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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이제 그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최나경은 손을 깍지 낀 채로 탁자 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선 머그잔 하나가 김을 모락모락 내뿜고 있었다. 탄 지 얼마 되지 않은 차였다.

        

       사실 차가 전부 식을 때까지 길게 이야기를 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차를 막 내왔을 때 이렇게 본론으로 들어간 적도 없었다.

        

       “무슨 일을 그만하라는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최나경은 그렇게 말하며, 찻잔 손잡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따뜻하게 데워진 머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씁쓸한 차 향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너무 뜨거운 물로 탔는지 조금 떫었다.

        

       하지만 상대는 찻잔에 손을 댈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이미 이미지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상대는 최나경의 질문에서 은근히 비껴간 대답을 내놓았다.

        

       ……이 자는 예인수 생전에는 예인수 편에 있던 사람이었다.

        

       아니, 사실 지금도 이사진 대부분은 예인수 편이었다. 그의 조부 시절에 세워져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그룹이다. 주변에 그 집안의 사람들이 없는 쪽이 더 이상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 최나경은 ‘예 씨 가족’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럴 만 했다. 피를 이은 것도 아니고, 피를 이어준 것도 아니다. 그저 전처의 부탁으로 후처로 들어온, 이질적인 외지인일 뿐이었다.

        

       이사진에는 예인수의 오랜 친구도 있었고, 그 친척도 있었다. 형제나 자매가 없는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그랬다면 최나경이 이 위치에 있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이미지가 좋지 않아도, 저희 회사 같은 다른 회사도 없죠.”

        

       최나경은 그렇게 말하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말 그대로였다.

        

       유진 그룹 내의 다른 회사라면 몰라도,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인 유진 전자는 또 다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의 명운은 순전히 자본에 달려있다.

        

       물론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지시하는 것을 모두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그 ‘자본’에서 나오니까.

        

       다른 회사에서는 따라오기 힘든 성능의 CPU를 제작하고, 남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간결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고, 그렇게 나온 제품을 확실하게 팔릴 수 있도록 유명인과 협업하여 마케팅하는 것.

        

       이 모든 과정에 필요한 것이 바로 ‘돈’이었다.

        

       그리고 유진 그룹은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통틀어도 자본으로는 비교할 수 있는 회사가 몇 되지 않는 거대한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은 고작 ‘이미지’ 때문에 순식간에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를 잘못해서 망할 수는 있어도.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가 그게 아닐 텐데요.”

        

       그리고 당신이 하는 이야기는 방금 제가 하고 있던 이야기와도 달랐죠.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최나경은 그래도 몇 년 동안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배울 수 있었으니까.

        

       “운영 대부분은 이사진에게 맡겼잖아요. 그 사건 이후로 제가 이 회사를 직접 지휘한 적이 있나요? 당신들이 만들어 둔 프레젠테이션만 들고 가서 발표만 했을 뿐이죠.”

        

       실제로 ‘최나경’ 개인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나쁘지 않았다.

        

       돌고 있는 소문은 ‘내부’에서 도는 소문이다. 상류층을 벗어나 돌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간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 유진 그룹이 직접 나서서 찾을 테니까.

        

       특허권 관련된 사건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상당 부분 잊혀졌다. 게다가 일단 소송은 회사 대 회사였다. 최나경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밀어붙이기는 했어도, 결국 최나경 개인의 이미지보다는 회사 자체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중에게 최나경은 꽤 ‘괜찮게’ 비추어지는 사람이었다.

        

       다른 회사의 인물들보다 비교적 젊고, 확실하게 아름다운 사람.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능하게 회사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

        

       소위 ‘흐름’에 맞는 사람이었다는 말이었다.

        

       그룹 내에서도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프레젠테이션은 화려하고 보기 좋다. 그런 프레젠테이션을, 회사의 회장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발표한다.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구설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후처라는 것, 그리고 그 이유로 회장이 되었다는 것. 그렇기에 그 자리를 노리고 갔다는 것…… 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으나.

        

       최나경은 그런 소문이 들릴 때마다 코웃음을 쳤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돈이 아니었으니까.

        

       돈은 그저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회장님의 이미지가 망가지면, 그 발표의 이미지도 전부 망가집니다.”

        

       “…….”

        

       연예인이 입방아에 올라 몰락하면, 그 연예인과 관련된 물품들도 다 같이 불매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흔하다. 상품 파괴 인증을 하거나, 광고주들은 모두 계약을 해지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린다.

        

       만약 회장이 그렇다면……

        

       뭐, 그렇게 큰일은 없을지도.

        

       최악의 경우 회장이 감옥에 다녀온다고 해도, 이미 시장을 지배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회사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뉴스에서 몇 번이고 떠들어도 결국 살 사람들은 다 사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런 것도 ‘죄의 종류’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회장님, 마지막으로 사라를 보러 가셨던 적이 언제입니까?”

