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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

        또다시 시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

        눈을 뜨면 훈련하고, 밥을 먹으며 잠시 휴식한 후 다시 훈련.

        ​

        피곤해서 저녁 먹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억지로나마 꾸역꾸역 실비아가 사냥해온 고기를 먹어 치운 뒤, 곧장 누워 잠드는 나날의 반복이 이어졌다.

        ​

        정말 신기하게도… 아니, 이 고된 훈련이 의미가 있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내 몸은 점점 이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

        조금만 뛰어도 헉헉거리던 저질스러운 체력도, 온종일 달리고 나면 다음 날은 반드시 쉬어줘야 했던 후들거리는 다리도 이제는 다 옛일이 되었다.

        ​

        모진 훈련에 드디어 내 다리가 맛이 가버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달리는 것에 익숙해진 것인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제는 실비아의 가벼운 뜀걸음 정도는 뒤처지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감격스럽기도 했다.

        ​

        내 훈련 교관이자, 동기 부여를 담당하는 존재인 실비아 역시 이런 내 변화에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

        비록 나뭇가지뿐 아니라 그녀가 애용하던 그 커다란 검마저도 세 번 중에 한번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내자 조금 경쟁심이 자극되는 모양이긴 했지만, 실비아는 분명 내 성장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

        솔직히 나로서는 당장에 느껴지는 피로도의 차이만 알아차렸을 뿐, 딱히 내 신체의 외형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했으나,

        ​

        적어도 밤일을 할 때마다 내 몸을 쓰다듬으며 기분 좋은 듯 미소 짓는 실비아를 보면, 내가 전보다 더 단련된 신체를 지니게 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인 모양이었다.

        ​

        전보다 더 커진 탄성을 내지르며 활처럼 휘는 실비아의 허리 역시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

        ​

        방금 말한 내용으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비아와의 밤일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

        나로서는 마왕의 성으로 가는 것을 꺼리는 실비아를 독려하기 위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

        게다가, 그녀의 과오를 되새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 여정을 강요한 것에 대한 나의 죄책감을 해소할 방법이 그것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

        물론 그녀의 아래에 깔려 허리를 들썩일 때마다 피아의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피아 역시 실비아가 꼭꼭 숨겨왔던 나약한 모습을 본 이후론 아무런 불만도 내비치지 않았다.

        ​

        아니, 적어도 불만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

        실비아가 거친 숨을 내쉬며 천천히 상의를 들어 올리면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 금세 모습을 감추곤 했으나, 그 일로 나를 크게 나무라는 일은 없었다.

        ​

        나는 정령 술사로서 피아의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었기에, 실비아씨가 내 곁에 없을 땐 늘 피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최대한 그녀의 비위를 맞춰 주려 노력했다.

        ​

        피아도 그런 내 노력을 알아준 것일까,

        ​

        정령 술 역시 날이 갈수록 조금씩 능숙해지고 있었다.

        ​

        ​

        ​

        “애쉬.”

        ​

        “… 응?”

        ​

        ​

        ​

        어느 날 아침, 

        ​

        호수에서 잡아 온 물고기를 구워 먹은 나와 달리, 입맛이 없는지 작은 겨울딸기 몇 알 만을 집어먹던 실비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

        나는 입가에 묻은 잿가루를 닦아내며 그런 실비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

        ​

        ​

        “왜 그래?”

        ​

        “있잖아… 앨리스 말인데,”

        ​

        “앨리스 누나?”

        ​

        ​

        ​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

        ​

        ​

        “슬슬 올 때가 되지 않았어?”

        ​

        “아… 그런가? 그렇겠네, 한 달이라고 했으니까… 음…”

        ​

        ​

        ​

        나는 관자놀이를 긁적거렸다.

        ​

        나 역시 이젠 숲에서 지낸 시간이 꽤 되는 데다가, 매일 매일 하는 것이라곤 훈련과 섹스 뿐이었다 보니, 점점 날짜를 세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체감상으로는 앨리스 누나가 약속한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가는 것 같았다.

        ​

        아니면 이미 지났거나.

        ​

        ​

        ​

        “곧 누나가 돌아오겠구나.”

