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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타다닥!

       

        모닥불이 타오른다.

        그리고 그 모닥불에 의해 영하 가까이 떨어진 주위의 온도가 따뜻해졌다.

       

        보통 사막이라고 하면 식물이 존재하지 않고, 당연히 불을 피우기 위한 장작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행성의 사막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소리였다.

        왜냐하면 이 세계에서 ‘사막의 밤’이라는 말은, 수많은 동식물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흠…….”

       

        쿠드드득!

       

        나는 내 옆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커다란 식물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낮까지만 하더라도 황량하기만 했던 모래사막이었으나, 밤이 된 지금은 수없이 많은 식물들이 자라나 있었다.

        마치 작은 숲을 보는 것 같은 광경이다.

       

        물론 키가 큰 나무는 존재하지 않기에, 숲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모자라다.

        지금, 이 사막에서 자라난 식물들은 낮 동안에는 모래 속 특수 기관에 줄기와 잎을 숨기고 있다, 밤이 되는 순간 숨겨두었던 줄기와 잎을 꺼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줄기를 접었다 펴야 하기에, 기본적으로 줄기가 딱딱한 ‘나무’와 같은 식물들은 존재할 수가 없다.

       

        뭐, ‘나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사막에서는 볼일이 없다고 봐야 한다.

        정찰 드론을 이용해 에코가 수집해 온 정보에 따르면, 나무 종류는 진짜 제대로 된 숲과 정글이 존재하는 일부 지역에서나 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먹어라.”

       

        “……?”

       

        그 순간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짐승의 굳은 가죽을 이용해 만든 그릇에 음식을 담은 오크가 그것을 나에게 내밀고 있었다.

        아, 음식을 나에게 권하는 것인가?

       

        “고맙구나.”

       

        “음.”

       

        정찰 드론을 통한 수집, 그리고 에코가 미리 번역한 이 세상에 살아가는 지성체들의 언어.

        아바타를 통해 여행을 나오기 전에 미리 배워둔 그 언어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행히 이상하게 발음하지 않은 모양이다.

       

        오크가 만든 음식을 그릇째로 들이켰다.

        원재료의 맛이 강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향신료를 넣어 맛의 조화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다.

        뭐, 잘 풀리지는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나는 수프와 스튜의 중간쯤에 위치할 것 같은 음식을 단숨에 마신 후 오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뜨거운 음식을 조금씩 목구멍 너머로 넘기고 있었다.

       

        가죽과 천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그의 초록색 피부 위에는 붉은색의 염료로 특정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그의 입 밖으로 삐져나온 두 개의 어금니 중 한쪽은 부러져 있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그의 이마에 새겨져 있는 검은색의 문신이었다.

       

        “내 이름은 크쉬타르다.”

       

        “그렇구나.”

       

        오크…… 크쉬타르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마찬가지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내 이름은 그랑 라그나다.”

       

        “그란 라구나르?”

       

        “아, 너희의 언어로는 발음이 어렵겠구나. 간단하게 ‘란가’라 부르거라.”

       

        “그래. 란가.”

       

        자기 몫의 음식을 전부 먹어 치운 크쉬타르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의 모든 것들을 살피겠다는 듯 바라보던 그가 물었다.

       

        “어느 부족에서 왔지? 털 난 종족인가? 아니면 바다의 종족?”

       

        “…….”

       

        나는 그의 의문에 미소만을 지어 주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행성에 사는 지성체들과는 다른 종족이다.

        단순히 내 본체가 드래곤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지금 크쉬타르의 앞에 앉아 있는 내 아바타가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원한다면 이 아바타의 외형을 얼마든지 이 행성에 서식하는 지성체의 모습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내 본체는 잠을 자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본체의 연산 능력은 확연하게 떨어진 상태.

        즉, 이제 와서 이 행성의 지성체를 따라 하겠다고 연산력을 동원할 정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한, 피곤한 본체가 그만한 연산력을 빌려주지는 않을 거라는 소리다.

       

        “나는 머나먼 곳에서 온 여행자란다.”

       

        “???”

       

        그렇기에 여기서는 적당한 말로 꾸며두기로 했다.

        뭐, 그렇게 틀린 소리가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흰 피부…… 작은 몸…… 숲의 현자인가?!”

       

        “???”

       

        그런데 크쉬타르는 내 말을 다른 의미로 이해한 것 같았다.

        뭔가 혼자서 고민하더니, 그대로 혼자서 무언가를 납득한 모양새다.

       

        내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아마 몰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얼굴 구조가 달랐으니까), 크쉬타르는 어딘가 측은함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나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라.”

       

        “???”

       

        “너희 부족까지 데려다주겠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나는 어쩐지 대화가 엇나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미간을 좁혔다.

       

       

        *            *            *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때 크쉬타르는 나를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구나.”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

        – ㅋ.ㅋ

        – 엌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웃음이 넘쳐나기 시작한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거린 후 말을 이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었지. 그야 오크의 평균 신장을 생각해 볼 때, 인간의 모습이었던 나의 신장은 그들의 어린아이 정도밖에 안 되었을 테니까.”

