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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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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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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기분 좋은 얼굴로 잠들어있었다.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주자 시옷자 모양으로 꾹 다물린 입술이 보였다.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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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님이 돌아올 때까지만 여기에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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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지른 죄가 없으니 공작을 만나더라도 별문제 없이 넘어갈 것이다. 집사가 말했듯이, 오히려 상당한 보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빠르게 공작가를 떠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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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갈수록 다들 눈이 반짝반짝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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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보일수록 공작가의 사람들은 흡사 사냥감을 바라보는 듯한 하이에나의 시선으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좋게 말하면 반짝반짝했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으로 번들번들한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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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고 셈만 할 수 있어도 행정 쪽 일을 무난하게 시작할 수 있는 세계다 보니, 리안이 행정 쪽 일에 조금만 손을 보태도 혁신이라는 반응이 툭툭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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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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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단장이 경악할 정도의 검술 실력과 시녀장 조차 표정 관리를 실패할 정도로 뛰어난 가사 실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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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공작가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다들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지, 만약 핏줄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살벌한 영입 전쟁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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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공작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머무르면 이곳에 묶여버릴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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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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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 알고 있음에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건.. 리안의 시선이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아이리스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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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탓에 생각보다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그 탓에 간절하게 붙잡는 손길을 밀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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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응… 우선 아이리스가 깨어나면 천천히 설득해보자. 공작님이 당장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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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을 때, 집사는 멍한 얼굴로 제 집무실로 돌아와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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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범상치 않은 분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성자님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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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얼굴에는 순간순간 다양한 감정의 파도가 일었다. 처음엔 놀라움이 찾아들었고, 곧이어 눈빛에는 깊은 이해가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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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님의 신성력도 그토록 순수하고 경이로운 느낌을 주진 않았으니, 그분은 성자님이 맞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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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그의 눈동자가 환희의 감정으로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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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진짜일지도 몰라. 아니, 진짜일 거야. 그 기운이 거짓을 말할 리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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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뜨겁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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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아가씨… 아가씨 정말 잘 돌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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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죄송스럽고 감격스러워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손수건이 축축하게 젖어 들고, 눈가가 붉게 물들었을 때쯤 겨우 눈물이 멈췄다. 먹먹하게 젖은 정신을 빠르게 추스른 집사는 차분한 시선으로 사색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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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자님께선 떠나실 거라 하셨지만… 그건 안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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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가의 은인을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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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의 아가씨에겐 성자님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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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서럽게 울던 아가씨의 모습을 떠올리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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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자님께서 공작가를 제집처럼 여기시게 해야 해. 그래야 성자님께서 신의 뜻을 따라 이곳을 떠나시더라도 언제든지 공작가로 돌아오실 테니까. 또한 공작가의 도움을 주저 없이 받으실 수 있게 해야 제대로 은혜를 갚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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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눈이 공작가의 가솔들이 리안을 바라볼 때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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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기 위해선… 그래, 양자로 들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따로 가족이 없으신 것 같으니. 마침 아가씨께서도 성자님을 친오빠라 생각하고 계신대다가, 공작가의 혈통을 나타내는 하얀 머리와 금안을 가지셨으니 큰 문제 없이 입적하실 수 있으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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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녹이 슬어버린 제 머리를 마구 기름칠하여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좋은 대답이 툭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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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면 -… 그래, 차라리 두 분을 이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어. 인품과 품위, 실력까지 뛰어나신 성자님이라면 아가씨의 배필로 충분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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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는 눈을 내리뜬 채 리안♥아이리스가 화려한 종소리 아래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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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중요한 건 아가씨의 뜻일 테지만… 사실 이건 물어보지 않아도 답이 나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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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독한 귀족들의 세계에서 눈치는 필수였다. 그렇기에 집사는 아이리스가 리안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눈치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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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아가씨께 확인차 물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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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는 속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리안♥아이리스 부부 만들기 계획을 머릿속에 열심히 그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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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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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각, 공작가에서 멀찍이 떨어진 깊은 숲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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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산을 조각하여 만든 듯 창백하고 시린 얼굴을 한 여성이 넋을 놓은 얼굴로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바람에 휩쓸릴 것 같은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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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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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순백의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조용히 서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머리카락, 둥글게 휘어진 눈꼬리와 그 사이로 살짝 드러난 금빛 눈동자는 신비롭고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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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완벽하게 복제한 것 같은 소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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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의 미소는 한없이 눈부셨지만, 그 미소 뒤에 숨겨진 기묘한 불쾌감이 공기 중에 은근히 퍼져나갔다. 소녀는 나무의 그림자 속에 서서 공작을 향해 팔을 넓게 펼쳐 보였다. 마치 부모에게 안아달라 조르는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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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의 행동은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위험한 숲속에 어울리지 않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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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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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공작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니, 알아차렸다 해도 그녀는 제 발걸음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것이 제 진짜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눈앞에 나타난 아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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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이 불길해 보이는 소녀에게 한 걸음 다가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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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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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의 팔뚝에 앉아있던 전서구가 불길한 기운에 화들짝 놀라 날아올랐다. 전서구의 발목에 곱게 묶인 편지는 공작의 팔뚝을 흥건하게 적신 몬스터의 핏물로 젖은 채 공작가로 되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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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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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서구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 직후, 숲 전체가 마치 지진에 휩싸인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나뭇가지들이 격동적으로 서로 부딪치며, 크고 작은 나무들이 뿌리까지 떨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숲속의 몬스터들조차 놀란 듯 잠시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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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이 서 있던 자리에 공작은 없고, 땅이 거대한 입을 벌리는 것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구덩이만이 존재했다. 숲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린 건 이 구덩이 때문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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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구덩이가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건 고작 몇 초 사이였으며, 구덩이가 사라진 후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공작이 서 있던 자리는 다시 평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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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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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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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는 떨리는 손으로 피 묻은 서신을 펼쳐보았다. 그가 보낸 서신이었다. 집사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하얗게 질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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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서구가 상처 하나 없이 되돌아왔다는 건 습격으로 인해 피가 묻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 말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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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는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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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하께… 변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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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로 하얗게 바스러져 무너질 것 같았던 집사는 제 뺨을 강하게 두드리며 이성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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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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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굳은 얼굴로 시녀장과 단장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곤 이 사실을 빠르게 알렸다. 온갖 경험으로 단단해진 그들이라도 공작의 변고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공작은 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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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은 컸지만, 그만큼 충성심도 컸기에 그들은 무너지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작가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하면서 손님으로 머물고 있던 일행도 얼떨떨하게 손을 보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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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을 주어 정말 고맙다.”
   “아뇨 저야말로. 지금까지 도움 받은 게 많은걸요.”
   “그렇다고 해도 고마운 건 고마운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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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공작가 사람들은 일행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와중 당황하다 못해 경악하고 있는 이가 한 명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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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님께 변고가 생겼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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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 제일 검이 (공작 기준) 초보자 사냥터에서 실종되었다는 말을 듣고 뇌가 정지해버린 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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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속도를 내서 쓰고 싶은데 한자 한자 꾹꾹 쓰느라 오래걸려버린.. 다음화 새벽에 들고옵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잘 자네?’

