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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조금 당연한 소리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촬영을 하기 전에는 항상 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화면 구도를 어떻게 할 건지, 주변 가구나 배경 등의 세심한 부분까지 전부 이 과정에서 결정이 된다.

        

       그리고 배우들 역시 보통 이 회의에 참여한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통보받는 것보단 직접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쪽이 시간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훨씬 더 좋은 편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주·조연 인물들의 얘기였고, 엑스트라 역은 거의 대부분 통보를 받게 된다.

        

       애초에 카메라가 그들에게 초점을 잡지 않으니 그리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컸다.

        

       그런 의미에서 고동빈 감독이 표현하기를 플라이 하이의 플래시 몹 씬은 말 그대로 날것의 촬영이었다.

        

       중앙 광장에서 공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을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지켜보는 관객들.

        

       그들은 사전에 캐스팅된 배우들도 아니고, 얘기가 된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냥 생전 모르는 사람이 우연히 그 현장에 있었고 그들의 반응을 카메라 안에 담았을 뿐.

        

       물론 그로 인해 현장의 생동감이 살아났고, 결국 플라이 하이의 대미를 장식한 유명한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어쨌거나.

        

       이번 영화에 참여하는 한빛예고의 학생들 역시 원래라면 통보라는 것을 받아야 했다.

        

       어차피 무슨 대사를 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중요한 역할도 아니다.

        

       심지어 인원도 무려 30명 가까이 되니 대충 간략하게 촬영 구도와 촬영할 씬이 어떤 내용인지에 관한 설명만 해주면 되겠지.

        

       적어도 현장을 지휘하는 고동빈은 그렇게 생각했다.

        

       한빛예고의 강당에서 설소영과 박하준, 그리고 이번 촬영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질서 있게 오와 열을 맞춘 상태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정면에 서은우와 고동빈이 서 있었고, 뒤쪽으로는 스튜디오엔믹스의 스태프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촬영을 위해 강당에 모인 그들은 모두 서은우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단 처음으로 촬영할 씬은 #5인데 여기서 필요한 인원이 12명이거든요? 장소는 대본에 적혀있는 것처럼 교실입니다. 우선 12명부터 뽑죠. 일단 소영이랑 가람 선배가 반 학우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위해 여학생 네 분이 필요한데, 연극·영화부에 남자밖에 없거든요. 그러니 연극부 쪽에서 나와주시면 되겠습니다. 듣기로는 강예린 선배가 미리 정해줬다고 들었는데……”

        

        

       서은우의 말에 정확하게 4명의 학생이 번쩍 손을 들었다.

        

        

       “자세한 건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에 제 옆에 계신 고 감독님께서 다시 설명해주시겠지만, 미리 설명해 드릴게요. #5는 학교 쉬는 시간에 평범한 교실의 모습을 담아야 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중간쯤에는 제 독백으로 사운드가 채워지겠지만, 그전까지는 여주인공과 친구들의 대화 소리가 같은 게 필요하거든요.”

        

        

       서은우가 연극부의 여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냥 반사적인 리액션 정도였다.

        

       먼저 송가람이 맡을 배역, ‘유민주’가 대화 주제를 꺼낼 것이다.

        

       학생들의 흔한 대화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옆 반의 누구랑 누구가 사귄다는 소문에 관한 것.

        

       그때 ‘와~ 대박!’이라던가, ‘정말?’ 정도의 밝은 감탄사만 내뱉어주면 끝이다.

        

        

       “쉽죠? 그리고 그 외에도 교실 앞쪽에서 칠판을 닦거나, 엎드려서 자고 있는 학생, 그리고……”

        

        

       서은우의 빠른 진행에 순식간에 학생들의 역할이 모두 정해졌고, 이제는 곧바로 촬영으로 넘어갈 시간이었다.

        

        

       “…….”

        

        

       하지만 서은우는 그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학생들의 반응을 천천히 살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학생들의 표정이 대부분 조금 굳어 있었다.

        

       아마 곧 있을 촬영을 앞두고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저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카메라 경험이 적다.

        

       아무리 자신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고, 어렵지 않더라도 어쨌든 카메라에 모습이 담기는 건 마찬가지.

        

       또한, 혹여나 자신이 실수라도 하는 순간 촬영에 지장이 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사실 서은우도 이 사실을 공감하고 있었다.

        

       그 역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처음이고, 모두가 보고 있는 촬영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다.

        

       더군다나 남주인공이었기에 더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며칠 전에 있었던 첫 촬영 때 처음부터 NG를 냈다.

