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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148 – 보호자 참관>

     

    “파파~!”

    “오구오구 우리 애기 티토소가 잘 지내쪄?”

    “응응! 친구도 생겼어요!”

     

    중년남성의 손이 허리춤을 붙잡아 들어올려 빙그르르 한 바퀴 공중을 돌려주자 꺄꺄 웃는 티토소가.

     

    “힝. 좋겠당.”

     

    화목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멀뚱멀뚱 면회석 의자에 앉아 있었다.

    기프트 아카데미는 중요시설과 위험시설, 보안구역이 많다는 이유로 면회장소가 따로 정해져있었기에 면회를 하려면 면회동에 직접 찾아와야만 했다.

    한 달에 한 번 이루어지는 보호자 참관.

    면회로 오랜만에 해후를 나누고, 강의를 참관하여 커리큘럼에 안심하며, 영양 넘치는 학식을 함께 먹고 바이바이한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보호자 참관.

    <랜덤파파 이벤트> 이후로 진행되는 미니이벤트 <보호자참관>의 개요다.

     

    <보호자참관 이벤트>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호자 참관의 날.

    당신을 위해 찾아온 보호자가 있을지도 몰라요.

    가족일까요? 친구일까요?

    아니면 그들의 부탁을 받은 지인일까요?

    열심히 기다리면 아카데미 입학 전에 쌓은 인연에 따라 기다리던 사람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혹시 밖에서도 나쁜아이로 지내셨나요?

    그럼 면회는 꿈도 꾸지 마세요!

    착한아이로 지내셨다구요?

    그럼 축하합니다! 적어도 밥 한 끼는 보호자 동반으로 공짜로 먹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깨닫자마자 가벼운 두통과 함께 이벤트알림이 떠올랐다.

    매스각키 황녀와 밤새 너무 열심히 뛰놀아서 그런지 체력이 조금 딸리는 느낌이다.

     

    ‘도감수집률이 부족해서 그래!’

     

    건강 능력치가 그래프를 찢고 솟구치면 밤늦게까지 뛰어놀았다고 이렇게 지치는 일도 없겠지.

    조나가 오면 다음번에는 밖에서 수집하기 힘든 맛있는 것 좀 많이 사달라고 해야겠다.

     

    ‘쟤들도 진짜 부모가 있긴 하구나.’

     

    NPC라서 부모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고 편지만 날아오는 그런 상상을 해봤는데 이렇게 면회동을 가득 채운 보호자들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덕분에 나도 궁금증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내 파파도 편지로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세상 어딘가에 실체가 있기는 하겠구나.

    그래서 파파는 정체가 뭘까?

    아카데미를 노리는 악의 조직은 많지만 매 회차마다 이름이 바뀌는 조직도 있고, 새로 탄생하는 조직도 있느라 이번 조직은 가늠이 안 간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에 소속된 파파라.

     

    ‘히트맨일까?’

     

    고위청부살인업자라던가!

    악성향 파파는 방학 때가 조금 그런데.

    본가송환 이벤트 때 만나러 가면 집안일을 거들기도 하는데, 파파가 나쁜 사람이면 당연히 하는 일도 나쁜 일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호감이다.

    청부살인업자의 표적은 황도에서 근무하는 고위공직자나 네임드 기사, 악덕귀족일 확률이 높다.

    모두 식도락을 즐길 줄 아는 도감수집률이 높은 강적들을 상대로 해야 하는 직업.

    당연히 청부살인업자도 그에 맞서 스펙을 끌어올리기 위해 효율적인 도감수집과 기능숙련, 그밖의 스펙업을 위한 수단들을 여럿 알고 있을 터.

    어차피 대부분은 알고 있는 거겠지만 비법을 전수받거나 수집에 도움을 받는다면 플레이어로서는 이보다 멋진 파파를 찾기가 힘들겠지.

     

    ‘반대로 의외로 착한 파파가 와버리면 어떡하지?’

