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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학영충은 남들을 알려주는 것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배우는 이들이 어디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어느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그 사람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사람이 곤란해 하는 부분을 눈치 채고 그에 관해 설명을 하는 모습은 일류의 선생이라 할 만 했다.

       

       아마 저 실력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여러 무공을 가르치며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겠지.

       

       무공 연구가를 자칭하는 학영충은 무공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만큼이나 자신이 얻은 무공을 퍼트리는 것도 좋아한다.

       

       괜히 그의 부하들이 온갖 무공을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그를 알고서 데려온 것이다마는 이 정도로 잘 해 줄 줄은 몰랐군.

       

       가르치는 부분에 한해서만큼은 나보다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내가 없더라도 학영충이 있다면 이치를 퍼트린다는 당초의 목적은 달성하는 데는 지장이 없겠다.

       

       지금이야 이 세상에 목적과 흥미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마는 결국에 이 세상은 내가 한 번 겪어보았던 무림에 불과하다.

       

       여러모로 괴악하게 변하긴 했어도 내가 한 번 거쳐 온 길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 안정이 되면 지금처럼 내 생을 이 곳에 들이붓지는 않을 것이다.

       

       바루가 있으니 꾸준히 들리기야 하겠지만 언제까지고 이 곳에 살 생각은 없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거든.

       

       이 곳에서의 일 때문에 아피스에서 마법을 사용하겠다는 내 계획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현대에서 미식을 즐긴다는 계획도.

       

       다른 흥미로운 게임을 하는 것도.

       

       심지어 마이 튜브에서 동물의 영상을 보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기껏 현대에 왔는데 무림의 삶에 인생을 바칠 순 없다.

       

       나는 자유를 얻어야 했다.

       

       허나 그렇게 되면 다른 아해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단 생각에 망설임이 있었다만 이 정도면 안심을 하고 맡길 수 있지 않을까.

       

       학영충이란 인간이 인간이다 보니 저 놈을 묶어두는 데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긴 할 테지만.

       

       다른 이들을 가르치는 학영충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학영충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화령님. 왜 가만히 계십니까?”

       “무슨 소리냐?”

       “화령님도 배우는 입장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자! 어서 화산검법을 펼쳐 주시죠!”

       

       처음에는 농담 삼아 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만 아니었다.

       

       학영충은 진지하게 내가 검을 펼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당초 내가 꺼낸 소리이니 그대가 하는 말을 따라 주기야 하겠다만 그대가 내게 가르침을 베풀 수 있긴 하더냐?

       

       본인이 아무리 검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대에게 배움을 얻을 정도로 부족함이 많지는 않다만.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든 후 학영충을 바라보았다.

       

       그래. 어디 한 번 내 부족함을 찾아보도록 하거라.

       

       *

       

       학영충은 검을 뽑아든 현 화산문주를 기대어린 시선으로 살폈다.

       

       애초에 그가 문주에게 검을 휘둘러 달라 부탁한 이유는 문주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몇 수는 더 높을 고수에게 배움을 얻었으면 얻었지 자신이 베풀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학영충은 그를 착각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문주에게 검을 부탁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가 문주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문주는 그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드높은 고수였다.

       

       이전 화산 문주인 태항운?

       

       그 할배와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였다.

       

       사대문파와 구파일방의 고수들 또한 문주에 비하면 모자람이 있었다.

       

       그녀와 비견이 되려면 무림맹주나 사파련주 급의 괴물.

       

       혹은 무림의 재앙이었던 천마 백화령이나 최근 기세를 올리는 혈교주쯤이 되어야 할 게 분명했다.

       

       그런 문주가 펼치는 검법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인에게 깨달음을 선사했다.

       

       지금도 보라. 느릿하게 화산의 검법을 펼치는 저 모습을.

       

       한 동작 안에 기와 험이 동시에 담기는 저 모습을!

       

       학영충은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문주가 펼치는 검을 구경했다.

       

       놀라웠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학영충으로썬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이치가 담겨있었다.

       

       저런 사람에게 당신이 무슨 화산 문주냐고 그랬었다니.

