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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마야가 혼자 외출을 시작한 지 1주일이 되었다.

       그녀는 해가 뜨면 숙소를 나가서 해가 지면 돌아오곤 했다.

         

       그녀가 매일 찾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예테린푸르크의 중심지인 테트로미노 광장이었다.

         

       4개의 정사각형을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도형의 종류는 총 7가지였다.

       J, L, T, Z, S, O, I.

       그 7가지 블록들이 붉은색부터 보라색까지 각각의 색깔을 띠고 바닥에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짜여 있었다.

         

       정사각형 조각 하나의 길이는 15cm.

       계산해보면 이곳에는 1000만 개의 정사각형 타일, 즉, 250만 개의 테트로미노 블록이 깔려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마야는 바닥에 깔린 블록들을 훑어보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7가지 블록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녀는 바닥을 살펴본 지 얼마 되지 않아 규칙성을 발견했다.

         

       테트로미노 블록 몇 개가 결합하여 500여 종류의 패턴을 형성했다.

       마야는 그 패턴들에 숫자를 매겼다.

       그것들은 계속 반복해서 나타났다.

         

       문제는 그 패턴의 나열이 불규칙적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경우는 43번 패턴과 187번 패턴이 반복해서 나타났고, 어떤 경우에는 368번 패턴만 연속해서 나타났다.

         

       그녀는 지난 10일 동안 100만 개가 넘는 블록들을 머릿속에 넣었다.

       그녀의 머리는 그 모든 패턴을 암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100만 개의 블록을 복기해봤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몇 분 뒤, 그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뺨과 목 뒤로 땀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이 같은 작업은 뇌에 엄청난 부하를 걸었다.

         

       이것은 암기한 내용을 단순히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 안에 어떤 규칙성이 있을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작업이 병행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가 현재 사용 가능한 연산력을 한계치까지 끌어다 써야 했다.

         

       마야는 잠시 근처 카페로 가 앉았다.

       그녀는 차가운 커피를 마시며 땀을 식혔다.

         

       테트로미노 광장 바닥에 숨겨진 의미를 밝히려던 학자들이 단체로 정신병에 걸렸다는 소문은 과장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250만 개의 블록을 파악하는 일까지는 쉽게 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조합 가능한 패턴을 정리하는 것까지도 해냈을 것이다.

         

       문제는 그 패턴의 불규칙적 배열이 무엇을 의미하냐였다.

         

       이러한 패턴은 특정한 분야의 기호로 치환되기 마련이었다.

       광장의 블록은 한 성직자가 남긴 어떤 도안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고 했다.

       신학이나 마도학 계열일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마야가 알고 있는 신학과 마도학의 어떤 상징이나 기호를 대입하여 보아도 실마리는 잡히지 않았다.

         

       그만둘까?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서 고민했다는 데도 답을 얻지 못한 문제였다.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10일 만에 풀 수 있을 리 없었다.

         

       사실 그녀가 매일 이곳에 나와 블록들을 살펴보는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외에 그녀가 마땅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가 내건 시험의 주제는 ‘기술’이었다.

       연기력, 극본, 연출, 흥행 같은 것이 아닌 ‘곡예 그 자체’가 그들이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시험에는 그녀가 활약할 일이 없었다.

       체력단련에서도 번번이 탈진하는 그녀였다.

       곡예 같은 것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엘라가 있었을 때는 별장에 붙어 있었다.

       자꾸 단장님께 달라붙는 그녀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이나가 온 이후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품에서 금빛의 납작한 원반을 꺼내 들었다.

         

       메모리 디스크.

       사실 이것을 푸는 일이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 봐도 조금의 진척이 없었다.

         

       그래서 머리를 식힐 겸 광장 바닥의 수수께끼라도 캐고 다니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것도 그녀의 머리를 식히기는커녕, 고민거리만 더 늘어나게 했지만…….

         

       그녀의 앞에 7가지 테트로미노 블록을 형상화한 환상이 떠올랐다.

         

       ‘아무리 단장님이라도 이건 모르시겠지?’

