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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8

    홍염단의 간부들은 제각기의 방향으로 흩어져 크룬드를 압박하고 있었다.

     

    나 또한 우두머리 조 대원들 이끌고 달리고 있었다.

     

     

    벌써 한참이나 전투가 이어졌다.

     

    아직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한 명씩 지쳐가고 있는게 보였다.

     

     

    우리는 효과적으로 크룬드를 제자리에 묶어두는데 성공했다.

     

    바트라에서도 병사들이 쏟아져 나와 우리를 지원했다.

     

     

    하지만 말했듯 이게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뒤로!”

     

    내 명령에 전투를 이어가던 대원들이 일제히 빠진다.

     

    쓰러진 마물의 시체를 넘으며 새로운 마물 무리가 다가온다.

     

     

    질척이는 피냄새와 마물의 내장 냄새가 코를 익숙하게 자극했다.

     

    마물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대원들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짜여진대로 움직인다.

     

     

    나는 그러면서도 전황을 지속적으로 살폈다.

     

    간부인 크리안과, 시어도어의 위치를 파악해가며 유기적으로 이동한다.

     

     

    아담 형과 그 곁에 있는 게일의 위치도 찾아보았다.

     

    예정했던 대로 아담 형은 뒤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나름의 전투를 모두가 이어가고 있는게 보였다.

     

    “하아…하아…부단장!”

     

    그러다, 곁으로 바란이 다가와 다급히 나를 불렀다.

     

     

    굳이 그가 말하지 않더라도 나 또한 발생한 일을 보고 있었다.

     

     

    크룬드가 돌진하여 홍염단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대원들이 내 눈에 생생히 담겼다.

     

    크룬드의 속도와 괴력은 이루말할게 없었다.

     

    가면갈수록 저 마족이 왜 마왕의 오른팔이라 불렸는지 알것만 같았다.

     

     

    ‘단장님! 부단장님…! 크아악! 살..살려주십쇼!!’

     

    죽어가는 대원들이 저 멀리서 비명을 지른다.

     

    벌써 몇 명이나 저 크룬드에게 당했는지 셀수가 없었다.

     

    이 짧은 전투로…아마 홍염단을 창설한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저곳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럼에도 아내들과 맺었던 약속들이 순간적으로 머리에서 맴돌았다.

     

    돌아가겠다던 그 약속이.

     

    “…”

     

    하지만 고민을 길지 않았다.

     

    나는 홍염단의 부단장이었고, 우두머리 조의 조장이었으며, 이곳의 돌격대장이었다.

     

    가장 격한 전투에서 내가 물러설 수 없었다.

     

     

    “가자!”

     

    내 명령에 반기를 드는 우두머리 조 대원은 누구도 없었다.

     

    내가 가장 위험한 곳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아도 물러서지 않는다.

     

     

    우리는 창처럼 마물 무리를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시어도어와 크리안도 우리에 맞춰 전략을 수정해갔다.

     

     

    내 모습을 보던 아담 형이 멀리서 외친다.

     

    “베르그!”

     

     

    그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나는 망설이지 못했다.

     

    손에 익은 검을 양옆으로 휘두르며 우리는 나아갔다.

     

    기습적으로 옆구리를 공략한 우리가 크룬드에게까지 다가서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보랏빛 신체. 사람 같은 몸. 날카로운 이빨. 날렵해보이는 다리. 용인족 같은 뿔.

     

     

    크룬드가 피범벅이 된 팔을 들어올리며, 제 앞에 있던 또다른 대원의 몸을 뚫을 준비를 했다.

     

    -슉!

     

    나는 바란이 건네오는 창을 크룬드에게 던졌다.

     

     

    크룬드는 그 날아오는 창을 급히 회피하며 대원에게서 물러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마주한다.

     

    “…”

     

    “…”

     

     

    마족과 눈을 마주하는건 정말로 이상한 감각이었다.

     

    지금껏 수많은 마물과 우두머리를 죽여왔지만…저렇게 눈을 마주해오는 존재는 처음보았다.

