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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5

       

       

       

       

       “혹시 이번 작품에 우리 학교의 학생을 쓸 생각은 전혀 없는 겁니까?”

         

         

       송하율 이사장의 말이 막 불가능하다거나 무례하다는 느낌의 요청 사항은 아니다.

         

       단지, 저런 말을 해온 정확한 이유가 궁금했다.

         

         

       “너무 귀담아 안 들으셔도 됩니다. 그냥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 걸 보면 학생을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습니다. 927 작가님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일 테니까요.”

         

         

       음…….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겠네.

         

       아무래도 그녀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모양이었다.

         

       학교의 홍보와 더불어,

         

       설소영과 박하준과 마찬가지로 한빛예고의 학생을 내 작품에 출연시켜 새로운 라이징 스타의 탄생 또는 경험을 쌓게 하고 싶은 목적인 것 같다.

         

         

       “아, 참고로……”

         

         

       그때 송하율 이사장님이 이어서 말했다.

         

         

       “이왕이면 저희는 아무런 대가 없이 스튜디오엔믹스에게 촬영 장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예? 진심입니까?”

       “나영진 PD님 저는 거짓말을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허허. 제안을 하러 온 건 저희인데 오히려 파격적인 제안을 받는군요.”

         

         

       마치 자기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여유롭게 팔짱을 끼는 송하율 이사장님.

         

       그 반응을 본 나 PD님이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내 눈치를 슬쩍 보신다.

         

       나 PD님은 스튜디오엔믹스에서 에이스의 포지션에서 일하는 만큼 눈치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나 PD님 역시 처음부터 그녀가 무얼 원하고 있는지 눈치챈 모양.

         

       한빛예고는 이제 다른 의미로도 유명하다.

         

       스스로 말하기 조금 창피하지만, 현재 927 작가인 나를 포함해 여러 유명인이 모여있는 곳.

         

       이제 고등학교에 대한 진로를 고민하는 신입생의 입장에서 이것만큼 군침이 싸악 도는 소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927 작가가 무려 한빛예고의 재학생 중에서 배우를 뽑아 썼다는 특대 정보까지 알려진다?

       

         

       ‘내년에 경쟁률이 엄청나 지겠구만…….’

         

         

       그리고 그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학생들은 말 그대로 엘리트라 불리기 손색이 없을 것이다.

         

       재능 있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송하율이 노리는 점이 바로 이것일 테고.

         

       그걸 위해 저렇게까지 호의적으로 촬영 건에 대해 협조하는 거겠지.

         

       뭔가 여러 의미에서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뭐… 나름 나쁘지 않은 취지일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히 학생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배우보단, 어쩌면 진짜 학생이 더 잘할지도 모른다.

         

       거기에다가 망각하면 안 되는 사실이 한빛예고는 나름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고등학교 중 한 곳이다.

         

       즉, 지금도 주위를 둘러보면 강예린과 같은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는 뜻.

         

       참고로 이 대화가 오기 전부터 박하준은 명단에서 바로 제외했다.

         

       나와 설소영과 추가로 조연 한 명을 제외하곤, 딱히 다른 배역들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박하준을 캐스팅하는 건 말 그대로 인력 낭비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돈 낭비겠지.

         

       현시점에서 박하준 같은 인기 배우 한 명을 캐스팅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내가 모를 수가 없다.

         

         

       ─그럼 봉사 차원으로 하지 뭐. 어떻게 보면 꿈꾸는 아이들도 무상으로 만들어줬으니까 쌤쌤이 아닌가?

         

         

       하지만 박하준은 내 현실적인 말을 듣고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배우라는 놈이 무슨 무상으로 일을 해? 미친 건가?

         

       당연히 이런 식으로 말할 수는 없었기에 약간 돌려서 말했지만, 결론은 바로 컷 해버렸다.

         

       사실 돈도 문제지만 다른 문제도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연기력 문제다.

         

       박하준은 연기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잘한다.

         

       그래. 나 같은 놈보다 훨씬 더.

         

       그렇다면 과연 주연 배우의 입장에서 자신보다 훨씬 눈에 띄는 조연과 같이 작품을 찍고 싶겠는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주목도가 분산되거나 오히려 저쪽으로 모두 쏠릴지도 모른다.

         

       아마 작품적으로도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니겠지.

         

       물론 어디에나 있는 엑스트라4 같은 느낌으로 3초 정도 짤막하게 출연하는 것 정도는 상관없긴 하다.

         

       어쨌거나.

         

         

       “촬영 장소 건은 서로한테 좋은 얘기인 것 같고… 캐스팅 건은 고민해볼게요. 아니면 이런 방법은 어떤가요?”

         

         

       나는 송하율 이사장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건 그것대로 상당히 재밌는 그림이 되겠군요. 마음대로 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제안을 듣고 상당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만.

         

         

       “와… 그 사실을 알게 되시면 현장 촬영을 맡을 고 감독님이 아주 좋아 죽으시겠군요.”

         

         

       내 옆에 앉아 있던 나 PD님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스튜디오엔믹스 입장에선 좋아 죽을 제안 아닌가요?”

