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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147 – 예정된 이벤트>

     

    황녀를 이용하자는 계획은 제대로 폭망했다.

    고인물인 내게 패배감을 안겨준 최초의 인물!

    두렵다, 매스각키 2황녀!

     

    “푸흐흐. 간밤에 운동도 하고 좋네♡ 간만에 스트레스가 싹 풀렸어♡ 다음에도 내기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

    “흥이다. 남의 수집품을 멋대로 죽인 주제에. 절대로 안 불러!”

     

    사냥감을 모으는 헌팅수집도감이라면 노린 것을 죽여도 상관없지만 곤충채집도감에는 살아있는 것을 일정시간 포획한 것만 카운팅이 된다.

    죽은 시체를 모으거나 잡은 것이 덜컥 죽어버리면 카운팅은 그대로 날아가거나 무효가 되는 것이다.

     

    [야밤까지 황녀와 채집내기를 하며 활기차고 즐겁게 뛰놀았습니다.]

    [관찰 경험치+15]

    [울음소리 경험치+15]

    [암흑시야 경험치+15]

    [막기 경험치+10]

    [채집 경험치+10]

    [던지기 경험치+10]

    [암기 경험치+5]

    [달리기 경험치+5]

    [암흑전기생성 경험치+3]

    [칠흑코팅 경험치+3]

    [감각집중 경험치+3]

    [반사신경 경험치+3]

    [심리예측 경험치+3]

    [행동예측 경험치+3]

    [황녀가 당신을 ‘재밌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국진영 학생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매스각키 2황녀가 막아줄 확률이 소폭 상승합니다.]

     

    격렬했던 싸움의 여파로 엄청난 기능경험치가 돌아왔지만 기뻐할 체력조차도 남지 않았다.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터덜터덜 걷는 내 뒷덜미를 큼지막한 손이 집어 올렸다.

     

    “무슨 놀이를 그렇게 살벌하게 해?”

    “꼭 살리고 싶었는걸요…”

     

    응애파브르 다음 칭호, 얻고 싶었는데…

    진심으로 시무룩해하는 내 모습이 어째서인지 헤스티아는 기뻐보였다.

    머지?

    어?

    화나네?

     

    “헤스티아. 제가 우울해하니까 왜 좋아해요?”

    “그냥.”

    “나빴어.”

     

    날 화나게 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헤스티아라도 이건 선을 넘은 거야.

    가만두지 않겠어…!

    헤스티아는… 이렇게 해버릴 테닷!

    볼에 바람을 빵빵 채워 넣고 옆으로 째려보는 비장의 <흘겨보기> 발동!

    죄책감이 마구마구 자극받으라고 지은 표정에 역으로 더욱 기분이 좋아진 헤스티아.

    걸음속도가 빨라지는 통에 그녀의 손에 잡힌 내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속도도 더 빨라졌다.

     

    “아아앗- 어지러워요-!”

     

    귀갓길을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오니 [균형감각 경험치+3]을 얻었다.

    괜한 잔꾀를 부렸다가 고생만 더 했다.

     

     

    * *

     

     

    놀이라기에는 차원이 다른 싸움이었다.

    즈앙의 심각한 표정도 보니 자신만 그렇게 여겼던 건 아니었나보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어둠 속을 날카롭게 관통하는 황녀의 암기.

    쐐쇅 공기를 가르며 날아드는 암기를 소리만 듣고 발견했는지 바위로 팅팅 이리저리 막아내는 솜씨가 전문용병의 방패방어술 못지않았다.

     

    “쫄래쫄래 잘도 도망치네♡”

    “그만 포기해! 그래봤자 내가 지닌 곤충을 다 죽일 수 없는 이상에야 무조건 내가 이긴다고!”

     

    항복을 권하는 외침에도 황녀는 도리어 차갑게 비웃음을 지었다.

     

    “제국의 황녀에게 패배란 단어는 사전에 없어. 그런 상식도 몰라~?”

     

    황녀가 손을 딱딱 튕기자 지금껏 황녀가 던진 암기들이 심상치 않은 마력을 발산하였다.

     

    <제국황실 마나연공법>

    <잠복 – 성질변화>

    <금속화>

     

    금속 특유의 서늘한 예기가 나무와 바위, 바닥 곳곳에서 느껴졌다.

    안전을 위해 들어 올린 횃불에 쇳빛 금속으로 물든 숲과 이죽거리는 황녀의 심상치 않은 표정이 보였다.

     

    “조심해 오크노디!”

     

    경고하기 무섭게 몰아치는 황녀의 암기들.