     

     

    “……….네가 베르그겠군.”

     

     

    쇳소리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오는 크룬드.

     

    지성 있는 마족이라는게 실감된다.

     

     

    “…죽어가던 이 미물들이 네 이름을 많이 불렀어.”

     

     

    의도가 느껴지는 도발을 건네온다.

     

    하지만 도발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흔들리지 않기란 쉽지 않았다.

     

     

    크룬드는 내 표정을 바라보다,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너도 우리의 우두머리를 많이 죽였다지?”

     

     

    나는 크룬드의 중얼거림에는 답하지 않으며 대원들에게 말했다.

     

    “…….뒤로 물러서.”

     

     

    바란이 그 말에 분노를 표출했다.

     

    “부단장…! 이번에도 홀로 싸우시려고-”

     

    “-명령이야. 뒤로 빠져.”

     

     

    이건 도발에 넘어갔기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안되면 당장 홍염단에서는 누구도 안된다.

     

    크룬드에게 더는 대원이 죽어가는 꼴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스탁핀에 돌아가, 유족들을 만나며 무슨 말을 해줄 말이 없다.

     

    내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고개를 들고 그들을 바라볼 수 없다.

     

    최소한 노력했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게 몸을 던져야했다.

     

     

    나는 말에서 내렸다.

     

    멀리서 관찰하며 느낀바로는, 말은 크룬드를 상대할 때 방해가 될 뿐이었다.

     

     

    나는 크룬드의 발치에서 죽어있는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너무나도 친숙한 얼굴들이었다.

     

     

    “…”

     

    나는 이를 악물다, 감정을 다스리며 바란에게 명령했다.

     

     

    “…바란, 나는 이걸 상대하고 있을게. 네가 우두머리 조를 이끌어.”

     

     

    크룬드가 아니라면 홍염단은 언제나 그렇듯 효과적으로 마물 무리를 격퇴하고 있었다.

     

    이 크룬드라는 놈만 없으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두어번의 눈치를 바란에게 보내고 나니, 바란도 결국 마음을 먹으며 행동을 옮겼다.

     

    “산개! 부단장님의 뒤는 우리가 지킨다!”

     

     

    크룬드가 팔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내게 물어왔다.

     

    “…네게 승산이 있다고 보이나?”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전투가 이어지며, 크룬드의 능력을 파악하면서 느낀게 있다.

     

    내가 맞선 그 어떠한 존재보다도 강해보인다는 걸.

     

    게일조차도 크룬드와 맞불을 놓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었다.

     

     

    죽어간 대원들도 동료들을 위해, 죽을걸 알면서도 크룬드와 싸움을 벌였을거다.

     

    나는 떠나간 대원들만큼의 기개를 보일 의무가 있었다.

     

     

    나는 크룬드를 보며 검을 더 강하게 쥐었다.

     

     

    그렇게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반나절 이어진 전투.

     

     

    아크란이 피를 흘리며 외쳤다.

     

    “조금만 더 버텨!!”

     

    그의 몸에는 마물들이 낸 상처가 한가득이었다.

     

    피를 이미 심각할만큼 흘려, 언제 쓰러지더라도 이상할게 없어보였다.

     

    혈색조차 창백해져가고 있는 그였다.

     

    자꾸만 비틀거렸지만, 그럴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쉼없이 흔들리던 팔에 피가 굳어있을 정도였고, 들고 있던 창은 끝부분이 부러져 무기로서의 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눈은 계속해서 펠릭스를 향했다.

    무언가를 희망하듯.

     

     

    실프리엔은 자리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으며 마법을 되뇌고 있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를대로 다다른 그녀는 온 힘을 쥐어짜내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는 그녀가 부리는 수 마리의 새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실프리엔의 마지막을 직감한것처럼, 불안한 행동들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정작 실프리엔의 눈에는 힘이 가득했다.

     

    아직도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그녀 또한 눈이 펠릭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국왕도 얼굴에 여러 상처를 안은채로 지속적인 명령을 하달했다.