        ​

        “… 흐음.”

        ​

        ​

        ​

        실비아는 조금 신경이 쓰이는지, 팔짱을 끼며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

        분명 앨리스 누나와 실비아는 서로를 격하게 싫어했을 텐데, 막상 약속한 시각이 되어가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앨리스 누나가 걱정되기라도 하는 걸까?

        ​

        하긴, 이제 곧 서로의 등을 맞대며 함께 여정에 올라야 할 사이인데, 언제까지고 으르렁거리는 건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

        그리고 전설적인 용사인 실비아와 교황 직속 이단 심문관인 앨리스 누나는 분명 프로 중에 프로였다.

        ​

        나는 고민 중인 실비아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응… 나도 걱정되네, 바깥세상은 개판이라고 했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지.”

        ​

        “응? 애쉬, 그게 무슨 소리야?”

        ​

        “음?”

        ​

        ​

        ​

        실비아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게 되물었다.

        ​

        ​

        ​

        “걱정을 왜 해? 앨리스한테 무슨 일 생기기라도 했을까 봐?”

        ​

        “어… 실비아도 그래서 말한 거 아니야?”

        ​

        “아니, 나는 그년 걱정 안 하는데?”

        ​

        “…”

        ​

        “나는 그냥 앨리스 그 재수 없는 애가 올 때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야.”

        ​

        ​

        ​

        아니었나 보다.

        ​

        아무래도 프로라는 건 으르렁거리면서도 할 일 다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던 모양이다.

        ​

        실비아는 천천히 두 팔을 내리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 말은 즉, 우리가 마왕을 향해 여정을 떠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해. 애쉬.”

        ​

        “…아.”

        ​

        ​

        ​

        나는 짧게 탄식을 내질렀다.

        ​

        갑자기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미래가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온 기분이었다.

        ​

        ​

        ​

        “그래서 말인데, 오늘 훈련 일정은 전부 취소야.”

        ​

        “어? 정말?”

        ​

        ​

        ​

        갑작스러운 훈련 취소 소식에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새 얼굴 가득 활짝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

        실비아는 그런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

        ​

        “하,”

        ​

        “아… 아니 그게.”

        ​

        “애쉬…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니야?”

        ​

        “하, 하하… 훈련이 힘들긴 하니까.”

        ​

        ​

        ​

        몸에 체력이 붙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어도 여전히 훈련은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강해져야 하는 목적이 분명한 주제에 순간적으로 기쁨을 숨길 생각도 못 했다는 사실이 왠지 수치스러워진 나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

        실비아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

        ​

        ​

        “흐음… 그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좋아하기엔 아직 일러.”

        ​

        “무슨 소리야?”

        ​

        “오늘은 훈련이 아니라 시험을 볼 생각이거든.”

        ​

        “시험?”

        ​

        “응. 시험. 애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여정 중에 죽지는 않을지 판단해보려고.”

        ​

        “… 어떻게?”

        ​

        ​

        ​

        실비아는 손바닥을 천천히 펼쳐 보이며 짧게 주문을 외웠다.

        ​

        그리고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

        ​

        ​

        “이거 기억나?”

        ​

        ​

        ​

        실비아의 손바닥 위에 엄지손가락 만한 얼음이 천천히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

        ​

        ​

        “… 아, 그건…”

        ​

        ​

        ​

        똑똑히 기억난다.

        ​

        아직 내가 실비아를 실비아씨 라고 부르던 그 시절.

        ​

        마물 곰에게 쫒겨 죽을 뻔했던 그날 이후, 내 마법을 훈련 시키겠다는 목적으로 그녀가 내게 던져대던 그 얼음 조각이었다.

        ​

        실비아는 한손으로 천천히 얼음을 위로 던졌다 다시 받으며 말했다.

        ​

        ​

        ​

        “규칙은 비슷해. 그때처럼 나는 이걸 애쉬에게 던질 거야.”

        ​

        “그거… 무지 아팠던 거 알아?”

        ​

        “음… 이번엔,”

        ​

        ​

        ​

        그 순간, 내 얼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매서운 돌풍이 느껴졌다.