     

    지금 저기 보이는 티토소가에게 목마를 태우며 놀고 있는 티토소가네 파파처럼 착한 파파가 와버리면 개인적으로는 실망이 클지도 모르겠다.

    착한 사람은 대체로 약한 편이라서 스펙업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 아니야!

    딴에는 그런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쪽이라도 좋다.

    슬슬 오기만 하면 좋겠다.

     

    “안녕, 오크노디! 파파랑 먼저 놀러갈게!”

    “응. 잘가, 티토소가!”

     

    같이 보호자를 만나러 들어왔던 티토소가는 진즉에 놀러 나간 지 오래.

    착한파파든 나쁜파파든 파파 대신 와도 좋을 집사 조나, 메이드 리프든 아무나 와줬으면 좋겠다.

    활짝 웃으며 창문 앞에 앉아서 흔들어대던 다리도 이제는 얌전히 모아서 의자다리에 올려놓은지 오래고, 문이 열릴 때마다 휙휙 돌아보는 고개에도 피로감이 묻어난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이지만…

    이대로 아무도 안 오는 건 아니겠지?

     

    -아카데미 입학생의 보증인이나 보증기관의 대리인은 한달에 한 번, 지정된 날에만 아카데미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때가 되거든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조나는 약속했어.

    다시 만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안 지킬 리가 없잖아.

    집사는 사회인이라고?

    엄연히 고용계약을 맺은 관계잖아.

    내가 돈을 주는 건 아니고 파파가 붙여준 집사일 뿐이지만.

    그래도 날 돌보는 사람이면 내 말은 들어야 하잖아.

    기다리겠다고 했는걸.

    그니까 꼭 와야 해.

    파파의 편지에 들어있던 목걸이.

    그 너머에 꽁꽁 숨겨두었던 집사호출용 호루라기를 손에 꼭 쥐었다.

     

     

    * *

     

     

    “하아. 불쌍해서 도저히 못 봐주겠네.”

    “쥐방울 녀석, 평소에는 그렇게 강하고 씩씩한 녀석이 저렇게 풀이 죽다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끌어내서 밖에서 같이 놀아야 하는 거 아니냐?”

    “내버려두십시오. 오크노디가 원치 않을 겁니다. 재회의 기쁨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주는 외로움의 고통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지젤의 어른스러운 충고에 이사벨과 손오천이 분통을 터뜨리며 떠난 뒤에도, 지젤은 홀로 면회실이 보이는 근처 테이블의 자리를 지켰다.

    그마저 떠나버리면 혼자가 된 오크노디가 쓸쓸히 걸어 나올 때 그녀를 맞이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오크노디가 재단의 이름을 내세우며 생활하느라 그간 받은 핍박과 고충이 얼마나 많았는데.

    어떻게 재단에서는 오크노디에게 이런 수모를 겪게 할 수 있는가.

    보호자의 방문예정이라는 알림을 주고도 언제 도착할지에 대해서는 언질 하나 남기지 않았다.

    덕분에 오크노디는 하루종일 면회실에 앉아서 그 좋다는 식사까지 걸러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혹시나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이에 파파나 집사가 자기를 찾으러 오면 어쩌냐는 이유에서였다.

     

    “저 아이, 어째서 혼자 있는 거야? 아침에도 분명 봤던 것 같은데.”

     

    주말을 맞이해서 개방된 면회동.

    이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포인트벌이가 있다는 소문에 내부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던 북부대공녀 아이린이 말을 걸어왔다.

    얼음공주, 차도녀, 싸가지.

    남과 소통하는 일이 적은 그녀를 두고 부르는 별명이 얼마나 많은지를 감안하면, 아이린의 실제 성격이 어떤지와는 별개로 그녀가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아직 보호자가 도착하지 않아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아이린양도 보호자를 기다리십니까?”

     

    아이린은 고개를 저었다.

     

    “북부는 비싼 티켓 값을 끊어가면서 면회에 찾아올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아. 필요한 정보라면 편지로 받고 있으니까 괜찮아.”

