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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레이나에게 단원들의 연습을 맡긴 지 1주일이 흘렀다.

       그것은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다.

         

       단원들은 그녀가 자신들을 가르친다는 것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다.

         

       그 착하던 엘라도 훈련에 들어가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그들을 혹사했다.

       그런데 레이나의 태도를 보면, 그녀는 그들을 더 심하게 굴리면 굴렸지 절대 사정을 봐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훈련에 들어가자 그녀의 훈련 방식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그녀의 말투와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친절하고 사려 깊었다.

         

       그녀는 항상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했다.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하고, 무엇이 그들을 당혹스럽게 하는지 재빨리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들의 해법을 무작정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말로 풀어주었다.

         

       이는 엘라가 가르치는 방식과 정반대였다.

       그녀는 늘 활기찼고, 농담을 섞어가며 즐겁게 훈련을 이끌었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은 가혹할 정도로 기계적인 요구였다.

         

       엘라는 단원들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내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딱 그만큼만 지시했다.

       덜도 더도 없었다.

         

       그녀의 가르침은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시를 듣는 입장에서는 이해나 사고하는 과정 없이 무작정 따라가야 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녀의 지시가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따질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명령은 항상 정확했다.

       이러니 단원들이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상당히 고되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반면, 레이나는 직접적인 지시보다 문제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먼저 잡아 주었다.

         

       서커스가 좋고, 훈련이 즐거운 엘라는 단원들이 무엇을 괴로워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반면, 서커스가 싫고, 훈련이 두려웠던 레이나는 계속 자신을 다독여야 했기에 이런 마음의 보살핌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드릴게요.”

         

       두 사람 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런 부분이 가르치는 방식의 차이를 불러왔다.

         

       단원들에게 무엇이 더 의욕적이고 즐거운 훈련인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나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교육의 재능.

       그것은 레이나 본인도 모르고 있던 능력이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TT3에서 서커스 학교의 선생이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중에서 학교를 세운 지 얼마 안 되어 유명해졌다고 나왔기에, 지금은 어떨까 하고 맡겨본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잘 해낼 줄은 몰랐다.

         

       단원들은 그녀의 인도에 따라 때로는 혼자 고민하고, 때로는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연습을 풀어나갔다. 레이나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옆에서 도와줄 뿐이었다.

         

       그녀는 사소한 실수마다 지적받는 것이 배우는 사람의 신경을 얼마나 거스르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한 훈련 방식은 곡예에 대한 단원들의 흥미를 크게 자극했다.

         

       그녀가 단원들의 훈련을 맡고 1주일이 됐을 무렵에는 단원들은 레이나가 이대로 계속 남아서 자신들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떠들어댔다.

         

       유라크네로부터 단원들의 의견을 전달받은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부단장은 여전히 엘라가 맡고요? 후후, 엘라 양은 일이 줄어서 좋아하겠군요. 하지만, 그럼 트레이드는 어떻게 하죠?”

       “가스통 영감님을 대신 넘기자는데요?”

         

       그 말에 그는 더 크게 웃었다.

       그로서도 그러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골칫거리를 떼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입학시험에서 얼떨결에 서커스단에 소속되어버린 것은 가스통의 실수였다.

         

       그가 손님이었을 때는 원더스타인도 그의 거취에 대해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단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는 대회 규칙에 따라 트레이드로 다른 곳으로 보내지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

         

       아쉽게도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럴 수 없었다.

         

       첫째는 가스통이 엘라의 치료에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빨라도 2주 안에 치료가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둘째는 레이나 본인의 의사였다.

         

       “이번 드래프트의 규칙상, 선발된 인원이 떠나고자 하면 막을 수 없습니다. 엘라 양이 저쪽을 떠나서 이쪽으로 올 수 있는 것처럼, 레이나 양도 우리를 떠나서 저쪽으로 돌아가고자 하면 우리는 막을 수가 없어요. 후후, 아마도 트레이드는 원래 계획대로 될 것 같네요.”

         

       그 말에 유라크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빙그레 웃었다.

         

       이 사람은 가끔가다 눈치가 정말 없어 보였다.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레이나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오전에 있는 레이나의 지도가 끝났다.

       점심을 먹은 단원들은 오후에는 개별 연습에 들어갔다.

         

       레이나의 본인의 연습은 원더스타인이 도와주었다.

       기술상 그녀를 맞상대할 수 있는 것은 그밖에 없었다.

       

       “후후, 오늘도 잘하셨더군요. 덕분에 단원들이 트램펄린 낙법을 다 익힌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그의 칭찬에 그녀는 이를 꽉 악물었다.

       웃음을 참기 위해서.

         

       그는 원더스타인과 일주일 넘게 함께 훈련하면서 그의 실력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람 좋아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철저히 단련된 철인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어째서 이런 멀끔한 인간이 단장을 맡고 있나 의심했었다.

         

       하지만 이제 알겠다.

       그는 엘라를 부단장으로 데리고 있을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기술은 완벽했다.

       설사 아버지라 해도 저 정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빈틈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27살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 나이에 업계 정상인 아버지와 대등하게 설 수 있다니?

         

       지금까지 많은 곡예사가 그녀를 향해 찬사를 늘어놓았지만, 무엇도 레이나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모두 그녀의 아버지보다 하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더스타인은 달랐다.

       그는 분명 아버지와 동격의 실력자였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칭찬해주었다.

       그녀의 작은 성공에도 매일매일 몇 번이나 말이다.

         

       지금까지 아버지 외에는 누구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가슴이 만족감으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기쁨은 단순히 그에게 인정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맡은 일 자체가 즐거웠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그녀의 밑천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항상 얼음같이 태도를 유지하고, 말은 아끼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명령대로 살았다.

