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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아벨은 크게 당황했다. 상대 마법사가 먼저 접근해 오는 건 예상 밖이었으니까.

        

       당연한 얘기로, 마법사는 원거리 전투에 유리하다. 육체보단 마법 단련에 치중해온 그들이 아벨 같은 육체파 상대로 근접전을 벌이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하물며 아이작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마법을 사용하려고 마법진을 전개했다면 아벨은 단숨에 알아차리고 대비했겠지만, 그마저도 예상했던 것일까. 아벨은 제대로 마력을 감지하지 못해 빈틈을 내보이고 말았다.

        

       아이작의 오른손엔 단검이, 왼손엔 잔야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매서운 냉기 속, 그의 단검이 은빛 실선을 그렸다.

        

        

       휘익!

        

       

       아벨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빼 단검을 피했다. 그의 청회색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나가 냉기에 흩날렸다.

       

       이어지는 아이작의 연격에 아벨은 자신의 검을 맞부딪쳤다.

       

       

       채앵!

       

        

       두 개의 새하얀 신형이 교차하고 불꽃이 튀겼다. 냉기 속, 살벌한 마찰음이 귀청을 울렸다.

       

       아벨은 경탄했다.

        

        

       ‘마법학부 아니야? 이 움직임이랑 힘은 뭔데?’

        

        

       눈앞의 선배가 마법학부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신체 능력이었다. 기사학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

        

       쉴 새는 없었다. 아이작 주위로 연푸른빛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가까이서 그의 마력이 피부에 와닿자 다시 한번 그가 마법학부라는 실감이 났다. 소름이 돋을 만큼 강인한 마력이었다.

        

        

       “칫!”

        

        

       아벨은 빠르게 지면을 박차고 뒤로 후퇴하며 주황빛 마법진을 전개했다. 화염이 이글거렸다.

        

       동시에 통로 쪽에서 정신을 차린 화이트가 3성급 마법, [풍검]으로 요격해 왔다. 연녹빛 바람의 칼날이 아이작에게로 짓쳐들었다.

        

       그러나, 먼저 마법을 시전한 쪽은 아이작이었다.

        

        

       「서리불꽃 (얼음 속성, ★4)」

        

        

       화르르르륵!!

        

        

       아벨과 화이트의 마법이 연푸른 냉기 화염에 무력하게 잡아먹혔다.

        

       아벨은 반사적으로 화염의 검기를 날려 [서리불꽃]을 갈랐고.

        

        

       콰아아앙!

        

        

       “큭!”

        

        

       고온의 화염과 저온의 냉기가 거칠게 맞부딪쳐 수증기 폭발이 일며, 굉음과 함께 아벨의 몸이 공처럼 뒤로 밀려났다.

        

       그리 한 차례 위기를 모면한 줄 알았으나, 이미 그는 칼날을 맞댄 순간부터 아이작의 함정에 걸려 있었다.

        

        

       턱!

        

        

       “……?!”

        

        

       아벨의 몸은 금세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혔다.

        

       4성급 방어 마법, [빙벽]. 어느새 얼음의 벽이 그의 뒤에 솟아 있던 것이었다.

        

       아이작이 [서리불꽃]의 마법진을 전개한 탓에 아벨이 그의 얼음 마력을 좇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서리불꽃]에 정신을 팔게 해 미리 [빙벽]을 끌어올린 것이 분명했다.

        

       휘몰아치는 냉기. [싸락눈]이 얼음장에 사정 없이 맞부딪치며 내는 두두두, 소리.

        

       그 속에서, 아벨은 하얀 냉기 너머 자신보다 강한 적을 앞에 두고 몸이 떨려왔다.

        

       압도. 공포였다.

        

        

       부웅!

        

       퍼억!

        

        

       “커헉!”

        

        

       콰르르!

        

        

       파공성이 퍼져나갔다. 아벨이 든 검을 무시하고, 거센 발길질이 희뿌연 냉기를 뚫고 그의 복부에 당도했다. 철갑으로 이루어진 쇠방망이에 강하게 걷어 차이는 기분.

        

       와르르, [빙벽]이 무너지며 아벨의 몸이 공기를 가로질렀다. 그의 몸은 얼음판을 한참이나 뒹굴더니 끝내 통로 근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드드드득!

        

        

       동시에 연갈빛 바위 마력이 흐르는 얼음, [화석빙]이 떠올라 그의 몸체를 휘감았다.

        

       수용소에서 전신 포박을 당한 죄인처럼 그는 피를 쏟으며 꼼짝하지 못했다. [화석빙]의 형태까지도 절묘하게 그의 신체를 에워싸고 있어, 마력 운용력도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끄으윽…. 하핫…, 더럽게 강하네….”