       “예. 만약 작가님 말씀대로 진행하면 예산을 엄청 절감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그리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작품인데 거기서 더 말이죠.”

       “그렇다고 꼭 무료는 아니잖아요? 그만큼 학생들한테 제대로 보상해주세요. 아, 기한은 가능할까요?”

       “그거야 작가님의 역량에 달렸겠죠. 후… 뭔가 작가님의 작품은 할 때마다 시간이 참 촉박한 것 같습니다. 일부러 무슨 모래주머니를 달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 PD님의 하소연에 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어째 조만간 학교가 많이 시끄러워질 것 같았다.

         

         

         

       ***

         

         

         

       그날 오후 동아리 활동 시간.

         

       일주일마다 찾아오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뭔가 항상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그런 연극·영화부의 최근 대화 주제는 12월에 있을 한빛예고 축제에 관한 얘기였다.

         

       어차피 인기투표로 축제 무대에 설 게 뻔한데 도대체 무얼 할 거냐? 라는 말이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9월 초인 지금 시점에서 조금 이르다고 할 수 있는 얘기지만, 내가 영화 제작을 한다는 이유로 여러모로 연극·영화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젠 이 동아리의 취지라는 게 별 의미 없어졌고, 심지어 핵심인 서은우가 빠졌으니까.”

         

         

       차장 송가람의 말에 부원들이 하나둘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영화 일 때문에 바쁠 텐데 거기서 학교 축제일까지 겹친다?

         

       당연히 할 수야 있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귀찮다.

         

       원래 한 가지 일을 다 끝내놓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부원들도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딱히 이번 축제에 내 힘을 빌릴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이번에는 무려 3명이나 자리가 비는 건가…….”

         

         

       더군다나 이다혜는 본업 때문에 연말까지 매우 바쁜 상태에 오늘도 점심에 먼저 하교를 했고, 내 옆에 차무식을 제치고 앉아 있는 설소영 역시 나랑 같은 이유로 자연스레 예외가 되어버렸다.

         

       가뜩이나 부원의 수가 부족한데 거기에서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하니 부원들이 한숨을 쉬는 이유도 이해가 됐다.

         

       그래서 나온 의견이 바로 연극·영화부와 연극부가 축제 무대에서 콜라보를 하자는 것이었다.

         

       연극부는 원래부터 있었던 유명 동아리인 만큼 인원이 상당하다.

         

       거기에 뛰어난 수준의 대본을 적을 수 있는 강예린이 있고, 두 동아리가 축제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무대 역시 거의 비슷하기에 나름 나쁘지 않은 의견이었다.

         

       다행히 강예린의 말로는 연극부 쪽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연습은 언제부터 시작합니까? 무려 927 작가의 보조 작가를 맡게 된 천재 강예린 작가님.”

       “후후. 이제야 내 진가를 알아보는구나, 박하준.”

       “그럼~ 네가 927 작가님을 향해 겁쟁이라고 말했을 때부터 진가를……”

         

         

       강예린이 박하준의 입을 다짜고짜 틀어막았다.

         

       마치 과거의 업보를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듯, 엄청 살벌한 표정과 함께.

         

       물론 다 들었다.

         

         

       “제가 겁쟁이긴 하죠. 부담감 하나 못 이겨내고 은퇴를 선언했으니까요.”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다? 그럼 무슨 뜻인데요?”

       “……미안. 미안하다고!”

         

         

       강예린이 나를 향해 울먹이며 소리쳤다.

         

       음. 웬일로 박하준이 도움되는 일을 하나 해주었다.

         

       덕분에 놀려먹을 거 하나 더 생겼네.

       

         

       “설마 더 늘리시게요?”

       “……?”

         

         

       문득 옆에서 설소영이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내게 물어왔다.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저 알 수 없는 미소를 보니 점점 그녀가 한 말을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정색하며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설소영의 말대로 무언가를 더 늘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일단 그랬다간 설소영의 아버지에게 골프채로 뒤지기 직전까지 맞아야 할 테니…….

         

         

       “잠시 할 말이 있습니다.”

         

         

       때문에 나는 서둘러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어차피 원래부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부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었고, 나는 천천히 이어서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말할게요. 그냥 제 영화를 축제에 상영하시죠.”

       “음? 근데 과연 그게 의미가 있을까?”

         

         

       박하준이 상당히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질문했다. 은근 기대하는 표정도 절반 정도 섞여 있었고.

         

       물론 그의 말처럼 나랑 설소영만 출연하는 영화는 당연히 의미가 없다.

         

       축제에서 연극·영화부의 이름으로 그걸 사용하기 조금 애매한 감이 있으니까.

         

       하지만 내 작품이 학교가 주 배경인 만큼 당연히 작품 내에 수많은 학생들이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배경을 채워줄 만한 엑스트라, 정확하게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학생 역을 연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그것도 조금 많이.

         

       물론 송하율 이사장님과 대화하면서 번뜩 떠오르는 생각인데 굳이 번거롭게 캐스팅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다들 제 영화에 출연하면 되죠. 이왕이면 연극부의 인력도 조금 많이 쓰고 싶은데.”

         

         

       내 주변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학생 역을 연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물론 동아리 활동을 빌미 삼아 공짜로.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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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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