아이리스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기분 좋은 얼굴로 잠들어있었다.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주자 시옷자 모양으로 꾹 다물린 입술이 보였다.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공작님이 돌아올 때까지만 여기에 있어야 하나?’

저지른 죄가 없으니 공작을 만나더라도 별문제 없이 넘어갈 것이다. 집사가 말했듯이, 오히려 상당한 보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빠르게 공작가를 떠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날이 갈수록 다들 눈이 반짝반짝한단 말이지..’

리안이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보일수록 공작가의 사람들은 흡사 사냥감을 바라보는 듯한 하이에나의 시선으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좋게 말하면 반짝반짝했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으로 번들번들한 시선이었다.

글을 읽고 셈만 할 수 있어도 행정 쪽 일을 무난하게 시작할 수 있는 세계다 보니, 리안이 행정 쪽 일에 조금만 손을 보태도 혁신이라는 반응이 툭툭 튀어나왔다.

그뿐인가?

기사단장이 경악할 정도의 검술 실력과 시녀장 조차 표정 관리를 실패할 정도로 뛰어난 가사 실력까지.

리안이 공작가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다들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지, 만약 핏줄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살벌한 영입 전쟁이 펼쳐질 것이다.

리안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공작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머무르면 이곳에 묶여버릴 거라는 걸.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건.. 리안의 시선이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아이리스를 내려다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탓에 생각보다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그 탓에 간절하게 붙잡는 손길을 밀어내지 못했다.

‘끄응… 우선 아이리스가 깨어나면 천천히 설득해보자. 공작님이 당장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리안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을 때, 집사는 멍한 얼굴로 제 집무실로 돌아와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역시 범상치 않은 분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성자님이었을 줄이야.’

그의 얼굴에는 순간순간 다양한 감정의 파도가 일었다. 처음엔 놀라움이 찾아들었고, 곧이어 눈빛에는 깊은 이해가 서렸다.

‘교황님의 신성력도 그토록 순수하고 경이로운 느낌을 주진 않았으니, 그분은 성자님이 맞을 거야.’

어느새 그의 눈동자가 환희의 감정으로 젖어 들었다.

‘..이번에는 진짜일지도 몰라. 아니, 진짜일 거야. 그 기운이 거짓을 말할 리 없으니.’

집사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뜨겁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아아, 아가씨… 아가씨 정말 잘 돌아오셨습니다.”

그는 죄송스럽고 감격스러워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손수건이 축축하게 젖어 들고, 눈가가 붉게 물들었을 때쯤 겨우 눈물이 멈췄다. 먹먹하게 젖은 정신을 빠르게 추스른 집사는 차분한 시선으로 사색에 잠겼다.

‘성자님께선 떠나실 거라 하셨지만… 그건 안될 말이지.’

공작가의 은인을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의 아가씨에겐 성자님이 꼭 필요하다.’

