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45

       나는 그 즉시 혼자서 NAS 엔터 본사로 호출되었다.

         

       내가 불려간 곳은 지난번 미팅을 가졌던 7층 회의실.

         

       하지만 지난번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일단 다들 보도자료 뿌릴 준비해!”

         

       “MS 기획에서 곧 기자회견을 준비한답니다!”

         

       “하예린 양은 언제 돌아오는 거야!”

         

       화기애애했던 지난 미팅과 달리 오늘 이곳은 내가 문을 여기도 전부터 분주한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는 것.

         

       “…들어가시죠.”

         

       “…네.”

         

       이에 나는 나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직원과 함께 긴장된 얼굴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끼익.

         

       “…….”

         

       “…….”

         

       문을 열자마자 수십 쌍의 눈동자가 내게 꽂혔다.

         

       그들 중 아무도 내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이 왠지 나를 탓하는 것 같아 나는 주눅 들 수 밖에 없었다.

         

       “예린 양, 오셨군요.”

         

       “…정 실장님.”

         

       그런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해준 것은 정 실장이었다.

         

       그는 그래도 아까 통화할 때보다는 조금 부드러워진 말투로 내게 다시 물었다.

         

       “예린 양,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MS기획과 계약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아뇨, 없어요. 정말로 없어요.”

         

       이번에 이중계약을 들먹이며 NAS 엔터에 소송을 제기한 회사는 MS기획이었다.

         

       ‘신PD가 내게 소개해주겠다고 하던…, 한시우와 유 설이 입을 모아 쓰레기라고 했던 그 회사….’

         

       이에 이번 일도 신PD와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한 나는 정 실장에게 그간 신PD와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그리고 내게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정 실장은….

         

       “신지천…, 그 사람이 정말 그랬다고요…?”

         

       “네, 분명히 저한테 MS기획을 소개시켜주겠다고 그랬어요.”

         

       “그 얍삭 빠른 사람이 감히 본사를 등지는 행동을 할 수는 없을 텐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턱을 괴었다.

         

       그리고는 곧 안심하라는 듯 내 어깨를 치며 말했다.

         

       “아무튼 MS기획 쪽에서 나아아 중간에 탬퍼링 시도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군요. 너무 걱정 마세요, 예린 양. MS기획 쪽에서 뭘 믿고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인 지는 모르겠지만…, 예린 양이 MS기획과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진술하기만 해도 이번 일을 쉽게 넘어갈 겁니다.”

         

       “그냥…, 진술만 하면 되는 건가요?”

         

       “네, 그냥 MS기획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 MS기획과 계약한적 없다 이 내용을 자필로 적어서 SNS에 올려주십시오. 여론만 저희 쪽으로 넘어오면 나머지는 회사 측에서 알아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 말하는 정 실장의 표정은 참으로 든든해 보였다.

         

       확실히 MS기획이 NAS 엔터보다 연예계에서 잔뼈는 굵을지 몰라도 자본이나 규모 면에서는 NAS가 MS기획보다 몇 배는 위였다.

         

       거기다 계약 당사자인 나까지 여기 있으니 MS기획에게는 더 이상 억지를 부릴 힘도 껀덕지도 없었다.

         

       이에 내가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진한 불안함이 한결 편해지는 걸 느끼던 그때였다.

         

       “근데, 예린 양.”

         

       “네, 실장님.”

         

       정 실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물었다.

         

       “…혹시 형제기획 강 사장님과 연락되십니까?”

         

       “…!”

         

       강형만과 연락이 되냐는 말에 나는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뇨…, 오면서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요.”

         

       나도 오면서 강형만과 상구 오빠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장님이 정 실장님 전화도 안 받으세요…?”

         

       “네, 그렇습니다. 참…, 강 사장님은 이 중요한 때에 도대체 어디를 가신 건지….”

         

       “이상하다…, 원래 전화 잘 안 받으시지 않는데….”

         

       그렇게 나와 정 실장이 강형만의 행방에 의문을 품던 그때였다.

         

       “실장님! MS기획 기자회견이 곧 시작한답니다!”

         

       “…화면 트세요.”

         

       직원 한 명의 애탄 보고와 함께 정 실장이 화면을 킬 것을 명하자 회의실 중간에 거대한 모니터가 내려왔다.

