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46

       ‘……아쉽네.’

         

       연쇄살인마는 꿀렁꿀렁 피만 토해내는 암주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 상태의 암주라면, 낫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바포메트에게서 빼앗은 마기만 조금 주입시키는 것만으로도 끝낼 수 있겠지.

         

       상처 입은 자를 죽이는 게 재미있냐고? 상대를 어떻게 죽이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지.

         

       그리고 이건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엄포를 놓은 이상, 치료할 수 밖에 없었다.

         

       연쇄살인마는 주머니춤에서 올리비아에게 건네받았던 포션을 꺼냈다. 일단 포션은 최소한만 먹이고, 나머지는 상처에 뿌릴 생각이었다. 그래야 의식을 차리지 못할 테니까.

         

       죽이지 못한다면, 최소한 고통이라도 느끼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도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운 좋은 줄 알…….’

         

       연쇄살인마는 생각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등 뒤에서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진 탓이다.

         

       드득!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언가에 붙잡힌 것만 같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오러를 일으켜 팔에 힘을 줘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힘을 끌어올리면 끌어올릴수록, 저항감 또한 거세졌다.

         

       ‘……이건?’

         

       고오오오오!

         

       가까스로 고개를 돌린 연쇄살인마가 경악어린 얼굴을 만들어냈다.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힘이 솟구치고 있었다.

         

       저 힘에 짓눌리고 있었던 것이다.

         

       연쇄살인마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비아를 보았다.

         

       마력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격의 방출에 가까웠다. 연쇄살인마는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물러섰다. 두려움을 느낀 것은 그가 아니였다. 며칠 전 흡수했던 바포메트의 마기가 몸부림치며 벌인 행동이었다.

         

       공포.

         

       바포메트의 마기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은 공포와, 끝없는 경외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올리비아에게.

         

       연쇄살인마는 요동치는 마기의 감정에 휩쓸렸다. 아무리 바포메트의 마기를 완전히 제 것으로 체화했다지만, 그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 감정이 밀려드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저건……위험해. 저건……저건…….’

         

       연쇄살인마는 등골이 싸늘해짐을 느꼈다.

         

         

       멸망.

         

       종언.

         

       마(魔)…….

         

         

       쨍그랑!

       

       손에 들고 있던 포션이 요란한 소리를 내뱉었다.

         

       “……읍! 흐억! 허어억……!”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연쇄살인마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눈동자는 답지 않게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연쇄살인마는 치미는 토악질을 삼켰다. 머릿속에, 방금 전에 들었던 ‘부탁’이 울려퍼졌다.

         

       – 쟤네 둘 반드시 살려놔. 죽으면……알아서 해.

         

       연쇄살인마의 몸이 천천히 일으켜 세워졌다.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올리비아가 방금 전에 했던 ‘부탁’이 그를 그렇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연쇄살인마 속에 내재된 마기는 그 부탁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꿈틀거렸다.

         

       이건.

         

       무슨.

         

       지랄맞은 상황일까? 연쇄살인마는 입술을 터질듯 깨물었다. 전신의 오러를 최대로 끌어올렸지만,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이었다.

         

       손이 저절로 움직여 암주의 입을 벌린다. 그리고 포션을 꽂아넣는다. 식도로 정확히 절반이 빨려들어간 순간. 손이 멈춘다. 방금 하나가 깨져버린 탓에, 남은 포션이 이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마사냥꾼을 향해 걸어간다. 마치 인형처럼.

         

       콰앙, 콰아아앙!

         

       바로 뒤에서 폭음이 들렸다. 올리비아와 아가레스가 싸우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연쇄살인마의 육체는 태연하게 움직였다.

         

       돌가루가 튀며, 온몸에 상처를 내도 악마사냥꾼을 향해 걸어갈 뿐이다. 연쇄살인마는 입을 달싹거렸다.

         

       “……이건 도대체, 무슨 빌어먹을, 마법이냐?”

         

       연쇄살인마는 이 상황이 바포메트의 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설마 바포메트가 죽을 때 무슨 수작이라도 부려놓은 것일까? 그렇다기엔 전생에서 바포메트를 죽이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연쇄살인마는 터질 것처럼 빨리 뛰는 심장을 이끌고 악마사냥꾼의 앞에 도착했다. 입을 벌려 포션을 쑤셔넣은 순간, 전신을 압박하고 있던 기운이 사그라든다.

         

       그제서야 마음 놓고 거친 숨을 토해내는데.

         

       쿵!

         

       이전과는 사뭇 다른 소음이 들려왔다.

         

         

       *****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아가레스는 호전적인 악마답게 죽음을 불사하고 덤벼들었지만, 유효타를 먹이기는 커녕 올리비아에게 접근하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포기하고 흉랑(凶狼)의 형태로 현신하여 맹렬히 발톱을 휘둘렀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저번에도 이런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저들의 보호자라도 되나?]

       “네놈 새끼한테 질문할 자격은 없어.”

       

       파직!

         

       올리비아의 손끝에서 전류가 튀었다.

         

       “질문은 내가 하는거야.”

         

       마력이 폭발했다.

         

       콰지직! 수천 갈래로 나뉘어 쏘아진 빛이 아가레스의 육체에 작렬했다. 하체가 얼어붙은 탓에 피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마력의 흐름을 감지해내기는 했지만, 그건 뇌전 뿐이었다. 한기를 일으키는 전조가 느껴졌더라면 대응했을 것이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 아가레스는 빠르게 그것을 인정했다. 남부에서 만났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지금은 그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츠츠츳!

