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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쓰으읍… 방금은 목소리 톤이 조금 별로였던 것 같은데.”

         

         

       방금 자신의 연기에서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스스로 피드백을 시작하는 서은우.

         

       설소영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저 계속 지켜보았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정확하게는 서은우의 연기에 딱히 간섭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

         

       그리고 그녀가 왜 그랬는지에 관한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서은우는 현재 자신의 연기 실력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잘 모른다.

         

       그저 곁에서 연기를 계속 지켜본 설소영의 말로 어느 정도 자신이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정도.

         

       물론 그것마저도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의 배역을 연기해야만 한다는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설소영은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서은우는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든 연기를 할 때 어색한 느낌이 들어야만 정상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설소영은 처음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그러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아마 완벽하게 자신이 연기할 배역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애초에 그가 연습한 배역은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인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가 옆에서 조언이나 훈수를 두는 것보단,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배역의 이미지를 한번 떠올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연기를 하는 쪽이 지금의 서은우에겐 훨씬 어울린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기본기가 아닌, 오로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꼼수였기에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그렇기에 설소영은 그에게 물었다.

         

       자신이나 박하준 같은 연기를 하고 싶냐고.

         

       만약 그렇다면 시간을 들여 기본기를 익히고, 감정선을 다루는 방법을 익히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그것을 그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927 작가… 아니, 서은우라는 사람은 연기보단 대본을 적는 것을 몇십 배는 더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연습할 때랑 대본을 적을 때의 표정만 봐도 대충 그것을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설소영은 오직 서은우만의 연기로도 작품을 촬영하는 데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네가 없는 여름’은 자신과 함께 합을 맞추는 씬이 제법 많다.

         

       거기서 자신이 있는 힘껏 리드를 해준다면 그가 만족할 만한 장면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겠지.

         

       그래도 촬영을 할 때는 연습과는 비교적 생소한 환경에서 연기를 해야 하니 분명 실수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키스 씬이랑, 음… 키스 씬이라던가, 아니면 그냥 키스 씬?

         

       다만, 설소영의 이런 사심과는 다르게 ‘네가 없는 여름’이라는 영화에서는 딱히 그럴 기회가 많이 없을 것 같았다.

         

       솔직히 연습 단계에서 ‘네가 없는 여름’의 남주인공인 강하늘 역을 서은우가 연기했을 때 천하의 설소영조차도 많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선보인 연기와 감정선의 깊이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마치 그러한 경험과 감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봤다는 듯이.

         

       ……알고 있다.

         

       지금 눈앞에서 서은우가 보여주고 있는 깊은 슬픔과 허무함,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자신이 아닌 오로지 이다혜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날 스토커 사건의 최악의 결과를 떠올렸을 것이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네가 없는 여름’이라는 대본을 만들었겠지.

         

       그렇다면 현재 그의 머릿속에서 이다혜라는 사람이 얼마나 깊게 각인되어 있을까?

         

       항상 밝게 빛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고 가정한다면 그 허무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설소영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진실이 하나 있었다.

         

       그의 저런 어두운 감정들을 만든 것이 이다혜라면, 그 어두운 감정을 해소해 주는 사람이 아마 자신일 거라는 것을…….

         

       설소영은 대본의 마지막 씬을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의 그에게 그 정도의 짙은 감정선을 다루는 능력까지 더해진다면 결과는 뻔했다.

         

         

       “…….”

         

         

       설소영은 서은우의 연기가 모두 끝나고, 곧바로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방 안에 있던 모두가 그의 연기를 보고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 작가님의 연기 실력을 자랑하고 싶어서 저희를 부른 건가요?”

       “예?”

         

         

       그리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중앙에 앉아 있던 유연정이었다.

         

       유연정이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말하자 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아니면 소영 씨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죠.”

       “아니거든요?”

       “오, 그럼 이 부분을 해명해주시죠. 방금 대본을 보니까 키스 씬도 있는 것 같던데 이거 사심이 너무 들어간 거 아닙니까?”

       “…….”

         

         

       서은우는 침묵했다.

         

       이 어지러운 대화가 오가는 방안을 뭔가 빨리 나가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

         

         

         

       내 연기 실력에 대한 검증이 끝나고, 내가 남주인공 역을 맡는 것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렇게 잠깐의 해프닝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회의실.

         

         

       “이제 하다 하다 연기까지 잘하시면 배우들은 뭐 먹고 삽니까?”

