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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145 – 추종자>

     

    암흑마나는 본디 독 취급을 당한다.

    소량이라도 체내에 암흑마나가 침투했다면 즉시 마나연공법으로 마나를 돌려서 암흑마나만 따로 걸러내어 배출하고는 한다.

    땀의 형태로 배출하건, 피에 담아 각혈로 뱉어내건, 체액으로 분출하건 수단과 방법은 중요치 않다.

     

    “아시겠습니까, 황녀님? 암흑마나를 복용하신다면 무조건 이용하려 들지 말고 배출해야 합니다.”

    “허접♡”

     

    어린 날의 매스각키 2황녀는 황궁에서 고용한 지도교사의 말을 풉풉 비웃었다.

     

    “암흑마나는 소량만 기존 마나에 섞으면 파괴력이 올라가♡ 잘만 다루면 이보다 유용한 기술도 없어♡ 통제에 자신이 없으니 두려울 뿐이지 않아~?”

    “뭐, 그렇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암흑마나를 가까이 하다보면 결국 유혹에 넘어갑니다. 조금만 더 많은 암흑마나를 다루면 더 강해질 수 있는데. 아예 속성을 암흑으로 바꾸면 극적으로 실력향상을 체감할 수 있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지도교사는 엄히 경고했다.

     

    “그런 식으로 다들 암흑마나 중독자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중독되면 어느 날 마주치는 자신보다 강한 마물이나 인류의 변절자 마인, 제국의 고위관료 및 황실의 일족을 노리는 마족과 마주칠 때 지닌 힘도 다 발휘하지 못하고 당하게 됩니다.”

     

    재능 없는 자에게는 극독인 암흑마나.

    재능 있는 자, 혹은 부유한 자에게는 암흑마나의 부작용을 벗어날 비전이 존재한다.

    특수한 구결을 이용한다거나.

    약물을 이용한 연단법으로 안전성을 높인다거나.

    암흑마나에게 이 몸은 육체를 공격하면서 길들일 정도로 순수한 몸이 아니라고 마나를 속이고자 인위적으로 내성을 높이거나.

    상극의 힘을 이용해 짓누르거나.

    황실에도 그런 비결은 존재한다.

    그렇기에 더욱 암흑마나에 심취하기 쉽고, 그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가정교사는 엄히 지적했다.

     

    “보십시오. 이 근위병은 암흑마나에 심취하여 잘못된 길을 걸었다가 인큐버스의 침입을 막지 못하고 황제폐하의 첩의 순결을 더럽힌 죄를 물어 처형이 예정된 사람입니다.”

     

    단두대에 올려놓고 목을 뎅강 썰어버리는 광경까지 10살에 보여줄 정도로 조기교육에 진심인 가정교사 덕분에 매스각키 2황녀도 암흑마나의 위험성만큼은 분명히 인지했다.

    그렇지만 황녀는 교사 몰래 생각하고 있었다.

     

    “허접♡ 약골♡ 인큐버스보다 암흑마나 절대값이 더 높으면 인큐버스가 역으로 복종했잖아♡”

     

    이왕 타락할 거, 인큐버스도 와 님이 저보다 서열이 높으신 것 같네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독하게 암흑마나를 모았으면 역으로 인큐버스를 부하로 만들고 정적을 처리하는데 써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타락에 대한 그런 동경을 품고 자라온 매스각키 황녀는 오크노디가 암흑속성에 조예가 깊고 흑마법을 다룰 줄 안다는 소식에 질투가 생겼다.

     

    “이번엔 또 무슨 마법을 배웠대~?”

    “시야확장마법의 이론을 가르치는 시간에 암흑시야 마법을, 양치질을 자동으로 하는 자동양치마법으로 이빨을 검게 칠하는 마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하아~? 쓸모없어! 좀 더 굉장한 마법이 있을 거 아니야. 제대로 알아본 거 맞아~?”

    “소, 송구합니다. 이번주는 이게 전부입니다.”

    “좀 더 흑마법스러운 마법이 있을 거잖아♡ 장님으로 만드는 마법이라거나, 자동으로 남의 이빨을 부수는 유도추적공격마법이라거나♡”

    “황녀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죄송하지만 이론만 가르친 마법을 저 혼자 변주를 주어 익히거나 실습마법을 응용한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무능해♡ 변명이 길어♡ 됐으니까 나가서 네 과제공부나 해♡ 참고로 그 문제집 3번 정답 틀렸어♡”

    “앗, 감사합니다 황녀님!”

