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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무림맹에서 빠져나온 시유검은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무림맹 건물을 쳐다봤다.

       

       그가 이 곳에 발을 들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추억도 있고 애정도 있는 곳이었다.

       

       효율을 위해서라지만 떠나자는 게 아쉬운 곳이었는데 방금 전 맹주 때문에 그 기분이 싹 다 날아가 버렸다.

       

       저 사람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나름대로 능력도 있는 사람이.

       

       맹주가 이끄는 유저 무림맹이 괜히 화룡무인의 1위 문파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분명 실력 있는 사람이었다.

       

       문파를 이끄는 사람으로써도 또 한 사람의 무인으로써도.

       

       그런 사람이 질투에 눈이 멀어서 이제 막 설립된 문파를 억압하겠단 소리를 대놓고 할 줄은 시유검도 상상하지 못했다.

       

       뭣보다 화령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게 시유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저 무림맹은 거대한 세력이다.

       

       그 안에 소속된 유저들은 하나하나가 강자이고, 무림의 여러 기존 문파들과도 연계가 되어 있어서 집단으로서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화령이라는 개인을 짓누를 수 있는 힘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애매했다.

       

       화령은 강하다.

       

       상식의 이상으로 강하다.

       

       MMO게임에서 홀로 치트키를 쓰고 다니는 운영진마냥 강하다.

       

       유저 무림맹의 전력을 쏟아 부어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검선과 백중세를 펼친 데다 월드 레이드 보스일 게 분명했던 화산문주를 혼자서 쓰러트린 것을 보라.

       

       그녀는 혼자이면서도 군단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유저 무림맹의 모든 걸 쏟아 붇는다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확실하진 않아도 커다란 피해를 입을 거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개인의 원한 때문에 문파에 피해를 입히는 사람 아래에 있을 바에야 다른 데에 가고 말지.

       

       이제 화산으로 가볼까. 아직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따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유검님. 지금 겜 들어와 있죠?]

       

       그런 생각을 하던 때에 나설에게서 메시지기 왔다.

       

       이 사람이 먼저 나한테 메시지를 보낼 사람이 아닌데?

       

       먼저 부르지 않으면 연락도 않던 사람이 왜 갑자기 메시지래.

       

       [뭔데요.]

       [지금 빨리 화산파 부지로 와주세요! 시유검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무슨 일이 있나?

       

       나설이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닌데.

       

       설마 유저 무림맹에서 미리 일을 벌여 놓은 건가?!

       

       시유검은 다급히 지역 이동 기능을 활용해서 화산파 쪽으로 향했다.

       

       그런 다음 경공을 활용해 높디 높은 계단을 수십초 만에 주파한 그는 숨을 헐떡이면서 새로 만들어진 화산의 입구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가 보게 된 광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평온한 화산의 풍경이었다.

       

       화산파 부지에는 시유검보다 먼저 온 화산의 이들 다섯이 모여 검을 휘두르는 법에 관해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있던 박연은 시유검을 보더니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시유검님도 어제 메시지 받으셨습니까?”

       “네. 그런데요.”

       “화산 바깥 사람으로는 두 번째시네요! 확실히 나설님이나 시유검님이나 두 번째 시험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죠!”

       

       랭커는 랭커였다며 히히덕 거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긴박감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나설 이 인간은 도대체 왜 날 낚아먹은 거야!?

       

       “나설은 어디에 있습니다.”

       “저기 본관 안 쪽에 화령님하고 민준이형이랑 같이 있어요. 무슨 서류 작업 할 게 남아있다고 하던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옙.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유검은 나설을 만나면 한 소리를 해주고 말겠다고 속으로 씩씩대면서 안쪽으로 향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처음 와 보는 건물이었지만 길을 헤맬 염려는 없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도 목소리가 격한 것을 보면 심각한 논의를 하는 것 같긴 한데.

       

       시유검은 일부러 들으라는 것처럼 발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갔지만 이야깃 소리는 줄지 않았다.

       

       그 화령이 발소리 하나 못 들었을리는 없으니 이 이야기는 자신이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란 소리겠지.

