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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 ***

         

       황궁의 미래가 어둡군.

         

       “그래서 그때 내 손에 딱 순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허어, 정말 짜릿한 역전극이로군요!”

         

       “호오, 대단하시군요.”

         

       두작과 휘경이 이 궁청전에 나타난지도 3일째. 첫날 뭐가 자꾸 손이 근질근질하니 어쩌니 하더니만.

         

       두 사람 다 중증의 도박중독자였던 모양.

         

       간만에 건전한 도박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지만 황궁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조용히 가기로 결심한 바 적당히 맞장구 쳐 주었다.

         

       “그때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상대방 표정이 아주…”

         

       “짜릿하셨겠군요.”

         

       “크으, 바로 그걸세!”

         

       도박무용담을 풀어 놓는 모양새가 인터넷에 떠도는 자극적인 주작설을 듣는 듯 어딘가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었지만 두 사람이 좋다고 떠들고 있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사장님이 ‘사자를 냄비에 넣고 끓이면? 동물의 왕!국!’이라고 했을 때 직원들이 자지러지게 웃는 것은 진정 개그가 재미있기 때문이 아니듯이 말이다.

         

       “호 낭인도 도박을 좀 치나?”

         

       “허허 그냥 남들 하는것보다 아주 살짝 잘 하는 정도지요.”

         

       거짓말은 안 했다. 누굴 데리고도 오더라도 승률 5할 1푼은 찍을 수 있으니까.

         

       두작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허허 그런가. 자네 행적을 보아하니 도박을 곧줄 하는 것 같던데 말이야.”

         

       “그저 작은 재주에 불과합니다. 이래저래 요긴하게 쓸 일이 있긴 했지요.”

         

       “하하하! 길거리에서 내기를 통해 당가의 자제의 발을 돌렸다는 소문도 들어보았는데 겸양의 말이 심하군!”

         

       내관이니 동창의 정보를 접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것일까. 정확히 어느 정도 직위인지는 몰라도 궁청전의 궁녀들이 설설 기는 것을 보면 엄청 높은 직위인 듯 한데 이런 작자가 왜 며칠 동안 나랑 노가리를 까면서 도박 이야기를 꽃피우는지 모르겠다.

         

       “자네도 도박을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거릴 것 같은데 말이야.”

         

       “허허, 그 정도 자제력은 있습니다. 황제 폐하를 보기 위해 심신을 가다듬는 기간에 어찌 삿된 도박을 할 수 있겠습니까?”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의 표정이 영 좋지를 않았다.

         

       아니 당신들 내관 아니야? 황제 폐하를 알현하기 위해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는 알현자가 모범적으로 생활하면 흡족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 녀석들 그냥 혁기린한테 밀고를 해서 버릇을 고쳐야 하나?

         

       요 며칠 이 두 내관과 한 이야기를 흘리면 황제의 동생인 혁기린이 나서 이 두놈을 갱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머무를 때 말고 떠나기 직전에 귀띔이라도 해 줘야겠다. 아니 황제의 손님을 앞에 두고 지들끼리 도박 이야기에 심취하는건 너무 선 넘었잖아.

         

       지가 황제야 뭐야?

         

       그리고 궁청전 손님의 동향을 살피는데 동창의 정보가 왜 필요해? 동창의 정보를 사적 유용하는건 뭐야? 지가 뭐 동창 제독이야?

         

       무려 황제 폐하가 기거하는 황궁에서 제멋대로 날뛰고 있는 망둥이1, 2호를 보고 있자니 참교육이 마려웠다.

         

       “그때 주사위에서 6이 딱!”

         

       “하하하! 대단하십니다.”

         

       물론 입으로는 열심히 맞장구를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말이야.

         

       두작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호 낭인이랑은 이야기가 통해서 참 다행일세. 이 궁궐에는 꽉 막힌 사람밖에 없어서 말이야. 도무지 풍류라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없단 말일세.”

         

       “그러게나 말입니다. 응당 사람이라면 휴식도 중요한 법. 술도 한 잔 하면서 주사위를 굴리고 나면 또 내일을 살아갈 활력을 얻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래서 말인데…혹시 황궁을 나갈 생각이 있는가?”

