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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내가 마지막으로 무림맹이란 곳에 들렸을 때는 수십 년 전의 일이었다.

       

       그 목적은 무림맹이라는 곳을 불태우기 위해서였지.

       

       당시의 나는 정파 전체를 박살내고자 마음먹고 있었으니 그 연합체는 무림맹도 당연히 내 복수의 대상에 속해 있었다.

       

       이전에 여러 문파를 들려 관광을 즐겼던 덕분인지 무림맹은 나를 성대히 환영해 주었다.

       

       내가 무림맹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 곳에 있는 모든 무인들이 뛰쳐나와서 나와 놀이를 즐겨줄 정도로.

       

       덕분에 당시의 난 무림맹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내게 사생팬처럼 달려드는 무인들을 다 처리하고 나니 무림맹 전체가 불타고 있었으니까.

       

       “민가야. 민가야. 무림맹이라는 곳은 이렇게 커다란 도시였느냐?!”

       

       무림맹의 모습을 느긋이 살필 기회가 없었던 나는 여우로 변해 내 어깨에 매달린 바루와 똑같이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이 곳은 실로 활기찬 도시였다.

       

       본래부터 무림에 살던 이들의 얼굴에도 이 곳을 돌아다니는 유저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가득했다.

       

       몇 년 전 내가 불태웠던 도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것도 화룡무인의 세상에 유저가 들어오며 생긴 변화인 걸까.

       

       일이 끝나면 한 번 느긋허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볼거리가 여럿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화령님! 화산의 일 때문에 바빠도 내일은 꼭 방송 켜주시는 거에요?!”

       “노력은 해보마.”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자칭 내 방송의 애청자라는 아해에게 사인을 해주니 이런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면 내 방송을 키지 않은지도 며칠 되었군.

       

       지난 번 화산의 시험을 칠 때 키고 나서 켠 적이 없으니 말이야.

       

       내일은 방송을 켜서 오랜만에 아피스나 해봐야겠구나.

       

       시청자들의 조언을 들으며 다시 전투 마법사의 꿈에 도전해볼까.

       

       그 후 무림맹 건물 앞에 선 나는 한참은 올려다봐야 하는 거대한 건물을 보곤 감탄했다.

       

       내가 허물어버린 것을 다시 짓는 김에 규모를 키운 것인가.

       

       청렴이라는 단어를 무림에서 지워버린 것만 같군.

       

       그리 생각을 하면서 무림맹의 부지로 들어가려던 때에 입구를 지키던 무인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허가를 받았나?”

       “무슨 허가?”

       “무림맹 부지에 들어가도 된다는 허가. 모르나? 무림맹 건물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네.”

       

       그런 것도 있었나.

       

       이전에 무림맹에 방문했을 때는 다 때려 부수며 돌아다니다보니 미처 알지 못했군.

       

       “허가가 없다면 다른 걸 제시해 보게.”

       “무얼 보이면 되지?”

       “정파에서 일정 이상 지위를 지니고 있다는 증표. 그를 보인다면 들여보내주지.”

       “본인은 정파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이다만.”

       “그럼 안타깝지만 들어갈 수 없겠군.”

       

       한민준의 말이 옳았군. 무작정 들어갈 수는 없을 거라 하더니 이렇게 될 걸 예상한 것인가.

       

       분명 그 놈이 말을 하길 이런 때에는.

       

       “그럼 안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전해줄 수 있나? 만나야 할 사람이 있네만.”

       “누구지?”

       “백일이라는 사람일세. 민가가 왔다고 하면 알아들을 터이다만.”

       

       백일의 이름을 꺼내자 무인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어찌하야 본인을 비웃는 것이지?

       

       “거짓말을 하고 싶다면 좀 더 그럴 듯 하게 해야지.”

       “흠?”

       “백일 옹께서는 무림맹의 중역이시다. 그런 분께서 자네처럼 정파도 아닌 외부인 나부랭이를 만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높은 사람의 이름을 대면 내가 당황할 줄 알았나 보지만 아냐. 내가 무림맹의 입구를 지킨 게 하루 이틀인 줄 아나?”

       

       무인은 명백하게 나를 무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이른 경지를 보고 이리 대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 어려 보이는 겉모습을 보고 무작정 단정을 지은 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더라도 안으로 들어가 백일에게 말을 전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래서야 곤란하다.

       

       한민준은 무슨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백일을 부르면 어지간하면 해결될 것이라 했다만 애초에 백일을 부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다니.

