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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그녀는 늘 그렇듯 입꼬리만을 살짝 올리며 웃음 지었다.

     

   “타지에 오니 혼자 자기 무섭기라도 했어?”

   “그러기에는 타지를 많이 다녀서요.”

     

   샬롯은 크라슈의 뒤에 따라온 하링을 힐끗 보았다.

     

   “사랑의 도피 여행이라면 누나 찬성 못 해.”

     

   정말 자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샬롯다웠다.

     

   “개인적으로 움직여야 할 게 좀 있습니다. 오늘 해가 저물기 전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교수의 눈을 잡아 달라 이거네.”

     

   샬롯은 토 달지 않고, 입꼬리만을 틀어 올렸다.

     

   “하지만 동생아, 그런 비밀스러운 부탁을 하려면 누나한테도 뭔가 해줘야 하지 않니?”

     

   샬롯이 조건을 걸 줄이야.

   크라슈가 뭔가 하고 들으려 하니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볼 뽀뽀라든가 말이야.”

     

   자신의 볼을 검지로 톡톡 치는 샬롯을 크라슈가 멍한 표정으로 보았다.

   그러자 늘 변함 없는 표정인 샬롯이 자기 볼을 두드리던 검지로 크라슈의 볼을 툭 두드렸다.

     

   “농담이야.”

     

   샬롯의 농담은 구분이 안 된다.

     

   “황녀랑 왕자가 만나는 자리가 있잖아. 그때라면 교수도 눈 떼기 힘들겠지. 그때 움직이렴. 허락할게.”

   “감사합니다.”

     

   샬롯은 허락과 함께 바로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할 말 다 마쳤으니 용무 끝이라 이거다.

     

   “남매 사이가 좋네.”

   “그렇게 보이냐?”

     

   크라슈가 보기에는 사이가 좋기랑은 무척이나 멀어 보였지만.

   하링은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야, 네 누나께서 항상 네 부탁은 항상 들어주시잖아.”

     

   그 말을 들은 크라슈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닫힌 샬롯의 방문을 돌아보았다.

     

   ‘확실히.‘

     

   샬롯은 제멋대로임은 물론이고, 자기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기도 했지만.

   크라슈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들어 주었다.

     

   창공의 세대 당시에도 샬롯은 크라슈에게 창공의 세대를 나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 곳에 있는 거 꼴 보기 싫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크라슈가 자신이 있을 곳이 여기라고 하자.

   샬롯은 더 이상 크라슈에게 나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샬롯이 부탁을 거절해 기분이 나빠졌다고 판단했는데.

   하나씩 떠올려 보면 의외로 의견을 수용해 준 걸지도 몰랐다.

     

   ‘나는 샬롯을 그동안 정말로 제대로 마주 본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 크라슈는 이만 몸을 돌렸다.

   릴리쉬 때와 같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일이 마치면 적어도 샬롯에게 진 빚은 확실하다.

   그 빚은 그녀가 검존에 의해 죽지 않고, 재능을 더 꽃피울 수 있도록 도우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품은 채 크라슈는 하덴하르츠에 모든 이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그때야말로 움직일 때다.

     

   ‘그러니 이번 일은 더더욱 막아야 한다.’

     

   크라슈가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이었다.

   복도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따라 크라슈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 순간 그의 몸이 저절로 멈칫하였다.

     

   거기에는 키가 큰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하덴하르츠의 장남인 멜리오칸 하덴하르츠가 열심히 안내하고 있었다.

     

   짧게 자른 검푸른 머리카락이 천천히 흔들렸다.

   그리고 흔들리는 그 머리카락 아래 진중한 푸른색 눈동자가 그의 외모를 더욱더 빛내었다.

     

   어딘가 자신과 닮은 얼굴.

   그리고 발하임에서 가주의 자리에 가장 가까운 인물.

     

   천하십강 중 하나이자 검왕이라는 별호로 불리는 이.

   

   

   라이 발하임

   

   

   

   

     

   그가 온 것이었다.

     

   멜리오칸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오던 그의 눈이 이쪽으로 향했다.

   방향을 보건대 분명 샬롯을 볼 겸 이곳으로 오던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샬롯을 만나기 전 그가 먼저 마주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발하임의 막내였다.

     

   “크라슈 발하임.”

     

   크라슈의 풀네임을 라이가 언급하자 크라슈가 자세를 바로 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사실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도 뭐 했다.

   크라슈는 살면서 라이와 마주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크라슈의 누나인 릴리쉬 보다도 더 마주한 적이 없는 것이 바로 라이였다.

     

   이번 회귀에서 그를 마주하는 것은 처음.

   그래서인지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서 있자 라이는 크라슈의 옆을 힐끗 보았다.

