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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본래 나는 간판을 붙이고 화산의 이름을 이으면 화산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다.

       

       허나 따로 가르침을 주었을 때 하린의 아버지가 말을 하길 그건 무림의 NPC들의 방식이고 유저는 직접 가서 문파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해야 시스템 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소리에 난 그의 말대로 문파를 설립하기 위해 한중에 찾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문파를 만드는 데 뭐 그리 복잡한 게 있겠냐는 생각을 했다. 문파의 명과 문주가 누가 될지 정도만 기입하면 된다 생각을 했지.

       

       “그으러니까… 옛 화산파의 부지를 그대로 쓸 생각이다마는.”

       

       그건 내 성대한 착각이었다. 유저 문파를 등록하는 데에는 필요한 조건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지의 소유권이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님에게 있나요?”

       “소유권?”

       “잠시만요.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화산문주를 쓰러트리면서 소유권이 넘어왔네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유권이 생겨 있었구나. 지난 번 귀찮다고 넘겨버린 메시지 속에 끼어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만약 그 곳의 소유권이 없었다면 기껏 공을 들여 재건해놓고 다른 이에게 넘겨줘야 할 수도 있었거늘.

       

       슬슬 진짜로 메시지를 확인해 볼 날이 온 것 같군. 이런 식으로 놓친 정보가 한 둘이 아닐 것 같으니 말이야.

       

       “그리고 또…”

       

       한중에서 유저 문파 설립을 담당하는 이 접수원은 무림의 사람보다는 게임의 NPC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였다.

       

       여러 시스템을 쓰기를 망설이지 않고 유저들이나 알아들을 법한 말을 쓰는 이 처자는 얼핏 보면 유저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리 보고 있으니 여기가 내가 살던 곳과 한없이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게 느껴지는구나.

       

       “여기에 문파 창설을 함께할 분들의 이름을 적어 주세요.”

       

       종이를 받은 나는 화산의 문파원이 될 이들을 정하고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정해두지 않고 왔다면 여기에서 한참 동안 골머리를 앓아야 했을 터이니.

       

       이전에 화산의 시험을 칠 당시 내가 중점적으로 보았던 것은 그 자가 화산의 무공이 어울리는 사람인가에 대해서였다.

       

       무공에도 성향이라는 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사용하는 천마신공의 사용자는 어느 정도 오만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공의 본래 모습을 이끌어 내기 어렵지.

       

       남궁의 무공을 배운 자에겐 완벽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섬세히 조절하지 않으면 남궁의 모든 것을 보일 수 없으니.

       

       그리고 화산의 무공을 다루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교활함이다.

       

       이전에도 말한 것이지만 화산의 무공에 근간이 되는 것은 기와 험이다.

       

       이 둘 중 한 가지만 있는 경우도 있다만 화산에 존재하는 상승의 무공은 이 둘이 뒤섞여 있는 게 대부분이다.

       

       때문에 화산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선 기와 험 둘 다를 충분히 다를 줄 알아야 하지.

       

       이 두 개를 적절히 조화시켜 사용하려면 반드시 교활함이 필요하고.

       

       그를 기준으로 해서 시탐견과 의견을 나누어 사람을 뽑으니 딱 열 사람이 되더군.

       

       그래서 그들에게 내 특별히 옆에 두고 갈구고 싶은 이가 하나 있어 한 사람을 더해 열 하나로 문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지.

       

       미리 정해둔 이들의 이름을 적어서 건네주자 접수원이 종이를 보며 시스템 창을 툭툭 건드렸다.

       

       “무얼 하는가?”

       “이 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문파에 들어올 의향을 묻고 있습니다. 다섯 이상이 동의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어. 음? 지금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곤란하게 되었구나.

       

       내 내일이 되어서 따로 메시지를 보낼 생각이었다만 이래서야 미리 알게 되지 않나.

       

       절차상 필요한 일이라는 데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흐음.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합격했다는 메시지를 전해야겠군.

       

       저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하려 시스템 창을 키자마자 한 사람에게서 답장이 날아들었다.

       

       설아였다.