         

       -갸아앙.

         

       붉은 털의 고양이 한 마리가 그녀의 허벅지 위에 올랐다.

       녀석은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아랫배에 머리를 비벼댔다.

         

       마야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시늉을 했다.

       월리는 좋다고 몸을 비틀더니 배를 드러냈다.

         

       이 녀석도 환상이었다.

       그러나 블록처럼 계산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녀석의 환상은 그녀의 마음속 깊이 묻어둔 죽은 월리에 대한 기억과 결합하더니 이처럼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굴었다.

         

       메모리 디스크를 읽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그녀도 모르진 않았다.

       이 마음의 환상을 더 키우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한다고 해서 신비를 깨달을 수 있었다면, 그녀가 지금까지 환상 마법으로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짐작 가는 방법이 있긴 했다.

       그녀가 월리를 깨운 것은 원더스타인 단장님을 품에 안으면서부터였다.

       그때, 그녀의 마음에 무언가 자극이 왔다.

         

       그것을 또 시도해보면 되는 것이다.

       안는 것부터 시작해서 볼을 비비거나 입술을 맞춘다거나…….

         

       -가오오옹!

         

       월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는 마치 그녀를 질책하는 듯한 눈빛을 던졌다.

         

       그녀는 녀석의 시선을 못 본 척했다.

       그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이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마음으로 형성되는 환상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마음에 자극을 주는 것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 사람에 대한 것을 떠올릴 때마다 월리는 그것을 감지하고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가 그에 대해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품을 때면, 고양이도 덩달아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마야는 조금 부끄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녀가 월리가 사납게 굴 때마다 시끄럽다고 꾸짖었던 것은 자신의 음습한 상상에 대해 일침을 놓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그때, 쭈글쭈글한 손이 그녀의 테이블 위로 다가왔다.

         

       “아가씨, 사탕 좀 드세요.”

         

       카페 주인인 노파가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쌓인 사탕 한 바구니를 내밀었다.

       마야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청한 적 없는데요.”

       “하하, 제가 그냥 드리는 거예요. 아가씨, 머리 아프죠? 광장 바닥의 비밀을 푸느라……?”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려던 마야는 곧 노파가 자신의 앞에 떠오른 환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7가지 색깔의 테트로미노 블록.

       이것을 보고도 자신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모른다면 바보였다.

         

       “아가씨 말고도 지금까지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죠. 머리 쓰는 데는 단 게 최고예요. 자 드셔보세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사탕 하나를 까서 입에 넣었다.

         

       사탕은 고향에 있을 때도 많이 먹었다.

       별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맛이 떨어질 거라 여겼다.

       사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주로 적도 지방에서 자랐으니까.

         

       그러나 입에 넣는 순간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말랑함이 그녀의 혀를 감쌌다.

         

       “부드럽네요.”

         

       그녀의 말에 노파는 이곳 토박이로서 자부심을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슬라그보로트 제과점 물건이니까요.”

       “제과점이요?”

       “아, 지금은 제과점이 아니라 제과 공장이죠. 늙으면 자꾸 옛날 생각만 난다니까요, 하하. 저기 광장 맞은편에 보이죠?”

         

       시청, 법원, 경찰서, 신문사 등 도시의 주요 기관은 모두 이 커다란 광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중 가장 화려한 건물은 온갖 천연색으로 칠해진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였지만, 그중 가장 커다란 건물은 솜사탕 같은 연기를 내뿜는 은빛 금속 외관의 커다란 공장이었다.

         

       커다란 상자를 실은 수십 대의 짐 마차들이 그곳을 끊임없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고 있었다.

         

       마야는 그곳 입구에 걸린 커다란 간판을 바라봤다.

         

       <슬라그보르트 제과 공장>

         

       공장 정문 옆에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공장의 직원이 아닌 것이 명백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들의 절반은 어른이고, 절반은 아이였다.

         

       “아가씨, 아직 성인 안 됐죠?”

       “네.”

       “그럼 저곳에 가보세요. 캔디맨은 아이들에게 친절하거든요.”

       “캔디맨?”