        

       “…….”

        

       한 달 정도 지났나.

        

       “그런 건 왜 물어보시죠? 집안일에는 신경 쓰지 않으시겠다고 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가 사라에게 말을 걸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라를 보호했던 최나경이었다.

        

       아니, 이 사람 뿐만이 아니라, 사라의 일부를 노리고 접근하는 모든 이들은 최나경의 잠재적인 적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판단하고 움직였다.

        

       “그렇습니다. 신경 끄고 살기로 했었죠. 회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저희는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저 회사의 후계자를 무사히 키울 ‘안사람’ 취급이었으면서.

        

       하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아까도 그랬듯, 그녀는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으니까.

        

       ……그리고, 사실 실제로 예인수가 그녀를 두 번째 아내로 들인 이유가 그것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한 적이 없었다.

        

       예인수는 그저 딸의 어머니가 될 사람을 원했고, 최나경은 사라의, ……가 되기를 원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최근에 저희가 도저히 무시하지 못할만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뒷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뒷조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정보를 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정보를 보내고 있다고 하는 쪽이 좋겠죠.”

        

       그는 그렇게 말하고, 서류 봉투를 건넸다.

        

       그렇게 두꺼운 봉투는 아니었다. 봉인되어있지도 않았고.

        

       다만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다는 것이 영 꺼림직했다.

        

       “…….”

        

       최나경은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곳에 들어있는 것은, 사진이었다.

        

       매일 매일 같은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찍은 사진.

        

       그런 사진들이 A4용지 몇 장에 걸쳐서 촘촘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모든 사진은 저택 정문을 겨냥하고 있었다. 사라가 등교하는 사진.

        

       ……집 안에 친구를 들이고, 친구들과 함께 나오는 사진.

        

       “……이게 어떻다는 거죠?”

        

       최나경은 동요를 최대한 숨겨보려고 노력하며 책상 위에 서류 봉투를 툭 던지듯 내려놓으며 물었다.

        

       이런 사진을 저자가 가지고 있다는 것에 동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사라가 자기 친구들과 아예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에 동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돈만 들어있는 저 사람은, 아마 이 동요를 반대로 해석하겠지.

        

       “그래봐야 사진일 뿐이잖아요.”

        

       “그 사진에, 회장님이 찍힌 것은 고작 네 번뿐이었습니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를 생각하면 두 번 방문하셨던 것 같습니다만…….”

        

       그는 보란 듯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회장님, 혹시 사라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

        

       아.

        

       그래, 이 사람은 이런 말을 하고 싶었구나.

        

       “……이 사진은 누구한테서 나온 건가요?”

        

       “말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사람에게도 고소를 걸어서 다시는 이런 사진을 못 찍게 만드실 생각입니까? 회장님, 그런 방법은 너무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법입니다. 그리고, 상대를 언제나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

        

       “그리고, 저희도 모릅니다. 저희는 이런 것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불법적인’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그저 이 정보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지.

        

       “……이 사진들 사이사이에 빈 시간이 있잖아요.”

        

       결국, 최나경은 그런 궁색한 변명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시간에 방문하셨다는 뜻입니까?”

        

       “……네.”

        

       “그렇습니까.”

        

       별로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믿기로 한 것 같기도 했다.

        

       믿지 않는 편 보다는, 믿는 쪽이 더 ‘돈’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겠지.

        

       “그렇다면, 언제 한 번 사라를 데리고 회사에 와 주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모두와 오해도 풀고, 사라에게 회사 내부 구경도 시켜줄 겸. 언젠가 사라도 여기서 일하게 될 테니까요.”

        

       “…….”

        

       최나경은, 대답 없이 다시 찻잔을 들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YYY님, 후원감사합니다!

    언제나 저를 기다려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든든한 응원 덕분에 오늘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작가라는 직업을 이렇게 이룰 수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매일같이 꿈을 계속 이루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꾸준히 글을 써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전에도 글을 쓰려고 해 본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 글을 끝까지 완성해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쓰고, 그 글에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전작을 완성하고, 이렇게 지금도 글을 써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는 이렇게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저의 꿈을 이루어주신 여러분을 위해 꾸준히 글을 써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밧카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생겼을 때만 하더라도 무료로 쓰기에 그만큼 읽어주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유료 소설을 쓰시 시작한 후로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만약 제가 혼자서 글을 썼다면, 분명 여기까지 쓰지도 못했을 겁니다. 저의 글을 읽어줄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이걸로 돈을 벌거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노벨피아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미 독자 여러분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저의 글을 읽어주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을 지표로 직접 알 수 있으니까요.

    그 모든 지표와, 댓글을 달아주시고 추천을 눌러주시는 분들과, 후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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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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