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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 ***

         

       황실의 여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성장하는가.

         

       어렸을 때부터 시, 서, 화 등을 배우며 교양을 쌓고 어릴 때부터 황실의 비전 단련법으로 몸을 가꾸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배우면서 자란단다.

         

       “이런 황실의 여식을 맞이하는 자는 얼마나 행운아이며, 광영된 자리에 오르는 것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군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중년의 궁녀는 뭔가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아닌 밤중에 난 화제 속에서도 총총히 걸어 다닐 것만 같은 궁녀들이 바삐 뛰어 들어왔다.

         

       “무슨 소란이냐!”

         

       “상궁! 속히!”

         

       중년 궁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사라졌다. 무슨 일이 난 것일까? 나는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나타난 중년 궁녀를 보면서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저 하이엘프가 빙의한 것 같은 깐깐함을 자랑하던 궁녀들이 저렇게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갑작스럽게 참모총장의 방문을 통지받은 중대장 같은 느낌이었다.

         

       “음…!”

         

       “오, 오셨사옵이까..! 폐..아니…음…”

         

       누군가 방에 들어서고 궁녀들이 일제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 상궁 역시 말을 더듬었다.

         

       방에 들어온 사람은 두 사람.

         

       내관들인가? 한 사람은 죽상을 하고 뒤에 시립해 있었고 앞에 선 사람을 향해 궁녀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궁청전의 궁녀들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황궁에서 꽤 높은 사람인가보다.

         

       일단 나는 가볍게 읍을 해 보였다.

         

       인사를 했음에도 빤히 날 바라보는 남자. 지금 매우 심기가 불편하며 내가 매우 못마땅하다고 외치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황족과 관련된 자인가? 혁기린과 묘하게 닮은 얼굴도 그렇고 궁청전 궁녀들이 쩔쩔 매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범상치 않은 자임은 확실한데..

         

       “반갑네!”

         

       “…아, 예 반갑습니다. 사천낭인인 호천안이라고 합니다.”

         

       “음! 그래 본인은 내관인…내관인…두작이라고 한다네!”

         

       뭔가 방금 이름을 지은 듯한 느낌인데. 이런 저런 가명을 지어 보았던 경험자로서 초짜의 냄새를 맡았지만 모른 척 했다. 황궁 내에서 궁녀들이 보고 있는 곳에서 당당히 가명을 댈 수 있는 자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이것도 궁녀들이 준비한 돌발상황은 아니겠지만 요 이틀간 궁녀들이 하도 뜬금없는 짓을 해댄 탓에 어지간한 일로는 평정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해탈한 상태랄까.

         

       그냥 이 황궁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건 그냥 적당히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헛흠. 본의 아니게 궁청전 궁녀들을 방해한 것 같군. 본디 내관이 궁청전까지 내려오는 일은 없었네만 아무래도 황제 폐하의 손님은 동성의 내관이 모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어 내가 시범으로 잠시 궁청전의 행사에 끼어들게 되었네.”

         

       “내관부에서 이리 신경을 써 주시니 참으로 광영이옵니다. 두작 내관…”

         

       “허허허, 광영이랄 것이 있겠나. 그저 혹여 내가 방해한 것은 아닐련지 모르겠군.”

         

       “아니옵니다. 막 교육을 마치려던 참이었습니다.”

         

       “오, 그것 참 잘 되었군. 차나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할 수 있겠나.”

         

       “물론이지요.”

         

       궁녀들이 차를 내오고 물러섰다. 두작이라는 사람은 나와 같이 상에 앉고 나머지 내관 한 명은 뒤에 시립했다. 뭐 내관들 사이에서도 직위가 있을 테지만 상사 쪽이 열 살은 젊어 보이네.

         

       “흐음. 그래 궁청전 생활은 할만한가?”

         

       “예. 낭인 주제에 어디가서 이런 대접을 받아 보겠습니까? 그저 극진한 대접에 황송할 따름입니다. 궁녀님들은 친절하고 음식은 맛있더군요.”

         

       “그렇군.”

         

       두작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런 두작을 바라보며 뒤에 시립해 있는 내관을 바라보았다. 슬쩍 본 얼굴이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인상인데…쓰읍. 누구랑 닮은 것 같은데 속 시원하게 기억이 안 나네.

         

       “혹시 본관에게 용무가 있으신지요?”

         

       눈이 마주진 내관이 말을 걸어서 나는 머쓱하게 손을 내저었다.

         

       “하하, 아닙니다. 그게…인상이 친숙하여 잠시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어쩐지 아는 누군가를 닯은 것 같은데.”

         

       “호오. 그렇소? 본 내관의 이름은 휘경이라 하오.”

         

       “…음.”

         

       생각나는 이름이 없었다. 그렇게 휘경과 머쓱한 시선을 주고 받는 사이에 두작이 상념에 깨어나 말했다.