         

         

       박용오 국장님이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쓰으읍…….

         

       처음에는 박용오 국장님을 포함해서 다들 나를 조금 의심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끝나고 나니 바로 태세 전환을 해버리네.

         

       물론 이해는 한다.

         

       나 같아도 작가가 뭔 연기까지 하냐? 라는 느낌으로 하나만 잘하라고 말했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세요.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거 두 번은 못하겠습니다.”

       “하하. 겸손하시군요.”

         

         

       저쪽은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나는 진심이다.

         

       연기라는 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은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로도가 많이 소모되는 것 같다.

         

       근데 여기서 내 잘못으로 NG까지 추가된다?

         

       오우… 갑자기 옆에 앉아 있는 설소영이 조금 존경스러워지네.

         

       얘는 도대체 어떻게 2년 전에 있었던 무한 NG 사태를 당당히 이겨낸 것일까?

         

       호기심에 머릿속에 떠오른 그대로 물어봤는데 설소영의 답변은 이랬다.

         

         

       “사랑의 힘?”

         

         

       어… 음.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주인공들의 자리는 결정되었으니 이제 조연들의 차례군요.”

         

         

       나 PD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번 작품에서 출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보통 드라마의 전개방식에는 주변 인물을 많이 등장시켜 그들의 에피소드를 단편적, 순차적으로 교차시키며 어느 때 봐도 금방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즉,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정교한 배치나 리듬보다는 자잘한 에피소드와 일상으로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동화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앞서 설명했듯이 정교하게 인물을 배치하고 짧은 시간 동안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럼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든다.

         

       잠시도 눈을 돌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 영화에서 굳이 조연들을 많이 출연시켜 극의 긴장감을 끊을 필요가 있는가?

         

       대답은 당연히 NO다.

         

       그렇기에 캐스팅할 배역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어차피 이런 부분은 전문가시잖아요?”

       “그 말은 저희 보고 알아서 잘 캐스팅해달라는 거군요. 거기에다가 영화 느낌에 잘 맞는 배우들로 만요.”

       “음. 역시 척하면 척이네요. 결론은 가능한 거죠?”

       “예… 뭐. 어차피 주연 자리가 이미 결정된 마당인데 5일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내 물음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나 PD님.

         

       원래 주연 자리의 캐스팅 단계가 가장 오래 걸리는 법이다.

         

       그야 어떤 작품의 간판 인물이 되는 역할이니까.

         

       그래서 보통 신인 배우를 안 쓰고 화제성이나 인기, 아니면 연기 실력이 정평이 나 있는 배우를 쓴다.

         

       나랑 설소영 정도면 화제성이나 인기 쪽은 전혀 문제없겠지.

         

         

       “그럼 이제 촬영 장소 얘기나 한번 해볼까요?”

         

         

       ‘네가 없는 여름’의 주 배경은 일단 학교다.

         

       그 외에 여행을 떠나는 씬이 있어 주연 인물들끼리 제주도를 가긴 하지만, 보통은 학교가 주 배경이다.

         

       조금 당연한 소리지만,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은 대부분 세트장이 아닌 진짜 학교에서 촬영한다.

         

       그야 어차피 주말이면 학교에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심지어 학교 측에선 학교 홍보도 해주는 효과가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우선 한빛예고가 되는지부터 알아봐야겠네요.”

         

         

       이왕이면 나는 한빛예술고등학교에서 촬영을 하고 싶었다.

         

       나름 다양한 인물들과 인연을 쌓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 학교의 구조나 외형으로만 따지고 봐도 상당히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선 한빛예고의 이사장인 송하율의 협조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다음날 점심시간, 나 PD님이 계약서와 함께 한빛예고의 이사장실을 방문하셨다.

         

       물론 대충 어떤 흐름의 대화로 이어질지 궁금했기에 나도 동행하긴 했다.

         

         

       “저희 측에선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긴 하군요.”

         

         

       이 학교를 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에 상당히 흡족한 미소를 짓는 송하율 이사장.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쪽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작은 변수가 하나 생겼다.

         

         

       “서은우 학생… 아니, 지금은 927 작가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혹시 이번 작품에 저희 학교의 학생을 쓸 생각은 전혀 없는 겁니까?”

       

         

       송하율 이사장이 갑자기 나를 쳐다보더니 불현듯 그런 말을 해왔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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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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