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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쾅!

         

       커다란 무력의 충돌.

       용사에게 전혀 꿇리지 않는, 같은 힘과 힘의 부딪침.

       용사의 두 눈이 살짝 커졌으며, 마왕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단검을 움직였다.

         

       …저건 내 단검이었는데, 직접 무기로 쓴다니.

       보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용사가 짧게 묻는다.

         

       “그 힘은?”

       “천칭에, 그 무엇이라도 올려놓을 수 있지.”

         

       마왕은 다시 단검을 움직였고, 더 커다란 힘의 폭발이 이루어진다.

       아주 오랫동안 올려놓았던 그녀의 천칭이 드디어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완전히 용사와 동일한 무력을 지녔다.

         

       예상보다도 강한 힘에 눈을 치켜뜬 용사가 다시 달려들었다.

       폭발을 넘어서 붕괴.

       초월자의 힘이 어떠한 필터도 없이 부딪치니 마왕성이 버틸 수 없었다.

       내가 무너뜨리고, 다시 새로이 지어진 마왕성은 최후의 전투에서 또 무너지기 시작한다.

         

       쿵-! 쿵-!

         

       하다못해 수정구슬이 아니라, 저 멀리 있는 마왕성으로부터 느껴지는 진동이 여기까지 오고 있었다.

       그만큼 용사와 마왕의 격돌이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파장을 만들고 있었다.

         

       용사는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그녀가 쏘아내는 단검을 어떻게든 돌파해내며 성검을 내질렀다.

       성검의 가호가 그녀에게 뒤덮였고, 강력한 힘이 단 한 곳으로 집중된다.

       그야말로 신에게 축복받은 존재.

       이런 때에도 용사는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그렇지만 마왕은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어디선가 샘솟는 마기를 흩뿌리며 일점을 파고드는 용사의 공격을 막아낸다.

       여전히 무표정함을 유지했던 용사의 얼굴에 드디어 경악이 깃든다.

         

       강해졌던 마왕을 죽이기 위해, 더 강한 힘을 끌어다 왔는데, 마왕은 거기에 맞춰서 강력한 마기로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마왕의 천칭은 싸우는 와중에도 실시간으로 기울어졌다.

         

       그걸 바라보며, 나는 원래 품고 있던 생각을 입으로 내뱉었다.

       회귀 전에는 어렴풋이 추측했고, 회귀 후에도 과연 그럴까 싶었지만, 지금 와서야 확신이 들었던 사실을 말이다.

         

       “용사는 싸우면서도 강해지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마왕은 거기에 따라서 계속 강해지고. 그리고 계속, 끝없이 강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마왕이 어떻게 해서 세상을 멸망시켰는가.

       그녀는 용사의 힘으로, 용사와 싸운 것이 아니었다.

         

       마왕은 그 힘으로 대륙에다 모든 힘을 불살랐고, 그것이 세상을 멸망시킨 것이었다.

         

       그녀의 계략이자, 그녀의 계획이었다.

       초월적으로 강해진 용사의 힘을 빌려서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이.

         

       하지만 그렇기에 이미 마왕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었다.

       지금의 기세가 아무리 좋더라도, 용사의 강함은 억지로 초월자가 된 것으로 인하여 한계가 생겼고, 결국 다 합치면 용사보다도 강한 동료가 마왕과 맞서 싸우는 중이었다.

         

       한창 용사와 부딪치던 와중에, 아셀의 창이 정확히 마왕의 남은 한 눈알을 향하여 찔러 들어갔다.

         

       그러자, 창끝에 초월적인 힘이 담겨서, 그야말로 하늘을 꿰뚫고 올라갔다.

       무너지고 있는 마왕성의 천장을 뚫고 하늘까지도 가로지르는 한 점의 힘이 드높이 솟아난다.

         

       아셀이 준비해 놓았던 최강의 공격이었다.

       창을 내지른 본인마저도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 한 방이었고, 당장 용사랑 싸우는 데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던 마왕이 아셀의 일격을 피할 수 없었다.