     

    기습당한 마왕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반항에 모두가 고전하고 있었다.

     

     

    시엔은 그 모든걸 지켜보며, 성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기절할것만 같은 순간에도 이게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또 베르그의 생명이 달려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힘을 내게만 된다.

     

    이 이후에 그와의 행복한 미래까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기까지는 바랄 수 없었지만…시엔의 힘은 지속적으로 모두를 회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힘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캉! 캉!

     

    저 앞에서는 용사가 마왕과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성공이라 볼 수 있었다.

     

    온 왕국에 고통을 주었던 마왕을 끝까지 몰아붙인 상태다.

     

    누가 이길 수 있을지 알순 없었으나, 싸움이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끝이 보이고 있었다.

     

     

    시엔은 동료인 펠릭스가 끝을 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제 정말로 모두가 더는 버티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빠르고 은밀히 모은 병력이라 그 숫자가 많지 않은것도 있었지만, 이곳 저곳에서 마왕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마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나마 크룬드가 이 자리에 없는게 다행이었다.

     

    시엔은 그 생각과 더불어 베르그 생각 또한 하게 된다.

     

    그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크룬드와 잘 맞서고 있는걸까….아니면, 이미 무언가가 잘못되었을까.

     

     

    뭐가 되었든 마왕부터 없애야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으윽….크아아악!”

     

    그때, 아크란 쪽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 방향을 바라보자, 아크란은 넘어지고 있었다.

     

    그의 마체에 올라탄 몇 마리의 마물들이 그를 넘어트리고 있었다.

     

    시엔과 실프리엔이 놀라 그 방향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지만, 실프리엔 또한 달려드는 마물을 보지 못하고 치여 쓰러졌다.

     

    “앗!”

     

    그 광경에 시엔이 순간적으로 외쳤다.

     

    “실프리엔님을 도와주세요…!”

     

    시엔이 주위에 머물던 기사들에게 명령했고, 몇몇 기사들이 그녀를 지원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하지만 말처럼 쉽게 실프리엔 근처까지 도달할 순 없었다.

     

    두 영웅이 쓰러지며, 점차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기사들은 실프리엔을 제때 구해냈지만, 실프리엔은 더 이상 일어날 힘이 없어보였다.

     

    다리를 깨물어버린 마물에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시엔이 상처를 회복해주어도 힘이 나지 않은건 마찬가지인듯 했다.

     

     

    실프리엔은 그럼에도 힘겹게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았다.

     

    점점 포위망이 조여드는 걸 보며, 그녀는 잭슨 때의 일을 다시금 떠올린 듯 했다.

     

    아프게 일그러졌던 실프리엔이 끝내 용사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큰 소리로 외친다.

     

    희망을 거는 목소리였다.

     

     

    “펠릭스!!!”

     

     

    아크란도 마물무리에 휩싸여 소리쳤다.

     

    “펠릭스!!!”

     

     

    그 외침에 모든 병사들도 용사를 부르짖었다.

     

    “용사님!!”

     

    “이겨주십쇼!!”

     

    수백명의 외침이 한곳으로 모여든다.

     

     

    -펑!!

     

    그리고 그 순간, 밝은 빛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터져나왔다.

     

    -휙…!

     

    무언가가 날아와 시엔의 곁으로 떨어진다.

     

     

     

    -툭.

     

    “…어?”

     

    고개를 돌려보니….팔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누구의 팔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펠릭스의 오른팔이었다.

     

     

    “…끝이다.”

     

    마왕의 낮은 목소리가 폭발과 함께 조용해진 전장에 울려퍼졌다.

     

     

     

    “….그래, 동감이야.”

     

    마찬가지로 펠릭스의 목소리가 울려온다.

     

    펠릭스의 오른팔과 함께 하늘 위로 날아갔던 성검이, 마치 주인을 찾아가듯 펠릭스의 왼팔에 쥐어진다.

     

     

    -푹!!

     

    용사는 외팔로 마왕과 맞서며, 그의 몸에 성검을 찔러넣었다.