    오크노디의 채집용 핀셋을 뺏은 이후로 줄기차게 던져대는 황녀를 보아서는 핀셋이 무한히 나오는 주머니를 훔친 건 아닌지 의심될 지경!

    의혹을 참다못해 핀셋 하나가 튀어나가 박힌 나무등치에 다가서니, 핀셋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모조품?”

    “황녀의 재주야.”

     

    즈앙이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핀셋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손으로 만져봐.”

    “핀셋이… 뭉개지잖아?”

    “마나로 연성한 물질은 술사에게서 멀어지면 원래 그렇게 변해. 안에 담긴 마나가 고갈되면서 본래의 형체를 되찾게 되는 원리야.”

    “그런 것 치고는 나름 단단한데?”

    “투사체의 형체가 일정시간 유지될 정도로 마나를 실어서 날린 거지. 몇 개는 이렇게 더 많은 마나를 담아두기도 하고.”

     

    근처로 튕겨나오는 핀셋을 맨손으로 받아낸 즈앙.

    그녀가 중지와 검지 사이에 잡힌 핀셋을 건네주기에 받아서 손으로 문질러본 헤스티아는 이전의 핀셋과 달리 전혀 뭉개지지 않는 단단함을 느꼈다.

    실제 핀셋이라도 구부러질 정도로 힘을 주었음에도 꿈쩍도 않는 것이 보통 단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거, 빨리 놓는 게 좋아.”

    “왜?”

    “금속으로 된 멋진 손이 가지고 싶어?”

     

    그 말의 뜻을 알아차린 헤스티아가 기겁하며 핀셋을 내팽개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녀가 또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핀셋 내부에 가득 담긴 마나가 핀셋 끝에서부터 분출되며 바닥의 풀밭을 금속으로 만드는 모습에 헤스티아는 두려움마저 느꼈다.

     

    “사람 몸에 적중되면 그대로 끝장이잖아.”

    “금속화 해제의 마법을 받으면 다시 유기체의 구조를 되찾을 수 있어. 피부조직이 괴사하거나 혈관까지 금속화가 침투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그런 무시무시한 공격을 아이한테 퍼붓게 두어도 괜찮은 거야?!”

    “그렇게 따지자면 오크노디도 쌍방과실일걸?”

    “쌍방과실이라니, 이쪽은 맞으면 아카데미 의무실의 응급치료가 시급해지잖아!”

    “오크노디가 어째서 저런 파상공세를 겪으면서도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지를 생각해봐.”

     

    즈앙의 말에 겨우 마음에 여유가 돌아온 헤스티아는 전장을 보다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매섭게 날아드는 핀셋.

    바위를 들어 핀셋을 막고, 돌멩이를 마주 날려서 핀셋을 허공에서 쳐내고, 핀셋의 표적이었던 채집통 고리를 손가락으로 슬쩍 걸어서 뒤로 빼낸다.

    황녀의 핀셋이 금속화가 이루어진 필드에서 ‘도탄’까지 발동하며 배후를 노리자 이제는 빙글빙글 몸을 돌리며 공격을 쳐내고 회피한다.

     

    “앗!”

     

    무언가 잘 풀리지 않았는지 입을 열며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 무섭게 따악! 소리와 함께 채집통의 한편이 금속으로 변했다.

    구조가 변하며 쩌적 소리와 함께 파괴당하는 채집퉁이 모퉁이.

    모퉁이 사이로 호다닥 튀어나온 장수풍뎅이가 미처 오크노디가 막아줄 새도 없이 핀셋에 관통당해 죽었다.

     

    “이 나쁜 황녀!”

     

    분통을 터뜨리던 오크노디가 참다못해 근처의 뿌리 뽑힌 나무 하나를 붙잡았다.

     

    “끄으응!”

     

    번쩍 허리높이까지 나무를 들어 올리고는 이얍! 하는 외침과 함께 황녀를 향해 투척!

    플라잉 나무에 적중당한 나무 몇 그루가 쿠구궁 소리를 내며 넘어졌지만 황녀는 흙먼지를 뚫고 뛰쳐나와 채집통 하나에 손가락을 내밀었다.

     

    “에잇!”

     

    파지직 하고 쏘아지는 황금색 전기줄기!

     

    “앗, 치사해!”

     

    마주 손가락을 내민 오크노디의 손에서도 새카만 전기줄기가 튀어나와 전기를 지면에 내리꽂았다.

    영창이 필요 없을 정도로 능숙한 전격마법 발동과 그것을 또 따라잡는 오크노디.

