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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국무회의 이후.

         

       “할아버지, 그러면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한다.

         

       “테라야. 왜 니케아 왕국이 강한 줄 아느냐?”

         

       “그거야… 광활한 영토와 농사를 짓기에 좋은 땅 때문이 아닐까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인자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물론 그것도 맞긴 하다 만… 어떻게 그들이 그 땅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는구나. 니케아 왕국은 대대로 학자를 중시했지. 기술에도 관심이 많아 많은 기술을 개발한 국가란다. 거기다가 니케아의 수도 비잔티온은 제국의 수도 로만 보다 역사가 깊지.”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혹시 인재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잘 맞췄구나. 현재 너를 따르는 너만의 인재가 한 명도 없으니, 조언을 구할 길이 없어 보이는구나. 우선 너를 보필해 너에게 좋은 길을 알려줄 신하들이 필요하단다.”

         

       그 말에 내 이마가 절로 찌푸려진다.

         

       “하지만 저는 그들을 고용할 돈이 없는걸요? 거기다가 밖에 나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

         

       내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젓는다.

         

       “이런 테라야. 너를 진정으로 따르는 자들은 한낱 돈을 보고 따르는 게 아니란다.”

         

       그 말에 내가 의아해져 물어본다.

         

       “그러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저를 따르나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황제, 그 자체로 섬길만하다고 볼 수 있지. 제국에 네 남편의 평가가 워낙 박하기에 너를 섬겨 역사에 이름을 날리고 싶은 인재들은 많을 것이란다. 또한 선황제 폐하께 은혜를 입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너를 도와주고 싶겠지.”

         

       할아버지의 말을 곱씹는다.

         

       “아버지한테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기사 윌리엄 경도 선황제 폐하께 커다란 은혜를 입었지, 폼페이우스 의원도 마찬가지이고 찰스 의장도 마찬가지란다. 그 외에 수많은 귀족과 제국민, 그리고 아카데미 출신인 명사들이 있겠지.”

         

       그 말에 의문이 들어 물어본다.

         

       “그러면 왜 그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발로랑이 행패를 부릴 때, 데비앙과 강제로 결혼할 때. 지금까지 찰스 의장과 폼페이우스 의원을 제외한 그들이 나타난 걸 본 적이 없다.

         

       “그건 네가 그들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지. 인재는 무릇 찾아오길 바라는 게 아니라 찾으러 가야 한단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데비앙도 루키우스와 막시밀리안, 뮐러 외에 별다른 사람이 없다.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주제 말이다.

         

       “특히나 데비앙은 악명이 높아서 로만에서 인재를 구하기 어렵겠지만 테라 너라면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란다. 내 당장 몇 명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지.”

         

       그 말에 내가 기분이 좋아져 물어본다.

         

       “그 사람들은 누구예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하하, 바이렌의 몽케도 너를 도와줄 것이고 아카데미의 정치학 교수인 마키아벨리도 너를 지지 해줄 거란다. 그 둘 다 너를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들뿐만이 아니란다. 황제파들도 네가 거둬들여야 한단다.”

         

       황제파? 그들을 거둬들일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그들은 나를 배신한 무리가 아니던가?

         

       그들을 거두는 걸 떠나서 나보다 세력이 더 강한 그들이 내 밑으로 들어올 거라 생각되지 않아 말을 건넨다.

         

       “그들이… 제 밑으로 들어오려고 할까요? 강한 세력일 텐데요.”

         

       현재 제국 내 제일 강한 정치 파벌을 꼽자면 데비앙이 이끄는 반황제파, 요아네스가 나갔지만 보헤미 왕국과 에렌 왕국을 필두로 한 황제파와 자유 도시들과 중립 세력인 중립파가 있다.

         

       “필시 이번에 전쟁이 끝나면 손자사위는 황제파를 해체하려 할거란다. 에우리디케에게 듣기로는 이 내전을 유도한 건 손자사위이니까.”

         

       그 말에 내가 깜짝 놀라 물어본다.

         

       “네? 데비앙이 황제파 내전을 유도했다고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할아버지.

         

       “그래, 처음부터 강화를 맺는 척 에피루스와 에집을 주고 황제파를 전부 정리 할 생각을 한 것 같더구나.”

         

       그게… 무슨?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묻는다.

         

       “그게… 어떻게?”

         

       내 말에 할아버지가 씩 웃으며 말씀하신다.

         

       “에피루스와 에집은 거대한 왕국이란다. 그 땅을 황제파한테 준다는 명목으로 요아네스에게 다 준다면 어떤 일이 생길 거 같니?”

         

       그 말에 인상을 내가 찌푸리며 생각에 잠기다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황제파의 세력이 강해지는 게 아닐까요?”

         

       “허허, 이론상 그게 맞지.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단다. 황제파벌에 묶여있는 다른 귀족들이 요아네스 혼자 독차지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겠지. 그리고 요아네스도 두 왕국령을 얻어 자신보다 약해진 황제파벌이 에피루스와 에집을 뺏어가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테고.”

         

       그 말에 내가 깨달은 게 있다.

         

       “아… 그래서 둘이 싸우게 만든 거군요?”