       

        평생 ‘인간’이라는 종족의 존재조차 몰랐던 크쉬타르의 처지에서, 인간의 작은(?) 체구를 가진 ‘아바타의 나’는 어린아이로 보였을 것이다.

        심지어 그 당시의 크쉬타르는 나를 ‘숲의 현자’라 불리는 ‘숲의 부족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즉, 그는 나를 숲의 부족에서 모종의 이유로 사막에 낙오된 아이로 판단했다.

       

        – 오?

        – 설마?

        – 나 갑자기 드릴이 떠오르는데…….

       

        “아마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 그 당시에 내 본체가 머무르고 있었던 가장 높은 산인 ‘페체체 산’이 위치한 곳은 북쪽이었고, 그 행성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규모 정글이 위치한 곳은 남쪽이었단다.”

       

        즉, 이번 이야기는…….

       

        “나와 크쉬타르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과정의 이야기란다.”

       

        – 오오오오오오!!

        – 모험기!

        – 방랑 기행!

        – 끼얏호우!

        – 이예에에에에에!!!

        – 그래! 이런 걸 원했어!!!

        – 끼에에에에에엑!!!!!

       

        채팅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크쉬타르와 함께하게 된 지 5일이 지났다.

        그동안 크쉬타르는 나에게 사막의 규칙이라는 것을 가르쳤다.

       

        사막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들.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법.

        물을 구하는 법.

        체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법.

        그 외의 기타 등등…….

       

        “이것은 은혜의 정령이다. 뿌리에는 물을 저장한 주머니가 달렸지.”

       

        콰득!

       

        그렇게 말한 크쉬타르는 땅에서 자라난 줄기를 단숨에 뽑아냈다.

        그러자 그의 손에 잡힌 식물은 뿌리째 뽑혀 나왔고, 그 뿌리에는 여러 개의 물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아마 저것은 저 식물 나름의 생존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의 지성체들은 저런 식물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수분을 얻는 것이겠지.

       

        ‘은혜의 정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로부터 물주머니를 전부 채집한 크쉬타르가 모닥불로 향했다.

        그러고는 물주머니 하나를 뼈 칼로 가르고, 그대로 어떤 생물의 금속질 껍데기를 두드려 만든 냄비에 쏟아 내었다.

       

        “은혜의 정령으로부터 물주머니를 채집하기 위해서는 밤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기회가 될 때 최대한 많이 모아두어라.”

       

        “알겠다.”

       

        나는 크쉬타르의 가르침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비록 나에겐 필요 없는 지식이지만, 저런 지식은 이 땅에서 생존 경쟁하는 지성체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종족이 다른 내가 저들의 입장을 공감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저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저런 지식을 많이 알아두는 것이 좋다.

       

        “흠.”

       

        그런 나의 모습을 힐끔 바라본 크쉬타르가 무심한 얼굴로 요리를 시작했다.

       

        그와 함께 지내며 그가 나에 대해 관찰한 것과 같이, 나 역시 그를 관찰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이나마 오크의 표정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크쉬타르는 표정 변화가 적은 편이었지만, 나를 잠깐 바라보았던 그의 눈에서 보여진 감정은 분명히 ‘호기심’이었다.

        약간의 ‘호감’, ‘연민’, ‘동정’ 등의 감정도 느껴졌으나, 그가 나에게 보이는 감정은 대부분이 ‘호기심’이었다.

        하긴…… 하얀 피부를 지닌 지성체는 크쉬타르도 처음 보는 것이겠지?

       

        ‘뭐,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만.’

       

        나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 나에게 아무런 대가 없는 도움을 주는 크쉬타르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황량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지성체에게도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종족의 아이를 보살펴 주는 이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아이가 아니기는 하지만 말이다.

       

        ‘본인이 믿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그가 나를 ‘숲의 현자’라 불리는 종족의 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어제 알아챘다.

        물론 그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나는 그의 착각을 정정해 주었다.

        나는 아이가 아니며, 그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종족이라고.

        당연하게도 그는 내 말을 믿지 않았을 뿐이다.

       

        여전히 크쉬타르는 나를 데리고 남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나는 그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기 위해 함께할 뿐이다.

        아마 그의 착각은 남쪽에 존재한다는 정글 지역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먹어라.”

       

        “잘 먹으마.”

       

        오늘도 굳이 자기 손으로 요리를 한 크쉬타르가 나에게 음식을 내준다.

        나는 그의 수고를 받으며 감사의 표시를 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려던 그때였다.

       

        탁탁탁!

       

        “흠?”

       

        “음?”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나와 크쉬타르의 고개가 나란히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의 수풀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너머에서 두 발로 걷는 또 다른 지성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독한 늑대’ 포지션인 크쉬타르.

    클리셰대로라면 드래곤님 위치엔 ‘순진무구한 소녀’가 들어가야 하겠으나…… ‘소녀’라기엔 너무 나이가 많았던 드래곤님이셨다.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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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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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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