         

       파앗.

         

       이윽고 화면이 켜지고….

         

       “기자들 얼마나 모았다고 하나요?”

         

       “일단 메이저는 전부 불렀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화면 속에 전형적인 기자회견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자 회의실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숨을 죽이고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곧….

         

       찰칵, 찰칵.

         

       …기자회견장으로 한 명의 중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이 MS기획의 안민성 대표입니다. …웬일로 직접 나왔군요.”

         

       “저 사람이 MS기획 대표….”

         

       그러면 저 사람이 나를 MS기획으로 영입하려 했던 사람인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더러운 눈매와 눈동자, 뭉개진 코….’

         

       생각보다 더 기분 나쁘게 생긴 사람이었다.

         

       회의실의 우리와 화면 속 기자들이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이내 단상에 선 그가 인사를 하며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MS기획 대표 안민성입니다. 악덕 기업의 횡포에서…, 저희 소속 연습생을 구제하고자 제가 직접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악덕 기업은 어디를 말하시는 건가요!”

         

       “방금 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MS기획의 입장문은 정말 사실입니까?”

         

       찰칵, 찰칵, 찰칵.

         

       안 대표는 어떤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잘 걸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자리를 빌어 저는 아까 MS기획의 입장문에서 한 치의 거짓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Nnet 프로그램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에서 우승을 차지한 하예린 양은…, 저희 회사 소속 연습생입니다.”

         

       “그게 무슨…!”

         

       나는 MS기획과 접촉한 적도 안 대표를 만난 적도 없다.

         

       “저렇게 눈 한 번 안 깜빡이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이에 내가 격분하자 정 실장이 그런 나를 진정시켰다.

         

       “…예린 양, 일단은 진정하세요. 안 대표가 뭐라 말하는지 한 번 들어 보죠.”

         

       “…네에.”

         

       화면 속 기자들 중 누군가도 그런 안 대표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는지 조금 노골적으로 질문했다.

         

       “혹시 하예린 양이 원래 MS기획 소속이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증거라니.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네, 있습니다.”

         

       안 대표는 너무나도 당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예린 양과 MS기획 사이 맺어진 전속 계약서 사본입니다.”

         

       “……어?”

         

       품에서 내 전속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것을 꺼냈다.

         

       찰칵, 찰칵.

         

       지잉-.

         

       안 대표가 그것을 꺼내는 동시에 플래시가 연달아 터지는 동시에 한 카메라가 그것을 줌인했다.

         

       계약서 구석 작은 서명란에는…, 내 사인이 들어 있었다.

         

       “…거짓말.”

         

       다른 사람들은 모를 수 있어도 나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저것은 내 싸인의 형태긴 했지만 내가 쓴 것이 아니라 누군가 조작한 것이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정 실장에게 곧바로 알렸다.

         

       하지만….

         

       “정 실장님. 저거 제가 한 싸인 아니에요, 분명히 조작된….”

         

       “…예린 양.”

         

       …정 실장의 눈은 내 싸인이 아니라 그 옆에 무언가로 향해 있었다.

         

       그는 이내 홀린 듯한 눈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그러면 저것도 조작된 건가요?”

         

       그가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어라.”

         

       …법정 대리인 서명란이었다.

         

       그 안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우리 아빠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저것도…, 조작임이 분명…, …….”

         

       이에 나는 그것이 조작이라고 말하려고 하다가…, 너무나도 확연한 도장의 문양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이렇게 전속 계약서와 함께 아주 확실한 증인이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요!”

         

       “바로…, 예린 양의 부모님입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보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 대표의 손짓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것은….

         

       “…….”

         

       그 누가 보아도 내 부모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나를 빼다 박은 두 사람이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내 부모가 등장하자마자 마치 섬광이라도 터진 것처럼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안녕하세요, 예린이 아빠, 엄마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때 나는….

         

       쩌적, 쩌저적.

         

       무엇인지는 몰라도 무언가 내 마음에서 깨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

         

         

         

       기자회견 10분 전.

         

       “안녕하십니…,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습…, 좀 더 중후하게 가야 하나….”

         

       “저기…, 안 대표님….”

         

       “음?”

         

       스크립트를 보며 기자회견 연습을 하는 중인 안 대표에게 말을 거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예린이의 부모였다.

