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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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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 최강자가 위협에 처했다는 말은 쉽게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이곳은 한없이 가볍기만 한 개그 세계가 아니라 현실보다 잔혹한 다크 판타지 세계였다. 완전히 불가능이라 단정 짓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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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뭣보다… 원작에서 공작님은 결국 사망하니까.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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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긴 한데 -… 어려운 일은 맞다. 공작이 사망한 건 어디까지나 마왕이 지금보다 몇 배는 강해진 이후에나 가능했기 때문이다.
    ​
    ​
    ‘원작이 너무 많이 틀어져서 어떤 변수가 발생했을지 모르니까. 우선 진지하게 생각하자.’
    ​
    ​
    리안은 그리 결심한 후 공작을 수색하기 위한 파티에 자신도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집사는 은인을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없다고 했지만 제 힐 능력을 보여주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주었다. 리안 정도의 힐을 사용할 수 있는 신관은 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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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어… 잘렸던 손가락이 돌아왔어.”
    “신기하죠? 제가 듣기론 이런 기적이 괜히 생긴 게 아니래요.”
    ​
    ​
    리안교가 조용히 움직이며 공작가에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다가 워낙 리안교 신도들이 워낙 은밀하게 움직인 탓에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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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이틀의 시간이 흘러 모든 준비가 끝났다. 리안과 함께했던 일행 중 리안, 제스, 아이리스, 네로, 노아가 함께하게 되었다.
    ​
    ​
    제스는 추적의 대가라 불리는 수인이었기에 함께하게 되었고, 네로는 출중한 검 실력 덕분에 한 자리 차지하게 되었다. 아이리스는.. 집사가 여정에 포함되는 걸 극구 반대했지만 제 오빠에게서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되었다. 실력 또한 기사들 정도는 가뿐히 이길 정도라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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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왜 저기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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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놀라웠던 건 노아가 다른 부대에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이었다. 성 내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대로 ‘레인저 부대’라고 한다. 숲속에서 그들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없다고 알려있는 부대로 대체로 성 밖, 숲에서 주둔지를 두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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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단련한다고 바쁘다더니 저 부대에서 단련하고 있었구나. 왠지 찾을 때마다 안보이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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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랜 시간 레인저 부대에서 수련했는지 차림새나 행동이 꽤 익숙해 보였다. 그러다 노아와 눈이 딱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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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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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아가 휙 하고 시선을 피했다. 리안은 머쓱함에 뒷목을 문지르며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 탓에 노아의 귓바퀴가 벌겋게 달아오른 걸 발견하지 못했다.
    ​
    ​
    “뭐야? 뭔데?”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닌 게 아닌데? 왜? 저 아가씨한테 관심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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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의 단련을 도와주는 레인저가 눈을 둥글게 휘며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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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한. 장난칠 때 아니다.”
    “옙! 시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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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장의 단호한 목소리에 장난을 치던 레인저, 쇼한이 곧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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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들었던 대로 우리 부대가 가장 먼저 출발하여 숲속을 탐사한다. 뭔가를 발견하면 바로 통신구를 사용하거나 위급한 상황일 경우 신호탄을 사용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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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은 언제나 바람처럼 움직여야 하므로 대답은 간단한 제스처로 끝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인저 부대는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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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저 부대가 사라지고 30분 정도 지났을 때, 기사단이 준비를 맞추고 모두 말에 탑승했다. 빠른 이동을 위해 병사들도 말에 탄 상태였다. 마법사들은 체력을 아끼기 위해 사두마차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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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차는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마차는 총 두 대로 한 대에는 마법사가 다른 한대에는 리안과 아이리스, 네로와 제스가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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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오랜 시간 훈련을 거쳐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지만, 리안 일행은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마차에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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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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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마의 발굽이 땅을 딛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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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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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은 위급한 상황이 되었을 때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서 화풀이 사냥을 하고 있을 것이다 -.. 라는 집사의 예상은 맞았다. 다만 ‘가까운’의 기준이 공작의 기준이라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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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탓에 그들은 무려 삼일동안 죽어라 이동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사단장은 숲에서 이어지는 강 주변에 말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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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휴식하도록 하지.”
