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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1.

       

       “후우…….”

       

       피를 빨기 위해 송곳니를 박아 넣은 게 아니었다. 옷자락을 끌어내려 드러난 어깨를, 목덜미를 깨물어 자국을 새겼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소유욕의 표출이었다. 아르웬이 화요일을 좋아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었다.

       

       일주일 내내 시달리고, 일요일까지 시달리고, 그리고 월요일에는 자유의 몸이 되었던 루드릭이, 하루의 재충전을 거쳐 화요일에는 아무런 때도 타지 않은 모습으로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는 시간.

       

       오기 전에 씻고 왔는지 약간은 촉촉하게 느껴지는 피부를 살짝 깨물고, 그 다음에는 입술을 포갰다. 포개진 입술 사이로 선홍빛의 혀가 얽혔다. 정신없이 입을 맞추는 동안에도 아르웬은 퍽 생소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길게 이어진 입맞춤이 끝나고, 번들거리며 늘어진 은색의 실선을 훔치며 아르웬이 중얼거렸다.

       

       “이상한 기분이구나. 새삼스럽게 이번이 처음은 아닐 텐데도 말이니라.”

       “……그거 다행이네. 나도 꽤 이상한 기분이거든? 너는 일주일에 한 번이겠지만 나는 일주일에 다섯 번이야. 그리고 이런 식으로 당하는 건 기분이 이상하다고.”

       “풍류 없기는. 지금은 나와 있지 않느냐. 다른 여자의 이야기는 입에 담지 말거라.”

       

       샐쭉한 시선으로 투덜거리는 루드릭을 지그시 노려본 후, 아르웬이 아리송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이상한 기분이니라. 분명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묘한 기분이 들어.”

       

       중얼거린 아르웬이 가만히 손가락을 뻗어서 루드릭의 가슴을 쿡쿡하고 찔렀다. 말랑말랑한 것도, 그렇다고 탄탄하게 근육이 자리잡은 것도 아닌 미묘한 감촉. 그리고 아르웬은 이 감촉을 좋아했다. 이제는 서로의 벗은 몸을 본다고 해서 부끄럽게 생각할 단계는 지나갔지만, 관계를 맺고 난 후에 가만히 만지작거릴 때의 그 촉감.

       

       배시시 미소를 머금은 아르웬이 입술을 내밀었다.

       

       루드릭이 마지 못해 내민 입술에 다시 입술을 포갰다. 전처럼 격정적이고 정열적인 입맞춤이 아니라 입술과 입술이 살짝 부딪쳤다가 떨어지는 짧은 키스. 내뻗은 손으로 루드릭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아르웬이 말했다.

       

       “츤데레가 따로 없구나.”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웠어?”

       “네가 예전에 했던 말이니라.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그렇게 알려줬었다고……?”

       

       루드릭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루드릭의 전생에서만 통용되는 어휘였으니 알려준 건 맞겠지만, 영 기억이 나지 않았던 탓이다. 그리고 짧게나마 고민하고 있는 루드릭의 모습을 귀엽다고 느끼면서, 아르웬이 감췄던 진실을 밝혔다.

       

       “내가 회귀하기 전에.”

       “아 진짜.”

       “푸흐흐.”

       

       진실을 깨달은 루드릭이 눈가를 찌푸리자 아르웬은 참지 못하고 나직한 웃음을 터뜨렸다. 일 년간 같이 살면서 체득한, 루드릭의 일종의 습성이었다. 동물도 아니고 사람에게 습성이라는 표현을 가져다 대면 약간 뭐하지만, 단순히 한 방에서 같이 지내는 것과 정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 결혼하여 함께 사는 건 다른 종류.

       

       그리고 아르웬이 일 년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대강 이랬다.

       

       루드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종잡을 수 없는 공이었다. 그것도 슬라임과 비슷한 재질이었다. 꾹하고 누르면 그 부분은 들어가고, 잡아서 당기면 그 부분만 삐죽 튀어 나온다. 이제 안 좋은 의미로 종잡을 수 없었다면 단순히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공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었겠지만.

       

       방금처럼 툭하고 건드리자마자 즉각 반응이 돌아오는데 재밌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기에.

       

       스르륵.

       

       쉽게 흘러내리는 실크 재질의 잠옷이 툭하고 내려갔다. 아무렇지 않게 잠옷을 벗기며 아르웬이 눈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잠옷 차림으로 찾은 걸 보니 너도 예상하고 있지 않았느냐.”

       “이건 그냥 방금 일어나서 씻고 나왔으니까 그대로 입고 온 거거든?”

       “아무렴. 네 말이 맞구나.”

       “……아침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냥 완전히 꽁꽁 싸매고 올 걸 그랬어.”

       “그것도 나쁘지 않구나. 모름지기 옷이란 네가 벗는 것보다는 내가 벗기는 쪽이 더 두근거리고 흥분되지 않느냐?”

       “퍽이나.”

       

       조금은 까칠하게 들릴 수도 있는 대꾸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반응한 아르웬이 잠옷이 흘러내리면서 드러난 상반신을 눈으로 훑었다. 그리고 가슴에 가만히 얼굴을 기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가슴 너머로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이 들렸다.

       

       평소보다 조금은 빠르게 들리는 듯한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

       

       “솔직하지 못하기는.”

       

       아르웬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은 아르웬이 덧붙였다.

       

       “새삼스럽지는 않느니라. 네 그런 점까지 전부 다 사랑하니까.”

       

       

       

       

       2.

       

       한바탕 치렀던 격렬한 정사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다. 욱신거리는 감각과 함께 몸을 일으킨 아르웬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루드릭을 바라봤다.

