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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탕슉이 모야?”

       “있어. 엄청 맛있는 거.”

       “진짜루?”

       

       엄청 맛있는 거라는 말에 아르의 꼬리가 반응했다. 

       

       “아르 탕슉 머거 보고 시퍼!”

       “그래. 바로 만들어 줄게. 우선 그 아공간 안에 고기 뭐 뭐 있는지 볼래?”

       “우응!”

       

       아르는 초콜릿을 꺼내려고 했던 아공간 대신 고기가 저장되어 있는 아공간을 얼른 열었다. 

       

       “요기 이써!”

       “어디 보자. 종류별로 있을 건 다 있고. 레드 보어 등심…. 이걸로 할까.”

       

       탕수육은 돼지고기로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여긴 그 상위호환급인 레드 보어의 고기가 있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훨씬 식감도 쫄깃하고 고기 자체에 감칠맛이 배어 있다고 해야 할까. 

       

       고기 염장을 길게 할 시간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리라. 

       

       “오케이. 결정했으니 주방으로 가서 꺼낼까?”

       “우응!”

       “아르도 좀 도와줘야 될 수도 있어.”

       “도와줄래! 아르 레온 도와서 탕슉 만들 고야!”

       

       아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따라 주방으로 콩콩거리며 걸어왔다. 

       

       “캬. 역시 호텔 VVIP, 아니 VVVIP…맞나? 아무튼 제일 좋은 방이라 그런지 주방에 있는 것들도 죄다 최고급이네.”

       

       각종 계량 도구들부터 그릇, 팬, 칼까지 최고급이 아닌 게 없었다. 

       심지어 찬장에는 간장, 소금, 설탕 등 웬만한 조미료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완벽 세팅으로 요리를 하는 맛이 또 있지.’

       

       나는 일단 커다란 그릇을 하나 꺼내 그곳에 물을 부었다. 

       그리고 물의 양에 비례해 눈대중으로 설탕과 소금을 투척하고, 다진 마늘을 넣어 물에 골고루 풀었다. 

       

       원래 이럴 때 생강도 소량 넣어 주면 고기의 잡내를 잡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안타깝게도 이 판타지 세계에서 생강은 찾아보기가 좀 힘들었다.

       

       ‘나중에 생강도 좀 수소문해서 구해 봐야지.’

       

       하지만 괜찮다. 지금은 레드 보어의 신선한 고기로 요리를 할 거기 때문에 생강이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레온, 지금은 모 하는 고야?”

       “짧은 시간이지만 고기에 간이 좀 배라고 염장을 해 둘 거야. 레드 보어 고기 좀 꺼내 줄래?”

       “우응! 요기 이써!”

       

       아르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탕수육을 맛보고 싶은지 전투할 때보다도 빠른 동작으로 얼른 고기를 꺼내 주었다. 

       

       “흐음. 이 정도 양은 좀 많긴 한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르를 힐끗 바라보았다. 

       

       츄룹.

       

       ‘괜한 걱정이겠구만.’

       

       벌써 생고기만 보고도 침을 삼키는, 나보다도 덩치가 커진 아르를 보니 양은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오히려 다른 음식도 주문을 해 놨기에 망정이지, 이것만 따지면 저 뚠뚠한 배에 다 들어가고도 남을 거다.

       

       “오케이. 다 넣자.”

       

       나는 받은 고기를 전부 그릇에 넣어 두었다. 

       

       양이 많아 설탕과 소금을 조금씩만 더 넣어 주고, 나는 곧바로 새 그릇을 꺼냈다. 

       

       “이제 잠깐 염장이 되는 동안 탕수육 반죽이랑 소스를 만들 거야. 내가 소스를 만들 테니까 아르가 반죽을 해 볼래?”

       “우응! 아르 반죽 하께! 어떠케 하면 대?”

       “일단 그 전분들 넣어 놓은 아공간 열어 볼래? 그렇지. 그중에서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 그리고 옥수수 전분까지 꺼내 줘.”

       “요기 이써!”

       

       각 전분들을 담아 놓은 자루를 꺼내 받은 나는, 커다란 그릇에 전분들을 담았다. 

       

       ‘고구마 전분과 감자 전분, 옥수수 전분을 각각 4:4:2 비율로 넣어 주고….’

       

       사실 감자 전분, 혹은 고구마 전분까지만 써도 상관은 없지만 옥수수 전분을 소량 섞어 주면 튀김이 조금 더 담백하고 맛있어진다. 

       

       특히 탕수육 중에서 튀겼을 때 먹기 좋아 보이게, 하얗게 되어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 옥수수 전분이 그 하얗게 만드는 역할을 해 준다.

       

       ‘그리고….’

       

       전분을 다 부었으면 이제 거기에 달걀을 톡톡 풀어서 넣어 준다. 

