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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사실, 21세기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늑대인간(Werewolf)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전설 속 존재로만 여겨지는 것인데, 다만 지금은 이야기 속 늑대인간을 닮은 마수에 그 이름을 갖다 붙였을 뿐.

       

       쪽마루로 나온 송병오 역시 안경을 올리며 딴죽을 걸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신화 속 늑대 사나이도 아니고, 마수가 무슨 이성이 있나?』

       『이, 이 버릇없는 똥 안경 조선인! 믿지 않는거냐!』

       『아악! 그만두어!』

       『고라(이 놈)!』

       

       무라사끼는 송병오에게 달려들어 송병오의 양쪽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마구 찍어대며 외쳤다.

       

       『내가 거짓말을 지어낸다는 거냐! 그냥 마수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두 팔의 발톱을 마구 휘두르는 움직임이 몹시 빠르면서도 정교했는데…… 제길! 그나마 나 정도나 되니까 피한 거다!』

       

       나는 무라사끼에게 물었다.

       

       『그래서, 잡았어?』

       『분하지만 놓쳤다! 맞붙다가 시간이 지나니 놈이 갑자기 도망치더군…… 마께이누(負け犬; 싸움에 진 개)처럼!』 

       『놈이 도망쳤다고?』

       『그 말대로다! 흥, 내가 무서웠겠지…… 쫓아가서 결착을 내려고 했지만, 바닥에 깔린 낙엽이 너무 무성해서 달리기가 느려진 탓에 그만 놓치고 말았다!』

       

       무라사끼의 말을 들은 나는 생각했다. 

       

       ‘이 녀석, 쫄았군.’

       

       그렇잖아도 클로우 울프는 중상급 마수였기에 무라사끼가 홀로 상대하기는 벅찬 마수였을 것이다. 게다가 밤이라 시야가 제한된 데다가, 산의 숲 속이란 환경은 칼을 휘두르기엔 불리한 지형이라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역시 낙오된 마수였던건가.’

       

       결국, 그냥 늑대가 아니라던 양복자의 추측이 어쩌다 맞아들어간 모양이었다.

        

       마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마수 한 마리가 야생에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수는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소규모 마문이 잠깐 열렸다가 마수 한두 마리만 뱉고 사라지는 현상은 드물지만 종종 있는 일이었다.

       

       아무튼 마수라는 것이 확실해졌고, 종류까지 알았으니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좋아.’

       

       나로서는 산에서 맹수를 사냥하는 것보다 이계 마수를 잡는 쪽이 훨씬 수월했다. 잡으려면 일일히 사소한 흔적을 추적해야 하는 지구의 맹수와는 달리, 이계 맹수인 마수는 마력에 반응하기 때문에 이 쪽에서 마력을 강하게 방출하면 어그로를 느끼고 접근해오는 것이다. 

       

       지금까진 단순히 늑대일 것으로만 생각해서 시도하지 않았지만, 이 방법대로라면 마수 한 마리 찾는 것 정도야 시간문제. 마수 사냥이야말로 21세기에서 헌터였던 내 전문이 아니던가. 

       

       ‘다만, 클로우 울프는 야행성 마수니까 낮에는 꽁꽁 틀어박혀있을 가능성이 높아.’

       

       지금 바로 찾아가서 마력으로 어그로를 끌어봐야 모습을 비추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경찰들 역시 날이 밝으면 다시 탐색한다고 했지만, 경계심이 많은 클로우 울프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경찰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학교를 가기 위해 가방을 싸며 생각했다.

       

       ‘오늘 밤, 내가 잡는다.’

       

       

       

       ***

       

       

       

       비슷한 시간,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는 새벽녘, 

       

       북악산 등산로의 입구.

       

       등산로 입구에는 「立入禁止(입입금지)」테이프가 빙 둘러쳐져 있었고, 순사 두 명이 앉아서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테이프 아래를 유유히 통과해 걸어내려오는 존재가 있었다. 