       

       접수원이 메시지를 보내고 채 30초가 안 된 것 같다만 이 길디 긴 문장은 무엇인가.

       

       내가 메시지를 보낼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그 뒤를 잇듯 수십 초의 간격으로 내가 화산의 일원으로 이름을 적은 이들에게서 메시지가 돌아왔다.

       

       내가 따로 합격했다는 말을 전할 필요도 없겠군. 그냥 내일 몇 시까지 모이라는 소리만 전하면 충분하겠어.

       

       “다섯 이상의 동의가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입니다. 문파 건립을 위한 기금을 전달해주시겠습니까?”

       “얼마지?”

       “대략…”

       

       접수원에게서 설립을 위한 금액을 전해들은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거금을 어디에서 준비한단 말인가.

       

       아니 준비하려면 준비할 수는 있지.

       

       산적채 몇 개를 털거나 사파 쪽 녀석들에게 돈을 갈취하면 그만이니까.

       

       그렇지만 당장은 무리다.

       

       지금 나는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신세다.

       

       어쩔 수 없구나. 다음에 다시 오는 수밖에.

       

       당장에 문파를 설립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

       

       내가 곤란한 얼굴을 짓고 있으니 접수원이 웃음을 지으며 슬쩍 말을 꺼냈다.

       

       “돈이 없으시다면 저희 측에서 잠시 돈을 빌려드릴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되는가?”

       “네! 마침 이번에 상품이 새로 생겨서요. 이게…”

       

       대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접수원의 말이 활발해졌다. 이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장사치들이 하는 말이 다 그렇다만 한 귀로 흘리며 듣다 보면 그럴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허나 나는 안다. 이럴 때에 홀리면 안 된다는 것을.

       

       들었을 때에 퍽 그럴듯한 말일수록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 때 이런 말로 사기 비스무리 한 걸 치던 입장인지라 모를 수가 없지.

       

       확인을 위해 접수원이 하는 말을 들으며 하린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얼마 안 가 답장이 돌아왔다.

       

       <그거 하지 마세요. 이자도 쓸데없이 비싼데다 디메리트가 한 두 개가 아니에요. 정 돈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드릴게요.>

       <아뇨. 그럴 필요 없는데요.>

       <이미 보내드렸어요. 안 갚으셔도 돼요.>

       

       답장과 함께 시스템의 우편으로 돈이 들어왔다.

       

       문파 설립을 위한 거금과 동일한 금액이었다.

       

       이런 거금을 선뜻 내줄 정도라니. 하린 그대는 이 세상 속에서 상당한 부자인가 보구나.

       

       그 금액을 본 나는 이대로 돌려줄까 생각을 하다가 일단 문파 설립을 하고 나중에 차차 갚자고 생각했다.

       

       기껏 준 돈인데 쓰지 않으면 저 쪽도 서운해 할 것 아닌가.

       

       “설명해줘서 고맙다만 내가 착각했군. 내게 돈이 있었다.”

       “…네? 그런가요? 잘 된 일이네요.”

       

       잘 되었다고 말을 하는 접수원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침울해져 있었다.

       

       유저에게 대출을 시키는 게 그대의 의무라도 되는 것이냐?

       

       문파 설립을 끝마치고 바깥으로 나오자 또 다시 메시지 창이 여러 개가 떠올랐다.

       

       평소처럼 내려 버릴까 하다 그랬다간 다시 확인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메시지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축하드립니다! 문파를 설립하셨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문주로서 문파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문파 메뉴가 열렸습니다. 안에 있는 여러 기능을 확인해 주세요!]

       

       [한 문파를 이끄는 문주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더욱 더 드높아 집니다!]

       

       [퀘스트 클리어 : 화산 재건]

       

       [화산은 명예롭지 못한 방식으로 무너져 내렸지만 그 유지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화산은 타락한 화산의 끝을 고한 이의 손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화산이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그 날까지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보상 : 화산의 무공 비급서 중 하나]

       

       창을 확인하기 무섭게 허공에서 서책 하나가 떨어졌다.