그는 서럽게 울던 아가씨의 모습을 떠올리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성자님께서 공작가를 제집처럼 여기시게 해야 해. 그래야 성자님께서 신의 뜻을 따라 이곳을 떠나시더라도 언제든지 공작가로 돌아오실 테니까. 또한 공작가의 도움을 주저 없이 받으실 수 있게 해야 제대로 은혜를 갚을 수 있을 거야.’

집사의 눈이 공작가의 가솔들이 리안을 바라볼 때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러기 위해선… 그래, 양자로 들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따로 가족이 없으신 것 같으니. 마침 아가씨께서도 성자님을 친오빠라 생각하고 계신대다가, 공작가의 혈통을 나타내는 하얀 머리와 금안을 가지셨으니 큰 문제 없이 입적하실 수 있으실 거야.’

그는 녹이 슬어버린 제 머리를 마구 기름칠하여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좋은 대답이 툭 튀어나왔다.

‘아니면 -… 그래, 차라리 두 분을 이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어. 인품과 품위, 실력까지 뛰어나신 성자님이라면 아가씨의 배필로 충분할 테니.’

집사는 눈을 내리뜬 채 리안♥아이리스가 화려한 종소리 아래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가장 중요한 건 아가씨의 뜻일 테지만… 사실 이건 물어보지 않아도 답이 나왔으니.’

혹독한 귀족들의 세계에서 눈치는 필수였다. 그렇기에 집사는 아이리스가 리안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아가씨께 확인차 물어봐야겠군.’

집사는 속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리안♥아이리스 부부 만들기 계획을 머릿속에 열심히 그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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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공작가에서 멀찍이 떨어진 깊은 숲속.

설산을 조각하여 만든 듯 창백하고 시린 얼굴을 한 여성이 넋을 놓은 얼굴로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바람에 휩쓸릴 것 같은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순백의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조용히 서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머리카락, 둥글게 휘어진 눈꼬리와 그 사이로 살짝 드러난 금빛 눈동자는 신비롭고 매혹적이었다.

아이리스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완벽하게 복제한 것 같은 소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소녀의 미소는 한없이 눈부셨지만, 그 미소 뒤에 숨겨진 기묘한 불쾌감이 공기 중에 은근히 퍼져나갔다. 소녀는 나무의 그림자 속에 서서 공작을 향해 팔을 넓게 펼쳐 보였다. 마치 부모에게 안아달라 조르는 아이처럼.

소녀의 행동은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위험한 숲속에 어울리지 않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을 더했다.

“아가…”

그러나 공작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니, 알아차렸다 해도 그녀는 제 발걸음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것이 제 진짜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눈앞에 나타난 아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게 된다.

공작이 불길해 보이는 소녀에게 한 걸음 다가간 순간.

펄럭!

공작의 팔뚝에 앉아있던 전서구가 불길한 기운에 화들짝 놀라 날아올랐다. 전서구의 발목에 곱게 묶인 편지는 공작의 팔뚝을 흥건하게 적신 몬스터의 핏물로 젖은 채 공작가로 되돌아가야 했다.

쿠르릉!

전서구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 직후, 숲 전체가 마치 지진에 휩싸인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나뭇가지들이 격동적으로 서로 부딪치며, 크고 작은 나무들이 뿌리까지 떨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숲속의 몬스터들조차 놀란 듯 잠시 숨을 죽였다.

공작이 서 있던 자리에 공작은 없고, 땅이 거대한 입을 벌리는 것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구덩이만이 존재했다. 숲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린 건 이 구덩이 때문으로 보였다.

땅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구덩이가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건 고작 몇 초 사이였으며, 구덩이가 사라진 후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공작이 서 있던 자리는 다시 평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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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집사는 떨리는 손으로 피 묻은 서신을 펼쳐보았다. 그가 보낸 서신이었다. 집사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하얗게 질려버렸다.

전서구가 상처 하나 없이 되돌아왔다는 건 습격으로 인해 피가 묻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 말은 곧..

집사는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각하께… 변고가 생겼다.”

그대로 하얗게 바스러져 무너질 것 같았던 집사는 제 뺨을 강하게 두드리며 이성을 되찾았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해.’

그는 굳은 얼굴로 시녀장과 단장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곤 이 사실을 빠르게 알렸다. 온갖 경험으로 단단해진 그들이라도 공작의 변고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공작은 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충격은 컸지만, 그만큼 충성심도 컸기에 그들은 무너지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작가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하면서 손님으로 머물고 있던 일행도 얼떨떨하게 손을 보태기 시작했다.

“도움을 주어 정말 고맙다.”

“아뇨 저야말로. 지금까지 도움 받은 게 많은걸요.”

“그렇다고 해도 고마운 건 고마운걸세.”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공작가 사람들은 일행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와중 당황하다 못해 경악하고 있는 이가 한 명 있었으니.

‘공작님께 변고가 생겼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야?’

제국 제일 검이 (공작 기준) 초보자 사냥터에서 실종되었다는 말을 듣고 뇌가 정지해버린 리안이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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