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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4

   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눈이 내리는 하덴하르츠의 영지.

   그곳에서는 때아닌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계 침식자가 영지에 침입했다는 것부터.

   제국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기 싸움을 한 것까지.

     

   지난 몇 주간 그들은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젠장, 일이 왜 이렇게 된 거냐.”

     

   하덴하르츠의 가주 대행인 멜리오칸 하덴하르츠는 얼굴을 감싼 채 침음을 내뱉었다.

     

   제국과의 씨름은 일단 한시름 놓았다.

   그도 그럴 게 왕가에서 직접 나서서 무마시켜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국과의 씨름이야 종종 있는 일.

   진짜 문제는 그 뒤에 있었다.

     

   세계 침식자는 전 세계에서 심각하게 다루는 문제다.

     

   당연히 왕가에서도 수색조를 파견했고, 그 수색조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호화 인력이었다.

     

   왜냐하면 무려 발하임의 부가주이자 천하십강 중 한 명.

     

   검왕 라이 발하임이 직접 방문했기 때문이다.

     

   같은 천하십강인 독왕이 상처를 입었으니 스타론 쪽에서도 크게 움직인 것이다.

     

   “그것만이었다면 든든하기 그지없으니 좋았겠건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라슈 쪽에서 대뜸 온 임무 요청.

   처음에는 약혼자의 가문이 위험에 처했다 하여 도움을 주고 싶어 임무 요청했다는 기특한 말이었다.

     

   하덴하르츠의 직계 중 라헬른 아카데미를 간 이는 없다.

   그러니 라헬른 아카데미의 구조는 몰랐던 그들은 선뜻 임무를 넣어 주려 했다.

     

   하지만 하덴하르츠에서 임무를 내리기도 전에 왕가에서 먼저 개입해 임무를 내렸다.

     

   문제는 샬롯의 단인 사자단이 참가했다는 거다.

     

   발하임에서 태어난 세기의 천재 샬롯 발하임.

   차기 발하임의 가주 자리를 논할 때 늘 나오는 그녀가 하덴하르츠에 온다고 한다.

     

   당연히 하덴하르츠는 머리가 아팠다.

     

   발하임의 부가주인 검왕은 실력이 천하십강으로 증명됐으니 괜찮다.

   하지만 샬롯은 천재라 해도 아직 어린 게 현실이다.

     

   혹여나 세계 침식자 일로 하덴하츠에서 그녀가 잘못되는 순간 그 책임은 자신들이 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문제는 아직 끊이지를 않았다.

     

   ‘어째서 황녀가 발하임의 직계가 만든 단에 소속되어 있는 거냐고.’

     

   사자단에 소속된 이는 다름 아닌 제국의 4황녀인 시즐리 에파니아.

     

   당연히 단의 일원인 그녀 또한 하덴하르츠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때아닌 거물급 인물들의 등장에 멜리오칸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왔다.

     

   황위 계승권은 없다곤 하나 제국의 황녀가 스타론을 방문하는 상황.

     

   당연히 스타론 또한 그에 맞춰 격식을 차려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등장한 것이 다름 아닌 스타론의 1왕자 힐나이더 스타론이였다.

   그가 직접 4황녀를 맞이해 인사를 나누겠다며 하덴하르츠에 방문하러 온 것이다.

     

   그 결과 가주인 더글라칸 하덴하르츠는 지금 부리나케 그를 맞이하러 갔다.

     

   “하덴하르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려는 건가.”

     

   멜리오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왜인지 배가 아프다.

   살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러는 순간 바깥에서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더냐.”

   “제니카야.”

     

   여동생의 등장에 멜리오칸은 한숨과 함께 들어오라고 전했다.

   그러자 문을 열고 들어온 제니카는 왜인지 편지 한 장을 들고 있었다.

     

   “비앙카한테 편지가 왔어. 하덴하르츠에는 오지 않겠다는데?”

   “뭐라고?”

     

   제니카의 대답을 들은 멜리오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멜리오칸은 크라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비앙카를 호출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발하임과 스타론 왕가에게 비앙카와 크라슈의 약혼 사실을 확고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이 잘 지내는 모습만 보여줘도 약혼 자리는 보다 확고해질 테니까.

     

   겸사겸사 이번 일도 중 발하임 쪽에 문제가 생겨도 약혼 관계를 빌미로 타협하고 넘어가 줄 거란 계산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호출을 한 비앙카가 오지 않았다.

     

   크라슈와 무척이나 사이가 좋아 보이던 그녀였다.

   크라슈가 하덴하르츠를 방문한다고 하면 냉큼 올 줄 알았는데.

     

   대체 어째서?

     

   “설마 둘의 약혼 사이가 틀어진 거냐?”

   “그건 아닐 거라고 보는데.”

     

   제니카는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둘 사이가 얼마나 깊은지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날지언정 둘 사이가 둘로 나뉘는 건 없을 것 같았다.