       

       맨 앞에 적힌 글귀를 보니 이는 육합검법의 비급서인 듯 했다.

       

       화산의 무공 중에서 그리 뛰어난 축은 아니지만 뭐 어떤가.

       

       지금 텅텅 비어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서고에 넣을 게 생겼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한민준이 참으로 좋아하겠구나.

       

       *

       

       화령이 화산을 설립한 다음 날 시유검은 화령이 부른 시간보다 훨씬 일찍 화룡무인에 접속했다.

       

       화산에 들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나가겠다고?”

       “네.”

       “화령이 만든 화산에 들어가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시유검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저 무림맹의 맹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시유검. 꼭 이래야겠어? 간부씩이나 되는 네가 화산에 들어가겠다고 나가버리면 내 체면은 어떻게 되냐.”

       

       글쎄요. 신경도 안 쓸 것 같은데.

       

       그야 이거 게임이잖아요. 누가 들어오건 말건 사람들이 크게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시유검은 그리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맹주가 길길이 성을 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야. 내가 잘 해줄게. 이번에 환단 들어온 거 있거든. 그것도.”

       “죄송합니다. 이미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하. 진짜. 그놈의 화령. 화령. 걔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걔 하나가 주는 이득이 무림맹이 주는 이득보다 더 클 것 같아?!”

       

       맹주는 점점 거세게 말을 하다가 이내 책상을 내리치며 방이 울리도록 쩌렁쩌렁 고함을 쳤다.

       

       “아피스에선 걔 혼자만 강하면 충분했지만 여긴 아냐! 여긴 화룡무인이라고! 알아들어?! 여기서 화령은 강한 개인에 불과해! 아피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날 발라먹을 수 없다고!”

       

       지난 날 아피스의 기캐릭터 장인들이 모여 대전을 벌였을 때 맹주는 자신의 컨셉에 맞게 화령을 쓰러트리고 말겠다 외치고 다녔다.

       

       허나 결과는 참혹했다.

       

       그는 대회에서 화령을 만나지도 못하고 나가 떨어져 버렸다.

       

       거기에 더해 이후에 있었던 13대 1의 대전에서도 맹주는 화령에게 공격다운 공격 한 번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걸로 끝났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상대해보지도 못한 거니까 화령이 어떤 존재인지를 몸소 겪을 일조차 없었지.

       

       허나 그 후에 있었던 13대 1의 대전이 문제였다.

       

       그 때 선수 중 하나로 뽑힌 맹주는 화령에게 공격다운 공격 한 번 성공시키지 못했다.

       

       되래 화령의 공격 한 번에 저 멀리로 날아갔을 뿐.

       

       그 대련이 끝난 후에 화령은 맹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대가 사용하는 무공과 그대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무공을 찾는 걸 추천하지.’

       

       그 말은. 자신보다 한 없이 높은 경지에 있을 사람이 꺼낸 그 말은 자신의 무공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던 맹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일이 있은 후 맹주는 화령에 대한 일이라면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화령의 안티팬이 되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리라.

       

       그녀가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화령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유저 무림맹에서 검선의 제자가 되기 위해 전력을 쏟아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절반은 실리적인 이유였지만 다른 절반은 화령이 하는데 우리가 못하겠냐는 맹주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화령이 개인으로써 강하다면 자신은 집단으로써 강하다는 걸 보이겠다 고집을 부린 것이다.

         

       검선의 제자를 배출하겠다는 계획이 처참한 실패로 끝난 지금도 맹주는 여전히 화령에 대해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랬기에 화령의 아래로 가겠다는 시유검의 말을 도저히 웃어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시유검이 보기에 맹주의 행동은 그저 추악한 질투처럼 보일 따름이었다.

       

       “그래도 갈 거냐?”

       “그럴 겁니다.”

       “하나만 알아둬. 난 화령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반드시 걔가 지은 화산을 부수러 갈 거야. 그 때 가서 후회하지 마.”

       “마음대로 하시죠.”

       

       화산을 부숴? 화령을 이겨?

       

       그게 되겠습니까. 맹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묵히고 계신다면 언젠가는 오시겠군요! 기다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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