         

       “…예?”

         

       “허허, 호 낭인과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데 말이야. 그냥 궁궐에서 차나 마시면서 수다나 떠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리는군. 풍류남아들끼리 뭉쳤으니 술 한 잔 하면서 주사위도 굴리고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휘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암! 그렇고 말고요. 자네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네. 알다시피 우리 두작 내관께서는 궁청전을 꽉 잡고 계시니 말이야. 자네도 적지 않은 기간을 황궁에 같혀 있었으니 잠시 숨 돌리는 것이 어떻겠는가?”

         

       “낙양에 천상루라는 곳이 있네! 기녀의 미색부터 천하의 미주라는 미주는 모두 모여드는 곳이고…천하제일의 도박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 낙양의 영웅호걸들에게는 꿈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라네. 내 그곳에서 자네와 한번 어울리고 싶구만.”

         

       “하하. 저 역시 두 분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내관이 정당하게 궁을 빠져나가는 거랑 황제 알현자가 궁을 무단이탈하는 거랑 같니? 내가 무슨 도박중독마야? 하루라도 도박을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중증의 도박중독자도 황궁에서 일주일은 얌전하게 지내겠다.

         

       “허어, 그러지 말고…천상루는 천하제일의 도박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일세. 응당 도박사라면 그곳을 제패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 판돈 역시 일부는 빌려줌세!”

         

       “혹시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네. 궁청전 궁녀들에게 확답을 받아오면 좀 안심할 수 있겠는가? 전혀 걱정할 일 없네!”

         

       “하하하.”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두작이랑 휘경. 이 사람들 참.

         

       두작이랑 휘경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 함께 갈 텐가?”

         

       “거절하겠습니다.”

         

       노답이네 진짜.

         

       *** ***

       

       “으음…쉽지 않군.”

         

       황제 유경의 인상이 짜증으로 물들었다. 쉽지 않으리라는 건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호천안의 태도가 완고했다.

         

       “황제 폐하를 알현하는 일은 일생일대의 기회.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유경은 입맛을 다셨다.

         

       “뭐, 그래 요새는 좀 도박을 멀리 하고 있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기는 했지…”

         

       근래 몇 개월, 호천안은 뻔질나게 드나들던 도박장을 끊고 무공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도박 기술을 대성한 이상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도박장을 들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 리 없는 동창과 유경이었다.

         

       유경의 눈에는 호천안은 5년간 피땀 흘려 번 돈을 모두 도박장에 탕진하는 중증의 도박중독자였다.

         

       “정말 공주마마의 말씀대로 자제력을 길렀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

         

       유경은 순순히 사마경휘의 말에 동의했다.

         

       “자네 보고서에 따르면 호천안은 마지막으로 아주 커다란 판을 벌였지. 그렇지 않은가?”

         

       “예. 홍죽군협 여일예가 낭인객잔에 들려 자신의 은인패를 준 전후로 영상루에서 엄청난 판을 별였지요.”

         

       “그리고 자네들의 ‘추측’으로는 사천성 사태 때 어느 상인의 자제로 위장해 성락루에 소란을 일으킨 자가 바로 호천안이고.”

         

       동창의 정보는 철저하게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그들이 아무리 정보 조직이라고는 하나 동시에 공무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이었다. 개인의 의사가 반영된 사견, 근거가 부족한 추측, 단순한 직감에 의존한 추리 등은 동창의 보고서에 적히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엄청난 액수의 금자를 땄다고 하더군요.”

         

       기본적으로 호위무사로 동원되었던 여일예나 당도연이나 모두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한 미녀들. 당시 호천안과 호위무사들을 목격한 이들의 뇌리속에는 여일예나 당도연의 모습이 남아 있는 자들이 많았다.

         

       다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 구파일방이자 오대세가 소속인 여일예와 당도연이 도박장에 출두해서 아양을 떨며 사천낭인으로 먹고사는 이류 무사의 호위를 봐 주었다? 누가 생각해도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어떤가? 무려 대 황국의 황제가 내관으로 변장해 나서는 판이었다. 동창 역시 검증되지 않은 사소한 정보까지 모조리 다 유경에게 보고했다.