     

    문을 닫고 나간 추종자가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와 나누는 잡담이 들렸다.

     

    -뭐라셔?

    -오크노디가 어떤 흑마법을 배웠는지 물으셨어. 그리고 공부도 도와주셨고. 역시 황녀님은 마음씨가 착하신 분이야. 학우의 성적에 관심이 깊으신 거겠지.

    -에이, 네 착각이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황녀님이 오크노디가 익힌 흑마법에 왜 관심을 가지겠어?

    -그러는 넌 왜 관심을 가지셨다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약점으로 삼으려고 그러는 거겠지! 저런 끔찍한 흑마법을 익힌 아이를 무사히 두어도 되겠냐고 황제폐하께 올릴 탄원서를 준비하시는 거겠지. 최종적으로는 제국척살령을 내려서 죽일 작정이시고!

    -닥쳐! 황녀님을 음해하지 마. 그런 음험한 수법은 다룰 줄 모르는 착한 분이야!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내 과제도 도와주셨는걸!

    -으휴. 머리가 단단히 꽃밭에 가버렸네. 그러니까 네가 황녀님께 단단히 콩깍지가 씌워졌다고 한 소리 듣는 거야.

     

    황녀를 착한아이로 생각하는 추종자와 나쁜아이로 생각하는 추종자가 다투는 소리.

     

    ‘시시해♡’

     

    자기가 시키는 일 때문에 추종자들의 학업성적이 떨어지면 체면이 서지 않았을 뿐이다.

    오크노디를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오크노디를 죽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녀의 흑마법에 대한 조예가 탐났을 뿐이다.

    어린 시절에 품은 흑마법에 대한 동경.

    교사의 조기교육에 대한 반발심리.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 그녀의 눈에는 기회로만 비추었다.

    오크노디를 잘만 꼬드겨서 자신의 하수인으로 삼고 그녀가 지닌 흑마법에 대한 지식과 마나를 모으는 비법을 이용해 암흑마나의 달인이 될 기회!

    아랫사람들이 멋대로 하는 추측과는 완전히 딴판인 매스각키 2황녀의 진의!

     

    “멍청이들♡ 응원은 안 가니까 미리 알아둬♡ 황녀의 추종자가 낙제생이라는 불명예를 선사하면 절대로 가만 안 둬♡”

    “우오오옷! 황녀님이 우리를 격려하신다. 다들 반드시 합격하자!!”

    “격려가 아니라 포상 아니야? 모닝매도를 당하다니 나 너무 행복해!”

    “…미친 것들. 시험에 탈락하면 갑자기 가문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20년간 관계를 이어온 거래처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고 상단이 발길을 끊는 불상사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암시하며 가문 망하기 싫거든 처신 똑바로 하라고 경고하신 거잖아.”

    “너 지난번부터 황녀님한테 왜 이리 부정적이야? 설마 야요이 황녀가 심어둔 스파이냐?!”

    “하. 백도 없는 3황녀의 뭘 보고 그 사람 라인에 들어가겠냐?”

     

    속마음이야 어쨌건 오늘 아침에도 매스각키 황녀는 추종자들을 열심히 관리했다.

    물론 격려나 포상은 아니고 낙제하면 정말로 벌을 주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황녀에게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는 벌을 당하기 싫거든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할 거다!

     

    “황녀님!! 속보입니다!!!”

     

    마나검증시험을 끝마치자마자 학생 한 명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 저애는…….’

     

    황녀가 기억할 정도로 특이한 추종자였다.

     

    문제3번(주관식) : 마나를 익히지 않은 제임스1175호가 높이 50m인 아카데미 기숙사 옥상에서 누군가에게 등을 떠밀려 추락했을 때, 200km/h로 추락하는 제임스가 죽지 않게 하려면 마나전도율이 몇 %인 추락구조망을 설치해야 살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당당하게 전도율이 높을수록 좋으니 전도율 100%인 추락구조망을 쓴다고 답했었지.

