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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EP.146

     

   중소규모의 도둑 길드 흑영의 마스터인 로그 브리트만.

     

   그는 어느 날 자신의 테이블 위에 놓인 출처가 불분명한 의문의 편지 한 통을 읽은 후, 깊은 고뇌에 빠졌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별일 아니다. 그냥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그래.」

   「그러십니까? 음…… 그럼 술이라도 한 병 가져올까요?」

     

   거친 일을 주로 다루는 도둑 길드의 비서답다고 해야 할까.

   그레이스 펠튼의 말에 로그 브리트만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이 편지 그레이스 네가 가져다 놓은 거 아니지?」

   「어…… 저는 아닙니다. 간부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대륙 아우트라나.

   그리고 그의 고향인 아르테나 왕국에는 꽤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어느 백작가의 자제 하나가 최근에 마약에 손을 댔다가 중독에 빠진 상태라거나.

   수도의 귀족 영부인 하나가 변방에 있는 한 꼬맹이 공자에게 반해 간질간질한 편지를 주기적으로 보내고 있다거나.

     

   웃기다면 웃기고 더럽다면 더러운 크고 작은 사건들을 길드 흑영은 꾸준히 수집하고 있었고 그것을 제외하고도 꽤 많은 비밀을 그들은 꾸준히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 들어온 이 편지만큼의 내용을 다룬 적은 단언컨대 로그 브리트만의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부담스러운 정보였다.

     

   —

   의뢰서

   내용 : 공녀 보호

   의뢰비 : 100만 골드

   —

     

   우선 첫 번째는 의뢰서.

   그 내용을 처음 읽게 되었을 때 흑영 길드를 견제하는 한 세력이 수준 떨어지는 장난을 걸어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봉투에 들어 있던 종이는 한 장이 아니었고 두 번째 장을 펼치는 순간 이 웃기지도 않던 거짓 의뢰서는 이곳의 모든 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서슬 퍼런 처형대가 되었다.

     

   —

   로그 브리트만.

     

   그대의 길드에 한 여자가 나타날 것이다.

   이름은 ‘진 하트’ 아르테나 왕국의 고위 귀족으로 우리가 그대에게 내리는 임무는 공녀를 5년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대의 능력을 높게 산다.

   공녀를 길드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녀를 최대한 길드에 녹아들도록 만들어라.

     

   5년 후, 우리가 공녀를 다시 찾으러 갈 때까지 반드시 공녀께서 무사하셔야 할 것이다.

   약간의 선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하지.

     

   [왕국의 인장■]

   —

     

   도저히 내막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내용의 편지.

   로그는 이 편지가 거짓이 아님을 판별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경계가 삼엄한 도둑 길드의 보안을 아무도 모르게 뚫은 것도 그러했고,

   장난을 치는 놈이 길드의 운영 자금의 2배가 될 만한 금화를 편지에 끼워뒀을 리가 절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왕국의 이름을 사칭한 자는 본인을 포함해 살아 있는 모든 친인척이 멸절된다……」

     

   감히 왕국의 인장을 사칭할 미친놈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었다.

     

   물론 아주 배포가 크고 대가리가 빈 졸부 또라이가 장난을 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런 물렁한 추측만으로 왕실의 명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젠장. 돈은 좋지만 귀찮게 됐군.」

     

   도둑 길드… 그러니까 불법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 조심해야 할 집단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종교와 군대, 그리고 왕실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흑영 길드의 앞에 정말 진 하트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이 뭐라고?」

   「진 하트입니다.」

   「도둑 길드에는 왜 찾아온 거지?」

   「돈을 벌고 싶어서 왔습니다.」

     

   사실 진 하트가 처음 길드에 들어왔을 때는 모든 길드원들이 그녀를 환영하는 모양새였다.

   아무렴 이름도 모르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여인이지만 얼굴도 예쁜 어린 여자가 갑자기 길드원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그 어떤 남자가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의외로 진 하트는 사람들을 이끄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잡무를 할 때도 말단들과 섞여 일 처리가 빨랐고 시간이 흘러 제대로 된 임무를 맡기게 되었을 때도 그녀를 따르는 길드원들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어려운 임무를 돌파해 갔다.

     

   「근데 이건…… 씨부럴.」

     

   그녀가 길드 내부에서 일을 할 때는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었다.

   허나 그녀가 외부 활동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로그는 피가 말라간다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귀족들의 은밀한 연애편지를 따위를 배달하는 임무에도 로그는 노심초사했다.

   이웃 마을에 정보를 수집하러 가기라도 하면 그 며칠은 몬스터의 공습 뉴스를 분 단위로 살피는 상태가 될 정도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진 하트가 죽으면 길드는 몰살이야. 절대 안 돼.」

     

   그녀의 위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치 누군가가 길드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그녀를 죽이기 위해 함정을 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로그는 진 하트의 현장 활동을 줄이기 위해 그녀를 간부 자리에 앉혀 버렸다.

     

   길드 내부에서는 길드장인 본인이 진 하트에게 사심을 가지고 그녀를 승진시켰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그는 괘념치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했지만 그는 진 하트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를 길드에서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는 날이 왔다.

     

   「아르테나의 공녀라…… 설마 왕족 그런 건 아니겠지?」

     

   그는 자신이 일군 길드가 더럽고 추악한 정치판에 휩쓸린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 법.