       

       학영충은 과거 자신이 했던 일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막 자신의 아래에 있던 이들을 정리하고 화산에 왔을 때 학영충은 문주가 화산을 재건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화산문주가 되어 문파를 이끌 것이라는 이야기도.

       

       학영충으로썬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이 직접 버려버린 것이기는 하다만 그도 과거엔 화산의 사람이었다.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화산에 나름의 애정과 추억이 있었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화산의 무공을 주력으로 하지도 않는 사람이 화산문주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속되게 말해 좀 건방진 일이었다.

       

       그래서 학영충은 문주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은근히 그녀를 무시했다.

       

       화산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하는 당신이 화산을 잘 이끌 수 있겠냐는 태도를 드러냈다.

       

       매화검법을 얻기 위해 자하신공을 가르치긴 하겠지만 그 일에 관해서 온전히 자신에게 맡기라 단언했다.

       

       문주는 그 날 선 말들을 가만히 들어주다가 이내 어디선가 꺼낸 곰방대를 입에 물더니 웃음을 흘렸다.

       

       ‘내가 문주가 되겠다는 게 우스운가?’

       ‘그래. 그럴 수 있지. 좋다. 인정을 하게 만들어 주마.’

       ‘일어나라. 화산의 무공만을 사용해서 네 놈을 박살내주마.’

       

       그 선언을 들었을 때 학영충은 문주가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문주의 경지가 학영충보다 훨씬 높은 건 사실이었다. 허나 그녀가 주력으로 다루는 것은 천마의 신공.

       

       어느 정도 화산의 무공에 소양이 있다 해도 학영충보다 뛰어날 리가 없었다.

       

       학영충은 화산에서 태어나 화산에서 자란 화산의 인간이다.

       

       화산의 무공에 담긴 장점과 약점을.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하는 그를 화산의 무공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허나 학영충의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오만한 것은 학영충 쪽이었다.

       

       문주는 화산의 무공만을 사용해서 학영충을 완벽하게 짓밟아 버렸다.

       

       단순히 경지가 더 높기에 찍어 누른 것이 아니었다.

       

       문주 쪽이 화산의 무공이 지닌 이치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았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를 주력으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화산의 무공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천마신공을 다루면서.

       

       어찌 화산의 무공에 대해 높은 이해를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만류귀종이라 한다지만 어찌 이럴 수가.

       

       학영충은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 하여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자신의 앞에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어찌 화산의 무공을 그리 잘 다루십니까?’

       

       대련이라기 보단 일방적인 교육에 불과했던 것이 끝난 후 학영충은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해 문주에게 그리 물었다.

       

       그러자 문주는 피식 웃으며 이리 답했다.

       

       ‘본인이 지닌 경지가 높아 잘 다루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화산의 무공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다.’

       

       그 말을 들은 학영충은 자신의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겸손인가? 아니다.

       

       이 사람은 이런 데에 있어서 겸손을 부릴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진심으로 저리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

       

       이를 깨달은 학영충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화산의 장문제자였던 자신보다도 화산의 무공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이해가 깊지 않다니!

       

       그럼 도대체 이 세상에 화산의 무공을 이해한 사람이 어디 있다는 소리인가!

       

       화산의 시조를 데려오더라도 당신을 만족시키지 못할 지언데 당신은 도대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문주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흘리는 학영충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물었다.

       

       ‘이제 인정할 마음이 생기느냐?’

       

       학영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의 무공에 대한 이해만 전 화산문주인 태항운에 비견되리라 확신하던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이해를 지닌 사람에게 어찌 화산의 문주가 될 자격이 없겠는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화산의 무공을 가르칠 자격이 없겠는가.

       

       문주에게 완전히 박살난 그 날. 학영충은 문주를 화산의 문주로써 인정을 했다.

       

       단순히 매화검법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머무르며 배움을 얻을 상대로 인정했다.

       

       생각해보라.

       

       천마신공을 다루면서 그 반대인 화산의 무공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지닌 사람이다.

       

       당연히 다른 여러 가지 무공에도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지 않은가.

       

       지금은 화산의 무공뿐일지라도. 시간이 지나 가까운 관계가 된다면 더 많은 가르침을 내려주실 게 분명했다.

       

       어쩌면 아직까지 자신이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보여줄 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이전에 그녀가 펼쳤던 매화검법처럼.