        ​

        날카롭고 묵직한 바람이 뺨을 할퀴고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

        ​

        그때보다 더 길어진 머리카락이 세차게 휘날렸다.

        ​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벽에 자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

        동작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실비아가 얼음 조각을 내 옆으로 지나가게 던진 모양이었다.

        ​

        ​

        ​

        “맞으면 아픈 걸로는 끝나지 않을 거야.”

        ​

        “… 죽겠는데.”

        ​

        “즉사만 아니면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목숨줄은 붙여줄 거고, 앨리스가 오면 말끔히 나을 테니까.”

        ​

        ​

        ​

        실비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무시한 말을 뱉었다.

        ​

        예전에 보았던, 그녀가 던진 얼음 조각에 맞은 것만으로도 곰의 사체가 폭발하듯 터져나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재생되었다.

        ​

        이내 곧, 그 장면 속 곰의 사체가 내 몸뚱이로 대입되기 시작했다.

        ​

        당연하겠지만, 저 위력은 제대로 맞는 순간 어떻게 손 써볼 겨를도 없이 즉사다.

        ​

        ​

        ​

        “… 허,”

        ​

        “애쉬.”

        ​

        ​

        ​

        넋이 나가서 멍청하게 앉아있는 내게 실비아는 나지막이 말했다.

        ​

        ​

        ​

        “만약 네가 정말로 마왕에게 가려면,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야 해. 그날 너를 죽일 뻔했던 그 곰 정도는 가볍게 쓰러트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야.”

        ​

        “… 그렇겠지.”

        ​

        ​

        ​

        솔직히 마왕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크고 강해서 거리감이 있었다.

        ​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 강함이 상상도 되질 않아서, 막연하게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

        그러나 막상 지금 내 눈앞에 그날 만났던 그 곰이 다시 나타난다면, 나는 그 곰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

        그러나 실비아는 그런 내 의심을 알아차린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지금의 애쉬라면 분명 할 수 있어.”

        ​

        “… 내 체력이 늘어났다는 건 알겠지만, 내가 그 곰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

        “그렇겠지, 애쉬에겐 그런 승리의 경험이 만든 강렬한 성공의 이미지가 아직 없을 테니까.”

        ​

        ​

        ​

        실비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

        ​

        ​

        “그러니 그 이미지, 내가 만들어줄게. 오늘 내 시험을 통과한다면, 그건 그 곰 따위는 진작에 뛰어넘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거든.”

        ​

        “… 정말 그럴까.”

        ​

        “그럼, 오늘의 시험은 그만큼 힘들 테니까.”

        ​

        ​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확실히… 저런 속도로 날아오는 걸 녹이는 건 어렵겠는…”

        ​

        “어머, 누가 얼음을 녹이라고 했어?”

        ​

        “… 어?”

        ​

        ​

        ​

        실비아는 내게 천천히 다가와 고개를 숙이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

        ​

        ​

        “오늘의 시험, 합격 조건은 얼음 조각을 녹이거나 피하는 게 아니야. 이미 애쉬는 그때보다 달리기도 늘었고, 반사신경도 늘었고, 정령도 더 잘 다루게 되었으니 마법도 더 잘 쓰게 되었을 테니까, 그건 너무 쉽잖아.”

        ​

        “… 그럼, 합격 조건은 대체…”

        ​

        ​

        ​

        실비아는 웃었다.

        ​

        뭘 그런 당연한 걸 묻냐는 듯한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였다.

        ​

        새하얀 피부에 붉은 꽃처럼 반짝이는 눈과 입술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

        그 모습이 왠지 무척이나 불길해 보였다.

        ​

        잠시 후, 웃음을 멈춘 실비아는 내게 말했다.

        ​

        ​

        ​

        “당연히 나를 쓰러트리는 거지”

        ​

        “… 네?”

        ​

        ​

        ​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다시 튀어나왔다.

        ​

        ​

        ​

        “물론 나는 검을 쓰지 않을 거야. 내가 쓰는 건 오직 이 얼음 마법, 아니 얼음 마법도 아니지, 마법으로 만든 얼음을 너한테 힘껏 던지는 것뿐이야.”