       

       앉아서 경계를 서던 순사 두 명은 물론이고,  아침 일찍부터 산길 앞 거리를 지나던 행인들도 산에서 온 존재를 발견했지만, 그저 한 번씩 흘겨보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리 크지도 않은데다가 목줄까지 있는 개 한 마리가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아무도 신경쓸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개는 발걸음을 잽싸게 놀려, 서서히 아침이 밝아오는 경성 부내로 들어섰다. 아침부터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경성 부내에서는, 도로를 건널 때 멈춰서고 사람들이 지날 때 따라가는 영리함까지 보였다.

       

       그렇게 광화문통, 태평통, 남대문통을 지나고, 경성역까지 그대로 지나친 개가 마침내 다다른 곳은, 북구(北歐)풍 서양식 목조 건물로 지어진 용산역 앞.

       

       개는 통근하는 사람들이 오가는 용산역 앞 공터에 자리잡고 앉았는데,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 왜소한 체구의 중년 남자가 용산역 역사 건물로 들어가려다가 개를 발견했고, 개 역시 남자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중년 남자는 개를 보고는,

       

       『이런, 이번에도 인랑화(人狼化)된 상태로 너무 오래 있었던 모양이군. 또 개가 되어 버리다니.』

       

       하고 일본어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 중년 사내는 다름아닌, 경성엽사전문학교에서 일반과 영어 교수로 재직중인 다나까 류쇼 교수였다.

       

       다나까 류쇼 교수는, 얼마 전 죽은 나까모리 교수로부터 비밀리에 ‘충견’을 맡아 책임지고 있었고, 눈 앞의 이 개가 바로 그 충견이었다.

       

       『그래도, 훈육이 잘 된 덕분에 이성을 잃어도 이곳으로 찾아오는 것 만큼은 다행이지.』

       

       그렇게 말한 다나까 교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어딘가로 향했고, 개는 꼬리를 흔들며 교수를 따라갔다. 

       

       다나까 교수는 용산역 역사 건물 뒷편의 구석으로 향했다.  사방이 널빤지 벽으로 막혀있고 사람 한 명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곳이었지만, 그는 혹시라도 누가 볼세라 주변을 살폈다.

       

       이내 아무도 없다는 판단이 들자, 다나까 교수는 그제서야 자신을 뒤따라온 개를 앞에 두고 주문처럼 읊조렸다.

       

       『우에아우루후.』

       

       마치 주문처럼 읊조리는 그 소리에, 개는 무언가 반응한 듯한 기색을 보이더니, 별안간 털 아래로 근육이 팽창하듯 부풀어오르고, 작았던 개의 몸집이 마치 늑대처럼 커졌다.

       

       —크르르……

       

       작은 개가 늑대처럼 커지며, 헐겁던 목줄은 꼭 맞게 되었다. 아니, 하지만 이것을 늑대라고 해도 좋을까. 인간보다 훨씬 큰 몸집에, 두 발로 구부정하게 직립한 것이, 그야말로 전설 속 늑대인간(Werewolf)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나까 교수는 그 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라거나 위축되지 않고, 늑대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 역시 그 어떤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다나까 교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이어서 말했다.

       

       『우에아우루후. 빡꾸·쓰우·휴—만·빙구.』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늑대인간이었던 것은 길었던 회색 털이 거죽 속으로 들어감과 함께 근육이 빠지고 덩치와 키가 줄어들어, 종국에는 알몸의 인간 형상이 되었다. 긴 회색 머리칼을 가진 여자의 모습으로. 

       

       그녀는 조선인 여학생, 공팔자였다. 목에 헐렁한 목줄을 걸쳤을 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의 공팔자는 거친 회색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일어났다.

       

       『후우……』

       

       그녀가 바로, 요 근래 며칠간 경성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늑대 사건’의 진범이었으며, 다나까 교수가 죽은 나까모리 교수로부터 물려받았다던 ‘충견’의 정체였다.

       

       야생의 늑대도 아니고, 늑대를 닮은 마수도 아니었다. 늑대를 닮은 괴수와 인간의 사이를 오가는 그녀야말로, 그야말로 전설 속 늑대인간을 빼닮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한 공팔자는, 그동안 이계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은밀히 동물 마수화를 연구하던 나까모리 교수가 만들어낸 ‘을종 황국신민화’의 성공적인 사례였다.

