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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아르야, 그럴 땐 작게 폴리모프를 해서 나오면 되잖니.”

       “힝…. 아르 이제야 레온보다 크게 자랐는데…. 이 모습으루 있고 시픈데.”

       

       덩치는 이따만 해 가지고 금세 시무룩해진 아르의 표정에,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푸흣, 하하하하. 역시 우리 아르, 귀여워 죽겠다니까.”

       

       나는 아르에게 다가가 뚠뚠한 한쪽 손을 잡고 쭉 당겨 주었다. 

       

       뽁! 소리까진 나지 않았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아르는 결국 거실로 나오는 데에 성공했다. 

       

       나는 다시 한번 아르를 올려다보았다. 

       

       “이야, 근데 진짜 다시 봐도 쑥쑥 잘 컸네.”

       “히히, 그치?”

       “아주 듬직해, 우리 아르.”

       

       나의 칭찬에 아르는 어쩔 줄 모르며 입을 헤벌쭉 벌렸다. 

       

       “헤헤헤…. 역시 레온 조아!”

       

       아르는 곧바로 다시 나를 안았다. 

       

       이번에는 힘 조절을 하려고 한 듯 나를 안는 힘도 적당했고, 꼬리도 지난번 쾅쾅 사건 이후 조심해서 가볍게 톡톡 땅을 두드렸다.

       

       나도 왕뚠뚠 용이 된 아르를 마주 안고 토닥여 주었다. 

       

       이젠 엉덩이까지는 손이 안 닿았지만 말이다.

       

       “뀨우.”

       

       아르는 나를 안은 상태로 내 어깨에 턱을 올리고 뺨을 부볐다.

       

       ‘귀여워…. 거기다 이젠 푸근해지기까지….’

       

       이렇게 덩치도 나보다 커졌으면서 마구 안겨 애정 표현을 하는 게 어쩌면 이렇게 대형견 같이 귀여운지.

       

       물론 사람들 앞에 나설 때에야 다시 작게 폴리모프를 하거나 인간 모습으로 있어야겠지만, 이렇게 아무도 안 볼 때에는 점점 성장해 나가는 큰 아르를 보는 맛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직 말랑한 부분이 남아 있는 아르의 뺨을 만져 주고, 실비아를 마저 찾아 나섰다. 

       

       “실비아 씨?”

       

       주방으로 가 봤지만 실비아는 없었고.

       

       “여보?”

       

       설마 진짜 마왕 물리친 다음날 꼭두새벽부터 수련을 나간 건가 싶을 때쯤.

       

       쏴아.

       

       “아, 혹시 저기 있나?”

       

       저 멀리 욕실에서 작게 들려온 물 소리에 나는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지는 않고 입구 문만 살짝 연 나는 조심스레 안쪽을 향해 말했다. 

       

       “실비아 씨, 거기 있어요?”

       “앗, 레온 씨. 일어나셨어요?”

       “쀼우! 아르도 일어나써!”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일로 아침부터 목욕이에요? 어제 저녁에도 다 같이 목욕 하고 잔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새벽에 수련 갔다 오셨어요?”

       “아뇨, 그건 아니고….”

       

       실비아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어제 목욕할 때는 드래곤으로 변신한 상태였잖아요. 그래서인지 뭔가 오늘 아침에는 원래 모습으로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싶더라고요.”

       “아아…! 혼자 느긋하게 목욕하고 싶은 마음 알죠.”

       “아르두 아침에 목욕하고 시픈데.”

       

       아르가 옆에서 종알거렸다. 

       그 말을 들었는지 실비아가 아르에게 말했다. 

       

       “그럼 아르도 지금 들어올래? 아르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엄청 쑥 자랐던데. 안고 자다가 새벽에 팔이 눌려 저려서 깼지 뭐야.”

       “앗…! 그래써? 미안, 온니….”

       

       그러고 나서 아르는 고개를 저었다. 

       

       “근데 아르두 들어가구 싶긴 한데….”