       그러나 이번에 그것을 처음으로 어겼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의 단장님은 이분이니까.

         

       그의 명령에 따라 단원들에게 조언을 해 주고 기술은 전수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의 명령이 없더라고 그녀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이렇게 보람찬 일인 줄 몰랐다.

         

       항상 구박받고 눈치 보고, 무력감에 짓눌려 살던 그녀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

         

       -쓸모없는 년.

         

       자신이 실패할 때마다 쏟아졌던 아버지의 질책.

       종종 자신이 정말 쓸모없는 인간인 건 아닐까 하며 우울증에 빠졌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자신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보다 그녀를 기쁘게 했다.

         

       “오늘 오후 훈련은……후후, 또, 판자 격파군요.”

         

       원더스타인이 창고에서 판자를 한 아름 꺼내왔다.

       첫날에 레이나가 실패했던 그 훈련이었다.

         

       어느새 단원들이 두 사람 주변으로 몰려들어 연습을 지켜봤다.

         

       그들도 이제는 레이나가 첫날 자신들을 피했던 이유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엘라의 라이벌이었다.

         

       “레이나 양, 힘내세요!”

       “멋지게 성공시켜 봐!”

         

       스벤은 엘라를 향한 그녀의 투쟁심을 고취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엘라 양이 당신 남자 친구랑 잤습니다!”

       “무슨 헛소리에요!”

         

       유라크네가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레이나는 자세를 잡았다.

         

       아버지는 없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부담감이 사라졌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연습을 도와주었다. 전신에 힘이 솟았다.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단단한 자신감이 속에 뿌리내렸다.

         

       그리고 훈련이 시작되었다.

       첫날처럼 그녀의 동작은 완벽했다.

       판자는 모두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쪼개졌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첫날과 달랐다.

       단원들도 그걸 느꼈지만,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몸을 움직이는 레이나 본인만이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현재의 표적만을 바라보며 군더더기 없는 직선 동작을 취했다.

       약간의 실수나 실패에도 질책이 날아오는 것에 신경이 곤두서 본능적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자제했었다.

         

       이는 의욕에 차 이것저것 나름 머리를 굴려서 일하던 신입 사원이 구박을 받으며 위축되면서 시키는 일만 겨우 해내는 현상과 비슷했다.

         

       그러나 레이나는 10년 동안 자신을 붙잡고 있던 그 피해의식을 이제 벗어던졌다.

         

       동작을 정확하게 해내면서도 미래를 생각했다.

       덕분에 몸은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엘라가 보였던 그 자유로운 움직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의 마음에 있던 것은 실패할 리 없다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실패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과감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어, 웃었다!”

         

       우몬의 외침에 단원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주일 넘게 함께 있으면서 한 번도 웃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 너무나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미소는 그녀의 반짝이는 금발만큼이나 눈부셔 보였다.

         

       “핫핫, 둘이 나란히 웃으니까 정말……부녀지간 같지 않습니까?”

         

       스벤의 말에 옆에 있던 유라크네가 황급히 어깨를 쳤다.

       이제는 단장님에게 들어 레이나가 처한 처지를 알게 된 그녀였다.

       그의 말이 괜히 또 레이나를 자극하게 될까 봐 걱정했다.

         

       그 말은 확실히 레이나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모든 신경이 판자를 던지고 있는 원더스타인에게 집중되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떠나서 마지막 판자가 날아오는 것을 봤다.

         

       기억에서 그대로 복사해낸 것처럼 1주일 전과 똑같은 각도와 속도였다.

       그는 손끝의 떨림 하나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 분명했다.

         

       그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랫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통찰력과 배려심이 있었다.

         

       처음 그가 단원들의 교육을 권했을 때, 귀찮은 일을 대충 떠맡기는 것은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남을 가르치는 일이 자신에게 크게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적이 될 게 분명한 자신에게 그것을 베풀어주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엘라가 부러웠다.

       이런 사람 밑에 있을 수 있는 것이.

         

       그때, 불현듯 마음 한구석에 끈적한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만약 이대로 계속된다면?

         

       처음 드래프트에서 거부당했을 때, 그녀는 아버지에게 완전히 버림받은 것은 아닌가 두려웠다.

       어서 2주가 흘러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단장 프랑크 원더스타인과 부단장 레이나 마기어!

         

       골목길을 나란히 걸으며 화기애애하게 웃는 두 남녀.

       그곳에 서 있는 것이 엘라가 아닌 자신이라면?

         

       그녀는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기합을 내지르며 주먹을 뻗었다.

         

       자세, 동작, 타이밍, 착점 모든 것이 완벽한 호흡과 함께 이어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판자가 뒤로 날아갔다.

         

       단원들이 그것을 보고 웅성거렸다.

       유라크네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쪼개진 판자들은 모두 그 자리에 바로 떨어졌다.

       그런데 방금은 판자가 뒤로 날아가 버렸다.

       첫날 실패했던 것처럼.

         

       유라크네는 바닥에 떨어진 판자에 다가가서 그것을 살폈다.

         

       “아!”

         

       그녀는 그것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판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주먹 크기로.

         

       원더스타인은 크게 웃으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잘하셨습니다! 훌륭했어요! 특히 마지막 동작은 예술이었습니다. 후후, 엘라 양도 ‘그건’ 딱 한 번 해냈는데…….”

         

       더할 나위 없는 극찬이었다.

       한순간이지만 자신은 그의 부단장 자리에 걸맞은 성과를 낸 것이다.

         

       “단장님 덕분이에요.”

         

       레이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입에는 아까보다 더 밝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회수가 100만을 돌파했네요.
    어제 올렸어야 했는데…깜빡했습니다.

    마야의 일러스트가 공개되었습니다!
    예쁘게 잘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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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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