         

       “아, 네. 아버님, 어머님. 무슨 일이시죠?”

         

       안 대표가 친절한 미소를 가장하며 답하자 예린 부모가 안심하고 물었다.

         

       “우리 예린이가 MS기획으로 가면 잘 챙겨 주신다는 말 지키실 수 있으시죠?”

         

       “…….”

         

       예린 부모의 질문에 안 대표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안 대표가 예린 부모를 이 일에 이렇게까지 깊숙하게 관여시킨 까닭은 예린 부모가 먼저 안 대표에게 접촉했기 때문이었다.

         

       ‘저 대표님. 저번에 하예린 부모님 만나 보라고 하신 것 있지 않습니까? 그쪽에서 먼저 대표님을 만나고 싶답니다.’

         

       ‘…하예린 부모가 나를? 왜?’

         

       ‘정확히는 모르지만 급전이 필요한 듯 보였습니다. 돈을 내주면 하예린을 설득하는데 도와주겠다고….’

         

       예린 부모는 실제로 안 대표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자마자 매우 협조적으로 나섰다.

         

       전속 계약서를 위조하는데도 도움을 주었고 형제기획을 고발하는데도 손을 보탰다.

         

       ‘우리 착한 예린이를 그 깡패회사에 둘 수는 없죠. MS기획에서 우리 예린이를 거둬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말은 자기 딸을 위하는 척하면서 그들의 진 목적은 돈이라는 것을 안 대표는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안 대표는 예린 부모가 다루기 쉬운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아버님, 어머님. 우리 예린 양이 저희 MS기획에 들어오면 제가 ‘직접’ 특별 관리하겠습니다, 하하.”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러니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힘을 좀 써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렴요, 대본대로 철저히 따르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실적으로 MS기획의 힘으로 NAS를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걸 너무나도 잘 아는 안 대표는…, NAS 쪽이 아닌 형제기획 쪽을 집중타격할 생각이었다.

         

       ‘이미 나아아 우승도 한 마당에 NAS에서 완전히 빼오기는 힘들지. 대신 1년 후에 그 아이는 형제기획이 아니라 MS기획 소속이 되어 있을 거야. 그리고 그때는…, 흐흐….’

         

       꼼지락.

         

       머지않은 미래를 상상한 안 대표가 이내 얼굴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우고 친절한 얼굴과 함께 예린 부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기자회견 준비하실까요?”

         

       “하하, 그러시죠.”

         

       서로 원하는 건 다르지만 짝짜꿍은 너무나도 잘 맞는 세 명은 그대로 기자회견장으로 나섰다.

         

         

         

         

       **

       

         

         

         

       “흐윽…, 사실 저희 딸 예린이의 원래 소속이 MS기획이었는데…, 형제기획의 강형만 사장이 저희 빚을 가지고 협박을 하면서….”

         

       “여보오….”

         

       찰칵, 찰칵, 찰칵!

         

       지금 와서 새삼 드는 생각인데 우리 아빠 엄마는 카메라에 정말 잘 받는 사람들이었다.

         

       선남선녀 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읍소하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말에 그대로 빠져 들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듯한 우리 아빠는….

         

       “그래서 예린이는 어쩔 수 없이 형제기획 타이틀을 가지고 나아아에 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MS기획 안 대표님은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해 주셨는데…, 깡패 회사에 예린이를 넘길 수 없다는 정의감으로 이 자리에…, 흐윽….”

         

       눈물을 마구 흘리며 계속해서 형제기획을 악덕기업으로 날조하며 몰아갔다.

         

       “하아…, 이건 뭔….”

         

       정 실장은 우리 아빠의 인터뷰를 보며 상황이 답답한 듯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풀었다.

         

       다른 직원들도 내 부모의 감성 작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화면을 보며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나는…

         

       “아….”

         

       비틀.

         

       “예린 양…!”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왜…, 왜….”

         

       쿠구구구-.

         

       내가 그동안 만들어 놓은 내 세상이 부모의 말 한마디와 눈물 한 방울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선만 넘지 말라고 했잖아…,  근데 왜…. 왜…, 대체 왜….”

         

       쩌적.

         

       동시에 내 마음속의 무언가도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견디기 힘든 구토감이 밀려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가 12시간 연재를 하고 싶은데… 지금 본업이 너무 바빠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