       

       그리고 나서 소란이 이어지던 방 안에 시유검이 발을 들인 순간 본 것은 책상에 모여 앉아 서류를 가운데에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화령은 시유검을 보자마자 화색을 지었다.

       

       “오. 마침 잘 왔군.”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이리 와서 한 번 봐주게.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니”

       

       저 서류가 뭐길래?

       

       시유검이 슬며시 다가가 서류를 확인해 보았더니 그건 유저 문파 측을 관리할 때에 필요한 여러 서류 중 하나였다.

       

       이것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거야?

       

       처음 보면 좀 복잡해 보이는 일이긴 하지만 나를 부를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닌데.

       

       유저 문파에 조금만 있어보면 다 어떻게 하는 건지 알잖아.

       

       나설이야 화룡무인을 오래 해오긴 했지만 문파 활동을 제대로 한 적이 없으니 모를 만 하고,

       

       워낙 강하다보니 잊기 쉽지만 화령도 게임을 시작하고서 한 달이 채 안 된 사람이니 당연히 모를 테고.

       

       한민준도 유저 문파에 들어가지 않고 화산의 아래에만 머무르던 사람이었으니 이런 걸 해본 적 없겠지.

       

       시유검은 그를 깨닫고 나서 이들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를 깨달았다.

       

       “해결할 수 있겠나?”

       “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문주인 화령님이 몇 가지만 알려주시면 금방 할 수 있습니다.”

       “잘 됐군! 자. 이리로 오게! 내 그대를 합격시키길 잘했다니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서류 앞에 앉게 된 시유검은 이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 챘다.

       

       어. 이 그림은 앞으로도 내가 계속해서 서류 일을 떠맡게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앞으로 잘 부탁하겠네!”

       

       그를 깨달은 시유검이었지만 밝게 말하는 화령의 앞에서 못하겠다는 말을 할 순 없었다.

       

       시유검은 이미 무림맹에 사표를 던지고 온 상태였으니까.

       

       “…네.”

       

       시유검은 어째 자신이 앞으로 고생을 할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다.

       

       *

       

       내가 뽑은 사람 중에 유저 문파의 일에 익숙한 이가 있어서 다행이군.

       

       이 문파라는 것은 다른 게임으로 따지면 일종의 길드 같은 것인데 뭐 이리 복잡한 게 많은지 원.

       

       실제 문파를 운영한다면 할 일이 많은 게 맞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 속 아닌가.

       

       이런 식이어서 어느 누가 문파를 만들어서 운영하겠나.

       

       “방법만 알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닌데요.”

       “그건 그대에게 재능이 있어서 그렇지. 우리가 느끼기엔 충분히 어려운 일이었다. 안 그런가. 한민준?”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동의를 위해 옆쪽에 말을 걸었지만 한민준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오히려 대답이 나온 쪽은 내가 묻지도 않은 설아 쪽이었다.

       

       그녀는 내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맞다며 고갤 끄덕이는 사람이었기에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시유검은 우리의 반응을 듣고 살짝 웃더니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저희가 오늘 여기에 모인 이유는 뭔가요? 개선식인가요?”

       “아니. 난 허례허식은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다. 오늘은 그대들에게 화산의 이치를 수련하는 법을 알려주려 한다.”

       

       화산에 모인 이들에게 내가 내건 제안은 화산의 이치를 가르침으로써 자하신공과 매화검법을 익힐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첫 선을 보이는 날이다.

       

       “그런데 화령님이 왜 이쪽에 계세요?”

       

       시유검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인가?”

       “그러니까 왜 가르치는 쪽이 아니라 저희들 사이에 끼어 계시나 싶어서요.”

       

       그의 말에 동의하는 듯 화산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 선 이들이 내게 시선을 보냈다.

       

       음. 다들 내가 화산의 무공을 가르칠 것이라 생각했나보군.

       

       그렇게 할 순 있지.

       

       본인이 화산의 무공에 완숙하다 할 수는 없다만 만류는 귀종하는 것인지라 그대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건 가능하다.

       

       그렇지만 말이다.

