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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갑자기 왜 그렇게 급해졌어?”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연쇄살인마는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뉘앙스로 올리비아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암주가 아가레스에게 죽는다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고생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릴테니까.

         

       ‘보상은 내 알바가 아니야.’

         

       무작위 회차의 기억을 일부 각인한다.

         

       언뜻 보면 좋아 보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냥 좋은 것도 아니었다. 불살 회차의 절반은 폭력으로 이뤄냈었고, 노말 회차 또한 호감작에 집중하기보다는 스토리 공략에 치중했으니까.

         

       그런 기억이 각인될 바엔, 차라리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나았다.

         

       ‘나를 죽였던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은 낮지 싶다. 비교적 초반부에 만난 키엘에게 호되게 데인 이후로, 다른 회귀자들과 접촉할 때는 최대한 조심하면서 다녔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적게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무난히 넘어간 회차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회귀자, ‘암주’의 죽음이 목전에 놓였습니다.]

         

       메시지가 떠오르는 주기가 짧아진 것을 보니, 방금 전보다 상황이 심각해진 모양이었다.

         

       걱정할 시간도 없었다.

         

       올리비아는 다급히 뇌전으로 동굴을 막고 있던 흙더미를 터뜨림과 동시에, 동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벽면을 얼렸다.

         

       꽈아아아아앙!

         

       원래라면 이런 무식한 방법은 쓰지 않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거 들어가도 되는거야?”

       “시간 없으니까 닥치고 들어가.”

         

       올리비아는 곧장 동굴을 통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제대로 된 입구를 찾았는지, 공허충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된 동굴로 들어갔다면 지금쯤 공허충들과 조우했겠지만, 진짜 입구는 악마들이 관리하는 탓에 깨끗했다.

         

       팟팟팟팟!

       

       올리비아는 블링크를 남발하며 이동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내려가는거야? 저 밑에 있는 게 뭔지 알고?”

       “대악마 아가레스.”

       “대악마? 내가 아는 대악마는…….”

       “바포메트보다 훨씬 강해.”

         

       애초에 바포메트는 본신의 힘이 강하다기보다는 능력이 까다로운 대악마에 속했다.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자의 의식을 침투하여 마음대로 조종하는데, 한 번 당해보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게 된다.

         

       하지만 아가레스는 다르다. 그는 능력이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강해서 대악마가 된 자니까.

       

       올리비아는 아공간에서 포션 두 개를 꺼냈다.

         

       “들어가면, 쓰러져있는 사람들한테 이것부터 먹여.”

        “두 명인건 어떻게 알아?”

        “……다 방법이 있어.”

       

       연쇄살인마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 뿐이었다.

         

       “당부하건데, 죽이지 마.”

       “걔들이 나를 죽이려고 하면?”

       “그럴 것 같으면, 적당히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여.”

        “굳이 정신을 차리게 만들 필요도 없다는 소리네?”

         

       벙긋벙긋 웃는 입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따로 상처를 입히는 것도 안…….”

         

       올리비아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눈 앞에,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

         

         

       ‘앞으로 길어야……3분인가.’

         

       암주는 화기(火氣)를 일으켜 터진 옆구리를 임시로 봉합했다. 그는 암살자였지만, 이런 기초적인 마법은 사용할 수 있었다. 과거 멜리나에게 구명의 은혜를 입었을 때 배웠던 것이다.

         

       – 근래 만났던 암살자 중에 그나마 쓸만하구나. 흠, 나중에 내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맹세한다면, 살려주마. 겸사겸사 마법도 몇 가지 알려주지.

         

       그게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었다.

         

       운이 좋았다. 그 당시 암주는 막 수습 딱지를 뗀 어린 소년이었고, 금탑주는 뭣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죽여 손에 피를 뭍히고 싶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맹세는 세월이 흘러.

         

       – 날 도와주세요. 암주.

       – 내가 왜 그래야 하지?

       – 나를 이 자리로 보낸건, 금탑주니까요.

         

       망국의 황녀를 통해 이루어졌다.

         

       [죽을 때가 되니 잡생각이 많아졌나?]

         

       아가레스는 공중으로 도약해 암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는 전력을 실어 암주의 머리 위로 양 주먹을 내리찍었다.

         

       투콰아아아앙!

         

       암주의 카마가 아가레스의 양 팔을 잘라냈다. 물론 카마도 성하지는 못했다. 두꺼운 뼈를 가른 탓에, 날이 쓰지 못할 정도로 상해 있었다.

         

       암주는 품 속에서 새 카마를 꺼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아가레스는 재생력을 믿고 자신의 몸을 소모품처럼 사용했다.

         

       몇 번이나 잘려도 순식간에 재생한다.

         

       무기를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건 암주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제는 정말로 한계였다.

         

       올리비아가 아스모데우스에게 납치된 후, 암주는 악마들과의 전투를 항상 염두에 두고 훈련했다. 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급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목이었지만, 단칼에 베어내지 않는 이상 별 의미가 없었다.

         

       팟! 슈욱!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레스는 인상을 쓰고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 석궁을 치켜든 악마사냥꾼이 있었다. 방금까지 쓰러져 있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자세를 추슬렀다.

         

       그녀의 무기는 장궁뿐만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상처 입었을 때는, 아공간에서 석궁을 꺼내 쓰기도 했다.