       

       본인이 정파에 속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인가.

       

       경비를 자처하는 이 아해 때문에 귀찮게 되었구나.

       

       눈이 옹이구멍인 녀석들은 이래서 안 된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겉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을 해 버리지.

       

       어쩔 수 없구나. 이럴 때는 제 주제를 알게 해 주어야 하지.

       

       살의를 쏘아냈다.

       

       그러자 무림맹의 문을 지키던 아해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못한 모양이구나.

       

       평소에 투쟁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게야.

       

       이해는 된다. 자네는 어려 보이는 무인이니 말이야.

       

       본인이 무림을 휩쓸고 지나간 후에 자라난 무인이 어찌 죽고 죽이는 싸움에 익숙하겠는가.

       

       “다시 말하마. 백일에게 민가가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라.”

       “…”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

       

       공포에 질린 무인이 눈동자를 가만 두지 못하다 주먹을 내질렀다.

       

       겁에 질린 나머지 정상적인 사고를 잃어버린 게로구나.

       

       한심하군.

       

       평소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하던 것보다 강하게 짓누르긴 했으나 이 정도는 버텨야지.

       

       그대는 현대인이 아니라 무림에 사는 자이지 않은가.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해서야 어찌 무인이라 칭하고 다닐 수 있겠나.

       

       공포에 지배당한 나머지 마구잡이로 내지른 주먹도 감점 요소다.

       

       아무리 감정에 짓눌렸어도 무의 동작이 흐트려져서는 안 되지.

       

       의식하지 않고 본능에 따라 움직여도 무를 펼칠 수 있어야 무인이지 않은가.

       

       어찌 이런 녀석이 무림맹의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거지?

       

       한 장소의 경비는 곧 그 곳의 얼굴이지 않은가.

       

       무림맹도 수준이 많이 낮아졌군.

       

       본인이 정파의 최고수들을 다 죽여 버린 여파를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했나.

       

       무인이 내지른 주먹을 가뿐하게 받아낸 후 살기를 거뒀다.

       

       “이 정도면 본인이 단순한 무인 나부랭이가 아님을 알겠지?”

       

       그러니 얌전히 백일을 부르러 가라고 말할 생각이었으나 난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뒤편에서 습격이 날아들었기 때문에.

       

       고개를 움직이자 방금 전 내 머리가 있던 자리에 창이 내질러졌다.

       

       “민가라. 들어본 적이 있다. 타락한 화산문주를 쓰러트린 무인이라 했지.”

       “단형! 지금 무얼 하는 겁니까?!”

       “그리고 천마신공을 다루는 사악이라는 것도 들었다.”

       

       창수의 말에 무림맹을 지키던 무인이 입을 다물었다.

       

       천마신공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다른 무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의 무인들이 하나 둘 가림 없는 살의를 드러냈다. 이거 일이 곤란해졌군.

       

       “방금 전 살기를 다루는 실력을 보아 사칭인 것 같진 않더군.”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이지?”

       “천마신공은 사악이다. 당연 그를 다루는 자 또한 그렇지. 사악은 퇴치되어야 한다.”

       “본인은 외부인이다만.”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결국 천마신공을 익혔단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터인데.”

       

       역시 백일 그 노친네가 정신이 나간 게 맞았군.

       

       정파의 무인들에게 천마신공에 대한 적대감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본인을 정파로 끌어들이려 하다니.

       

       그 반발을 어찌 감당할 셈이었지?

       

       그 놈이 그리 말을 하기에 외부인이라면 천마신공을 사용해도 괜찮은 줄 알았거늘.

       

       정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이야기였나.

       

       그래. 생각해보면 이게 정상이지.

       

       내가 저지른 일이 어디 가벼운 일도 아닌데 천마신공에 대한 적대감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바루야.”

       “또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바루가 생각하는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이름을 부르자마자 소란을 피운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짐작이 가는 부분이 많기는 하다만 이번에는 억울한 누명이었다.

       

       이번에 한해서 본인은 일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무작정 공격을 당한 것 뿐이다.

       

       “맘대로 하거라. 가만있을 테니.”

       “…그래.”

       

       나중에 이 오해를 풀기 위해 진득한 대화를 나누어 봐야겠구나.

       

       바루에게 대답을 하며 창대를 잡았다.

       

       창수가 당황하여 창을 빼내려했으나 그것이 내가 의도한 것이었다.

       

       창수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나는 창수 채로 창대를 휘둘러 던져 버렸다.