     

   크라슈의 옆에는 하링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링은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고양이 마냥 머리털을 쭈뼛 세웠다.

   라이의 눈은 사람의 내부를 한순간에 낱낱이 살피는 감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링은 이 한순간에 체감했다.

     

   강하다.

   고작 마주친 것만으로 숨이 턱 하니 막혀 버릴 만큼 라이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세는 차원이 달랐다.

     

   동시에 크라슈 또한 라이의 강함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직 멀었네.’

     

   그동안 꽤나 많은 일을 겪으며 끝없이 성장해온 크라슈다.

   그러나 라이를 보자마자 크라슈는 자신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하십강조차도 그는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정진해라.”

     

   크라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라이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릴리쉬와 같이 딱히 말재주가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크라슈에게 그 정도로 깊게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과거 릴리쉬 보다도 훨씬 가족에 관한 정이 깊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저 발하임이라는 틀에 같이 있을 뿐.

   크라슈와 더 대화할 생각이 없는 그가 크라슈를 두고 스쳐 지나갔다.

     

   ‘샬롯을 찾아온 이유도 아마 샬롯이 사자단의 학생 단장이니 그렇겠지.’

     

   그라면 그녀와도 길지 않은 대화를 나누리라.

   떠나가는 라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크라슈는 몸을 돌렸다.

     

   강해지다 보면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그와 부딪치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라이의 목표는 오직 단 하나.

   발하임의 가주가 되는 것이니까.

     

   크라슈가 계속해서 강해진다면 발하임의 가주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튀어나오겠지.

   그때는 라이도 마냥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된다면 조금 궁금하긴 하네.’

     

   늘 무표정한 저 얼굴에 감정을 내비치는 날이 말이다.

     

   짧게 웃음을 삼킨 크라슈가 걸어 지나갔다.

   참, 가족과는 친해지기 힘들다고 생각한 채로 말이다.

     

     

   * * *

     

     

   때아닌 방문객들이 하덴하르츠를 북적일 때.

   하덴하르츠에서는 적당한 규모의 파티 자리를 만들었다.

     

   수색조들의 음식들을 준비하고, 그들이 수색 작전을 확실히 짜기 전까지 작전에 참여할 이들이 쉴 수 있도록 한 파티장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 학생들이나 기사들이야 쉴 수 있는 파티장이지.

   수색 작전을 논해야 하는 학생 단장이나 중요 인사들은 전부 회의실에 몰려 있었다.

     

   그런 회의실 앞.

   한 명의 여성이 불편한 표정과 함께 빠져나왔다.

     

   그녀는 테라스 쪽에 다가가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곤 혀를 찼다.

     

   ‘역시 이런 쪽은 취향이 안 맞아.‘

     

   아카데미 교수이자 귀주, 세나 마이어.

   그녀는 조금 전까지 듣던 작전 회의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느꼈다.

     

   머리가 타고나기로 소문난 제국의 4황녀와 스타론의 1왕자가 있는 자리.

   거기에 발하임의 부가주에 발하임에서도 천재라 불리는 샬롯까지.

     

   이만한 인원이 모여 있으니 의견을 한 번 내뱉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이번 일의 통솔을 위해 온 교수다.

   임무를 해결하는 건 학생들의 몫이다.

     

   그러니 그녀는 괜히 무거운 분위기를 느낄 바에야 냉큼 빠져나온 것이다.

   자신도 귀족이긴 하나 이런 쪽은 취향에 안 맞았다.

     

   발하임의 부가주인 라이가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파티장이나 가야겠다.”

     

   수색조가 확실히 짜질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마당.

   그러니 그녀는 파티장에서 적당히 쉬고 있을 생각을 했다.

     

   그렇게 그녀가 파티장에 들어섰다.

     

   학생들을 인원 파악할 겸 그녀의 눈이 빠른 속도로 학생들을 체크하던 순간.

   그녀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회의가 끝나는 대로 수색조가 움직일 예정인 만큼 학생들은 전부 여기서 대기 중이다.

   그러니 모두가 이곳에 있을 터인데 인원이 비었다.

     

   그녀는 검은색 안경을 치켜올리곤 다시금 인원을 세었다.

     

   하지만 역시 인원이 비었다.

   그것도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인원이 말이다.

     

   “하, 이 발칙한 소년이.”

     

   세나는 조금 전에 피운 담배를 다시 물고 싶은 기분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샬롯이 말을 많이 걸던데 분명 이미 두 사람 사이 대화가 오간 게 분명했다.

     

   그녀는 창문 밖을 보았다.

   불량 가출 학생을 쫓아야겠다.

     

     

   * * *

     

     

   그렇게 세나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사이.

   달아올랐던 수색 작전 회의가 겨우 끝마치고, 한차례 휴식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회의실에 앉은 시즐리는 다리를 앞뒤로 가볍게 휘적거리고 있었다.