        

        

       아벨은 헛웃음소리를 내며 신음을 토해냈다. 갈비뼈가 부러진 듯했다.

        

       끔찍하게 아프지만, 고작 한 대만 얻어맞았을 뿐. 충분히 움직일 만했다. 아직 반격할 수 있었다. 메르헨 아카데미의 기사학부 학생으로서, 친구 로앤나까지 당한 마당에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할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든 저 청은발의 선배에게 한 방 먹여주리라.

        

       이건 그의 자존심, 자긍심의 문제였다.

        

       그는 주황빛 마법진을 전개해 불꽃을 일으켰다. 같은 클래스의 마법학부 학생에 비하면 약한 수준이지만, 그걸로 어떻게든 얼음을 녹이고자 했다.

        

       하지만 [화석빙]에선 온몸이 꽁꽁 얼어붙을 만큼 차가운 냉기가 쏟아져 나왔다. 아벨의 화염이 녹이기엔 그 온도와 위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으으….”

        

        

       아벨의 급박한 마음은 조금도 기적적인 힘을 불러오지 못했다.

        

       끝내 아벨은 격한 추위로 몸이 얼어가다, 이윽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아, 아, 아, 아이작 서서서선배애…. 끄흐!”

        

        

       휘몰아치는 냉기를 뚫고, 아이작이 화이트에게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풍검 (바람 속성, ★3)」

        

        

       휘욱!

        

        

       화이트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다, 전개해 놓았던 연녹빛 마법진으로 [풍검]을 쏘아냈다.

        

       빠르게 공기를 가로지르는 바람의 칼날. 그러나 아이작은 가볍게 몸을 틀어 [풍검]을 피했다.

       

       “엇?”하고 화이트는 헛숨을 집어삼켰다.

        

       한동안 아이작은 리벨라의 안경을 쓰고 다녔기에 마력의 흐름을 평소보다 쉽게 좇을 수 있었고.

        

       하물며 신체 능력과 반사신경도 뒤따라주었기에, 화이트가 그를 마법으로 맞춘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흐앗!”

        

        

       그만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화이트. 외마디 비명이 툭 튀어나왔다.

        

       공포심 탓에,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버렸다.

        

       빙괴 속에 몸이 반쯤 붙잡힌 채 정신을 잃어 버린 로앤나.

        

       [화석빙]의 차가운 냉기에 몸이 얼어붙어 끝내 깊은 잠에 빠져 버린 아벨.

        

       전장을 압도하는 청은발의 선배, 아이작.

        

       마음마저 얼어붙을 것 같았다. 아이작의 눈매는 그토록 냉철했다. 화이트 자신이 알고 지내던 선한 눈매와 상냥한 미소를 지닌 그 멘토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화이트.”

        

        

       아이작은 화이트 앞에서 잔야의 지팡이로 얼음판을 짚고서, 쪼그려 앉아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목소리마저 서리처럼 차가웠다.

        

       그의 손이 화이트에게 향하고.

        

        

       “히, 익…!”

        

        

       화들짝 놀란 화이트는 두 눈을 꾹 감았다.

        

        

       “……?”

        

        

       이내, 화이트는 순백의 머리칼이 쓰다듬어지는 감각을 느끼고서 의구심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아이작이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몰아치는 한풍이 걷혔다. 얼음 동굴처럼 변해 버린 풍경.

        

       얼음과 서리는 단숨에 연푸른빛 가루가 되어 공기 중에 흩날렸고.

        

       아이작은 평소에 화이트가 알고 있던 선한 미소를 만면에 머금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팀을 압도했던 적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강아지처럼 순한 얼굴이었다.

        

        

       “확실히 성장했네. 팀원과 같이 냉기 뚫으려 하는 거, 괜찮았어.”

       “……?”

        

        

       어리둥절.

        

       화이트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심장을 달음박질하게 만드는 두려움과 어깨를 으쓱 추어올리게 만드는 은근한 뿌듯함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게다가 저 친구의 화염 위력을 높여줬지? 그거 꽤 어려운 건데. 잘했다. 마지막까지 저항한 것도 훌륭했어.”

       “아이작 선배…?”

        

        

       아이작이 연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줄수록 화이트의 마음이 서서히 누그러져 갔다.

        

       극적인 기분 전환이었다. 그 때문인지 아이작의 손길과 칭찬은 무척 기분 좋게 느껴졌다.

        

       스멀스멀 긴장감이 풀려가자, 화이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펑펑 쏟을 것처럼 울먹였다.