         

       호천안이 변장하여 성락루를 털었다는 ‘추측성’ 정보 역시 유경의 귀에 들어갔다.

         

       “그런 활약이 상소에 적히지 않은 점도 한 몫 했습니다.”

         

       “흥. 아무리 사마염이라도 차마 도박사를 동원했다는 이야기를 상소에 적을 수는 없었겠지. 그런 점은 중요한게 아닐세. 중요한 것은 영상루라는 기루에서 엄청난 패배를 경험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또 도박장에 기웃거린 호천안의 마음가짐이 문제라는게야!”

         

       도귀라는 작자에게 금자 백 냥이 넘는 판에서 패배했단다. 그것도 다 이긴 판에서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면서 꼴사납게 패배했다고.

         

       “그런 패배를 경험했으면 말일세! 다신 도박판에 들어가질 말았어야지!”

         

       성락루에서 막대한 금액을 딴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패배를 경험하고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다시 도박판에 뛰어 들어갔다는 마음가짐 자체를 지적하는 유경.

         

       “그 자는 기회만 있으면 또 도박판에서 거침없이 골패를 잡을 테고 그러다 언제 거꾸러지고 말 자일세.”

         

       호천안을 변호하려던 사마경휘 역시도 할 말이 없었다. 결국 호천안이 걸어온 행보는 기회가 날 때마다 어떻게든 도박을 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판이나 잘 준비하도록 하게나. 어차피 호천안 저 자는 조금만 밀어 붙이면 넘어오게 되어 있어. 아무리 그래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내관 둘이 황궁을 나가자고 하면 경계할 수밖에 없겠지.”

         

       “…예.”

         

       툴툴거리는 황제 유경의 불평을 한 귀로 흘리며 사마경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녀석이 호천안을 대협이라 불렀다라….’

         

       사마경휘는 사마염을 떠올렸다. 관의 사람인 주제에 협객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을 품고 있는 사마염.

         

       그러나 사천태수 사마염은 대외적으로는 무림인들을 싫어하는 성향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어지간한 자들은 소협이라고도 부르지 않는 녀석이.’

         

       사마염이 무림인들을 싫어한다는 소문이 난 이유는 사마염이 진정한 협객만 존중하기 때문이었다. 진정 천하에 협객이라 부를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어중간한 자들도 다 소협 대협 하며 치켜올려주는 무림의 풍조에서 본인이 인정하지 않은 자들은 가차 없이 깎아내리니 주변의 무림인들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사마염이 호천안을 대협으로 부르며 가까이 했다라…

         

       ‘공주마마도 그렇고 염이 그 녀석까지 그랬다면 호천안이라는 자에게 뭔가 있다는 것인데.’

         

       사마경휘는 잠시 생각해보고는 어차피 달라질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호천안이라는 자가 유경이 생각하는 것처럼 형편없는 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도박에 깊숙이 빠져 있는 자라는 것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아무리 사마염이 대협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협객의 풍모를 지닌 자라도, 공주마마의 마음을 빼앗은 매력이 있는 자라도 도박중독은 고쳐야지. 그리고 위기에 처하면 호천안 그자의 진가도 볼 수 있을 테고 말이야.’

         

       사마경휘는 오늘 호천안이 보여주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냥 속 없는 간신배처럼 두 사람의 비위를 맞추어 주다가 위험한 제안을 하자마자 단박에 쳐냈다.

         

       그냥 사천성 사태에 얼떨결에 편승한 운 좋은 낭인인 줄 알았는데 며칠 관찰한 결과와 이런 저런 정보를 합쳐보니 단순하게 운만 좋은 자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법. 호천안은 완전히 짜여진 도박판이라는 함정에 걸렸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과연 혁기린과 사마염이 고평가 할 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사마경휘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호오…”

         

       사마경휘의 계책을 들은 유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나쁘지 않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재시간을 대폭 어겨버리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살짝 감기기운이 있는거 같더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본래라면 오늘 자정에 올라가야 할 편수인데 14시간정도 지각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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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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