     

    “예습이 빠르네~? 전격마법은 아직 강의계획표에 가르친다고 안 나와있던데. 쿡쿡. 그래도 약해♡”

    “치사해! 자기는 영약 빨로 출력만 높였으면서!”

    “킥킥. 분하면 제국황실의 일원에게 도전을 하지 말았어야지~. 끈질긴 허접♡”

     

    분명 밀리고 있다.

    그렇지만 오크노디는 반응하고 있었다.

    황녀의 모든 공격에.

    물리, 마법, 응용, 변칙, 파상공세.

    열 개의 공격 중 여섯 개는 받아치고, 세 개는 회피하며, 한 개는 아슬아슬하게 뒤처진다.

     

    “아니 황녀는 저 실력으로 어떻게 학년수석이 못 된 거야? 오크노디보다 강하잖아.”

    “체통을 차렸겠지. 딱 봐도 오크노디보다 심한 마이페이스처럼 보이잖아. 그리고…”

    “그리고?”

    “오크노디는 황녀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채집통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을 뿐이고.”

    “아하.”

     

    애초에 이건 결투 따위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화물수호전.

    채집통에 담긴 곤충을 지키려는 오크노디와 그걸 파괴하려는 황녀의 싸움이다.

    입으로 채집통 고리를 물고 나무 사이를 달리며 연속사격을 피하는 것처럼 오크노디는 채집통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움직였다.

    그녀의 힘과 마법, 지혜를 황녀 본인에게 펼쳤다면 상황은 달랐을지도 몰랐다.

     

    “슬슬 졸려♡ 이만 끝낼래♡”

     

    결국은 황녀가 사방에 뿌려두었던 금속화 필드를 원격에서 조종하여 수많은 가시로 일으켜 세워 날리며 채집통들을 벌집으로 만들어 다 부숴버렸지만.

     

    “오늘 일을 보고 느꼈겠지만 오크노디는 딱히 네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애초에 너보다 강하니깐.”

    “나도 광화를 일으키면 강해질 수 있어.”

    “오크노디도 마찬가지야. 암흑마나를 일으키면 그만이니까.”

     

    그만큼이나 치열한 싸움을 하면서도 오크노디는 한 번도 암흑마나를 일으키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암흑마나가 구현된 적은 있어도 그것을 주 공격수단으로 활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위험한 힘을 사람에게 함부로 쓰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암살자는 원래 그런 거야. 우리는 취미가 아니라 일로 사람을 죽이는 프로니까.”

    “…그런가? 용병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네.”

     

    오기 부리듯이 별 거 아니라고 말하는 헤스티아.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즈앙의 눈은 입만 번지르르한 말은 믿지 않는다는 것처럼 무심했다.

     

    “이 아카데미에는 친구놀이가 하고 싶은 애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네. 다들 밖에서 알만큼 사회생활을 겪었으면서.”

    “철이 덜 들어서 그럴지도 모르지.”

    “전장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다는 서부귀족연합이?”

    “즈앙. 너는 친구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 남을 믿는 것도 마찬가지고.”

    “암살자니까.”

    “네가 무얼 겪었는지는 몰라도 오크노디는 달라. 나도 다르고. 너도 달라질 수 있어.”

     

    즈앙은 발로 땅을 밀며 빙글 돌아섰다.

     

    “딱히 친구를 사귀기 싫은 건 아니야.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공허한 관계가 싫을 뿐이지.”

     

    낮의 자신이 사귄 친구가 밤의 자신을 보고도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던 것은 딱 오크노디와 비슷한 나이의 일이었다.

    즈앙은 몇 번인가 친구를 사귀었고, 그 모든 관계를 잃어버렸다.

    겁쟁이 티토소가나 오지랖쟁이 헤스티아도 본색을 드러내며 멀어지는 날이 분명 찾아오겠지.

    그리고 그 날은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어디 잘 해봐. 다음 주는 ‘보호자 참관’이 시작되니까.”

    “보호자…? 자, 잠깐. 그건 오크노디의…!”

     

    달빛에 드리운 그림자로 손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즈앙은 웃었다.

     

    “오크노디의 ‘재단’ 관계자가 아카데미에 오겠지.”

     

    재단이 어떤 존재인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오크노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아이인지도 비로소 모두가 알게 되겠지.

    모두가 머릿속에 꽃밭이 가득했던 첫 달이라면 몰라도 그때가 되어서도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글쎄.

    저 꼴을 보아서는 아닐 것 같은데.

    잔뜩 굳은 얼굴로 걸음을 떼지 못하는 헤스티아를 뒤로한 채, 즈앙은 기숙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스르륵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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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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