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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젠장, 젠장, 젠장…!”

         

       스마트폰에 ‘무녀’라고 적혀있는 사람에게 온 문자에, 료스케는 연신 욕을 내뱉었다. 입으로는 강한 발음의 욕이 계속해서 흘러나왔고, 얼굴은 핏기가 사라지기라도 하는 듯 새하얗게 질려갔다.

         

       손바닥은 물에 담갔다가 빼기라도 한 것처럼 흥건하게 물이, 그리고 몸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그의 등을 차갑게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식은땀의 냉기에 마침내 그가 정신이 퍼뜩 들었을 때, 그는 스마트폰을 들고 문자를 작성했다.

         

       리세에게 보내는, 일종의 떠보기용 문자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다 써놓고도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지 한참을 망설였고, 결국은 그것을 보내는 대신에 싹 지워버리곤 한숨을 쉬는 것으로 대체했다.

         

       ‘괜히 떠보려고 하면 안된다.’

         

       료스케는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한 판단을 하는 자신에게 대견스러워했다.

         

       ‘빌어먹을, 대체 어디서 잘못된 거지?’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와 연이 닿았을 때?

       기쁘게 그가 내미는 끈을 붙잡았을 때?

         

       ‘아니야. 그때는 분명 황금 동아줄이었어. 붙잡으면 나를 밑바닥에서 저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 줄, 거미줄 한 가닥이었다고.’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가 이끄는 난교 클럽에 가입해서 즐긴 것이 문제였는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그 클럽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보기 드문 미녀들을 원하는 대로 골라잡을 수 있었던데다가, 자신의 위치와 지위에서 오는 쾌락을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니까. 게다가 클럽에 소속된 사람들끼리 알몸으로 부대끼는 과정에서 더없이 끈끈한 친밀감으로 만들어진 인맥을 형성할 수 있기까지 했으니, 클럽에서의 활동은 오직 이득뿐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차기 신관을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에게 안내했을 때?

         

       아니다.

       아니야….

       차기 신관에게 안내한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안내하지 않았다면 끔찍한 꼴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료스케가 안내를 하지 않았다면, 안내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리라.

       강제로 안내를 당하던, ‘자발적으로’ 안내를 하던.

       어찌 되었건 그는 료스케에게 안내를 하게 만들었겠지.

         

       료스케는 떠올렸다.

         

       자신이 잘못되기 시작한 시점을.

       자신의 인생이 비틀리기 시작한 때를.

         

       ‘나는 선택을 잘못했어….’

         

       차기 신관.

       자신을 ‘사이고’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기묘하기 짝이 없었던 남자.

         

       그는 원로를 만나기 전 그에게 선택지 두 개를 던져주었다.

       안내를 잘 해줬기에 내리는 선물이며 특권이라는 이름으로 던져준, 선택지.

         

       ‘쾌락과 우월감.’

         

       그때 료스케는 우월감을 선택했다.

         

       남의 위에 서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거웠기에.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나누는 것보다도, TV에서 나오는 여자들을 가득 늘어놓고 즐기는 난교보다도, 천금을 쏟아부어서 즐기는 온갖 향락보다도 더 즐거웠기에.

         

       그랬기에 그는 우월감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선택의 대가로 영안을 얻었고, 물귀신과의 귀접에 빠져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을 수 있었다.

         

       그래….

       얼마 전까지는 그게 그렇게 좋았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그 누구보다도 특별하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고, 영안이 점점 강해지자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악귀와 악령이 되지 못한 영혼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영안은 처음에는 희끄무레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반투명한 수증기와 같은, 혹은 장작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같은 형태로 말이다.

       그렇게 안경에 끼어버린 흔적 같은 느낌으로 영혼을 볼 수 있을 때는 그저 우월감에 가득 차 있었고, 그것들에 겁대가리 없이 다가가서 손을 뻗기도 하였다.

         

       그가 손을 뻗으면 영안에 실린 파사의 힘이 그것들을 쫓겨나 물리치며 그대로 모습을 사라지게 하기도 했으니, 료스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눈에 보이는 희끄무레한 형태의 영혼에 손을 대 없애는 놀이를 뛰어다니면서 즐기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영안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형체는 점점 뚜렷해졌다.

       수증기 같았던 연기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처럼 색채가 뚜렷해졌고.

       장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같은 것들은 서서히 형상을 이루며 사람의 모습과 흡사하게 변해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습이 뚜렷해진다.

         

       하얀 연기는 반투명한 사람의 홀로그램처럼.

       검은 연기는 끔찍하게 뒤틀린 악몽과도 같이.

         

       그제야 료스케는 눈치채었다.

         

       무언가 많이 잘못되었음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안이, 단지 ‘특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영안은 영혼의 형상을 사람처럼 뚜렷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었고, 그 사람의 생전 모습이 아니라 죽은 후의 모습을 비추는 악몽의 영사기가 되었다.

