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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마침내 도착한 베리튼의 공항.

    루크는 가능한 빠르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챙긴채 시루드를 기다리며 한숨을 쉬었다.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이동시간이었다만……. 어째서 이리도 갑갑한지.’

    루크는 괜스레 갑갑한 감각을 지워보려 기지개를 켜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어깨와 목을 돌리면서 공항의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어둡구나.”

    마차와 배를 타고 몇 주씩, 길면 몇 달을 이동하기도 했던 과거에 비하면 고작 하루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으나, 루크는 그것이 갑갑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푸르른 세계수의 모습이라도 찾아볼 수 있다면야 이 갑갑한 감각을 벗어날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베리튼의 하늘엔 태양 대신 가느다란 초승달이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애초에 출발이 지체되기도 했고, 마력의 출력이 제한된 전용기는 보통의 여객기보다 조금 더 느렸다.

    그래서 이토록 깜깜한 밤에 도착해버린 것이겠지.

    루크는 잠깐 시력에 신경을 돌려보았지만 풍경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가볍게 포기했다.

    루크는 어둠속에서도 사물은 잘 볼 수 있었지만, 역시 밤에 풍경을 보는 것 까지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라이트 마법으로 인위적으로 밝게 만들어 놓은 공항 내부에서 바라보는 컴컴한 외부의 풍경이라면 더욱이 무리인 것이다.

    그렇게 뒷짐을 진 채, 가만히 서서 바라본 유리창 밖의 밤하늘은 마치, 잘 시간이라며 세상에 어둠이라는 이불을 덮어둔 것 같았다.

    하지만 공항 안에는 아직 비행기를 타지 못 한 사람과, 공항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 통화를 하는 소리가 이 세계는 아직 잠들지 않았음을 알려왔다.

    이 시대에서는 다들 밤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루크는 잠깐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법사인 루크는 쓸데없이 사람을 관찰하는 것 보다는 밤하늘의 별을 잇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 일이었다.

    별을 잇고, 그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달의 웃음을 녹인다.

    그것은 바로 옛 마법, 서클의 방식이다.

    이제는 오래되어 빛을 바랬지만, 그 골동품 같은 방식도 루크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하고 싶지 않았다.

    루크에게 서클은 사실, 단순한 권한이 아니었다.

    그것이 자신을 진실된 동료와 연결되게 해 준 고리.

    그들을 추억하는 또 다른 방식이었던 것이다.

    5000년전의 루크 이루시에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 뿐이니까.

    그래서, 별을 이으며 그들을 추억하는 것이다.

    서클에 그 광경을 차곡차곡 담으며.

    한편, 별을 헤는 루크의 뒷모습을 발견한 시루드는 어딘지 아련한 표정의 루크를 보곤 말했다.

    “루크, 아직도 졸려?”

    아련한 눈빛은 시루드가 보기엔 그냥 졸음에 흐리멍텅해진 표정이랑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시루드는 생각했다.

    버스에서도, 비행기에서도 쭉 잠만 자 놓고 아직도 졸리다니…….

    비행기에 타고 처음 몇분정도는 꽤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갔었다.

    게임 이야기라던가, 비행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하지만 이내 할 이야기가 떨어진 루크와 시루드는 금세 조용해졌고, 루크는 한참 비행기 내부를 마력시로 살피다가 너무 과도한 마력시의 사용으로 피곤해져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반면, 시루드는 루크처럼 자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아무리 해도 오래는 못 자겠던데…….’

    루크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때나 잘 수 있는 모양이다.

    고양이는 하루 종일도 잘 수 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도서관에서도 잤구나.

    서클의 마력을 느껴보랍시고, 손까지 잡고서.

    그때를 생각하니 뭔가 부끄러워지는 것 같다.

    그걸로 메리가 얼마나 놀려댔는지…….

    “아, 시루드. 왔느냐? 왜 이리 늦었나, 혹시 내 직접 찾아봐야 하나 잠시 걱정을 했잖느냐.”

    루크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시루드의 목소리에 반갑게 돌아보며 말했다.

    걱정을 한 것은 진심이었다.

    아무리 공항에 대한 상식이 풍부해도 시루드는 아직 11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니까.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자, 시루드는 손에 든 봉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미안, 이걸 좀 사느라.”

    시루드가 들어올린 봉투의 안에서는 꽤 향긋한 음식의 향이 나고 있었다.

    루크가 의아한 표정으로 시루드를 바라보고 있으니, 시루드는 봉투 안에서 자신의 몫을 하나 꺼내고는, 남은 것을 전부 봉투째 루크에게 건넸다.

    “자, 먹어. 배고프지?”