    “이곳에서 휴식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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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단장의 말을 부단장이 큰소리로 뒤쪽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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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마라고 해도 삼일동안 쉬지 않고 달리면 지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병사들은 곧바로 마차에서 나무 물통을 가져와 물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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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처에 수자원이 없을 땐 마법사의 도움으로 해결했지만, 지금처럼 맑은 물이 있으면 굳이 마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병사 일부는 식사를 일부는 말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 목을 축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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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들이 잡일을 하는 동안 기사단원들은 레인저가 남긴 표식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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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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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강가 옆에서 휴식할 걸 알았는지 근처 나무에 그들만의 표식이 남아있었다. 흔적으로 봐선 하루 전에 도착하여 수색을 시작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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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 조사가 끝날 때도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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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저 부대의 역할은 숲 초입 부근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력 있는 단장과 부단장 정도만이 그럴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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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그만큼 위험한 놈들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면전을 하거나 큰 소란을 일으켰을 때나 그렇다. 은밀하게 정보 조사를 하는 정도라면 크게 어려운 것 없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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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이미 숲에서 나와 정보 전달을 위해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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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숲속에 있다는 건 역시…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거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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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단장이 무거운 시선으로 전보다 더 어둡게 느껴지는 새하얀 숲을 바라보았다. 눈이 새끼손가락 길이만큼 쌓인 숲은 설산과 비교하면 동산만큼이나 안전해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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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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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기사단장은 숲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 순간 나무 그림자가 작게 일렁거렸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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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중간중간 사냥하며 얻은 고기를 듬뿍 넣은 수프가 점심 메뉴였다. 다들 주린 배를 든든히 채운 후 곧바로 숲 안으로 이동했다. 언제까지고 레인저를 기다릴 순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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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레인저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기에 마법사들이 온갖 마법을 주변에 퍼뜨린 채 이동했다. 마력 낭비일 수도 있지만, 위험해지는 것보단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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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 후우 -… 파트너, 여기에 집을 짓는 건 어떤가? 터가 정말 좋은 것 같다. ]
    ‘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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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괴이한 것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리안과 마검은 태평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쓴 탓에 평소보다 덜 화려한 마검이 작게 부르르 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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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래, 전에 파트너가 살던 동네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게 아주 마음에 든다. ]
    ‘전에 살던 곳이라면… 설마 마왕의 땅에 있는 카르디샨?’
    [ 마기가 철철 넘치는 게 참 좋았는데… 다시 이사 갈 생각은 없나? ]
    ‘없어!’
    ​
    ​
    리안은 마검과 대화를 나누며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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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 땅에 왜 마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땅이 다 있어? 이럴 수가 있나?’
    [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저 손이 많이 갈 뿐이지. ]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 건데?’
    [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 이 땅의 주인을 더럽히면 된다. ]
    ‘땅의 주인?’
    ​
    ​
    리안이 좀 더 자세히 물어보려는 순간.
    ​
    ​
    “뭐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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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서울 정도로 침묵이 내려앉은 숲속에 회색빛의 안개가 사방에서 밀려오기 시작했다. 기사단장이 투구 앞쪽을 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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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 안개일 수 있다! 다들 대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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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단장처럼 마법이 새겨진 투구를 가진 기사들은 투구를 고쳐 썼고, 병사들은 웬만한 독성분은 막아주는 특수한 천으로 입가를 막았다. 마법사들은 동시에 마법을 발동해 마차 주변을 보호했다.
    ​
    ​
    스스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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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나미처럼 밀려온 안개가 그들의 시야까지 전부 훔쳐버렸다. 기사단장은 굳은 얼굴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
    ​
    리안은 이런 시점에서 듣지 못한 말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걸 잘 알기에 주변에서 난리가 나든 말든 마검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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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의 주인이 뭔데? 그게 오염당하면 땅이 마기에 잠식당하는 거야? 마기에 잠식된 땅은 어떻게 되는 거고?’
    [ 천천히 물어봐라. 땅의 주인은 말 그대로 이 주변 땅을 다스리는 존재를 말하는 거다. 대부분 정령이 다스리지만, 영물이 다스리기도 하지. 땅의 주인이 마기에 오염되면 그 땅도 같이 오염된다. 말이 오염이지 결국은 속성이 바뀐다고 보면 돼. 마기에 익숙한 놈들이 살기 쉬운 땅이 되는 거지. 다만 문제가 조금 생기기도 하는데… ]
    ‘무슨 문제?’
    [ 보통 오염당한 땅의 주인은 미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지를 상실한 채 땅에 들어온 모든 이들을 죽여버리거나 먹어 치우곤 하지. ]
    ​
    ​
    슈아아악.
    ​
    ​
    마검의 목소리와 함께 안개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여 흑마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
    ​
    [ 이곳의 주인은 정신을 파괴하여 소화하는 쪽을 선호하나 보군. 취향이 뇌 쪽인가? 흥, 뜨거운 혈액이 진미라는 걸 모르는 자로군. ]
    ​
    ​
    인외적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마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
    “…오염된 땅의 주인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해?”
    [ 음? 그런 방법은 없다만? ]
    ​
    ​
    이히히히힝!!
    ​
    ​
    마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흑마들이 거친 울음을 내뱉으며 날뛰기 시작했다. 동시에 리안의 개그 필터가 발동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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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후원해주신 쥬인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리안:(오들오들)(개그 필터 광역기를 발동하며)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제국 최강자가 위협에 처했다는 말은 쉽게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이곳은 한없이 가볍기만 한 개그 세계가 아니라 현실보다 잔혹한 다크 판타지 세계였다. 완전히 불가능이라 단정 짓긴 힘들었다.