       

       “혼자 먹을 땐 두 개만 풀어도 되긴 하지만, 양이 많으니 달걀은 여덟 개 정도 풀어 주고.”

       

       톡. 촤르르.

       톡. 촤르.

       

       “우아아….”

       

       내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달걀을 까서 넣자, 아르가 감탄사를 뱉으며 내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달걀 깨는 거 아르두 해 보면 안 대?”

       “오, 아르 달걀 깨기 도전하는 거야? 좋지, 좋지.”

       

       나는 씩 웃으며 아르에게 달걀을 하나 내밀었다. 

       그리고 나도 달걀 하나를 들고, 그릇 테두리에 가볍게 톡, 쳤다. 

       

       “자, 이렇게 톡. 해 볼래?”

       “우응!”

       

       퍽!

       

       “…….”

       “…….”

       

       힘 조절이 잘 안 된 모양인지, 처참하게 깨진 달걀이 흘러내렸다. 

       

       다행히 노른자 부분은 안쪽으로 떨어졌기에, 나는 그릇에 떨어진 달걀 껍질 조각만을 빠르게 주웠다. 

       

       “삐유….”

       “괜찮아, 괜찮아. 아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훠어어얼씬 약하게 해야 돼. 살짝 금만 가게.”

       

       나는 깨진 달걀 껍질을 들고 허망한 표정을 짓는 아르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히잉…. 다시 해 보께.”

       

       툭.

       

       새 달걀을 받아 든 아르는 이번엔 아주 조심해서 달걀을 그릇에 대고 톡톡 쳤다. 

       

       “그렇지. 이번엔 너무 약하다. 조오오금만 더 세게.”

       

       톡!

       

       “옳지! 그 상태에서 양쪽을 잡고 이렇게 촤악 당기면?”

       

       촤르.

       

       “오오오! 잘했어, 아르!”

       “쀼우우우! 아르가 해내써!”

       

       아까와는 달리 노른자가 예쁘게 그릇에 톡 떨어진 모습을 본 아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 뒤로도 아르는 익숙해졌는지 달걀을 곧잘 까서 반죽 위에 놓았다.

       나는 노른자를 적당히 풀어 준 뒤 그 위에 물을 부었다.

       

       “좋아, 그럼 이제 물만 붓고 반죽하면….”

       

       내가 물을 붓는 걸 본 아르가 물었다.

       

       “물 너무 마니 넣는 거 아냐, 레온?”

       “어차피 나중에 물은 따로 따라 버릴 거니까 상관없어. 지금은 아르 반죽 하기 좋으라고 살짝 더 넣은 거야.”

       

       나는 아르의 손을 깨끗이 씻긴 후에, 반죽 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사실 이젠 별거 없어. 지난번에 떡 만들었을 때 있지? 그때처럼 손으로 주물럭거리면서 쫀득쫀득하게 반죽될 때까지 잘 뒤집어 주면 돼.”

       “아라써! 히히.”

       

       아르는 말랑한 젤리를 슥슥 비비더니, 본격적으로 그릇에 손을 담그고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오호. 좋아.’

       

       역시 손이 대빵 커져서 그런지 반죽도 야무지게 잘 될 듯싶었다. 

       

       “그럼 나는 그동안 소스를 만들어 볼까.”

       

       들어가는 재료는 심플하다.

       

       당근, 오이, 그리고 양파를 적당히 채 썰어서 그릇에 담고, 그동안 물을 끓인다. 

       

       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간장, 식초, 설탕을 넣어 풀어 주고 썰어 둔 채소를 투하한다. 

       

       그리고 물이 조금 졸아들었다 싶었을 때.

       

       “아르야, 잠깐만.”

       

       아까 물을 충분히 섞어 주었던 전분 그릇에서 묽은 부분을 푹 퍼서 조금씩 소스 냄비에 넣어 준다. 

       

       보글보글.

       

       제법 소스다운 되직한 농도가 맞추어지면서, 색깔도 탕수육 소스라고 할 만한 색깔이 되어 갔다. 

       

       ‘소스는 이 정도로 됐고.’

       

       아르의 반죽도 이 정도면 거진 다 되어 가니, 슬슬 튀길 준비를 하기로 했다. 

       

       튀김을 하기에 딱 알맞은 깊이의 팬이 있어 그곳에 식용유를 잔뜩 부어 넣고 불을 붙였다. 

       

       “아르야, 그 정도면 됐으니 잠시 손 씻고 이리 와 볼래?”

       “우응! 아르 반죽 잘 해써?”

       “응. 너무 야무지게 잘 해 줬어. 탕수육 먹었는데 쫄깃하면 그거 다 아르가 반죽 잘 한 덕분일 거야.”