       

       아르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굼은 아르가 들어가면 레온은 못 들어가쟈나. 아르는 레온이랑 가치 목욕 하구 시퍼.”

       

       나는 아르의 말에, 혹시 실비아가 조금 서운했을까 봐 덧붙였다. 

       

       “하하. 아르가 실비아 씨 혼자 느긋하게 목욕 즐기라고 배려해 주는구나. 그치, 아르야?”

       

       그러면서 아르의 뚠뚠한 배를 손가락으로 꾹꾹 찌르자, 아르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 우응! 마쟈! 온니 목욕 아아아쥬 느긋하게 즐겨두 대! 레온이랑 아르는 나중에 들어가께!”

       

       그러자 안쪽에서 푸흡,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아르야. 배려해 줘서 고마워. 천천히 나갈 테니까 먼저 아침 먹고 있어.”

       “우응!”

       

       아르의 입가에 누가 봐도 어색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실비아에게는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 듯 아르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보였으면 오히려 실비아 씨가 더 귀여워했을 텐데. 이 귀여운 표정을 못 보시다니. 푸흐흡.’

       

       나는 혼자 아르의 귀여운 얼굴을 마음껏 본 뒤, 거실로 가서 아르와 함께 호텔 딜리버리 서비스 메뉴판을 보았다.

       

       “자아, 오늘 아침으로는 뭘 먹어 볼까나.”

       “아르는 요거 먹구 시퍼!”

       “그러면 일단 이거 하나랑….”

       “요것두!”

       “이것도 추가하고….”

       

       아르는 커다란 덩치로 소파 옆자리에 앉아 이쪽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메뉴판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메뉴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걸 보니 배가 많이 고픈 모양.

       

       ‘하긴, 하룻밤 만에 이렇게 성장하는 데에 에너지를 썼을 테니 보충을 해 주긴 해 줘야겠지.’

       

       나는 곁눈질로 아르를 슥 보며 말했다. 

       

       “아르야, 그러다가 메뉴판에 코 박겠다. 나도 같이 보게 조금만 물러나 줄래?”

       “헉! 미얀!”

       

       아르는 메뉴판에서 얼굴을 조금 떼고, 이번엔 내 뺨에 자신의 말랑한 뺨을 맞추어 대었다. 

       

       이제야 다시 메뉴판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내 눈에, 신메뉴 중 하나가 들어왔다. 

       

       <해산물매콤탱탱면>

       

       ‘아니, 저건?’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저 이름을 보고 떠오르는 한 가지 면 요리가 있었으니.

       

       ‘설마…. 짬뽕?’

       

       이곳에 와서 라면, 그러니까 꼬부랑매콤국수까지는 먹어 봤어도, 매콤한 국물 면 요리 하면 떠오르는 본격적인 요리인 짬뽕은 아직 한 번도 구경해 보지 못했다. 

       

       ‘페룬 대륙에서 해산물이 좀 비싸기도 하고…. 사실 매콤한 요리 자체가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각종 비싼 해산물을 들여 와 요리해 파는 이 로멜드의 5성급(물론 이 대륙에 5성이란 개념은 따로 없지만) 호텔에서는 지금 신메뉴로 해산물 국물 요리를 팔고 있었다. 

       

       ‘이건 못 참지.’

       

       나는 곧바로 주문 목록에 해산물매콤탱탱면을 추가했다. 

       

       ‘크, 벌써 얼큰한 짬뽕 국물 들이켤 생각 하니까 입에 침 고이네.’

       

       밥도 따로 시켜 가지고 짬뽕 국물에 말아 먹어야지. 

       

       나는 이외에도 실비아가 평소에 즐겨 먹는 메뉴들을 주문 목록에 추가하고, 거실 테이블 한쪽에 장착되어 있는 호출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슈욱.

       

       마력을 조금 흘려넣자 아티팩트가 한 번 반짝였다. 

       

       ‘캬. 과학이 발달하진 않았지만 이런 건 다 구현이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니까.’