‘뭣보다… 원작에서 공작님은 결국 사망하니까.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야.’

아니긴 한데 -… 어려운 일은 맞다. 공작이 사망한 건 어디까지나 마왕이 지금보다 몇 배는 강해진 이후에나 가능했기 때문이다.

‘원작이 너무 많이 틀어져서 어떤 변수가 발생했을지 모르니까. 우선 진지하게 생각하자.’

리안은 그리 결심한 후 공작을 수색하기 위한 파티에 자신도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집사는 은인을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없다고 했지만 제 힐 능력을 보여주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주었다. 리안 정도의 힐을 사용할 수 있는 신관은 귀했기 때문이다.

“허어… 잘렸던 손가락이 돌아왔어.”

“신기하죠? 제가 듣기론 이런 기적이 괜히 생긴 게 아니래요.”

리안교가 조용히 움직이며 공작가에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다가 워낙 리안교 신도들이 워낙 은밀하게 움직인 탓에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이틀의 시간이 흘러 모든 준비가 끝났다. 리안과 함께했던 일행 중 리안, 제스, 아이리스, 네로, 노아가 함께하게 되었다.

제스는 추적의 대가라 불리는 수인이었기에 함께하게 되었고, 네로는 출중한 검 실력 덕분에 한 자리 차지하게 되었다. 아이리스는.. 집사가 여정에 포함되는 걸 극구 반대했지만 제 오빠에게서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되었다. 실력 또한 기사들 정도는 가뿐히 이길 정도라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노아가 왜 저기에 있는 거지?’

조금 놀라웠던 건 노아가 다른 부대에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이었다. 성 내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대로 ‘레인저 부대’라고 한다. 숲속에서 그들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없다고 알려있는 부대로 대체로 성 밖, 숲에서 주둔지를 두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에 단련한다고 바쁘다더니 저 부대에서 단련하고 있었구나. 왠지 찾을 때마다 안보이더라.’

꽤 오랜 시간 레인저 부대에서 수련했는지 차림새나 행동이 꽤 익숙해 보였다. 그러다 노아와 눈이 딱 마주쳤다.

‘엇…’

노아가 휙 하고 시선을 피했다. 리안은 머쓱함에 뒷목을 문지르며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 탓에 노아의 귓바퀴가 벌겋게 달아오른 걸 발견하지 못했다.

“뭐야? 뭔데?”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닌 게 아닌데? 왜? 저 아가씨한테 관심있어?”

노아의 단련을 도와주는 레인저가 눈을 둥글게 휘며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툭 쳤다.

“쇼한. 장난칠 때 아니다.”

“옙! 시정하겠습니다!”

단장의 단호한 목소리에 장난을 치던 레인저, 쇼한이 곧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아까 들었던 대로 우리 부대가 가장 먼저 출발하여 숲속을 탐사한다. 뭔가를 발견하면 바로 통신구를 사용하거나 위급한 상황일 경우 신호탄을 사용하도록.”

그들은 언제나 바람처럼 움직여야 하므로 대답은 간단한 제스처로 끝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인저 부대는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다.

레인저 부대가 사라지고 30분 정도 지났을 때, 기사단이 준비를 맞추고 모두 말에 탑승했다. 빠른 이동을 위해 병사들도 말에 탄 상태였다. 마법사들은 체력을 아끼기 위해 사두마차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었다.

마차는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마차는 총 두 대로 한 대에는 마법사가 다른 한대에는 리안과 아이리스, 네로와 제스가 탑승했다.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오랜 시간 훈련을 거쳐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지만, 리안 일행은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마차에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이만 출발한다!”

흑마의 발굽이 땅을 딛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

공작은 위급한 상황이 되었을 때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서 화풀이 사냥을 하고 있을 것이다 -.. 라는 집사의 예상은 맞았다. 다만 ‘가까운’의 기준이 공작의 기준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 탓에 그들은 무려 삼일동안 죽어라 이동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사단장은 숲에서 이어지는 강 주변에 말을 끌었다.

“여기서 휴식하도록 하지.”

“이곳에서 휴식하도록 한다!”

기사단장의 말을 부단장이 큰소리로 뒤쪽에 전했다.

명마라고 해도 삼일동안 쉬지 않고 달리면 지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병사들은 곧바로 마차에서 나무 물통을 가져와 물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근처에 수자원이 없을 땐 마법사의 도움으로 해결했지만, 지금처럼 맑은 물이 있으면 굳이 마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병사 일부는 식사를 일부는 말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 목을 축이게 해주었다.

병사들이 잡일을 하는 동안 기사단원들은 레인저가 남긴 표식을 찾았다.