    자신은 한 개면 충분하지만, 루크는 평소 먹는 양을 생각해서 넉넉하게 4개쯤 샀다.

    그러니까 루크에게는 봉투째 주는 것이 효율적인 일이다.

    “이게 대체 무엇이느냐?”

    “타코야. 오는 길에 있더라고. 그래서 사왔지.”

    “아니, 번거롭게 뭐 이런걸 다 사왔느냐. 이게 다 얼마지? 후에 갚겠다.”

    “그럴 필요 없어. 너도 나한테 마법도 가르쳐주고, 멜론 빵도 자주 만들어 줬잖아. 그러니까 이제 나도 주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주는 것이라면 이미 비행기로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한다면야 루크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제멋대로 은혜를 입혀놓고 갚는다는 상대의 성의를 거절하는 행위는 불공정한 행위니까.

    사실은 은혜를 갚는다는 것도 일종의 복수이다.

    자신에게는 그 복수를 거절할 권한은 없었다.

    복수의 형태를 정하는 것도 복수자의 정당한 권리이니….

    그리 생각하며 루크는 자신의 것을 봉투에서 꺼내기 전에, 먼저 시루드가 들고있는 음식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하얀 빵에 채소를 잔뜩 올려 둔 것 같은 음식이었다.

    루크는 봉투 안에 손을 넣어 자신의 몫도 꺼내보았다.

    자신의 빵들은 내용물에 고기도 다수 섞여 있는 듯 하다.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니 확실한 고기의 향이 느껴진다.

    솔직히 배가 고팠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고기의 냄새를 맡게되니 이젠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한입 베어물자 겉은 밋밋한 맛의 빵이었는데,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함께 안쪽에 담긴 육즙과 소스가 터져나오는 것이, 식감에 타격감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게다가 맛도 상큼한 맛의 소스에 달콤한 양념이 배어있는 고기의 조합은 가히 환상적인 수준.

    햄버거나 샌드위치 비슷한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전혀 달랐다.

    하지만, 처음 먹어보는 것이 문제였을까?

    내용물을 흘리지 않고 먹기가 까다로웠다.

    하지만 요령이 붙어 두번째는 거의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두번째도 금방 먹어치운 루크.

    시루드는 이제 곧 세번째일거라 생각했지만, 루크는 그대로 봉투를 닫아버렸다.

    “더 안 먹어?”

    “그래. 배는 어느정도 찼으니까.”

    “……그래?”

    시루드는 루크의 말이 참 의아했다.

    평소라면 이정도 양은 그 자리에서 다 먹었을텐데…….

    뭐, 루크가 설마 다이어트라도 하나?

    ———-

    긴 여정 끝에 드디어 티그 아카데미에서 미리 지정한 호텔까지 오는데 성공한 루크는, 문을 열자마자 잠옷차림으로 뛰어들듯 안겨오는 메리 아이델을 받아들여야했다.

    “왔구나, 루크! 어서 와! 엄청 걱정했다고!”

    이 아이는 참으로 겁도 없다. 뿔에 찔리면 어쩌려고 이런단 말인가.

    “메리, 위험하니 달려드는 행동은 자제하지 않겠느냐.”

    “그치만, 너무 반가워서…….”

    루크를 안은 메리는 살짝 기죽은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걱정을 하게 만든 것은 미안하구나. 헌데, 이제 좀 놓아주겠느냐? 나도 짐을 풀어야 하니.”

    “아! 미안!”

    루크의 타이르는 말투에 메리는 루크를 껴안던 자세를 곧장 풀어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호텔의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된 루크가 짐을 내려놓으며 잠깐 내부를 살핀다.

    일단 광원은 따듯한 주황색계열의 조명.

    벽중간에 딱 붙인 커다란 사이즈의 침대 하나, 벽면에 매달린 액자와, 또 그 비슷하게 생긴 TV.

    방 한켠에는 거울과 화장대도 있었다.

    5000년 전의 여관과는 비교를 하기가 미안한 수준을 넘어서, 호텔쪽에서 자신들을 향한 모욕이라며 항의를 해도 모자랄 판.

    전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에 품질이 좋은 가구들이라서 그런지, 한눈에 봐도 꽤 훌륭한 모습이다.

    뭐, 5000년 전과 비교하면 무엇인들 훌륭하지 않겠냐마는, 예르나의 집이나 다이튼의 집들을 생각해보면 이 시대의 전체적 기준으로 보아도 훌륭한 측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그중에서 침대는 아주 좋아 보였다.

    살짝 만져보니 아주 푹신해서, 이런 침대에 몸을 던져놓으면 겨울잠을 잘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되게 푹신하지. 그 위에서 뛰어도 엄청 튀어오른다?”