     

   그가 진 하트라는 이름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리고 아르테나 왕국의 왕실의 피바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뭔가 들어와서는 안 될 판에 끼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안 되겠어…… 이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로그는 진 하트를 부길드장의 자리에 앉힌 후, 아르테나 왕실에 몰래 잠입해 들어갔다.

     

   왕실의 경비는 당연히 삼엄했다.

   고작 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수준부터 살벌할 정도로 강한 자들이 즐비했고 내부로 들어갈수록 침입자에 대한 대비가 위협적으로 완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 그는 도둑 길드의 마스터답게 차근차근 왕실의 기록실을 향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미치겠군.」

     

   결국 기록실에 다다른 그는 최근 몇 년간 있었던 왕실의 큰 사건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그리고 그 틈에서 찾게 된 기록 하나.

     

   【반란 : 하트 공작가】

     

   하트라는 이름이 적힌 아주 찝찝하기 그지없는 기록 하나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최근에 쓰인 듯 빳빳한 종이의 기록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단순한 내용. 하지만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목이 달아날 만한 기록이 적혀 있었고 그는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내용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씨발, 내가 반란을 일으킨 공작의 딸을 숨기고 있었다고?」

     

   하트 공작가의 후계자인 진 아르테나 하트.

   왕족이 확실한 그녀의 아버지는 현왕의 자리를 찬탈하기 위해 반란을 꾸미다가 죽은 범죄자였다.

     

   「……」

     

   하지만 그 기록은 읽어내려 갈수록 이상한 점이 많았다.

   물론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정보와 암호 따위를 주로 다루는 도둑 길드의 특성상 알게 모르게 꺼림칙한 기분이 든 것이다.

     

   「진 하트를 지켜 달라고 의뢰를 한 건 공작가를 따르던 귀족이 분명한데……」

     

   진 하트를 굳이 도둑 길드에서 지켜야 할 명분이 없었다.

   만약 보호가 필요했다면 적어도 대의 따위는 없는 도둑 길드에 공녀를 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천만한 일이니 말이 되지 않는다.

     

   어느 신하가 자신의 주인이 똥통에 빠지겠다는데 ‘어휴 그러십시오.’ 하며 모든 명을 따르겠는가.

   적어도 나무로 위장해 숲에 숨기는 것이 옳지 그것은 신하로서 행할 도리가 결코 아니었다.

     

   게다가.

     

   「이렇게 의뢰를 할 정도면 직접 도와달라고 말했겠지.」

     

   그렇다는 건, 진 하트가 그 편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

   길드에 찾아온 것은 진 하트 개인의 의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그녀를 지키라고 편지를 쓴 것은 도대체……

     

   끼익.

     

   그때 기록실의 문이 열리며 두 인영이 모습을 비췄다.

     

   「공녀가 살아 있다는군.」

   「죄송합니다.」

     

   머리에는 왕관을 쓴 채,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와 그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온 얌생이 수염의 남자.

   그리고 이곳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들의 대화는 아주 직설적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벤지 백작 그 뱀 같은 자가 가짜를 꽁꽁 숨기고 진짜는 혼자 달아나게 뒀을 줄이야.」

     

   「그래도 단서는 좁혀졌습니다. 집에서 마력으로 편지를 기록한 흔적을 발견했으니 편지를 전달했을 만한 기사만 찾으면 공녀를 찾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래. 벤지 그자는 목을 쳐서 산 깊숙한 곳에 짐승들의 먹이로 던지고 공녀…… 아니, 진 그년을 숨겨 준 놈들을 발견한다면 하나도 남겨두지 말고 모조리 흔적을 지워 버려라. 공녀가 무슨 말을 했을지 모를 일이니.」

     

   충격적인 대화였다.

     

   그에게 공녀를 맡긴 공작파의 백작은 이제 곧 죽을 목숨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의뢰의 비용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아닌 왕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남긴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흔적을 지워라.

     

   그것은 곧 길드의 몰락을 의미했고 그의 흑영 길드는 진 하트를 숨겨 줬다는 사실이 탄로 나는 순간 모든 길드원은 몰살당할 것이 분명했다.

     

   「‘지켜야 한다…!’」

     

   그는 곧바로 그의 길드가 있는 도시로 향했다.

     

   그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오직 한 가지.

   진 하트가 이 더러운 정치판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들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셨어요!」

   「젠장! 진! 진 하트 그 여자가!」

     

   길드에 돌아온 그는 망연자실한 기분을 느꼈다.

     

   진 하트가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길드에서 보관하고 있던 돈이 될 만한 대부분의 자료를 들고 야반도주를 한 것이다.

     

   「길드장님이 너무 부담스럽게 들이대니까 도망간 거 아니오!?」

     

   길드 내부에서는 별의별 이상한 소문이 다 돌았다.

     

   「이런 씨발!!!」

     

   로그 브리트만은 모든 길드의 업무를 내팽개치고 진 하트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물론 길드의 인원들은 치정 따위로 냉정을 잃은 길드장의 무모한 돌격이라고 여겼지만 중요한 것은 그딴 사소한 오해 따위가 아니었다.

     

   진 하트의 이곳을 벗어나든 말든 그녀와 연관이 된 그들은 모두 죽을 것이 뻔했다.

     

   그녀를 찾아야 했다.

   찾아서 어떻게든 최근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결국에는 왕좌에 앉혀 이 개 같은 싸움판을 벗어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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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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