        

        

       “아이작 선배애애…. 선배는 웃는 게 좋아요오….”

        

        

       안아달라는 듯 양팔을 펼치고 우는 소리를 내뱉는 화이트.

        

       아이작은 “그러냐.”하고 피식 웃었다.

        

        

       “일단 잠깐만 가만히 있어 봐.”

       “네에에…엣? 자, 잠깐만요, 아이작 선배?!”

        

        

       아이작은 화이트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에워싸듯 잡았다.

        

       한쪽 손목만이 아니었다. 아이작은 화이트와 지근거리에서, 그녀의 양쪽 손목을 모두 붙잡았다.

        

       차가운 냉기를 퍼붓던 남자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따스한 숨결이 느껴졌다. 아이작이 고갯짓을 할 때마다 보이는 턱선과 목젖을 바라보며, 화이트는 오묘한 긴장감이 들어 마른침을 삼켰다.

        

       게다가 내심 느꼈지만, 아이작은 외모마저 반반해서 한창 사춘기인 화이트에게는 몹시 자극적인 광경이기까지 했다.

        

       황족 중 유일하게 신분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온 그녀에게는, 상대가 평민이라는 점은 조금도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아아아, 아아이작 선배애…? 뭐뭐뭐뭐, 뭣 때문에 그러시는…? …흐앗.”

        

        

       고장 난 것처럼 덜덜 떨어대는 화이트.

        

       아이작은 화이트의 양손목을 그녀의 머리 위로 올렸다. 민망한 부위가 점차 부각 되면서 어째 점점 야릇한 자세가 되어가고 있었다.

        

       당황한 화이트는 그만 얼굴을 확 붉혔다.

        

       반항할 용기조차 들지 않는 아이작 선배를 상대로, 긴장감마저 풀린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니 이성적인 사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화이트.”

       “네네넷…?”

        

        

       아이작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화이트를 가까이서 내려다보며.

        

        

       “고생했다.”

        

        

       드드득.

        

        

       환한 미소와 함께 [바위 생성]을 써서 그녀의 양손목에 바위 수갑을 채웠다.

        

        

       “…아.”

        

        

       화이트의 긴장감이 다시 한번 풀렸다.

        

       연이어 화이트의 양쪽 발목에도 바위 족갑을 채우자, 그녀는 하얗게 질린 채 멍을 때렸다.

        

        

       “저항할 생각 없지?”

       “네에….”

       “그럼, 이걸로 전투 불능 판정이 날 거야. …왜 그래, 화이트?”

       “아무것도 아니에요….”

        

        

       화이트는 눈물이 고인 얼굴을 옆으로 휙 돌렸다.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잠시나마 음욕을 품었던 자신에게 회의감이 드는 까닭이었다.

        

       그때, 화이트의 재킷 주머니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아이작과 화이트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아앗…!”

        

        

       작은 백금색 회중시계. 땅에 부딪히며 뚜껑이 열리고, 은하수가 흐르는 듯한 문자판과 움직이지 않는 시침이 드러났다.

        

       화이트는 깜짝 놀랐으나 양팔과 양다리를 구속 당한 탓에 그것을 집을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녀는 조급한 마음에 아이작에게 부탁했다.

        

        

       “아, 아이작 선배. 이, 이거 제 주머니에 다시 넣어 주실수 있어요? 제 소중한 물건….”

        

        

       그러나 아이작은, 아무 말 없이 회중시계를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해 충격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그의 두 눈은 한층 크게 뜨여 있었다.

        

        

       “아이작 선배?”

        

        

       아이작이 어떤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화이트는 알아차렸다.

       

       도통 의중을 헤아릴 수 없는 선배였기에 그게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생각하는 시간은 짧았다. 그는 회중시계를 줍고서 화이트의 교복 재킷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소중한 물건이면 간수 잘해.”

       “아…, 네에….”

        

        

       그 한마디를 끝으로, 아이작은 더 이상 화이트와 말을 섞지 않았다.

        

       화이트는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1분 뒤. 여성 시험 감독관이 찾아왔다.

        

       얼음 의자에 앉은 아이작은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반겼고.

        

       그녀는 “수고하셨습니다~.”하고 화이트 일행을 바람 마법으로 끌고 퇴장했다.

        

        

       “…….”

        

        

       아이작은 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 석류김치님, 박하향긔 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2.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ㅠ 토요일에 사정ㅇ ㅣ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도 사정이 있어서 잘 연재가 될지 모르겠지만 주 4회 이상은 꼭 지키도록 하겠습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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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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