         

       시위도 당길 필요가 없다.

         

       그저, 마력을 담아낸 다음.

         

       탁.

         

       쏘아내기만 하면 되니까.

         

       순백색 화살들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아가레스의 왼눈을 꿰뚫었다.

         

       ‘부족해.’

         

       악마사냥꾼의 얼굴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급소를 맞췄지만,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항마의 기운이 서린 탓에 방금처럼 빠르게 재생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봤자 죽일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상하군. 고작 이런 실력으로 바포메트를 사냥했다는거냐?]

         

       아가레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화살을 뽑아냈다. 그 끝에 눈알이 딸려 나왔지만, 그 뿐이었다.

         

       만약 아가레스가 인간이었다면, 악마사냥꾼과 같은 인간의 몸이었다면, 이 싸움은 진작 이들의 승리로 끝이 났을 것이다.

         

       악마사냥꾼은 머지않아 이 싸움이 끝날 것임을 직감했다.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으니까.

         

       올리비아와 싸웠을 때도 그러했다.

         

       툭.

         

       악마사냥꾼은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부러진 팔로 석궁을 드는 것도 이젠 한계였다.

         

       언제부터인지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죽음의 전조임을 악마사냥꾼은 잘 알았다.

         

       주마등.

         

       그래.

         

       창백하게 질린 얼굴 가운데 공허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제는 알겠다. 왜 이런 무지막지한 괴물들이 전생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지.

         

       죽여왔던 것이다.

         

       몇 십년 동안 계속, 올리비아는 남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런 괴물들과 싸워왔던 것이다.

         

       아가레스, 아스모데우스…….

         

       극단주의자들, 제 배만 불리려 드는 귀족들…….

         

       분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죽을 때가 되니 보이기 시작했다.

         

       후회인가? 그도 아니라면 미련?

         

       이런 상황에, 황궁에서 아리아와 했던 대화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 후회에도 때가 있는거에요.

         

       맞는 말이다. 이제와서 후회하는 것 만큼 추한 일도 없다.

         

       꺼져가는 악마사냥꾼의 눈동자에, 피를 토하며 튕겨나가는 암주의 모습이 비친다.

       

       끝났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

         

         

       “둘다 완전히 기절했어.”

         

       연쇄살인마가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올리비아?”

         

       올리비아의 얼굴을 확인한 연쇄살인마가 움찔했다. 올리비아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눈동자는 달랐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아득한 분노가, 그 속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쟤네 둘. 반드시 살려놔. 죽으면……알아서 해.”

         

       연쇄살인마는 그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응.”

         

       올리비아는 공동 아래로 뛰어내렸다. 사뿐히 바닥에 착지한 올리비아의 양손에는 세찬 마력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왜지? 잘 모르겠다. 악마사냥꾼과 암주가 완전히 의식을 잃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들이 피를 토할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멀리서.

         

       동 공작 아가레스가 고개를 돌렸다. 올리비아는 그의 망막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낯설다. 자신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 줄이야.

         

       누구라도 저 녀석들과 자신이 동료라고 오해하지 않겠는가.

         

       그런 오해 따위 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을 뿐이다. 저들이 죽으면, 자신도 죽으니까.

         

       잠시 침묵하던 아가레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처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다. 저번보다 강해지기는 했다지만, 대악마를 사냥했다기에는……무언가 많이 부족했거든. 벨페고르라면 모를까, 저 실력으로 바포메트를 사냥했을 리는 없지.]

         

       아가레스의 눈이 빛났다.

         

       [역시 너였군. 바포메트를 사냥한 자가.]

         

       바닥의 흙이 펑, 하고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아가레스는 흙더미 속에서 올리비아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 줄만 알았다. 올리비아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졌다. 블링크? 아가레스는 상체를 급격히 회전시켰다.

         

       콰아아앙!

         

       뇌전이 아가레스의 오른팔에 작렬했다. 짜릿한 감각에, 아가레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덫을 깐게 나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냉기와 뇌전, 난무하는 바람이 온 몸을 파고든다. 사방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날카로운 얼음 정수들. 작렬하는 번개. 아가레스의 고함은 마법이 만들어낸 소리에 잡아먹히고, 재생력은 육체가 파괴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고오오오오오!

         

       그리고 그 마법을 펼쳐내는 올리비아의 모습은 흡사…….

       

       아가레스는 광소했다. 전신의 털이 오싹하게 곤두서는 이 감각.

         

       [크하하하! 북 공작이 옳았구나!]

       

       그분이다.

         

       아가레스는 그렇게 소리치며 덤벼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야릇한 쿼크님 1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꾸준한 후원! 감사합니다!

    -뚜알기가 조아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굶주린 자까의 야식을 책임져주시는군요..! 항상 감사합니다!!!

    – 김이얀 님 2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알파벳은 ‘a’이군요!
    1fibona…?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천상연성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작품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말 힘이 됐습니다!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완결까지 달려보겠습니다!!!!!!!

    -WASTETIME님 5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500코인이란 거금에 후원 메세지는 고작 ‘재밌어요’뿐이라니…!
    엄청나게 쿨하신 독자님이시군요!

    흙흙흙…캄사합니다…

    열심히,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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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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