   상당히 격한 회의 속에서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그녀는 그야말로 제국의 머리다웠다.

     

   그러는 순간 그녀의 옆에 호위 역인 광검, 세라 베텔라가 다가왔다.

     

   “시즐리 님, 크라슈 님이 혼자 움직이신 모양입니다.”

   “괜찮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

     

   크라슈가 하덴하르츠의 입구에서부터 기색이 바뀌었다는 걸 시즐리는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독단 행동을 할 거란 것도 당연히 예상했다.

     

   ‘밤까마귀단 전 수장을 만나러 갔겠지.‘

     

   그의 반응을 보아하니 변수가 생긴 모양이다.

   그걸 확인하러 간 게 분명했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교수이자 귀주, 세나 마이어도 크라슈를 쫓아 같이 움직인 모양이니까.

     

   크라슈도 세나가 결국 쫓아 올 거란 건 예상 했을 것이다.

   그의 나름대로 그녀를 어느 정도 안전 대책으로 삼아둔 거겠지.

     

   “크라슈가 움직인 모양이군.”

     

   그러는 순간 차를 한 모금 하던 한 남성이 입을 뗐다.

   시즐리가 시선을 옮기자 거기에는 진줏빛 눈동자가 눈에 띄는 사내.

     

   스타론의 1왕자 힐나이더 스타론이 있었다.

     

   학생 신분이라고는 하나 제국의 황녀가 왕국을 방문했다 하니 일부러 행차까지 한 그는 수색 회의까지 참가했다.

     

   그가 구태여 회의에 참여해 관찰한 건 사람들이었다.

     

   그는 이번 하덴하르츠 방문을 오히려 기회로 삼은 것이다.

   시대를 이끌 자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이다.

     

   ‘꽤 괜찮군. 나중에 스타론도 상당히 부강해지겠어.‘

     

   시즐리도 그를 내심 높게 평가했다.

   그러니 궁금했다.

     

   크라슈는 1왕자와 다리를 놓고 있었다.

   최근 흘러가는 정보를 보건대 그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은 눈치챘다.

     

   ‘대충 크라슈는 아카데미 내에서 힘을 보여주고, 1왕자는 세력의 중심이 되는 것에 도움 준다는 협력 관계였겠지.‘

     

   최근 그의 정보가 헛소문이라는 게 돌았던 것도.

   아카데미에 몰린 세력들이 그와 뒤늦게 연줄을 닿으려고 안달 내게 만들려는 걸 테고.

     

   고작 몇 줄의 정보와 대화만으로 모든 걸 꿰뚫은 시즐리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꿰뚫려 보이지 않고, 매번 새로운 짓을 벌이는 이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크라슈였다.

   끊임없이 변수를 들고와 그녀를 흥미롭게 만드는 동갑내기 소년.

     

   그를 볼 때마다 시즐리는 입가에 무심코 잔망스러운 웃음이 그려지고 만다.

   몸에 밴 말괄량이 소녀가 그를 자꾸만 건드리고 싶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크라슈에 관해 커다란 호기심을 지니고 있었다.

     

   “힐나이더 왕자, 당신은 크라슈를 어떻게 평가하지?”

     

   그러니 그녀는 궁금했다.

   1왕자는 크라슈에 관해 자신이 모르는 것도 알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발하임이 숨기고 키운 검.”

     

   힐나이더는 숨김없이 시즐리를 향해 대답해 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

     

   그가 이렇게 솔직히 대답한 이유는 단 하나.

   시즐리의 머리를 이용하여 좀 더 확실한 정보를 파악할 의도였다.

     

   그 의도는 나름 적중했다.

   시즐리는 눈을 깜빡이다가 곧 이내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흘렸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전부 맞는 말도 아니다.

     

   힐나이더는 게슴츠레 눈을 떴다.

   크라슈에게 뭔가 더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시즐리 에파니아는 제국이 자랑하는 천재다. 그녀가 저리 말할 정도면 역시 크라슈에게는 여러 가능성이 더 있다는 건가.‘

     

   이미 진작에 크라슈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힐나이더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보던 시즐리는 창문 쪽을 흘렸다.

     

   ‘보아하니 1왕자 쪽에 묘한 오해를 심어 놓은 모양인데.‘

     

   특별히 그 오해를 이번 기회에 좀 더 키워줬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탁자에 팔꿈치를 올리고, 손목에 턱을 괴었다.

     

   또 독단 행동을 벌어주셨는데.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흥미로운 걸 물고 올지 기대감을 가득 채운 채 말이다.

     

   정작 그 둘을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던 광검, 세라는 천재들끼리 두뇌 싸움하는 건 보기만 해도 지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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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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