        ​

        “… 정신 나갔어?”

        ​

        “나를 쓰러트리면 그깟 곰쯤이야. 그렇지?”

        ​

        “실비아…”

        ​

        ​

        ​

        그야 당연하다.

        ​

        아무리 실비아가 검을 쓰지 않는다 해도, 그녀를 쓰러트릴 수 있다면 더 이상 곰 정도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

        하지만 그 정도 페널티로는 실비아를 이길 수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었다.

        ​

        왠지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마왕과는 달리, 실비아가 얼마나 강한지는 내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 못 해.”

        ​

        “그렇게 일찍 포기하는 건 나쁜 버릇이야 애쉬, 물론 나를 완전히 제압하는 건 쉽지 않겠지.”

        ​

        “쉽지 않은 게 아니라 불가능해.”

        ​

        “… 또 머리가 굳었어. 그것도 애쉬의 나쁜 버릇이야.”

        ​

        “무슨 소리야?”

        ​

        ​

        ​

        실비아는 내 머리를 가볍게 콩 두드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

        ​

        ​

        “내가 딱히 애쉬와 목숨을 걸고 사생결단을 하려는 것도 아니잖아.”

        ​

        “… 어?”

        ​

        “합격 조건은 어디까지나 제압. 그러니까, 나를 넘어트리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더 이상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거나… 뭐 그 정도면 되는 거야.”

        ​

        ​

        ​

        나는 순간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

        실질적으로 실비아나 앨리스 누나, 둘 중 그 누구도 내가 마왕을 직접 물리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

        내가 해야 할 것은 그 두사람의 서포트.

        ​

        마왕의 발을 묶거나 잠시 비틀거리게만 만들어도, 내 몫은 충분하고도 넘칠 만큼 수행하는 셈이었다.

        ​

        실비아의 의도를 알아차린 나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녀 역시 내 떨림이 멎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

        ​

        “동료들과 함께하는 실전에선 그것만으로도 사실상 모든 게 결정되거든. 마무리는 옆 사람이 지으면 되니까. 실질적으로 애쉬가 적을 물리치는 것보단, 그런 식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더 많을 테고.”

        ​

        “… 응, 그렇네. 내가 너무 바보 같은 생각했어.”

        ​

        “애쉬는 똑똑하지만 은근히 바보 같을 때가 있지.”

        ​

        ​

        ​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걸어 오두막을 나섰다.

        ​

        오두막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

        ​

        ​

        “준비되면 나와. 그때부터 시험 시작이니까.”

        ​

        “…”

        ​

        ​

        ​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

        아니,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는 게 더 올바른 말이었다.

        ​

        하지만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

        물론, 실비아와 미친 듯 싸우는 게 아닌, 잠시라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면 통과인 시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시험이라는 건 결코 아니었다.

        ​

        제압이라는 게 말이 쉽지, 그녀는 사람을 넘어트리는 텀블 주문을 맞고나서도 버티며 서있을 수 있는 상식 밖의 존재였으니 말이다.

        ​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 내가 할 수 있는 움직임.

        ​

        그 모든 것을 고려해 보아도 적절한 답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

        어떻게 실비아를 쓰러트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때,

       

       

       

        “애쉬.”

       

       

        ​

        어느샌가 나타난 피아가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

        ​

        ​

        “애쉬, 하자.”

        ​

        “… 피아?”

        ​

        “하자, 할 수 있어. 애쉬.”

        ​

        ​

        ​

        나는 갑자기 나타난 피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도 바짝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개나 늑대가 성내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

        ​

        ​

        “… 피아, 갑자기 왜 그래?”

        ​

        “… 한 대만,”

        ​

        “응?”

        ​

        “저 여자, 어떻게든 한 대는 때려야겠어.”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돌아와요참치캔 님 10 코인 감사합니다.

    늦게 봐서 몰랐는데, 크리스마스날 받은 선물이 있긴 했었네요ㅜ

    다음화 보기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나를 살려준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Score 4.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aving lost all my family, I fled. As I was running away, she saved me when I was on the brink of death due to an accident. The moment our eyes met, I knew I couldn’t lea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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