    “그렇구나.”

    메리는 이미 몇번 그 위에서 뛰어본 모양이다.

    루크는 간단하게 탐색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2인실인가? 넓이는 메리, 그대의 기숙사와 비슷하구나.”

    메리가 유쾌하게 웃으며 답했다.

    “맞아, 2인실이야. 루크가 안 왔으면 나 혼자 쓸 뻔 했어.”

    “하하. 기숙사도 혼자서 잘 살지 않느냐.”

    “흐음, 그건 그거고! 이런데에 놀러와서까지 혼자 자는건 외롭단 말이야.”

    외로움을 많이 타는 어린양이로구나.

    ———

    드디어 짐 정리를 마친 루크가 호텔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두말할 것 없이 목욕이었다.

    덕분에 마치 좁은 감옥에 갇혀있는 듯이 계속 답답했던 마음도 그제서야 비로소 풀리는 듯 했다.

    그리고 잠옷으로 갈아입으니 이제는 정말 하루가 끝난 것 같다는 생각에 어쩐지 허탈하다.

    아주 조금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루크는 좁은 곳에 들어가 꼬리를 빗질하고 있었다.

    아이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캐리어, 지금은 루크의 박스 대용인 셈이다.

    그 모습을 본 메리는 루크가 참 웃겼다.

    고양이애들이 박스같은 곳에 잘 들어간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루크도 그럴 줄은 상상도 못 했었는데.

    그나저나, 루크는 평소에 꼬리도 빗질하는구나.

    아까 보니까 머리도 엄청 오랫동안 빗던데.

    엄청 열심히 꾸미는 것 같다.

    ‘흐흥, 누구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그러는걸까나…….’

    그나저나, 저 복슬복슬한 꼬리는 볼 때마다 만져보고 싶단 말이지…….

    그런 메리의 시선을 느낀 루크는 꼬리를 빗질하다 말고 멈춰서 메리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보느냐?”

    “루크, 나도 꼬리 만져봐도 돼?”

    “안된다. 이 다음에 또 발라야하는 포션이 있으니까.”

    “진짜 정성이네…….”

    메리는 나중에 자신한테 꼬리가 나도 저렇게는 관리하지 못 할 것같다고 생각했다.

    보통 고양이 수인 애들이 자신의 몸은 깔끔한걸 좋아한다고는 하던데…….

    메리는 어쩔 수 없이 그냥 옆에 앉아서 꼬리를 관리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아, 메리. 내가 없는 동안 그대들은 무얼 했지?”

    “딱히, 오늘은 일단 호텔에서 밥먹고 잠깐 요 앞에 산책좀 하다가 돌아왔어.”

    “그렇군.”

    하긴, 조금 더 일찍 왔다고해도 뭔가를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었을 터다.

    확실히, 첫날은 그런 느낌으로 일정이 짜여져있기도 했고.

    본격적인 관광은 내일부터다.

    “그나저나, 루크는 여기까지 따로 오는게 힘들진 않았어?”

    메리가 물었다.

    “시루드가 많이 신경써주어서 괜찮았단다. 전용기도 참으로 편했고. 게다가, 여기에 올땐 미리 차까지 준비해주었더군.”

    “그랬어?”

    그 순간, 메리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화들짝 놀라 얼굴을 붉히며 꼬리를 빗고있던 루크에게 얼굴을 들이대면서 물었다.

    “잠깐, 루크! 그러면 여태까지 시루드랑 단 둘이서 있다가 온거야?”

    “음, 그런 셈이지.”

    엄밀히 따지자면 조종수나 운전수가 있기는 했다만, 보통은 하인까지 일일히 다 세지는 않으니까.

    비행기 승객실엔 단 둘이 있었던 것도 맞고.

    그러자, 루크의 말을 들은 메리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럼, 설마 같이 잠도 잤어?”

    잠이라, 자신은 먼저 자버려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잤을 것이다.

    아이들은 잠이 많을 테니까, 시루드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랬지. 메리, 그런데 왜 그리 창백한가?”

    메리는 갑자기 루크의 손을 붙잡고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았다.

    “큰일이야! 루크, 아기가 생길지도 몰라! 어떡해!? 우리는 아직 너무 어린데……. 배가 불러오면 어떡하지?”

    “……?”

    루크는 순간적으로 이해가 따라가지 못했다.

    이 아이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루크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메리, 당최 그게 무슨 말인지 자세히 말해주겠느냐?”