     

    마족들의 불순한 동향 때문에 나날이 긴장감이 높아지는 북부사정을 고려하면 아이린의 보호자가 찾아오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어른스럽군요.”

    “대공녀니까.”

     

    많은 것이 담긴 한 마디였다.

    아이도 아니고, 누군가의 자식도 아닌 모두의 기대와 북부의 희망을 짊어진 북부대공녀.

    그 책임과 의무 앞에서 개인의 행복과 일신의 영달을 내세울 여유는 어디에도 없다.

    오크노디만큼 불쌍한 사람.

    지젤이 자신에게 동정심을 품는 것을 느낀 아이린은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아. 저는 고아입니다.”

    “…재능이 꽤 있었나보네.”

    “하하. 그래도 굶고 자라지는 않았죠. 사업수완이 꽤 있는 편이거든요. 이건 비밀인데, 밖에서는 아카데미 입학티켓을 파는 티켓암상인 사업을 벌였습니다.”

    “티켓암상인이 아카데미에 입학을?”

    “웃기는 일이죠? 하하. 저도 일이 이렇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오크노디를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생각도 못했을 모험이죠.”

    “당신은 저 아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오크노디의 무엇이 알고 싶나요?”

     

    솔직히 궁금했다.

    학년수석이기도 하고.

    실력과 별개로 해맑은 천성도 보기 좋고.

    겁도 없이 빙결술사의 등을 점하는 터무니없는 배짱도 어이없고.

    돌을 먹고 다니는 기행도 그렇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지켜보는 수준은 아니지만 눈에 보일 때마다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는 계속 의식됐다.

     

    “저 아이가 있을 곳.”

    “있을 곳… 말입니까?”

     

    묘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지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했다.

     

    “혹시 오크노디를 영입하고 싶으십니까?”

    “북부는 언제나 모든 게 부족하니까.”

     

    태양의 따스함도.

    적과 싸울 병장구도.

    몸을 덥힐 술도.

    전선에서 싸울 병사도.

    그들을 인솔할 지휘관도.

    만성적인 인적, 물적자원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린에게 오크노디는 매력적인 인재로 보였다.

     

    “저 아이가 돌아갈 곳은 그리 좋은 곳처럼 보이지도 않고.”

    “오크노디는 부모님과 집사를 좋아하십니다.”

    “그들도 오크노디를 좋아하는지는 모르잖아.”

     

    정말로 오크노디를 아낀다면 고작 11살 아이를 저렇게 외롭고 쓸쓸하게 방치하고 있을까.

    아이린의 지적에는 지젤도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그도 공감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

    그들을 둘러싼 악소문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오크노디가 학대를 당하며 자랐고, 지금도 그들에 의해 협박을 당하고 있으며, 아카데미에서의 짧은 자유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더욱 어두운 미래일 거라고.

    그럴 바에야 아이린을 따라 북부로 떠나는 것이 오크노디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북부대공녀 아이린의 북부에서의 이미지는 중앙제국의 황제를 뛰어넘는다.

    북부왕국의 왕가의 인지도를 뛰어넘는 인기를 지닌 그녀와 함께라면 많은 사람들이 오크노디를 아끼고, 지켜주고, 쓸쓸하지 않게 곁을 지켜주겠지.

    그녀의 친구이자 보호자인 자신들도 함께 북부로 이주하는 미래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훗. 나도 참, 저 아이에게 너무 빠졌어.’

     

    본업을 내팽개치고 아카데미에 입학할지를 않나, 졸업 후에도 함께 북부로 떠나는 미래를 상상하지를 않나, 이제는 저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삶을 상상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뭐, 두고 보면 알겠죠.”

     

    테이블에 고개를 묻은 채 손가락으로 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오크노디.

    그 딱한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두 사람은 그저 기다렸다.

    오크노디의 뻔뻔한 보호자라는 족속들이 언제쯤 나타나려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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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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