         

       희끄무레한 영체의 정체가 다리가 없는 귀신임을 알았다.

       검은 연기가 몸이 썩고 타버린 귀신임을 알았다.

       빨간색이 섞여 있던 연기는 온몸에 피 칠갑을 한 귀신임을 알았다.

         

       결코,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고, 결코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한 번 눈을 뜬 영안을 닫을 방법은 없었다.

       료스케는 사람보다도 더 생생하기 짝이 없는 죽어버린 영혼을 곁에 두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료스케의 절망에 점을 찍은 일이 있었으니.

         

       바로 영안이 완전히 눈을 뜬 직후에 클럽 모임에 참가했을 때였다.

         

       그때 료스케는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퉁퉁 불어버린 끔찍한 몰골의 물귀신들과 관계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도저히 토기를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료스케는 무작정 뛰쳐나와 거리를 방황했다.

       하지만 방황하는 내내 귀신이 눈에 보였고, 정신에 큰 충격을 받아 파사의 힘이 흐트러진 것인지 귀신이 료스케의 곁에 우르르 몰려들기까지 했다. 그때 료스케는 비명을 내지르며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이동했고, 그것이 바로 경시청이었다.

         

       그는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막무가내로 안에 들어가서 마음을 추슬렀는데, 그때 우연히 증거품 보관소에서 물건을 볼 수 있었다.

         

       경시청 안에 널려있는 귀신들이 감히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음양서적과 식신부를 말이다.

         

       그때 료스케는 눈이 확 뜨이며 구원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저것이 끔찍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인생에 내려온 빛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이 역겨운 형상의 귀신들을 보는 것에서 해방할 수 있게 해주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음양술을 이용한다면 이 영안이 주는 끔찍한 재앙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그는 공포와 경외 때문에 차마 배신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차기 신관을 배신할 마음을 조금이나마 품었고, 음양사와 차기 신관의 힘을 재어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물귀신과 관계하는 모습을 본 후 정이 뚝 떨어져 버린 무라타 류노스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그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차기 신관을 음양사에게 신고해 교도소에 처넣음으로써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간을 보려 하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활력을 넘치게 해주는 ‘축복’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으니, 자신의 이러한 생각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들켜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이득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기 신관에게 또 다른 것을 부탁해 이 끔찍한 영안의 힘을 줄이는 방법을 부탁해보면 되는 것이고.

       만약 배신한다면 낌새를 알아챈 차기 신관이 앙갚음으로 자신의 몸에 내려준 ‘축복’을 거둬버릴 수도 있으니 가능한 배신을 눈치채지 못하게, 설령 배신한 것을 알아도 축복을 거둘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그랬기에 은밀하게 음양사 쪽에 선을 대기 위해 들킬 것을 알면서도 음양서적과 식신부를 훔쳤고, 그것을 리세가 주물을 요구할 때 보냈다.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간신히 변명이 가능한 수준에서 일을 꾸미기 위해서 말이다.

         

       음양사에겐 ‘나는 이렇게 적의 심장부에서 음양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몰래 들여놓았다. 그러니 나는 너희의 편이다.’라며 자신이 전향했음을 말할 수 있도록.

       사이고 리세에겐 ‘그냥 주물을 원해서 가장 귀해 보이는 것을 바쳤는데 그게 바치면 안 되는지는 몰랐다. 절대 배신할 마음은 없었으나 그렇게 보인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라며 변명을 할 수 있도록.

         

       그래.

       이렇게 선을 크게 넘지 않으며 서로의 힘을 저울로 재듯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차기 신관의 반응이 빨랐다.

       

       『 차기 신관님께서 우치카와 료스케님이 주신 주물에 흥미를 느끼셨습니다. 이에 대하여 긴히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으니 금일 밤 신사로 오셨으면 합니다. 』

         

       료스케는 몇 번이고 문자를 보았다.

       그리고 몇 번이고 고민했다.

         

       ‘음양사에게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해? 아니야. 그러면 확실하게 배신한 것이 되는데. 그렇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찾아가? 하지만 낌새를 눈치챈 것 같기는 한데, 그냥 흥미를 보인 것일 수도 있고. 무녀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 아니면 차기 신관을 직접…아니야.’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가정이 솟아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형체가 없는 연기가 머리를 가득 메우는 것처럼 생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거기다가 너무 머리를 쓴 것인지 이마에 열이 나는 착각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료스케는 입을 꾹 닫고 집을 나가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간다. 일단 가서 확인해본다.’

         

       그는 신사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고, 어두운 밤길을 가르며 페달을 밟아 순식간에 신사의 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고, 마침내 토리이를 지나기 전.

         

       료스케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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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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