     

   “편지에는 그냥 자신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참겠다고만 적혀 있어.”

   “무슨 결심?”

   “그거야 나도 모르지.”

     

   제니카는 전할 말은 다 했다면서 그대로 나가 버렸다.

   가문 일에는 깊게 관여 안 하는 그녀가 오늘만큼은 부러울 따름이었다.

     

   “젠장.”

     

   부디 이번 일이 조용히 넘어가기를.

   멜리오칸은 두 손을 모은 채 빌 뿐이었다.

     

     

   * * *

     

     

   독왕에게 중상을 입힌 세계 침식자 수색.

   그걸 위해 크라슈는 자신이 포함된 사자단과 함께 한창 눈 덮인 길을 지나고 있었다.

     

   라헬른 아카데미는 하덴하르츠 쪽에 직통으로 가는 공간 마법진은 없다.

   그러니 그나마 하덴하르츠와 가까운 곳에 있던 공간 마법진을 통해 이동 중인 것이었다.

     

   문제는 지금 이동하고 있는 인원이 사자단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크라슈의 눈에 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진한 검정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

   거기에 꽤나 훤칠한 키가 눈에 띄는 인물은 다름 아닌 펠레이였다.

     

   예전과 다르게 성장기를 맞으며 부쩍 키가 큰 그는 무투 대회 때 모습과는 많이 달라 있었다.

     

   ‘거해단.’

     

   다름 아닌 펠레이를 단장으로 내세운 단이었다.

     

   시그린은 이번 건에 직접적으로 참가할 수 없었다.

   그러니 크라슈의 예상대로 시그린은 길길이 날뛰었다.

     

   최근 크라슈와 관련된 일마다 죄다 이 꼴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의 샬롯을 향한 의심은 더 커졌다.

     

   이번 일에도 샬롯이 끼어 있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그녀가 날뛴다 해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야, 아무리 시그린이라도 스타론과 정면으로 부딪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결국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서서 펠레이를 움직였다.

     

   펠레이는 제국 소속이긴 하나 평민이다.

   게다가 펠레이의 단에는 제국 평민뿐만 아니라 각 왕국의 평민들도 많이 있다.

     

   ‘그러니 펠레이는 참가시켜도 눈치가 덜 보인다. 이 소리지.’

     

   펠레이를 통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보라도 쥘 작정이겠지.

     

   이렇게 이번 임무에 참가하게 된 것이 총 두 개의 단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독왕을 상처 입힌 진짜 인물이 누군지 몰라.’

     

   크림슨가든의 말에 의하면 독왕의 중상은 진짜다.

   즉, 그가 누군가에게 당했음은 명확한 상황.

     

   “시즐리.”

   “에치!”

     

   때마침 재채기하고 있던 시즐리가 부름을 듣고 이쪽을 보았다.

   그녀의 코끝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평소 몸이 약한 그녀다.

   그러니 추위와 걷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녀의 호위인 광검이 중간중간 업어주거나 체크 해주곤 있긴 하나.

   그래도 몸이 약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킁, 무슨 일이더냐.”

   

   

   

   

     

   재채기를 보인 것이 조금 부끄러운지 그녀가 코를 매만지며 물어왔다.

     

   “독왕을 중상 입힌 인물 중 진짜가 누군지 아냐.”

     

   남들에게 안 들릴 목소리로 질문하자 그녀는 하링 쪽을 힐끗 보았다.

   독왕의 딸인 하링이라면 예민하게 들을 이야기라 판단한 거겠지.

     

   그녀는 소매를 펄럭이며 팔짱을 꼈다.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니라. 황가에게서도 정보를 쉬쉬하고 있는 분위기니까. 나에게까지 정보가 쉬이 떨어지지 않아.”

     

   이럴 줄 알았다면 정보원을 더 심어 둘 걸 그랬다며 시즐리는 툴툴거렸다.

     

   “그렇지만 독왕을 상처 입힌 이가 세계 침식자라는 말만큼은 거짓이 아닐 게다.”

   “그 말은 어쩌면 정말로 하덴하르츠에 세계 침식자가 숨어들었을 수도 있단 거냐?”

   “그럴 가능성도 부정은 못 하겠지. 하지만 주의하거라.”

     

   시즐리는 경고하듯 크라슈의 옷깃을 당겼다.

     

   “제국은 절대 한 마리 토끼만 노리고 움직이지 않아. 네가 도우려는 밤까마귀단 수장을 노리는 것 말고도 별개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가능성은 열어두라며 그녀는 조언했다.

     

   “그러니 혼자 골머리 썩지 말거라. 머리는 맞대야 더 좋은 생각이 나는 법이니까.”

     

   그 웃음을 보며 코나 풀라고 말해준 크라슈는 시즐리의 의견을 담아둔 채 적당히 멀어졌다.