        

       하지만 말이다.

        

        

       ─처음인데 실수해도 돼요. 대신 제가 성공할 때까지 계속 지켜봐 드릴게요.

        

        

       서은우는 학생들 사이에 앉아 있는 설소영을 힐끔 쳐다봤다.

        

       이것은 며칠 전의 첫 촬영 때 설소영이 그에게 말해준 응원의 말.

        

       그 말을 들으니 서은우는 문득 2년 전의 NG 사태 때의 기억을 떠올랐다.

        

       그때 설소영은 통화가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서은우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이번 클라이맥스 씬을 성공할 때까지 계속 자신의 연기를 지켜봐 달라고…….

        

       그리고 설소영은 그에게 보란 듯이 곧바로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때문에 2년 전의 서은우는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서 지켜봐 달라는 뜻으로 오해를 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랑은 역할이 뒤바뀐 시점에서 그 말을 떠올려보니, 왜 설소영이 자신에게 그런 부탁을 해왔는지 서은우는 그제야 이해했다.

        

       서은우는 반드시 설소영이 클라이맥스 씬을 훌륭하게 소화해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설소영 역시 통화를 통해 그의 진심을 느꼈고, 그렇기에 자신을 한없이 믿어주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그 반대다.

        

        

       ─그럼 한 번만 지켜보면 되겠네.

        

        

       서은우는 자신 있게 설소영의 말에 대답했고, 곧바로 이어지는 촬영에서 그녀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리고 그때 자신감을 얻었는지 서은우는 지금까지 매우 순조롭게 촬영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서은우는 지금 눈앞의 학생들에게도 그러한 자신감을 안겨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원래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실수 같은 것을 하거나 민폐를 끼친다면, 여러 의미에서 트라우마로 남겠지.

        

       그러니……

        

       서은우는 싱긋 웃으며 학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세요. 안 되는 게 있으면 계속해보고. 지금 잘하라고 여러분들을 촬영에 투입시킨 게 아니에요. 그럴 거였으면 가람 선배처럼 조연을 맡겼겠죠.”

        

        

       어쨌든 조연을 맡게 된 송가람은 잘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

        

       당사자는 영 불만인 듯 서은우를 째려보지만, 그걸 이해한 학생들이 피식 웃는다.

        

       그렇게 조금 환기된 분위기 속에서 서은우는 이어서 말했다.

        

        

       “어쨌든 나중에 여러분이 설소영이나 박하준 같은 배우가 되었을 때 비로소 완벽을 요구하는 거지 지금은 완벽하지 않은 게 당연한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건……”

        

        

       그저 촬영을 즐기라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지금 이 순간 서은우가 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러니 실수해도 괜찮아요. 대사를 절어도 되고, 동선을 틀려도 상관없어요. 단, 그걸 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저와 스튜디오엔믹스는 그걸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서은우의 말은 그것으로 모두 끝났다.

        

       그리고 서은우의 옆에서 줄곧 그 말을 듣고 있던 고동빈은 쓴 미소를 지었다.

        

       지금 눈앞의 학생들에게 있어서 서은우는 단순히 같은 학교의 후배일 수도 있고, 같은 학년의 친구일지도 모른다.

        

       다만.

        

       방금 그 말이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한, 927 작가가 건네는 따스한 조언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게 눈앞의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는 참으로 뻔한 얘기였고.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촬영이 더 빠르게 끝날지도 모르겠군. 다들 분위기도 한층 올라온 것 같고.’

        

        

       때문에 고동빈은 조금 감탄스러운 눈빛으로 서은우를 다시 쳐다봤다.

        

       오늘을 포함해 며칠 동안 고동빈은 곁에서 927 작가의 모습을 계속 지켜봐 왔다.

        

       한 마디로 그는 현장에서 따뜻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다.

        

       바꿔 말하면 좋은 리더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진작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시지.’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깨달아 갈수록 고동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만들 때, 항상 나영진 PD로부터 거쳐서 들었기에 영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근데 지금처럼 바로 옆에서 좋으면 좋다, 아니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서로 편한가?

        

       덕분에 작업 속도까지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 몸소 느껴지니 고동빈은 이런 의문까지 들기 시작했다.

        

       앞선 927 작가의 세 작품을 제작할 때 지금처럼 그가 직접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지휘를 했다면…….

        

       어쩌면 지금도 모두의 극찬을 받는 세 작품들을 더 좋은 퀄리티로 뽑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고동빈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한다.

        

       아마 이번 영화의 결과로 그것을 알 수 있겠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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