       

       아가레스의 온 몸을 시커먼 마기가 뒤덮는다. 그것은 마치 비늘처럼 아가레스의 몸을 감싸, 올리비아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 일변도로 임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서.

         

       올리비아의 입장에서는 의아할 뿐이었다. 다른 악마도 아니고 그 아가레스가, 저런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다니.

         

       차라리 저번처럼 암주에게 달려들어 죽이겠다고 협박이라고 하는 편이 나았을텐데.

         

       ‘물론 그 전에 수천 갈래로 쪼개져 뒤졌겠지만.’

         

       이렇게.

         

       투콰아아앙!

         

       하늘에서 나타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지반을 꿰뚫고 마신교단의 본진에 작렬했다. 아가레스는 눈부신 빛에 눈이 잠시 멀어버렸다.

         

       콰지지직! 그는 양 팔을 휘저어 두꺼운 지반 속을 잠수하듯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 지하에 도달했다. 여전히 뇌전이 세찬 빛을 일으키며 따라왔지만, 방금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올리비아……?”

         

       연쇄살인마가 불안한 얼굴로 말을 걸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아가레스를 향해 계속해서 마법을 쏘아낼 뿐.

         

       “얘, 얘네들, 바깥으로 대피시켜 놓을까?”

         

       올리비아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고개를 돌려, 사나운 시선으로 연쇄살인마를 노려보았다.

         

       움찔.

         

       연쇄살인마는 저도 모르게 바닥으로 눈을 깔았다. ……왜? 그는 자신의 이상행동을 그제서야 인지했다.

         

       왜, 올리비아를 두려워하는가.

         

       연쇄살인마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그는 죽는 그 순간에도 더 많이 죽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할 사람이었다.

         

       그런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연쇄살인마는 마른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올리비아는 그런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지반을 깊숙히 파고든 아가레스를 노려보았다.

         

       가슴이 부글부글 끓는다. 올리비아는 뇌전을 갈고리 형태로 조작해, 그대로 아가레스를 집어챈 다음 지면으로 끌어올렸다.

         

       콰아앙! 끝까지 저항하던 아가레스의 양 손에는 거대한 바위가 들려있었다.

         

       [푸흐, 푸흐흐……크하!]

         

       아가레스가 비틀거렸다. 그럼에도 그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몰아치면 웃음을 잃을 줄 알았다. 놈이 원하는 ‘전사다운’ 싸움에 응해주지 않으면 분노할 줄 알았다. 일부러 도주할 틈을 만들어주면 오히려 이성을 잃고 달려들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자존심이라는 자존심은 전부 짓밟아놓았는데도, 아가레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미소를 치워버리고 싶었다. 입을 뜯어버리면 될까? 아니다. 놈은 입이 뜯기고도 좋다고 웃어댈 것이다.

         

       “닥쳐.”

       [크흐, 크하하하하! 내 어찌 웃지 아니할까! 내 평생 기다려왔던 그분의 강림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목도하였는데!]

         

       아가레스는 즐겁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넝마가 되어 흔들거리는 팔을 그대로 뽑아낸 뒤, 기분 좋다는 듯 흥얼거렸다.

         

       [북 공작이 옳았다니. 그 음습한 자의 판단이 정말로 옳았을 줄이야. 어허, 으흐, 으하하하하하!]

       “닥치라고.”

         

       아가레스의 웃음소리가 멎었다. 다만 웃기를 멈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영광스럽기 그지 없다는 얼굴로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그 때, 올리비아는 아가레스의 눈에서 이단심문관들의 광기를 읽어냈다.

         

       그들이 작전 중 순교할 때, 자아내는 표정들. 그들의 얼굴에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다. 다만 끝없는 환희만 가득할 뿐.

         

       “왜…….”

       

       올리비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가레스에게 다가갔다. 그는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빙긋 웃기만 했다.

         

       왜 그딴 역겨운 표정을 지어대는 거냐.

         

       [가장 영광스러운 죽음이니까.]

         

       올리비아의 생각을 낚아채기라도 한듯, 아가레스가 말했다.

         

       “내가 그렇게 죽게 내버려둘 것 같아?”

         

       올리비아는 들끓는 살의를 숨기지 않았다.

         

       “너는 죽고 싶어도 죽지 않을거다. 네 사지를 뜯어 마물들의 밥으로 줄 것이고, 네 눈알이 재생하지 못할때까지 유황불에 지져주마.”

       [흐하하하! 그 또한 영광일지니!]

         

       아가레스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올리비아는 폭주하는 제 심장을 진정시키지 않았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아가레스의 목을 붙잡았다.

         

       “닥치라고 했지. 이 씨발놈아.”

       

       ……뚜둑……뚜둑!

         

       목에서 번져나간 소음이 아가레스의 어깨와 가슴, 등을 뒤덮었다. 근육이 뜯겨져 나가는 소리였다.

         

       [……지금의 당신은…….]

         

       아가레스는 죽음이 목전에 놓인 순간에도, 벙긋 웃으며 올리비아를 올려다보았다.

         

       [참으로…….]

         

       시야가 뒤집힌다. 아가레스는 목이 뽑혀나가는 그 순간에도 강렬한 전능감에 몸을 떨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마귀 마(魔)에는 사실 마법이라는 뜻도 존재합니다.

    – 김이얀님 34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이젠 알아냈습니다. 후후….문과였다면 당할 뻔했군요.

    피..보…

    ^^7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