       

       여러모로 그녀가 접했던 지식과는 괴리가 있었다.

       

       경험 자체는 그녀도 결혼식 이후가 처음이었지만,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감정적이고 섬세하다. 덕분에 그녀가 주워 듣기로는 관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후희가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주섬주섬 옷을 주워서 입고 있는 루드릭을 보고 있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가끔은 틱틱거리는 게 귀엽게 느껴지다가도, 어떤 면에서는 여자들보다도 더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해야 할까.

       

       ‘내 입으로 대놓고 말하면 무드가 없지 않느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아르웬이 제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와서 눕거라. 애초에 옷은 좀 나중에 갈아 입어도 되지 않느냐.”

       “응?”

       “참…… 원래 이런 건 내가 아니라 오히려 네 쪽에서 더 따져야 정상 아니더냐? 단순히 쾌락만을 탐하는 것도 아닐진대 몸만 섞고서는 볼 일은 다 끝났다는 것처럼 대뜸 일어나서 옷부터 갈아 입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말이 안 될 건 없지.”

       

       어깨를 으쓱인 루드릭이 아까 아르웬이 벗겼던 잠옷을 다시 걸치고는, 그래도 시키는 대로 얌전히 그 옆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꼬물거리며 그 옆자리에 파고들다시피 누운 아르웬이 팔을 올렸다. 팔에 와닿는 건 같은 무게의 금 만큼이나 비싼 비단의 보들보들하고 매끄러운 감촉이었지만, 아르웬이 원하는 건 이런 감촉이 아니었던 까닭에.

       

       불만스럽게 볼을 부풀린 아르웬이 말했다.

       

       “별장은 어디에 알아보면 좋겠느냐?”

       “진짜 성이라도 하나 매입할 생각이었어?”

       

       오히려 그 말에 당황한 건 루드릭이었다. 그냥 아르웬이 으레 할 법한 헛소리거나, 혹은 지나가는 소리 정도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 행동에 옮길 생각일 줄은 몰랐다는 듯.

       

       “잘 생각해 보거라. 내가 인간들의 제국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이런 저택에서 사는 게 더 그림이 이상하지 않느냐? 오히려 따지자면 인적 드문 산골짜기에 있는 고즈넉한 성이 더 어울리니라.”

       

       되려 아르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자, 대답이 궁색해진 건 루드릭이었다.

       

       “……그런가?”

       “이미지만 따진다면 그렇겠구나. 원래 내가 머물던 곳이 있긴 하지만, 이곳과는 너무 머니 배제하고 하나 새로 사는 편이 낫겠어.”

       

       토닥토닥.

       

       어깨 부근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가만히 루드릭을 토닥거리던 아르웬의 손이 멈췄다.

       

       관용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이른 아침부터 눈이 마주치자마자 불이 붙어버린 탓에, 이미 한바탕 격렬하게 거사를 치렀음에도 시간은 오전. 그것도 아직은 제법 이른 오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르웬이 이불을 박차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다 좋은데 옷은 좀 입고 일어나지.”

       “응?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느니라. 어차피 볼 사람이라고는 너밖에 없지 않느냐.”

       

       못볼 걸 봤다- 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갑작스레 이불을 박차고 나신으로 몸을 일으킨 아르웬을 향해 루드릭이 곱게 눈을 흘겼다. 정작 그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슴께를 손으로 가리면서 고혹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러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이것도 네가 가르쳐 준 속담이니라.”

       “그래서 지금 바로 보러 가자고?”

       “……흠흠, 지금 당장은 아니었느니라. 아직 허리가 욱신거리는구나.”

       

       루드릭의 시큰둥한 물음에 아르웬이 얼굴을 붉혔다.

       

       물론 당장 움직이기에는 사소한 애로사항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슬슬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이기도 했으니.

       

       드래곤 같은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면 감히 대적할 자가 없는 진조라고 해도,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인 이후에는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세상은 그런 점에서 이상하게 공평했으니까.

       

       “…….”

       “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네가 금방 불이 붙어서는 그렇게 격렬하게……. 아, 아니. 애초에 남자 쪽이 위에서 그러는 게 더 이상한 경우가 아니더냐…….”

       “……알겠으니까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었어. 그렇게 따지면 너는 할 때마다 갑자기 흥분하면 예고도 안 하고 목덜미 깨물잖아.”

       “흡혈은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종족 본능이니라…….”

       “…….”

       

       이제 와서 이런 일로 일일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관계를 맺은 후에 그 과정이 어땠는지를 굳이 말로 꺼내서 반추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틀림없을 터.

       

       그렇게 생각한 아르웬이 화끈거리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했다.

       

       덕분에 별장으로 쓸 성을 알아보러 가는 건 잠시 후로 미뤄졌지만, 일 년이 지났음에도 둘은 아직까지 틀림없는 신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대하셨던 장면은 아쉽지만 스킵입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그쪽 부분에 재능이 파멸적으로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몇 번 19금 회차를 쓰면서 가장 절절하게 실감한 부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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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 the Protagonist of a Romance Novel

I Don’t Want To Be the Protagonist of a Romance Novel

로판 주인공 하기 싫습니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reincarnated as the eldest son of a noble family with nothing to do.

Even if I put aside the fact that the world I was reincarnated into is a little strange.

– Northern Grand Duchess Eileen is confused after realizing she has regressed.

– Admiral Lassiel realizes she has regressed and immediately turns the fleet around.

– Princess Elena prepares to inspect the Weiss County, chewing over the past.

What is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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