         

       남은 한 눈이, 그대로 박살 난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처절한 비명이 마왕성 전체를 울렸다.

       정말로 이길 수 없는 싸움.

       겨우 아셀이 한 번 나섰을 뿐인데 마왕은 치명적인 피해를 보았다.

       그녀는 반쯤 주저앉다가도 단검을 움직여 다시 기울어진 전장을 극복하려고 했다.

         

       아셀은 방금의 일격으로 반쯤 전반 이탈이 됐지만, 그녀 곁에 서 있는 강력한 전력이 어디 사라지는 건 아니다.

         

       베시아, 검성, 라엘리, 프랑….

       하나하나 초월자이며 초월 격에 이르는 강자들.

       그런 적들을 마왕 혼자서 싸워야만 했다.

         

       회귀 전을 떠올린다.

       따져본다면 이전의 용사파티 역시도 지금과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다.

       베시아보단 약한 성녀, 프랑 대신 오필리아, 그 외에는 라엘리가 포함된 걸 빼면 말이다.

         

       하지만 이전의 용사파티는 마왕군과 싸워야 했다.

       수 없이 쏟아지는 마족, 강력한 마왕군 간부.

       간부들은 하나하나가 초월자와 대등하며 아무리 용사파티라 하더라도 손실 없이 이길 수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용사는 끊임없이 강해졌고, 반대편 천칭에 놓인 마왕 역시도 초월적으로 강해졌다.

         

       그 끝에 마왕과 용사가 맞부딪치던 순간은 신들의 전쟁이라 할 수 있었고, 그 순간에는 죽어도 다시 덤벼들 수 있는 나 말고는 사실상 다른 용사파티 동료가 끼어들 수 없을 지경이 됐다.

         

       그러며 마왕은 끝없이, 끝없이 강해졌다.

         

       그러던 결과가 파멸이었다.

         

       “용사, 우리가 모두 나서겠다.”

         

       한창 싸우던 와중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검성이 나선다.

       마왕은 이러든 저러든 꾸역꾸역 버텼고, 거기에 무언가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가 단숨에 죽이지 못한다면, 다 같이 그녀를 죽이기로 약속했으니, 이행하겠다.”

       “…알겠습니다.”

         

       들어보니 용사는 자기 혼자서 마왕을 죽일 생각이었던 것 같다.

       마왕에 의하여, 그녀의 손으로 날 죽이게 된 이후로 용사는 줄곧 마왕에게 증오를 품었다.

       혼자 마왕을 죽여서 복수심을 풀어내려고 했지만, 시간이 점차 지체되는 순간 고집은 부릴 필요가 없었다.

         

       신호에 맞춰서 지쳐서 주저앉은 아셀을 제외하고 모든 용사파티가 각자의 비기를 내뿜는다.

         

       검성의 검이 움직였다.

       그의 상징은 완벽.

       공격도, 수비도, 하다못해 유지도 모든 것이 완벽함에 이른 검성은 한 번의 움직임에 마왕에게 어떤 회피 수단도 허용치 않았다.

         

       프랑이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시전한다.

       그녀의 상징은 마녀.

       영혼을 다루는 쪽으로 연구를 많이 한 프랑은 어떤 방법으로도 벗어날 수 없도록 마왕의 혼을 붙잡아 속박했다.

         

       라엘리가 검을 가볍게 올린다.

       그녀는 자유분방을 원했다.

       검의 휘두름에는 규칙이 없었고, 빠르지도 않았지만, 저 검과 마주하는 순간 제 목이 떨어지는 상황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베시아가 신의 가호를 바란다.

       신의 성녀, 신이 바라보는 자.

       그녀가 원하는 대로 무한한 성력이 이 주변을 뒤덮었고, 마왕은 움직이기는커녕 서 있기만 해도 피부가 타오르는 걸 느껴야 했다.

         

       그렇게 네 명의 동료가 마왕을 속박했고, 아셀이 먼저 움직여서 마왕의 남은 눈깔을 파냈다.