         

       “그래, 그거란다. 그렇게 싸우게 만들어서 힘이 빠진 황제파를 손자사위가 압박해서 해체 시키려는 거겠지. 그래야 자신의 권력이 더 강해질 테니까. 그럼, 네가 할 일은 그들이 해체되지 않게끔 하고 그들을 네 밑으로 받아들여서 힘을 키우게 해줘야 한단다. 그러면 손자사위도 더는 너를 무시하기 힘들 테지.”

         

       할아버지와의 대화에서 가슴속에서 두근거림과 희망을 느낀다.

         

       “해낼 거예요. 제가 제국 곳곳에 퍼져있는 훌륭한 인재들을 모으고 황제파를 재건해 낼 거예요. 그래야지만… 그이를 멈추게 할 수 있으니까.”

         

       내 말에 할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단다. 하지만 테라야. 너는 네 남편이 아주 밉니?”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할아버지를 또렷이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정말 미워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내가 듣기에는 네가 네 남편을 사랑한다고 들었건만… 역시 그 일 때문인 거니?”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흠칫한다.

         

       어쩔 수밖에 없다.

         

       그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미워하는 모순적인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와 함께 있는 순간들이 너무나 좋았다.

         

       그와 같은 침대를 쓰며 같이 생활하는 순간이 나에게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차가운 이면을 알게 되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차갑고 무정해서 그가 나를 사랑하는지조차도 헷갈릴 정도로…

         

       그는 나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위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암살자의 단검을 향해 거리낌 없이 몸을 던졌다.

         

       그렇기에 나는 혼란스럽다.

         

       그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나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보는 걸까?

         

       그것만큼 끔찍한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가 자신의 정치적인 이유로 연기했다면 그를 죽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드는 생각은 정치적인 수단이라면 목숨보다 나를 지킬 이유가 있을까?

         

       이런 모순적인 행동을 하는 그를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그리는지.

         

       내가 아는 건… 그냥 그는 제국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과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 정도?

         

       평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그이기에 그가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애써 내 생각을 정리해 입을 움직인다.

         

       “저는 그를 사랑해요. 하지만 사랑하는 만큼 미워해요.”

         

       애써 내 생각을 정리해 짧은 문장을 입 밖으로 뱉어낸다.

         

       그를 사랑하는 만큼 미워한다. 그 말 만큼 내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혹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니?”

         

       그 말에는 내가 고개를 젓는다.

         

       밉긴 하지만… 그가 죽거나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그가 정권에 집착하니까. 그에게 실각시키면 그가 품고 있는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봐…”

         

       내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테라야. 정치라는 건 그렇게 감정적인 게 아니란다. 어떨 때는 혈육에게조차 비정한 게 정치란다. 네가 확고한 목표가 없고 대의가 없다면 그 누구도 너를 진심으로 따르지 않을 거란다.”

         

       “그… 그건.”

         

       “단순히 손자사위에게 실각시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후에 국정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둬야 한단다. 손주사위가 만든 기술 투자 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세금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제국이 발전하려면 무엇을 하려는지. 그리고 만에 하나… 그와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한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단다. 그래야 너를 따르는 사람들이 너에게 충성을 거두지 않겠지.”

         

       할아버지의 말씀이 맞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그이를 실각시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나 다름없다.

         

       “네가 데비앙이 제시하지 않은 비전을 제시하고, 제국을 어떻게 이끌어갈 건지에 대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고민해 보렴.”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럴게요.”

         

         

         

       ***

         

         

         

       국무회의로부터 며칠이 지난 아침.

         

       평소와는 다르게 서류 몇 장의 보고서가 올라와 있다.

         

       “이건…”

         

       -황제 폐하와 얀스 공작의 대화 요약본.

         

       얼마 전에 정보부에 명령을 내린 요약본이 올라왔다.

         

       -스륵.

         

       종이를 넘기자, 테오도라가 어떤 행동을 할지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다.

         

       인재 채용에 관한 이야기와…

         

       “흐음… 황제파를 지지 세력으로 만들려는 건가?”

         

       나쁘지 않네.

         

       황제파를 해체하려고 하긴 했는데. 차라리 이렇게 재활용해 볼까?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귀족들의 지지 없이는 제국에서 정치를 할 수가 없다.

         

       내가 테오도라에게 정권 이양을 하더라도 그녀를 지지하는 정치 기반이 없다는 게 걱정됐는데…

         

       황제파가 테오도라의 밑으로 들어가 주면 나로서는 나쁘지 않다.

         

       어차피 기세가 꺾인다면 전쟁이 끝나고 나에게 직접적으로 반기를 못 들 테니까.

         

       거기다가 테오도라가 황제파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준다면 내가 물러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얀스 공작… 허투루 볼 수 없겠는데?

         

       남다른 식견에 쓴웃음을 짓는다.

         

       나도 인재가 많았으면…

         

       우선 자연스럽게 테오도라가 황제파를 흡수할 방법에 대해 고민 좀 해봐야겠는데?

         

       그렇게 미래에 고민이 한결 가벼워져서 살짝 기분 좋게 업무를 시작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당!

    선작 추천 댓글은 저한테 큰힘이 됩니다아아~!

    다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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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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