀석들이 걸려들었으니 말이다.]

         

       악마들을 전부 죽인 것은 바로 아가레스의 짓이었다.

       아가레스는 진심으로 기쁘다는 얼굴이었다.

         

       [아니면, 정말로 너희들이 바포메트를 소멸시킨 장본인일 수도 있겠구나.]

       “…….”

         

       암주는 마른침을 삼켰다.

         

       다른 것은 몰라도, 뒷편에 세워진 석상들을 통해 마신교의 교주가 누구였는지는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 바포메트는 어떠했지? 강했는가? 혹시나 해서 말하건데, 같은 늑대라 하여 놈과 나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못 보던 사이에 꽤나 말이 많아졌군.”

         

       암주의 도발에 아가레스가 피식 웃었다.

         

       [기다려준 것 뿐이다. 상처입은 놈들을 사냥하는 취미는 없으니.]

         

       살기어린 시선과 마주한 악마사냥꾼의 눈빛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악마사냥꾼은 포션을 마셔 상처를 치료했다.

         

       [얼추 된 것 같구나. 그럼…….]

         

       고오오오오!

         

       아가레스를 중심으로 대량의 마기가 폭사되었다.

         

       [발버둥치다 죽어라. 벌레들아.]

         

       아가레스의 근육이 폭발적으로 부풀더니, 그들을 향해 쏘아졌다.

         

         

       *****

         

         

       올리비아와 연쇄살인마는 소음이 가라앉기 무섭게 협곡 최심부로 내려왔다. 올리비아는 공허충의 사체를 건드리려는 연쇄살인마를 막아세웠다.

         

       “잘못 만졌다간 손가락 녹는다.”

       “……너무 일찍 이야기해주는 거 아니야?”

       “보통 일반인들은 그런 걸 만져보려고 하지 않거든.”

       

       올리비아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이렇게 대놓고 대화를 하는데도, 근처에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침투’에 일가견이 있는 회귀자들답게, 주변에 있던 모든 악마들과 공허충들을 쓸어버리며 전진했던 모양이다.

         

       “이러다가 마주치면 어떡할 생각이야?”

        “안 마주쳐.”

         

       토의 마경의 입구는 모리아 협곡 방향에 있지만, 출구는 정반대쪽에 위치해 있다. 회귀자들이 마신교단의 본진을 헤집는데 성공하더라도, 출구로 빠져나가지 입구로 되돌아올리는 없었다.

         

       회귀자들이 토의 마경을 클리어해 열쇠를 얻을 가능성도 없었다.

         

       토의 마경의 보스는…….

         

       드드드드드……!

         

       지반이 크게 흔들렸다. 자연적인 떨림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부술때나 생기는 진동.

         

       파쇄음.

         

       이변을 눈치챈 연쇄살인마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쩌저저저저적.

         

       협곡 전체에 균열이 일고 있었다.

         

       ‘이건…….’

         

       지하에서, 진득한 마기가 피어올랐다. 이내 이 마기의 출처를 알아낸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아가레스.’

         

       암주와 악마사냥꾼이 지난 5년 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가레스는 위험하다.

         

       ‘상성이 너무 안좋아.’

         

       올리비아가 다급히 막힌 입구에 쌓인 돌들을 걷어내려는 순간.

         

       [선행 퀘스트(2)가 개방된지 1827일이 지났습니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걸 얻었던 직후에 기절한 탓에, 깨어나고 나서도 알림창을 제대로 확인해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었다.

         

       올리비아는 돌을 걷어내기를 멈추고 퀘스트를 읽어 내려갔다.

         

       +

         

       <선행 퀘스트(2) – 한 명도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

       – 분류 : 메인

       – 클리어 조건 : 마왕이 강림하기 전까지, 회귀자 15인 전원 생존 시.

       – 보상 : 무작위 회차의 기억 일부 각인, 선행퀘스트(3) 개방

       – 실패 시 : 사망

         

       +

         

       동시에 떠오르는 알림창.

         

       [회귀자, ‘암주’의 죽음이 목전에 놓였습니다.]

         

       “……젠장할.”

       

       시간이 없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김이얀님 13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n이군요!

    감사합니다! 컵라면 야무진걸로 사먹겠습니다!

    -노인정휠체어도둑님 9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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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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