         

       “그래. 그래도 무림인이라면 제법 답답한 환경이 아니겠소?”

         

       “부정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검을 휘두르지 못하니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그래…손이 근질근질 하시겠지.”

         

       쓸데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번쩍이며 나를 바라보는 두작. 이거 함정 질문이었는데 내가 콱 밟아버린 것일까?

         

       “하하, 고작해야 일류의 경지이기는 하나 그렇기에 하루하루의 단련이 소중하지요. 다행히 운기조식만으로도 충분히 성취를 거둘 수 있는 처지입니다.”

         

       “후후. 그렇지. 손이 근질근질한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소. 내 책망하려던 것은 아니었소.”

         

       “하하하,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래 손이 근질근질 해야지, 하하하하!”

         

       뭐에 꽂힌 것인지 계속 손이 근질근질하다는 말을 되뇌이며 웃기만 하는 두작. 어쩐히 살기 비슷한 흉흉한 기운도 느껴지고…앞으로도 계속 올 생각인가.

         

       온다면 피곤하겠네.

         

       황궁 생활이 한층 고달파 질 것을 직감하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 ***

         

       “어서 오시지요. 오라버니.”

         

       “후우. 그래.”

         

       유경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혁기린을 바라보았다. 무공 핑계를 댔지만 벌써부터 손이 근질근질하다는 연쇄도박마 호천안에게 마음을 줘버린 혁기린의 처지를 생각하니 절로 서글퍼졌다.

         

       “어찌 그리 근심 어린 눈빛이십니까.”

         

       “아니…아니다.”

         

       “후후, 오라버니. 이 동생에게 흉금을 털어 놓으시지요. 하나뿐인 동생 아닙니까.”

         

       “유야야….”

         

       유경은 기특한 말을 하는 혁기린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남을 위하고 착한 아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호천안 같은 도박놈팽이에게 줄 수는 없었다.

         

       유경을 결심을 굳혔다.

         

       ‘결혼, 좋다. 저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는 것? 좋다. 아니 마냥 좋지는 않지만 인정해 줄수는 있다. 그런데 저런 놈이랑…! 이어지는건 아니지! 이건 유야의 불행을 방치하는 일이다!’

         

       유경은 잠시 호천안에 대해서 떠올렸다.

         

       협잡질을 부리다가 나중에 일부러 져 준다.

         

       이딴게…직업?

         

       그렇게 어렵사리 번 돈을 죄다 도박장에 꼬라박는다.

         

       이딴게…취미?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천안과 이어진 혁기린이 진정 행복한 미래를 쟁취하리라는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행복회로를 돌려보아도 나는 것은 연기요 탄내뿐!

         

       유경은 생각을 정리한 뒤에 입을 열었다.

         

       “요새 청가의 자제가 도박에 빠졌다는구나. 그 외에도 요새 청년들이 도박에 빠져드는 문제가 심각하다.”

         

       “아, 그렇습니까. 그건 확실히 큰일이로군요.”

         

       “그래. 도박은 백해무익! 돈을 따도 불노소득에 찌들어 근성을 버릴 뿐이고 돈을 잃으면 삼대가 쌓아올린 재산을 한달만에 날려버리니. 국법으로 금지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뭐…그래도 국법으로 금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혁기린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자 유경은 눈빛을 번뜩였다. 순수하게 조언을 해 주는 여동생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지금이 기회였다.

         

       “어허! 도박을 옹호하다니 경을 칠 소리! 도박으로 가세를 일으켰다는 자의 소문은 들어 보지 못했지만 도박으로 패가망신했다는 소리는 수도 없이 들어보았다!”

         

       “음….”

         

       혁기린이 우물거렸다. 사실 혁기린이 아는 도박 하는 사람은 호천안 뿐이었고 그 호천안은 하루에 금자를 백 냥을 넘게 따 오는 사람이었다.

         

       도박으로 가세를 일으킨 사람에 대한 소문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직접 보긴 했지. 그렇게 생각하며 혁기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같이 온 사람이 낭인이라 들었다. 제법 도박을 즐긴다지? 혹여나 너도 도박에 손을 댄 것이 아니냐?”

         

       “하하, 한 수 재주를 배우기는 했지요.”

         

       “….뭐라?!”

         

       유경의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저 개잡놈이…순진한 내 동생까지 도박판에 앉혔다고? 유경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지만 혁기린은 그런 유경의 마음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다과로 손을 뻗었다.

         

       동그란 모양이 마치 동전과 비슷했다.

         

       “자 보시지요!”

         

       혁기린이 손을 교차해 보이자 다과가 깔끔하게 없어졌다. 유경이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손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여준 혁기린이 다시 손바닥을 뒤집자 그 위에 다과가 올라가 있었다.

