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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드디어 우리 센세가 VR을 ㅠㅠㅠㅠ감격스럽습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ㄹㅇ 성불할 거 같아……이제 캠만 키자】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나오나를 그렇게 하면서 VR 안 했단게 진짜 괴담급임】

        

       방제 때문일까. 장비를 세팅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VR에 관한 도네이션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었다.

        

       VR이 대세가 된 건 알고 있었지만……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일인가. VR이 대체 뭐길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근데 대체 왜 여태 키마로만 했던 건가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렇게 이 악물고 VR 안 하던 이유가 뭐임 진짜】

        

       이제는 빠지면 아쉬운 단골 질문이다. 표현이 조금씩 달라질 뿐, 몇 번이고 던져지는.

        

       한번도 제대로 답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막상 대답을 시작했다면, 아마 한 시간은 족히 성토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AOS(혹은 MOBA) 장르에 이런 복잡한 결투 시스템이 도입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도한데, 거기에 VR까지 끼얹는 게 웬 말인가. 그리고 게임이라면 모름지기 원래 현실에서 내 몸으로는 못하는 걸 해내는 쾌감이 있어야지, 직접 몸을 움직여서 하는 거면 그건 E-스포츠가 아니라 그냥 스포츠잖아. 왜 게임에 그런 요소를 넣는 건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런 생각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결국 흥행에 성공한 건 VR나오나니까.

       

       냉엄한 결과 앞에서 무의미할 이런 생각은 홀로 삼켜야 하기에, 무시로 일관해온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굳이 그런 말을 시청자들에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보수적인 원리주의자 노인네마냥 궁시렁거리다가 뒤늦게 VR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호들갑을 떨며 놀려댔을지……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VR이 꺼려졌던 건 저런 이유들 때문이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전생과 다른 부분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서 빨갛게 드러난 속살처럼 번들거리고 있는 그 약점이 헤집어지는 것이 두려워, 굳이 키보드마우스로 해야하는 이유를 갖다 붙였을 뿐이겠지.

        

       하지만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더라.

        

       별포크를 가르치기 위해 VR방에 가본 이후로, VR나오나에 대한 거부감은 빠르게 옅어졌다. 그럼에도 한참을 외면한 건……그래.

        

       무엇을 숨기랴. 그냥, 정말로 이걸 세팅하고 매일 착용할 엄두가 안 났을 뿐이다. VR방에서는 숙련된 알바생이 도와줬지만, 집에선 도와줄 사람도 없잖아.

        

       “음……이건 다리에 차는 걸까요. 설명서가……아, 화면에 뜨네요. 저 파츠가……이건가. 비슷하게 생긴게 5개는 더 있는데…….”

        

       『??비슷하게 생긴 게 있을리가 없는데』

       『부추전은 안 굽지만 세팅전은 굽는 스트리머』

       『보여야 뭘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지』

       『세팅하고 공지하기 vs 일단 방송 켜서 1만명 혈압 올리기』

        

       내가 기억하는 VR은 양 손에 하나씩 컨트롤러 잡고 대충 하는 거였는데……왜 이렇게 암흑 진화를 한 건지.

        

       레반의 설명을 떠올리며, 화면에 떠오르는 안내사항에 따라 갖춰 입으려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정말로.

        

       아, 이게 다리 파츠구나. 그러면 이걸, 이렇게 둘러서-

        

       -달칵.

        

       아마, 모르긴 해도……소리로 미루어 보면, 제대로 된 것 같은데. 뭐가 뭔지 모르겠는 걸 조립하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노라면, 대개 ‘달칵’소리는 반갑고 ‘뽀각’소리는 무서운 법이다.

       

        -우웅

        

       역시 정답이었던 걸까. 부드러운 출력음과 함께 화면 속 사람의 실루엣에서 왼쪽 다리가 녹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제발 뭘 하고 있는지 설명 정도는 하면서 해주십쇼……』

       『뒤지기 싫으면 캠이나 켜라』

       『아니 시발 이제 겨우 왼다리 하나 찼다고?』

        

       “아, 이제 다리에 다 입었어요.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까, 시작도 하고 왼쪽 다리도 완성했으면 6할 정도 온 거 아닐까요. 배……배에도 뭘 둘러야 되네. 이 정도면 그냥 갑옷 아닌가. 그리고…….”