“우리 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나 보군.”

그들이 강가 옆에서 휴식할 걸 알았는지 근처 나무에 그들만의 표식이 남아있었다. 흔적으로 봐선 하루 전에 도착하여 수색을 시작한 듯했다.

‘슬슬 조사가 끝날 때도 되었을 텐데?’

레인저 부대의 역할은 숲 초입 부근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력 있는 단장과 부단장 정도만이 그럴 터였다.

이곳에 그만큼 위험한 놈들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면전을 하거나 큰 소란을 일으켰을 때나 그렇다. 은밀하게 정보 조사를 하는 정도라면 크게 어려운 것 없는 장소였다.

그들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이미 숲에서 나와 정보 전달을 위해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아직 숲속에 있다는 건 역시…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거겠군.’

기사단장이 무거운 시선으로 전보다 더 어둡게 느껴지는 새하얀 숲을 바라보았다. 눈이 새끼손가락 길이만큼 쌓인 숲은 설산과 비교하면 동산만큼이나 안전해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기사단장은 숲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 순간 나무 그림자가 작게 일렁거렸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숲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중간중간 사냥하며 얻은 고기를 듬뿍 넣은 수프가 점심 메뉴였다. 다들 주린 배를 든든히 채운 후 곧바로 숲 안으로 이동했다. 언제까지고 레인저를 기다릴 순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레인저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기에 마법사들이 온갖 마법을 주변에 퍼뜨린 채 이동했다. 마력 낭비일 수도 있지만, 위험해지는 것보단 나았다.

[ 흡, 후우 -… 파트너, 여기에 집을 짓는 건 어떤가? 터가 정말 좋은 것 같다. ]

‘뭐? 진짜?’

언제 괴이한 것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리안과 마검은 태평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쓴 탓에 평소보다 덜 화려한 마검이 작게 부르르 떨며 말했다.

[ 그래, 전에 파트너가 살던 동네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게 아주 마음에 든다. ]

‘전에 살던 곳이라면… 설마 마왕의 땅에 있는 카르디샨?’

[ 마기가 철철 넘치는 게 참 좋았는데… 다시 이사 갈 생각은 없나? ]

‘없어!’

리안은 마검과 대화를 나누며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제국의 땅에 왜 마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땅이 다 있어? 이럴 수가 있나?’

[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저 손이 많이 갈 뿐이지. ]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 건데?’

[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 이 땅의 주인을 더럽히면 된다. ]

‘땅의 주인?’

리안이 좀 더 자세히 물어보려는 순간.

“뭐지…?”

“안개?”

무서울 정도로 침묵이 내려앉은 숲속에 회색빛의 안개가 사방에서 밀려오기 시작했다. 기사단장이 투구 앞쪽을 내리며 말했다.

“독 안개일 수 있다! 다들 대비하도록!”

기사단장처럼 마법이 새겨진 투구를 가진 기사들은 투구를 고쳐 썼고, 병사들은 웬만한 독성분은 막아주는 특수한 천으로 입가를 막았다. 마법사들은 동시에 마법을 발동해 마차 주변을 보호했다.

스스슷.

쓰나미처럼 밀려온 안개가 그들의 시야까지 전부 훔쳐버렸다. 기사단장은 굳은 얼굴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리안은 이런 시점에서 듣지 못한 말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걸 잘 알기에 주변에서 난리가 나든 말든 마검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땅의 주인이 뭔데? 그게 오염당하면 땅이 마기에 잠식당하는 거야? 마기에 잠식된 땅은 어떻게 되는 거고?’

[ 천천히 물어봐라. 땅의 주인은 말 그대로 이 주변 땅을 다스리는 존재를 말하는 거다. 대부분 정령이 다스리지만, 영물이 다스리기도 하지. 땅의 주인이 마기에 오염되면 그 땅도 같이 오염된다. 말이 오염이지 결국은 속성이 바뀐다고 보면 돼. 마기에 익숙한 놈들이 살기 쉬운 땅이 되는 거지. 다만 문제가 조금 생기기도 하는데… ]

‘무슨 문제?’

[ 보통 오염당한 땅의 주인은 미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지를 상실한 채 땅에 들어온 모든 이들을 죽여버리거나 먹어 치우곤 하지. ]

슈아아악.

마검의 목소리와 함께 안개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여 흑마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 이곳의 주인은 정신을 파괴하여 소화하는 쪽을 선호하나 보군. 취향이 뇌 쪽인가? 흥, 뜨거운 혈액이 진미라는 걸 모르는 자로군. ]

인외적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마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염된 땅의 주인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해?”

[ 음? 그런 방법은 없다만? ]

이히히히힝!!

마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흑마들이 거친 울음을 내뱉으며 날뛰기 시작했다. 동시에 리안의 개그 필터가 발동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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