       

       창수가 날아가기 무섭게 두 명의 무인이 내게 달려들었다.

       

       한 쪽은 검이었고 다른 하나는 장법이었으나 어느 쪽이더라도 본인을 죽이기 위한 살초를 준비한단 점에선 동일했다.

       

       저들의 공격을 받아 줄 이유가 없었기에 그들이 무공을 뻗기도 전에 턱을 날려 기절 시켰다.

       

       그 후 저 멀리서 나를 노리고 날아든 화살을 잡아챘다.

       

       화살촉의 끝에 보랏빛의 액체가 발려 있었다.

       

       독이군.

       

       진심으로 본인을 사냥하려 드는 것인가.

       

       곤란한 아해들이로다.

       

       이 적대감은 본인의 업보이면서도 본인의 업보가 아니지 않은가.

       

       이 게임 속 내가 받아야 할 적의를 어찌하야 본인이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군.

       

       “진정을 좀 했으면 좋겠군. 본인은 딱히 그대들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

       “네 년에겐 의도가 없어도 우리한테는 있다!”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주제에 감히 무림맹의 땅에 발을 들여?!”

       

       멈출 생각은 없는가.

       

       나를 덮치는 무리를 상대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무림맹에 있는 모든 무인들이 본인을 적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서 대략 십분지 일 정도만이 본인에게 살의를 드러냈다.

       

       물론 다른 무인들이라 하여 본인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도 무시할 따름이다.

       

       본인이 다루는 것이 천마신공이니 이런 적의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으음. 처음에는 곤란하다 생각을 했다만 곰곰이 이건 좋은 명분이구나.

       

       안 그래도 백일에게 정파의 아래로 들어갈 생각이 없다 말할 셈이었는데 나를 향한 이 적의를 이유로 들이밀면 백일 그 노친네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겠지.

       

       그를 깨닫고 나니 지금 나를 향하는 이 공격들이 반가웠다.

       

       흐음. 핑곗거리를 더 만들기 위해 몇 개 정도 공격을 허용해 줄까.

       

       피를 좀 흘려 놓으면 백일의 입장이 더욱 더 곤란해 질 것 같은데.

       

       “무엇들 하는 것이냐!”

       

       안타깝게도 이런 내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마음을 먹은 순간에 무림맹에서 백일이 튀어나온 것이다.

       

       고강한 내기가 담긴 백일의 다그침에 나를 향해 달려들던 무인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어찌 하야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을 공격하느냐!”

       “허나 백일 옹. 이 자는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입니다.”

       “외부인이 다른 무공을 사용하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더냐!”

       “천마신공은 평범한 사파의 무공과 다릅니다.”

       “그래서 이 자가 무슨 패악질을 벌였느냐?! 민가가 한 일이라고는 화산문주 때문에 땅에 떨어질 뻔한 정파의 명예를 지켜준 것 밖에 없다! 내 말이 틀렸으면 말을 해보아라!”

       

       백일이 다그치자 나를 공격하던 이들이 무기를 거두었다.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나를 향한 적대가 남아있었지만 그 적대감이 백일이 하는 말을 거스를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이런. 공격을 해주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그러면 백일의 입장이 더 곤란해 질 테니까.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천마신공의 내기를 슬쩍 보여서 도발을 해볼까?

       

       “미안하오. 민가. 정파의 무인들이 천마신공에 지닌 원한이 가볍지 않은 지라 일을 벌인 것 같소. 내 대신 고개를 숙일 터이니 용서해 주시오.”

       “백일 옹!”

       

       백일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니 주변의 무인들에게서 당혹스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들이 벌인 일 때문에 무림맹의 중역 중 하나가 고개를 숙이게 된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이 노친네의 평소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를 노리고 고개를 숙인 것이겠지. 영악한 녀석이니까.

       

       “내 심심한 사과를 전하고 싶네만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겠나?”

       “그대를 어찌 믿고? 본인을 안에 끌고 들어가 공격하려는 생각 아닌가?”

       “본인이 지닌 개방의 장로직을 걸고 맹세하지. 그런 일은 없을 걸세.”

       

       이렇게까지 나오면 더 이상 따지고 들기가 어렵군.

       

       상대측에서 최대한의 예의를 보인 것이니 말이다. 더 불만을 표시해봐야 투정이 될 뿐이다.

       

       “알겠다. 안내를 해주겠나.”

       “그러지. 따라오게나.”

       

       차후에 있을 이야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걸로 만족을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인의 업보이면서도 업보가 아닌 이 모순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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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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