         

       그리고 용사가 검을 잡는다.

         

       마왕이 실성한 듯이 웃는다.

         

       “하하하하하, 너희가, 너희가 날 죽이겠다고?!”

       “인류의 적이여, 이곳에서 처단당하리.”

         

       그 무엇보다도 많은 성력이 그녀의 검에 쏟아졌다.

       저것을 오러 블레이드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눈이 아플 정도로 빛이 주변을 잠식한다.

         

       용사의 검이 움직일 때, 모든 것이 멈췄다.

       네 명의 초월자가 가한 속박은 한 걸음조차도 떼어내기 힘들었을 거다.

         

       검이 움직이자, 마왕의 목이 위아래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는 순간에도 마왕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이 무척이나, 기이하고, 두려운 일이었을 거다.

       죽기 직전에 그녀는 넋을 놓은 채 중얼거렸다.

         

       “그의 존재가 느껴지는구나.”

         

       퍼걱!

         

       콰아아아아아아아악-!

         

       마왕의 목이 커다란 힘에 잘려 나가는 순간, 용사가 낼 수 있는 최강의 일격으로 주변을 말 그대로 초토화했다.

       마왕성은 그 자리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하며 말소당했고, 마왕을 돕기 위해서 몰려왔다가 골렘에게 붙잡혀 죽어 나가던 마족들마저도 압도적인 성력에 그대로 증발했다.

         

       그 자리에는 오직, 그녀의 다리만이 남았다.

       이유야 단순하다. 용사의 성력은 마왕의 목을 향했고, 그 주변에 있던 걸 전부 증발시켰지만 다리는 성력의 영향에서 가장 멀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피를 꿀렁꿀렁 흘리던 다리만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던 때다.

         

       “진짜, 끝일까요?”

         

       프랑이 중얼거렸다.

       이걸로 마왕을 죽였다니, 사실 믿기지 않기도 한다.

         

       “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와서 죽일 걸 그랬나요?”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거기에 검성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르갈이 돌아오기 전에는 우린 삼오분열을 했다. 나와 용사, 라엘리와 아셀, 베시아, 거기에 너는 혼자서 따로 떨어져서 행동하던 마당에 어떻게 모여서 마왕을 이토록 깔끔하게 죽이겠는가? 하다못해 아르갈을 살리기 전에는 합류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지. 게다가 아르갈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넌 어떻게 했을까? 극악한 실험을 시작했겠지?”

       “…그렇겠죠.”

         

       확실히 아르갈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몇 년의 세월 동안 쌓인 좁은 틈이 바로 봉합되어 싸우러 갈 일이 없었다.

         

       모두가 천천히 마왕의 죽음을 인식하던 와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기뻐할 수 없었다.

         

       그토록 죽이고자 했던 마왕의 시체가 저곳에 있었는데.

         

       도대체 왜 기쁠 수 없는 건가?

       복수의 허무함을 느껴서?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불사자로서 알기 때문이다.

         

       진정,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득-

         

       우드득-!

         

       그녀의 시체가 그대로 원상 복구되며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텅 비었던 하체, 상체, 얼굴까지 모든 걸 살려낸 마왕이 미소를 짓는다.

       그 얼굴에는 다시 두 눈이 정상적으로 자리 잡았다.

         

       “아….”

         

       두 손을 꽉 쥔다.

       그렇게 돋아난 혈관이 터져나갈 정도로 세게.

       이걸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걸 올려놓을 수 있는 천칭.

         

       거기에 꼭 용사만을 올릴 필요가 있을까.

         

       어딘가 상기된 얼굴로 마왕이 중얼거렸다.

         

       “이게, 불사자의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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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Die, Can I?

I Can’t Die, Can I?

나 안 죽는다니까?
Score 3.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betrayed by the Demon King and returned to the past.

To get revenge, I sacrificed my worthless life to save the lives of the Hero’s companions.

But they became obsessed with protecting my one and only life,

even the Hero herself.

This is the copyrighted cover art from Novel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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