     

   ‘결국 지금 당장 급한 건 에벨아스크를 찾는 건가.’

     

   지금 제일 마음이 급한 건 범인으로 지목당한 에벨아스크다.

   그러니 진짜 범인에 관해 그녀도 쫓고 있겠지.

     

   자기 집 지키기에는 진심인 녀석이니까.

   뭐라도 하나 물었을 거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니?”

     

   그 순간이었다.

   크라슈의 목에 갑자기 팔이 휘감기며 그의 자세가 살짝 숙여졌다.

     

   기척을 전혀 못 느꼈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앞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보이지 않는 안경을 쓴 이가 있었다.

     

   치렁치렁하게 내려오는 금발.

   몸에 쫙 달라붙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 탓에 보기에 무척이나 남사스러운 옷.

     

   그런 그녀를 크라슈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임무의 난이도를 고려해 특별히 파견된 아카데미의 교수진 중 하나.

     

   귀주(鬼主)

   세나 마이어

     

   전 투황, 듀란달이 특별히 초청해 교수로 데려온 인물이었다.

     

   그녀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다.

     

   볼 때마다 옷 스타일이 아예 바뀌어 버리는 것은 일상다반사고.

   기척을 숨기는 게 특기 중 하나기에 크라슈의 제 육감도 그녀를 알아내지 못한다.

     

   그러니 덕분에 크라슈도 오랜만에 사람의 기척에 놀라봤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입니다. 일이 일이니까 말입니다.”

   “일이라. 듀란달 씨한테 직접 가서 담판 벌인 소년이 할 말이려나?”

     

   그녀는 앞이 검은색인 안경을 손으로 팅하고 튕겨 올렸다.

   그러자 붉은 눈동자와 함께 입 사이로 솟아난 송곳니가 엿보였다.

     

   “스타론에서 일어난 일이니 당연히 참가했을 뿐입니다.”

   “흐으으응.”

     

   그녀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콧소리를 내고는 크라슈에게서 팔을 떼었다.

     

   “듀란달 씨께 좀 들은 게 있거든. 소년이 무리할 것 같으면 가서 막아 두라면서.”

   “제가 원래 무리하는 성격은 아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어디서 개가 짖는군. ]

     

   크림슨가든의 말이 들려오긴 했으나 크라슈는 개의치 않았다.

     

   “그래, 그럼 소년, 이번 건은 일이 일이니까. 너무 소란은 피우지 말아줘. 나는 가능하면 소년의 형이랑 부딪치고 싶지는 않거든.”

     

   그녀가 말하는 크라슈의 형이란 부가주인 검왕을 말하는 거였다.

   크라슈는 그녀와 형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잘 알았다.

     

   ‘둘 다 같은 나이대니까.’

     

   크라슈의 형인 라이 발하임 또한 발하임다운 천재 소리를 듣고 살았다.

   만약 샬롯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동 세대의 가장 이례적인 천재로 남았겠지.

     

   그렇다 보니 라이와 같은 세대인 세나 또한 이런저런 이야기에 많이 올라 내렸다.

     

   창공의 세대와는 다른 황금의 세대.

   그것이 라이와 세나가 속한 세대의 이름이었다.

     

   치익-

     

   어느새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세나가 이쪽을 보고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세계 침식자는 위험하니, 소년도 너무 독단행동은 하지 말아주렴. 벌점 매길 거야.”

   “예, 명심하겠습니다.”

   [ 넌 왜 갈수록 뻔뻔해지는 게냐? ]

     

   어쩌겠나.

   이게, 천성인데.

     

   그러는 순간 길목 너머 하덴하르츠로 가는 표지판과 함께 지평선 끝에 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스타론의 북쪽의 영지.

   하덴하르츠.

     

   몇 년 만에 다시 이곳에 방문하게 됐다.

     

   “찍!”

     

   그 순간이었다.

   크라슈는 발아래 쪽에서 들린 쥐 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눈 덮인 풀들 사이.

   허리 쪽이 봉합된 쥐 한마리가 있었다.

     

   그 녀석은 다름 아닌 에벨아스크가 다루는 쥐였다.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설마 이쪽이 이렇게 빨리 와줄 줄이야.

     

   ‘하긴, 소식이 쫙 퍼졌으니. 에벨아스크도 알았겠지.’

     

   크라슈는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쥐는 그 틈에 크라슈의 바지 안쪽을 타고 옷 사이로 올라왔다.

     

   그러고는 크라슈의 옷 주머니에 종이 한 장을 넣어 두었다.

   크라슈가 종이를 펼쳤을 때였다.

     

   [ 나 찾지 마. ]

     

   종이를 펼친 크라슈가 순간 우뚝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크라슈의 고개가 서서히 들어 올려졌다.

     

   “이 바보가.”

     

   에벨아스크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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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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