     

    ‘바보♡ 마나가 그렇게 잘 들어가면 탄력이 너무 커져서 지면에 충돌하잖아♡’

     

    그래도 시속 20km/h로 달리는 제임스1233호가 10km동안 외길이 이어지는 산 속에서 시속30km/h의 속도로 뒤를 쫓는 맹수에 먹히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사용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대신 1분간 속도가 2배가 되는 신체강화마법을 몇 번 사용해야 할지 올바른 번호를 고르시오, 같은 문제는 잘 풀었다.

     

    응용력은 떨어져도 단순 계산이라면 곧잘 해내는 전형적인 똑똑한 범재 스타일!

    주관식은 자신이 없지만 객관식에는 나름 자신이 있는 학생이다.

     

    “푸훗♡ 시험에서 만점으로 합격했다고 자랑하러 달려 온 거야~? 조금 귀엽네♡”

    “앗…! 가,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랑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정말 급한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콩깍지가 씌인 녀석이라고 다른 추종자들에게 핀잔을 듣는 아이였지.

    자신도 사람인데 무조건 착한아이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착한아이 취급만 하는 건 불만이지만 마음씨는 기특했기에 가끔은 포상을 해줘도 괜찮겠지.

     

    “포상이야♡ 하나 가져도 좋아♡”

    “이건… 주먹만 한 바위들이 아닙니까? 이런 걸 황녀전하께서 어째서 가지고 계시는지…”

    “오크노디의 훈련에 대해 나름 연구해봤어♡ 평상시에 무거운 바위를 짊어지고 다니면 나중에 보급품을 메고 강행군을 하는 훈련이 덜 힘들 거야♡”

    “오옷, 그런 큰 뜻이…! 그럼 가장 무거운 바위를 가져가겠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들 수 있는 중량으로 골라♡ 허리 나가서 강의 못 들으면 너만 손해야♡”

    “크흑. 부하들의 강의진도까지 고려해주시는 상냥함이라니. 역시 황녀님은 악명 높은 오크노디따위보다 훨씬 제대로 된 착한아이십니다!”

    “쿡쿡. 아부가 지나쳐♡ 그래서 숨이 찰 정도로 달려와야 했던 급한 소식은 뭐야~?”

    “앗.”

     

    추종자가 바위를 내려놓고 말했다.

     

    “오크노디가 시험 도중 난동을 일으키는 학생의 입 안에서 영혼을 뽑아 기절시켰습니다.”

    “하아아?! 그런 급한 소식을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소, 송구합니다.”

    “됐으니까 좀 더 자세히 말해!”

     

    특유의 하트가 붙을 만큼 애교스러운 말투도 때려치운 매스각키 황녀의 재촉에 추종자가 어버버 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암흑마나를 써서 바위를 부순 학생의 무기를 단칼에 멀리 날려버리고 발을 묶어두고는 한 손으로 의식을 상실하게 만들더니 영혼을 뽑았습니다!”

    “그 영혼을 뽑았습니다, 하는 영문 모를 대목을 자세히 설명하라구!”

    “입 속으로 손을 깊숙이 넣었다가 꺼내니 새카맣게 일어나던 타락한 영혼이 손 안에 응축되어서 작은 구슬의 형태로 변했습니다!”

     

    세상에!

    매스각키 황녀가 두 손을 모아 입을 가렸다.

    어쩜 저렇게 사악한 마법이 있담.

     

    “그래서? 그 구슬은 어떻게 됐어?”

    “오크노디의 사탕주머니에 보관되었습니다! 그 영혼구슬이 사탕을 꼭 닮은 것이, 어쩌면 처음부터 사탕주머니가 아니라 영혼주머니였을지도 모릅니다!”

    “…역시 됐어. 제일 무거운 바위로 가져가♡”

    “허억. 추종자의 극적인 체력상승을 배려해서 가장 귀한 중량의 바위를 제게 하사하다니!”

     

    매스각키 황녀는 성은이 망극하다고 외치는 추종자를 뒤로 한 채, 그 길로 즉시 방문을 힘껏 열고 오크노디가 있을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영혼압축탈취마법 같은 굉장한 마법은 참을 수 없었다.

    저런 굉장한 마법은 어떻게든 꼭 익히고 싶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바보 황녀♡ 암흑마나 너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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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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