       “헤헤, 기대 대!”

       

       나는 잠깐 염장을 해 놓았던 고기 쪽으로 아르를 데려왔다. 

       

       “원래는 좀 더 염장을 해야 되는데, 시간이 없으니 마법을 조금만 써 볼까?”

       “쀼? 마법?”

       “응. 시간 가속 마법(Time Accelerate)을 한번 써 보자.”

       

       쉬운 마법은 아니지만, 고정되어 있는 물체를 대상으로 몇십 분 정도 빨리 감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

       

       “우음…. 한번 해 보께!”

       

       아르가 손을 뻗자 그릇 주변을 마나가 감쌌다.

        

       “쀼우…. 쀼! 이 정도면 대써?”

       “어디 보자. 오! 훌륭한데?”

       

       빛이 난 지 일 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고기의 색깔과 촉감으로 미루어 볼 때 상당히 가속이 잘 된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염장이 아니라 반쯤 숙성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

       

       ‘준비 없이 요리하는 것치곤 엄청 맛있게 나오겠는데…?’

       

       나는 내친 김에 반죽에도 아주 살짝 시간 가속을 걸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는 효과가 확실히 눈에 보이네.’

       

       시간이 가속되자 전분은 아래로 빠르게 가라앉고, 아까 조금 많이 부었던 물이 그대로 위로 올라와 분리되었다. 

       

       “아주 좋아. 그대로 위에 있는 물을 따라 버리고, 남은 전분을 고기에 묻혀서 튀길 거야.”

       “쀼우! 조아!”

       

       나는 염장이 잘 된 고기를 탕수육 크기에 맞게 썰었고, 기름이 끓는 동안 재빨리 아르와 함께 반죽을 묻혔다. 

       

       그리고, 대망의 튀기기.

       

       반죽을 잘 묻힌 탕수육을 맑은 기름에 넣자, 기분 좋게 튀겨지는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졌다. 

       

       “쀼우! 마싰겠다….”

       

       아르는 벌써 기대가 되는 듯 손을 연신 쥐었다 폈다 했다. 

       

       그렇게 차례로 탕수육을 튀기는 도중.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네에! 잠시만요! 아르야, 이거 좀 튀기고 있을래? 나 문 좀 열어주고 올게.”

       “우응!”

       

       마침 주문했던 음식이 도착했고.

       다행히 거실에서 주방 안이 들여다 보이는 구조는 아니었기에, 나는 아르에게 맡겨 놓고 문을 열어 주러 나갔다. 

       

       “테이블에 세팅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시켰던 진수성찬들이 테이블에 금세 들어찼다. 

       

       그중 ‘해산물매콤탱탱면’이 확실한 요리도 테이블에 놓였다. 

       

       ‘캬. 짬뽕 왔다! 맛있겠는데?’

       

       나는 입술을 한 번 핥은 후, 직원이 나가고 문을 다시 잠근 뒤 주방으로 갔다. 

       

       “그렇지, 그렇지. 잘 튀기고 있었네.”

       “히히. 잘 해찌?”

       “잘했어, 아르.”

       

       나는 커진 아르의 두툼한 엉덩이를 토닥여 주고, 남은 탕수육을 마저 튀겼다. 

       

       “마지막으로 완성해 둔 소스랑 함께 가볍게 볶아 주면!”

       

       탕수육이 부먹과 찍먹으로 나뉜다지만, 그건 사실 배달 시켜 먹을 때 이야기다.

       

       원래는 이렇게 소스와 함께 볶아서 나오는 게 정석.

       

       완성된 탕수육은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쀼우우우! 완젼 마시써 보여!”

       “자, 가져가서 가운데다 세팅 하자. 아르야, 저기 그릇 좀 이렇게 해서 자리 좀 만들어 줄래?”

       

       아르는 얼른 달려가 테이블 가운데 자리를 만들었고.

       

       나는 아주 커다란 접시에, 넉넉하게 만든 탕수육 대 자, 아니 초초초대 자를 그 자리에 놓았다. 

       

       “오오, 레온 씨. 이건 못 보던 음식인데 뭐예요?”

       

       마침 목욕을 마치고 나온 실비아도 탕수육 냄새를 맡고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온니, 이게 탕슉이라는 곤데, 나랑 레온이랑 가치 만들어써! 오때? 마싰게찌?”

       “우와, 아르가 같이 만들었어? 대단한데?”

       “히히, 그치?”

       

       아르는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에 취했는지, 평소라면 바로 달려들어 먹었을 다른 좋아하는 음식들을 다 제치고 탕수육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탕수육 하나를 집어 입에 넣은 아르는, 곧 커다래진 눈으로 외쳤다. 

       

       “쀼우우우! 탕슉 지짜 마시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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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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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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