       

       그를 깨달은 학영충은 문주가 자신을 버리는 날이 오지 않는 한 그녀의 곁에 거머리처럼 붙고 있겠다는 결심을 했다.

       

       “자. 되었느냐?”

       

       문주가 화산검법의 시연을 마치자 주변에서 박수소리가 울렸다.

       

       다들 문주가 펼치는 화산검법에 눈을 빼앗겨 있었던 것이다.

       

       문파원들의 환호성에도 문주는 별 감흥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학영충 그대에게 맡기마. 본인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다.”

       “어디에 가십니까?”

       “한중에. 바루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거든. 겸사겸사 서류도 내야하고.”

       

       문주가 훌쩍 떠나가 버린 후 학영충은 등을 돌려 문파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그럭저럭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자들이었다.

       

       다들 무림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인인지라 이치에 서툴러 보였지만 가진 몸의 기반이나 무공의 기반이 있어서 익히는 것이 빨랐다.

       

       이 정도면 학영충이 이전에 가르치던 자신의 부하들에 비하면 훨씬 더 나은 환경이었다.

       

       며칠은 더 가르쳐봐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자하신공을 배울 때까지 그리 긴 사긴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

       

       학영충은 그 날이 빠르게 오기를 바랐다. 그래야 자신도 문주에게 매화검법을 수학할 수 있을 테니까.

       

       *

       

       “민가야! 이 국을 먹어 보거라! 닭의 맛이 엄청나게 진하다!”

       “그렇구나.”

       

       바루는 식탁 위에 널려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럴 만한 맛이었다.

       

       거기에 더해 화음과는 음식의 느낌이 많이 다르구나.

       

       화음의 객잔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다면 이 곳은 아낌없이 향신료를 넣어 화려한 맛을 준다고나 할까.

       

       어느 쪽이던 간에 맛이 있다는 점에선 동일했다.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면 후일 시간이 날 때 화룡무인의 무림을 돌아다니며 미식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일단 그러기 위해선 화산의 기반이 닦여야 하겠지만.

       

       <화령님.>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한민준의 것이었다.

       

       <벌써 수련이 끝났나요?>

       <잠시 쉬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연락은 왜?>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는데 일전의 서류 때문에 잊고 있었습니다.>

       <뭔가요?>

       <백일 옹이 화령님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화산 재건과 관계된 일 때문일 겁니다.>

       

       정파에서 접촉을 바라는가.

       

       이는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본래 화산은 정파를 대표하던 문파 중 하나.

       

       그런 세력이 한 번 멸문되었던 것의 나의 손에 의해 되살아났으니 무림맹 측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겠지.

       

       아마 그들은 내가 정파의 아래에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이전에도 한 말이지만 본인은 정파에도 사파에도 속할 생각이 없다.

       

       으음. 한 번 단판을 지을 필요가 있겠구나. 그렇지 않으면 저들은 계속해서 본인을 귀찮게 할 테니.

       

       <어디로 가면 되죠?>

       <시간을 알려주면 그 쪽에서 찾아오겠다던데요.>

       <아뇨. 제가 직접 갈게요.>

       

       괜히 그 놈들이 화산에 왔다가 학영충을 만나면 무슨 난리를 칠지 모르니 말이다.

       

       그 놈의 얼굴을 보이기 전에 미리 언질은 해둬야지.

       

       <그럼 무림맹에 찾아가시면 될 겁니다.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면…>

       

       무림맹인가. 바루가 식사를 끝마치면 가보도록 할까.

       

       온건한 목적을 지니고 그 곳에 찾아가는 것은 처음인 것 같구나.

       

       내가 무림맹에 들린 때는 그 곳을 박살내려 할 때 밖에 없었으니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업로드 후 15분 뒤에 수정되었기에 대부분의 분들은 백일 관련 내용을 못 보셨을 겁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제가 글을 올리자마자 바로 보러 와주시던 분들은 그 내용을 봤다는 소리겠죠.
    가장 먼저 제 글을 보러 와주신 독자분들에게 불쾌감을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누구보다도 글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일 터인데 작가의 다급한 마음으로 피해를 안겨드렸습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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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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