         

       선사님들 만큼의 열정은 아니더라도 혁기린 역시 아이들을 위해서 간단한 손재주 정도는 손에 익혔다. 그 중 유경에게 보여준 것은 간단한 동전 숨기기였다.

         

       “호 낭인에게 배운 손재주입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아주 껌뻑 죽지요.”

         

       “…허허.”

         

       “비록 도박에 사용하는 손재주라고는 하나 재주는 쓰기 나름입니다. 호 낭인님이 점창파의 아이들에게 당과를 줄 때…”

         

       혁기린이 호천안의 마술공연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했고 유경은 주먹을 꽉 쥔 채로 간신히 표정 관리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유경의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이 자식이…감히 내 동생에게…도박판의 협잡 기술을 가르쳤단 말인가..!’

         

       점창파에서 선사님들에게 도박 기술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눈치챘어야 했는데 설마 혁기린에게까지 마수를 뻗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런 도박에 미친 새끼!

         

       “유야야!”

         

       유경은 참을 수 없어서 목소리를 높였다. 호천안의 당과 없애기로 아이들이 어떻게 계도되었는지를 신난게 설명하고 있던 혁기린이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어찌 도박기술을 옹호하느냐! 근묵자흑이라는 말조차 잊었느냐! 검은 것을 가까이 하면 검게 물드는 법이니 도박판에서 남을 속이는 삿된 기술을 가까이 하면 쓰겠느냐!”

         

       “…오라버니. 그러니 방금 올바른 쓰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검은 것이 희게 되는 것이냐! 그런 재주를 갈고 닦는 것 자체가 도박을 가까이 하는 셈이니 언젠가 크게 경을 치게 될 것이다!”

         

       혁기린과 유경의 눈이 마주쳤다. 이미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서로를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만이 남았다.

         

       “그 호 낭인이라는 자를 조심하거라! 도박에 골수까지 물들어 있으니 언젠간 도박판에서 패가망신하고 크게 경을 칠 것이야!”

         

       “하.”

         

       혁기린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 호천안이…도박판에서 패가망신?

         

       “호 낭인님이 도박판에서 위험에 처할 일은 없을 겁니다. 충분히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호 낭인님을 충분히 믿고 있습니다.”

         

       혁기린은 호천안이 도박판에서 지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루에 금자를 백 냥 단위로 벌어들이는 사람이고 현경의 고수도 간파하기 힘든 기술의 보유자니까.

         

       절제해야 될 부분은 도박 외적인 일이다. 너무 크게 따서 열 받은 상대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걱정이라면 걱정이겠지.

         

       “허허…!”

       

       혁기린이 내비치는 호천안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읽은 유경은 뒷목을 잡았다.

         

       도박판에서 오래 굴렀으니 어느 정도 도박에 숙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이런 저런 상황에서 도박을 꺼내든 것을 보니 도박 실력이 뛰어난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호천안은 도박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무려 오년간 매일 빈털터리가 되도록 도박을 했다는 점 자체가 문제였다. 제 버릇이 어딜 가겠는가? 근래의 행적을 보면 성실하게 무공 수련을 하고 있었지만 점창파에서 수련을 하게 되는 기연이 열리면 누구나 열심히 무공을 수련하겠지!

         

       방금도 도박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네 어쩌네 하다가 무공 수련 이야기라며 말을 얼버무린 호천안의 모습을 보고 온 유경에게는 속이 터지는 상황이었다.

         

       ‘호천안이라는 저 놈은 언젠가 도박으로 제 인생 말아 먹을 녀석이란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경은 흠칫했다.

         

       만약, 호천안이 도박으로 대형 사고를 친다면? 그리고 그런 호천안의 추태를 혁기린이 알게 된다면?

         

       오만 정이 뚝 떨어지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었다.

         

       “후우…그래. 함부로 언성을 높여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오라버니. 저 역시 버릇이 없었지요.”

         

       “아니다. 호천안이라는 사천낭인 역시 네 지인인 것인데 내가 너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구나. 그 자가 너에게 충분히 신뢰가 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겠지.”

         

       “이해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어색해진 분위기에서 남매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차를 마셨다. 차의 향을 칭찬하고 다과의 맛을 칭찬했다.

         

       그러나 유경의 머릿속에서는 호천안을 어떻게 요리할지에 대한 계획이 점차 수립되고 있었다.

         

       “후후, 오늘은 달이 참 아름답군요.”

         

       “그러하구나. 이렇게 야밤에 차와 다과를 나누며 달을 보는 것도 색다른 운치로군. 유야에게 감사해야겠구나.”

         

       달을 칭찬하며 유경의 생각은 점차 깊어만 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위기의 호천안 (아님)

    *허허 또 예약연재를 건다는 것이 그냥 등록해버렸군요.

    두 사람의 가명.

    유찬 : 아 작두 마렵네. 가명은 작두라고 짓기 뭐하니까 두작으로 하자.

    사마휘경 : (사마)경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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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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