        

       그래도, 한 부위를 장착하고 나니 나머지는 비교적 쉬웠다. 요령이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저렇게 VR기기를 몸에 갖춰 입고……헤드기어만 제외하면 마지막 파츠인 전용 장갑을 양손에 끼며 시간을 확인했다. 방송을 시작한지 이제 겨우 30분. 나쁘지 않은 페이스다.

        

       “이제 헤드기어만 쓰면 끝이네요. 1부, VR세팅 방송은 즐거우셨나요.”

        

       『나』

       『 🔥 🔥 🔥 🔥 🔥 🔥 🔥 🔥』

       『락』

       『나』

       『 🔥 🔥 🔥 🔥 🔥 🔥 🔥 🔥』

       『1부 같은 소리하고 있네 씨발 진짜』

        

       시위가 취미인 시청자들도 기뻐하고 있고.

        

       고개를 끄덕이며 헤드기어를 머리에 뒤집어 쓰자- 제법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광활한 우주에, 반짝이는 별들. 그리고……아, 모니터에 뜨는 내용은 여기에 뜨는 구나.

        

       손을 가져다 대고 확대하는 모션을 취하니, 시야가 훅 이동하며 직접 모니터를 보는 듯이 확인할 수 있었다.

        

       채팅창을 VR로 보니까 조금 어지럽네. 이건 잠깐만……정말 잠시만 치워야지.

        

       아무튼……제법이었다. 이전에 VR방에서 경험해봤던 것에 비해서도 확연히 깔끔한 게, 고급 장비라는 레반의 설명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는 모양이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후 그래 암튼 됐으니까 이제 아바타 꾸미기부터 하자】

        

       1부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도 제법 흥이 오른 걸까. 여러가지 감정이 가득 담긴 도네이션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도네이션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단연 ‘아바타’였다.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바타 현실 반영해서 만들면 10만원】

        

       아바타. 아바타라.

        

       나오나가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였다. 연례행사처럼 드물게 출시해주던 스킨조차 조악한, 빈약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자랑하던 게임은 어디로 갔는지.

        

       마음에 들진 않지만……기왕 시청자들을 위하는 방송을 시작한 마당에, 이것만 거부할 이유도 없겠지.

        

       시선을 옮겨 관련 메뉴에 들어가자, 복잡한 수치들과 패러미터로 가득한 3D 모델이 나를 반겨주었다. 제법 상세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모양이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실제 몸과 유사하게 설정할수록 VR멀미를 덜 합니다 꼭 기억하십쇼】

        

       ……진짜려나. 묘하게 설득력이 있기는 한데……다른 의도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속는 셈 치고 해봐서 나쁠 건 없겠지.

        

       키를 조금 조절하고……가슴, 도 의미가 있으려나. 현실의 몸을 떠올리며 슬라이드를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기다가, 옮기다가……끝에 도달했다.

        

       아. 구현이 안 되네.

        

       “음…… 현실 반영은 안 되네요. 제한이 있어서.”

        

       생각해보면 게임 할 때는 압박속옷 입을 테니……그냥 최소화하는 게 더 나으려나. 세밀하게 조절할 생각을 하자마자 급격하게 몰려오는 귀찮음에, 슬라이드를 반대쪽 끝으로 밀어 넣고 완료 버튼을 눌렀다.

        

       그래. 아바타가 뭐 그리 중요하겠어.

        

       랭크 한 번 돌리고, 정 필요하면 다시 세팅하면 되겠지.

        

       * * * *

        

       승기를 잡은 게임이었다. 팀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상대가 못해서였지만.

        

       어설픈 도적과, 더 어설픈 기사. 상대 팀의 원투펀치는 가공할 위력을 뽐냈다. 스스로의 턱과 관자놀이를 동시에 가격하듯, 지하와 지상 양 쪽에서 팀에게 처참한 패배를 선사했으니.