       

       명령어를 통해 인랑화 능력을 발현할 수 있으며, 인간 상태에서도 신체능력이 뛰어나게 향상되었다. 근래에 공팔자가 갑자기 검술 전공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던 것도 모두 이 덕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연구가 미흡했던 인랑화에는 몇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

       

       인랑화된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인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중형견만한 크기의 개가 되어버리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늑대에는 없는 충성심을 발현시키기 위해 개의 유전자를 섞은 탓이었다.

       

       또, 평소의 인간 상태에서 늑대인간이 되는 것은 직접 자신의 입으로 명령어를 말하는 것으로 가능하지만, 늑대인간이 되거나 개가 되면 구강구조가 달라져버리기 때문에 스스로 명령어를 말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다른 사람이 명령어를 말해줘야 도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본래는 나까모리 교수였었고, 나까모리 교수가 용산역에서 출퇴근했기에 공팔자는 인랑화 상태로 이성을 잃어도 용산역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 만큼은 결코 잊지 않았다.

       

       그렇게 공팔자의 인랑화를 풀어주던 나까모리 교수가 죽은 뒤, 이 일을 물려받은 것은 다나까 교수였다. 프로젝트를 공유하던 사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죽은 나까모리 교수와 마찬가지로 다나까 교수도 용산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용산역에서 통근할 때마다 개로 변한 상태의 공팔자가 보이면 풀어주고 있던 것이다.

       

       인간으로 되돌아온 공팔자는 길고 거친 회색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입을 열었다.

       

       『후우, 배고프다.』

       

       인간으로 되돌아오자마자 배고프다는 말을 하는 공팔자를 두고 다나까 교수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었다.

       

       『내 듣기로 어제도 한 명 잡아먹은 모양이던데. 사람 한 명으로는 부족했나?』

       『그렇잖아도 하도 사람들이 안 다녀서 오늘 겨우 한 명 물었는데, 순찰중인 경찰한테 들켜서 급히 도망치느라 그나마도 간 밖에 못 먹었네요! 아까워라!』

       

       진심으로 아까웠는지 붉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입맛을 다시는 공팔자의 모습을 보고, 다나까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서 옷이나 입게.』

       

       다나까 교수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닌 듯, 가방에서 여학생용 검은색 세라복을 꺼냈다. 알몸이었던 공팔자는 다나까 교수가 건네주는 교복을 받아들며 말했다.

       

       『호호! 아침부터 벗은 여자의 몸을 보니 건강해지는 것 같지요? 나까모리 선생은 좋아하시던데.』

       『큭…… 너처럼 체모가 풍성한 쪽은 취향이 아니다.』

       『그러면, 어린아이가 좋아요? 선생, 식성이 위험한 분이시네.』 

       

       공팔자는 옷을 걸치며 깔깔거렸다. 그런 공팔자에게 다나까 교수가 핀잔을 주었다.

       

       『식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너야말로 내장만 먹는 이유가 있나? 아무리 야생 맹수도 사냥감의 내장부터 먹는다지만, 계속 내장만 먹다간 경찰도 수상하게 생각할 거야.』 

       『뭐, 시간이 없어서 내장부터 먹은 것도 있지만…… 실은, 내장이 맛있거든요. 호호! 선생은 모르실거예요.』

       

       그 말을 들은 다나까 교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역시 조선인이구만.’

       

       경성에서 오래 지낸 다나까 교수 역시, 조선인들이 짐승의 심장이나 간장, 폐부, 창자같은 내장 부위를 즐겨 먹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미개한 족속들.’

       

       내다 버리는 것(放るもん)이나 먹는 조선인 아니랄까봐, 을종 황국신민화 혈청으로 인해 사상과 식성이 변화했을텐데도 이런 입맛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가. 다나까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여간, 조심해.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종로경찰서장이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야. 듣기로는 제 아들을 작전에 투입시켰다더군.』 

       『저도 봤어요. 변했을 때 본 것이라 인상은 흐릿했지만, 종로경찰서장의 아들과 그 떨거지들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말한 공팔자는, 붉은 입술 아래로 송곳니를 드러내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저를 잡을 수는 없을 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여기까지!

    TMI를 몇가지 쓰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해서 생략……!

    그럼 저는 이만!!!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맛저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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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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