       

       이렇게 호출 아티팩트를 발동시키면 반대편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찾아온다. 

       

       실시간으로 그냥 전화 하듯이 음성 통화가 되면 더 좋겠지만, 아직 그런 아티팩트가 개발되지 않은 건지 비싸서 호텔 측에서 설치하지 못한 건지는 몰라도 호출 기능까지밖에 되지 않았다. 

       

       똑똑똑.

       

       곧 주문을 받으러 직원이 올라와 문을 두드렸고.

       

       “아르 숨어 있으께!”

       

       아르는 큰 덩치가 겨우 겨우 가려지는 대형 소파 뒤에 드러누웠다. 

       

       사실 내가 문앞까지 나가서 주문 하면 되는 문제였지만, 숨기를 좋아하는 아르의 재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거랑, 이거랑…. 요것까지 해서 주세요.”

       “저희는 주문 즉시 요리를 시작하기에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습니다만, 항상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미리 조리해 놓고 데워 주는 게 아닌, 주문 즉시 처음부터 새로 요리해서 갖다 주는 것을 메뉴얼로 다시 한 번 강조한 직원은 꾸벅 고개를 숙인 뒤 나갔다. 

       

       “가써?”

       “응, 갔어.”

       

       큰 덩치로 열심히 숨어 있던 아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 직원이 돌아간 걸 확인한 뒤 벌떡 일어섰다.

       

       “히히, 마시께따.”

       

       아르는 벌써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난 듯 제자리에서 주먹을 쥔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츄룹. 배고파….”

       “아르야, 그렇다고 밥 먹기 전에 아공간에서 또 몰래 간식 빼 먹고 그럼 안 된다.”

       “쀼우. 아라써….”

       

       생각을 읽힌 듯 아르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후후. 딱 걸렸지.

       

       아르는 이전에도 배 고프다고 아공간에서 슬쩍 초콜릿을 먼저 빼 먹다가 들킨 전적이 몇 번 있었다. 

       

       나중에는 영리하게도 초콜릿을 아예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아공간에 다시 넣어 놨다가,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아공간에서 쏘옥 한 조각씩 꺼내 먹다가 걸리기도 했었다.

       

       ‘애들 군것질 본능은 알아 줘야 한다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메뉴판을 내려다보았다.

       

       ‘해산물매콤탱탱면이라…. 그러고 보니 짬뽕 하면 또 빼먹을 수 없는 세트 메뉴가 있는데.’

       

       자고로 중국집 메뉴 하면 짬뽕과 더불어 짜장면—특히 간짜장—과 탕수육을 빼놓을 수가 없다. 

       

       ‘군만두도 있긴 한데, 그건 서비스로 나오는 거라 치고.’

       

       이 세계에서 먹는 짜장면도 궁금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신메뉴에 짜장면에 해당하는 요리는 없는 모양.

       

       ‘짜장면이야 뭐, 사실 지금 짬뽕을 시켰으니 괜찮지만….’

       

       탕수육이 없는 건 솔직히 좀 아쉬웠다. 

       

       그리고.

       

       ‘아쉬우면 뭐다? 직접 만들면 되지.’

       

       어차피 시킨 메뉴들도 요리해서 나오려면 꽤 걸릴 터.

       

       ‘안 그래도 그간 호텔 음식들 먹는다고 솜씨 발휘할 겨를도 없었는데, 간만에 한번 또 보여줘야겠구만.’

       

       나는 메뉴판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아르를 불렀다.

       

       “아르야.”

       “쀽?!”

       

       그새 살짝 아공간을 열까 말까 간을 보고 있던 아르가 제 발 저려 쀽 소리를 냈다. 

       

       나는 아공간이 열리기 직전, 공간에 그어진 실선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그대로 아공간 한 번 열자. 재료 좀 꺼내게. 오늘 내가 탕수육이란 게 뭔지 보여줄게, 아르야.”

       “타, 탕슉?”

       “그래. 탕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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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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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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