       “후훗, 저기 사장님 별명이랍니다. 이 도시에만 있는 풍습 들어봤나요? 할로윈에 아이들이 괴물 분장을 하고 집마다 돌아다니며 과자를 선물 받는 것 말이에요. 그건 저 슬라그보르트 사장님이 먼저 시작한 일이랍니다. 그분은 아이들에게 일생에 딱 한 번 공장 견학하는 것도 허가해줬어요. 어른 한 명을 대동하면 말이죠.”

         

       그 순간, 마야는 2주일 전에 있었던 단장님의 제안이 떠올랐다.

         

       -마야 양, 사탕 공장 견학 가지 않을래요?

       -저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그때는 한창 혼자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원더스타인에게 애 취급받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사탕 공장 견학 따위를 권하다니?

       더 날이 서서 싸늘하게 대꾸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것이 둘만의 외출을 권하는 것이었다고?

         

       마음의 환상을 키우는 방법!

         

       그녀는 테트로미노 환상들을 재빨리 지워버렸다.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엘라 그 애가 없는 2주가 기회였는데!

         

       마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카페 주인을 향해 꾸벅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마야는 흐뭇하게 웃는 카페 주인을 뒤로하고 오늘은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갔다.

         

         

       ***

         

         

       트레이드의 계절은 금방 다가왔다.

         

       엘라는 이제 다음 주 화요일이면 원래 있던 서커스단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괴물서커스단.

       원더스타인이 있는 곳으로.

         

       입술에 미소가 그려졌다.

       동시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맥박은 이전과 달리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원더스타인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반가운 동시에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에서 거부감이 일었다.

         

       왜일까?

       이곳 생활이 너무 즐거워서일까?

         

       황금 카니발에서 그녀는 최고의 10일을 보냈다.

       최고의 곡예사들과 함께 최고의 곡예를 펼쳤다.

       견문이 몇 배는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밤마다 로드 판타스틱과 곡예에 대해 논쟁하는 것도 재밌었다.

       이는 원더스타인과는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녀는 예전에만 해도 그가 자신과 같은 서커스 마니아인 줄 알았다.

         

       그러나 드발체프 이후로 가깝게 지내면서 그는 자신의 기대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공연도 거의 보지 않았고, 업계 관계자라면 기초적으로 아는 문화 현상이나 은어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그리고 서커스 그랑프리 이후에 어떤 공연을 펼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그의 대본 쓰는 실력, 다른 서커스단에 대한 해박함, 놀라운 곡예 기술에 대한 것은 인정했지만, 진정으로 서커스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레이나와 비슷한 사람이었다.

       목적에 필요해서 서커스를 할 뿐이지, 서커스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에 대한 엘라의 애정은 변함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존경했고 좋아했다.

         

       그러나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 지금까지는 그의 본심에 대해 몰랐을까?

       왜 루즈에서는 그와는 일과 상관없는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을까?

         

       그때,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로드 판타스틱이 평소처럼 그녀의 방을 찾아온 것이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 거예요? <크리스티앙 가이드>에 나온 줄타기 이론에 대해서?”

       “하하, 그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더 중요한 일이 있네.”

         

       그는 내일 점심에 자신들이 시내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머무르는 별장의 주인이 이 도시를 찾아온 것이다.

         

       “공작님이라고 했죠? 저도 가야 하나요? 정식 단원도 아닌데.”

       “후후, 그분도 서커스 마니아라네. 레카체프 입학시험에 혜성처럼 나타난 자네의 얼굴을 궁금해하더군.”

         

       그말에 엘라는 헤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 좋아요! 반가운 일이네요. 어떤 사람이죠?”

         

       지몬은 손에 든 초대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캔디맨이라는 이름을 아나?”

       “아뇨.”

         

       그는 고개를 젓는 그녀를 향해 미소지으며 답했다.

         

       “빌헬름 슬라그보르트 공작. 광활한 사탕무 평원의 영주이자 이곳 예테린푸르크에 있는 슬라그보르트 제과 공장의 주인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정이 길어졌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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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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