       

       본인은 결국에 화산의 근간을 둔 사람이 아닌지라 그 안에 있는 모든 걸 전수할 수는 없다.

       

       “화산의 무공에 관해 가르치는 일은 어지간해선 학영충이 맡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한 때 장문제자였으며 훗날 장문인이 될 것이 확정적이었던 학영충은 다른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기에 적절한 인재다.

       

       내가 괜히 매화검법을 미끼로 이 놈을 끌고 온 것이 아니다.

       

       반발은 거의 없었다.

       

       현재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는 자하신공의 사용자인 학영충이 직접 전수를 하겠다는 소리이니 화산의 이치를 배우러 온 입장에서 불만이 있을 리가.

       

       아예 없진 않았다.

       

       나설이 불만스럽다는 듯 앞에 서 있는 학영충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저 문주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도 한 가지 물을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앞에 선 학영충이 슬며시 말을 꺼냈다.

       

       “무언가?”

       “왜 배우는 쪽에 계시는 겁니까?”

       “네가 잘 가르치는 지를 확인해야 할 거 아니냐.”

       

       네게 가르치는 걸 맡기겠다는 것이 전권을 넘기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는 짓이 영 거슬린다 싶으면 옆에서 훈수를 좀 둬야 하지 않겠느냐.

       

       내 말을 들은 학영충은 얼굴을 굳히다 헛웃음과 함께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을 가르치게 된 학영충이라고 합니다. 전 예전 화산의 장문제자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화산에 머물렀고 수십년 동안 화산에서 무공을 수련했죠. 그래서 화산의 무공에 담겨 있어야 하는 게 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기와 험입니다.”

       

       “자하신공을 익히기 위해선 이 둘 모두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단순히 이에 관해 잘 아는 게 아니라 숨 쉬는 것처럼 화산의 이치를 수행해야 하죠.”

       

       “여러분은 아직 이 단계까지 오기에 부족함이 많습니다. 능숙한 부분보다 서투른 부분이 많죠. 그러니 처음부터 자하신공을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화

       산의 다른 무공을 익히며 기와 험에 익숙해진 다음 넘어가야 하죠.”

       

       “그렇기에 처음 제가 가르쳐 드릴 것은 화산검법입니다.”

       

       학영충은 이야기를 잠시 끊고는 검을 뽑아 들어서 자신의 검법을 시연했다.

       

       화산검은 오래된 무공이다.

       

       화산이라는 문파를 만들어 낸 초대가 화산을 돌아다니다 얻은 깨달음을 통하여 만들어 낸 것이니 말이다.

       

       그 후 여러 무인들의 손을 거쳐 수정되며 처음의 투박함을 잃어버리긴 했으나 그 근간은 여전히 화산에 있다.

       

       학영충이 검은 처음엔 묵직하고 단단했다.

       

       절초 하나하나에 힘이 들어가 있어서 그 어떤 것을 만나더라도 부서지지 않을 듯 했으니 그는 그야말로 바위라 할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검이 형상을 바꾼다. 단단한 줄 알았던 것이 틈을 보이며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들어오라고.

       

       이 곳에 빈틈이 있으니 파고들라는 것처럼.

       

       한점을 찌르면 부서질 것이라는 것처럼. 허나 그는 유혹일 뿐이었다.

       

       검은 일순에 다시 바위의 형상을 취한다.

       

       대략적인 시연이 끝난 후 학영충이 검을 거두었다.

       

       “여러분은 이처럼 기와 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 화산검을 수련해 주셔야 되겠습니다. 그럼 그 후에 자하신공으로 가는 길을 알려 드리죠.”

       

       학영충의 말에 멍하니 그의 검을 감상하던 이들의 눈이 바뀐다.

       

       그건 두려움도. 부담감도 아닌 기대였다.

       

       자신들도 저런 식으로 검을 휘두르고 싶다는 기대.

       

       녀석. 가르치는 데 소질이 있구나.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을 만한 것만을 보여주고 그를 통해 의욕을 고취시키다니.

       

       나도 다음번에 누군갈 가르칠 일이 있다면 저런 식으로 해보아야겠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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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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