        

       특히 기사는…… 챌린저는 커녕, 다이아라고도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고맙게도.

        

       대리를 받아도 적당한 티어까지 대리를 받는 것이 상식일진대. 저건, 대체 원래 티어가 어디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처참한 실력 아닌가.

        

       ‘이판 끝나고 좀 쉬어야지. 저거 같은 팀 걸리면 그냥 꽁패겠네.’

        

       간단한 견제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며 쓰러지는 기사를 도끼로 가볍게 찍어 넘기기를 두 차례. 쌍도끼를 쥔 광전사는, 중앙 거점은 물론이고 상대 거점까지도 고속도로를 뚫을 자신이 차오르고 있었다.

       

       꽁승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이렇게 몇 번만 더 승리하면 이번 시즌에 챌린저를 달성하는 것도 더 이상 꿈은 아니리라.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여유롭게 전진하는 광전사의 귀에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가 꽂혔다.

        

       또다시 손쉽게 따낼 킬을 생각하면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리는 발걸음소리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건, 역시나 그 기사였다. 중갑에, 건틀릿만 판금을 착용하고- 건방지게도, 방패조차 들지 않은.

        

       처음에 저 대검을 보고 지레 겁먹었던 반작용일까. 이제는 어깨에 걸친 쓸데없이 큼지막한 대검이 퍽 우스꽝스러웠다.

        

       가볍게 파고들어서, 목을 날리면 그만이겠지. 너무나 손쉬운 일이다. 대검이 채 휘둘러지기도 전에 전투는 이미 끝나있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스텝을 밟은 광전사가, 빠르게 가속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세 걸음.

        

       광전사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기사의 품에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지금부터는, 긴 리치를 가진만큼 굼뜬 대검으로 대응하기엔 너무나도 좁은 이 거리가 곧 전장이다.

        

       달리 말해, 사실상 광전사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저, 대리로 티어를 올렸을 기사는 모르겠지만. 조소를 머금은 채, 도끼를 휘둘러서-

        

       -채앵!

        

       날카로운 금속음. 처음으로 공격이 막혔다. 예측한 걸까. 어느새 하프 소딩 자세로 전환해 도끼를 받아낸 기사가, 천천히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었다.

        

       우연이겠지. 그냥 겁먹어서 수세로 전환하는 사이에 얻어걸렸을 가능성이 가장 큰-

        

       하지만 어느 쪽이든, 시간을 허용할 이유는 없었다.

        

       -부웅!

        

       공격을 막아낸 건, 분명 의외였으나- 애초에 아무런 페인트도 가미되지 않은 직선적인 공격이었다.

        

       너무 얕잡아본 걸지도 모른다. 그런 가벼운 반성과 함께, 광전사는 연격을 준비했다.

        

       왼손의 도끼를 머리로 휘두르는 척하며, 노림수인 오른손은 정강이를 노리는 연계기. 이런 초짜들을 털어먹을 때 가장 편리한 한 수다.

        

       사람인 이상, 눈앞으로 쇄도하는 날붙이에 시선을 끌리지 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현실과 구별하기 힘든 VR에서는, 이런 인간의 본능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 생각과 함께 짜릿한 손맛을 기대하던 광전사의 눈에 보인 건, 주먹이었다.

        

       점점 커지는.

        

       -쾅!

        

       굉음과 함께, 광전사의 시야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기사의 주먹은 투구와 충돌했으나- 판금 건틀릿의 무게와 질량이 온전히 실린 공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실이었다면, 투구 안에서 머리가 흔들리며 그대로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시야가 조금 붉어지고, 수치스럽게 바닥을 뒹구는 정도로 끝난 건, 게임 특유의 보정 덕분이다.

        

       차라리 그런 보정이 없었더라면 좋았으리라.

        

       초심자의 럭키 펀치에 당했다는 생각에 이를 갈며 스텝을 밟는 광전사는, 알 수 없었으나-

        

       저 편에서, 상대는 차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적응……음. 이제 좀 된 것 같아요. VR은 주먹이 쓰기 쉽네요. 한 번은 주먹으로 죽여볼까.’ 따위의 말을 읊조리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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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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