    “엄마랑 아빠가, 뽀뽀도 할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랑 여자가 단 둘이서 같이 잠들면 여자의 뱃속에 아기가 생긴다고 했단 말이야. 그래서 나한텐 절대 남자애랑 뽀뽀도 하지 말고, 단 둘이 있지도 말랬는데…….”

    “…….”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완전히 맞는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

    은유와 생략이 너무 강하게 들어갔다고 할까.

    “메리, 그대의 부모님을 욕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만, 그게 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절대 아닐거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애초에, 시루드는 딱히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다. 그냥 조금 친할 뿐이지. 그런데 더욱이 입맞춤은 한 적도 없고…….”

    루크가 한숨을 쉬며 그리 말하자, 메리는 크게 당혹스러워하며 식은땀까지 흘렸다.

    “……그, 그래? 모, 몰랐어……! 진짜야?”

    “내가 왜 거짓을 말하겠느냐?”

    “그럼 오늘 버스에선 시루드랑 둘이 뭘 했었는데? 이, 이상한 소리도 냈잖아.”

    “이상한 소리라니?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는 시루드가 갖고있던 게임기로 잠깐 게임을 했을 뿐이었다만.”

    루크의 태연한 대답에 메리는 이제는 아예 조금 허망한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저번에 시루드한테 고백한건 뭐였는데?”

    “게임계정을 빌렸었는데, 내 실수로 정지당했으니까. 그것을 고백하고 사과한 것이었다.”

    “그, 그럼……. 예전에 둘이서 손 잡고 다니던건?”

    “그냥 같은 서클유저로서, 심장의 마력과 지식을 나누던 행위였다만.”

    “그…… 그렇구나…….”

    그 뒤로도 자잘한 오해를 해소하는데 걸린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시루드에게만 특별한 빵을 준 이유라던가, 맨날 같이 다니면서 이야기하던 것이라던가, 저번에 병문안을 간 것이라던가…….

    확실히, 그 이후의 것들은 ‘그냥 친구라서’라고해도 특별히 이상할 것이 없기는 하다.

    메리는 잠깐 허공을 응시했다.

    “…….”

    그럼 그동안 시루드와 엮어주려고한 자신의 노력은 대체 뭐였단 말이야?

    루크는 영락없이 시루드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모든게 오해였다니, 진실은 너무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루크는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제 오해가 풀렸다면 좋겠군. 더 물어볼 이야기가 남았나?”

    자신이 진실이라 믿었던 모든것이 단순한 오해였다는 사실에 메리는 허탈한 심정으로 루크를 바라보며 최후의 질문을 꺼냈다.

    “그럼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데?”

    “그러니까 그건…….”

    루크는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다 입을 멈췄다.

    ……음, 메리가 신화에 빗댄 은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글쎄……. 순진한 메리는 이미 은유를 그대로 믿고있는 상태가 아닌가.

    아마 자신이 새로운 방식으로 은유를 하더라도 그대로 믿고 말겠지. 그렇다면 사태는 오히려 악화되고 만다.

    그렇다면 직설적으로 말을 해야 할텐데…….

    “서로의 성기를……. 음.”

    “…….”

    꿀꺽, 침이 넘어간다.

    메리는 어쩐지 흥분되는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루크라면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것은 마치, 세계의 진리를 목전에 둔 학자와도 같은 흥분이었다.

    “……그러니까.”

    하지만 역시 전에 예르나의 숙소에서 읽었던 책에 나왔던 것같이 너무 적나라한 표현은 말로 꺼내기가 껄끄러웠다.

    역시나 이 어린 아이의 앞에서 꺼내기는 불편한 느낌이다.

    11살이면 과거를 기준으로도 아직 성인이 아닌 나이이지 않은가?

    정녕 이 말을 꺼내도 되는 것인가?

    자신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나?

    이 아이의 부모도 아니면서?

    루크는 식은땀이 한가닥 자신의 뺨을 타고 내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 어쩌자고 자신은 그런 말을 했을까.

    “하, 하암, 지금은 졸려서 설명하기 어렵다. 나중에 부모님께 직접 물어보려무나. 나는 자야겠다.”

    루크는 그 말을 끝으로 그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뭐야! ‘성기를’ 다음이 뭔데! 알려주고 자!”

    “그만 흔들거라, 이제 잘 거라니까.”

    그토록 오래 잤는데 또 잘 수 있는 것인가 궁금했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는척을 하다보니 역시 잠은 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삘타서 무지성으로 삽화를 그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어느덧 2시…. 큰일났다 이제 글 써야해! 하고 생각하고 글쓰다 자버려서 엄청 늦어버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근데 결국 글 다 쓰고보니까 시간도 모르고 그린 삽화는 다음화 삽화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끊을걸…..ㅠ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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