     

    마왕의 몸통을 뚫고 꽃처럼 피어나온 성검에서 검붉은 피가 터져나온다.

    펠릭스가 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쥐어짜낸다.

     

    용사에게 공격을 가하려던 마왕의 팔이 공중에 굳어 멈춰버렸다.

     

     

    시엔은 그 광경을 멀리서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았다.

     

    믿기 어려운 사실.

     

    하지만 분명 벌어지고 있는 현실.

     

     

    7년의 고통이…끝나가고 있었다.

     

     

    모든게 느려지는 것처럼 천천히 그녀의 시야에 담긴다.

     

    마왕은 입에서도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펠릭스는 고함을 지르며 성검을 마왕의 옆구리로 뽑아냈다.

     

    마왕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으며, 어느새 머리 위로 검을 들어올린 용사가, 수직으로 팔을 휘둘렀다.

     

     

    영겁같았던 시간.

     

    시엔은 그 동안 견뎌야만 했던 모든 아픔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이 순간을 위해…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을까.

     

     

    베르그에게 상처를 주어 떠났던 순간.

     

    그를 그리워했던 순간.

     

    그의 온기를 필요로 했던 순간.

     

    베르그 없이 홀로 일어서야 했던 순간.

     

    베르그 없이 홀로 보내야했던 기념일 등등…

     

     

    그리고는 최근에 베르그에게 아내가 생겼던 모습까지.

     

     

    얼마나 많이 눈물을 쏟았고, 얼마나 많이 아파했으며, 얼마나 많이 그를 그리워했을까.

     

    모든 의무가 끝나는 시점이었다.

     

    그녀가 그리고 그렸던 순간이 이뤄지는 때이기도 했다.

     

     

    -툭.

     

    마왕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펠릭스는 사라져버린 제 오른팔의 절단부위를 붙잡으며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깔끔히 끊어져버린 마왕의 목에 전장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펠릭스를 시작으로 그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아크란도 마찬가지였다.

     

    실프리엔도 그랬다.

     

    시엔도 당연히…몸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에 주위의 마물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남은 병사들 중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마왕을 죽인 영웅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공중을 맴돌던 실프리엔의 매가 다시금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게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아담에게 외쳤다.

     

     

    “….끝났어…!”

     

    아담과 그의 병사들이 그 이야기에 게일을 보았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여, 홍염단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나마 베르그가 크룬드를 상대해주었기에 이렇게까지 버텨온 것이었다.

     

    그 희소식에 아담은 숨을 삼켰다.

     

     

    게일은 눈물 맺힌 눈을 깜빡이며, 아담에게 확실히 말한다.

     

    피투성이의 얼굴이,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야기했다.

     

     

    “끝났단 말일세, 아담…! 용사 일행이 마왕을 처치했어…!”

     

     

    아담 주위의 대원들이 불끈 주먹을 쥐며 환호성을 터트리는 것도 잠시, 아담은 명령을 곧장 내뱉었다.

     

    “후퇴를 명령해.”

     

    그 말에, 아담 곁에 있던 시어도어가 불화살을 하늘로 쏘아올렸다.

     

    매의 울음소리와, 저녁노을을 뚫으며 솟구치는 불화살에 모두가 명령을 이해했다.

     

     

    하나 둘 전장을 이탈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치기 시작했다.

     

    부상자들과, 그 부상자들을 이끄는 대원들이 자리를 움직이며 도주할 준비를 한다.

     

     

    …움직이지 않는 무리는 단 몇 명 뿐이었다.

     

     

    크룬드와 전투를 이어나가는 베르그와…그를 지탱하는 우두머리 조.

     

    마물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은 전장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그가 크룬드를 한 공간에 잡아놓았다는 건 반대로, 크룬드 또한 베르그를 한 공간에 잡아놓았다는 이야기였으니.

     

     

    아담은 멀리서 베르그를 보았다.

     

    너무 깊은 곳에 머물고 있는 베르그.

     

    거기다 더해 베르그는 크룬드와의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다.

     

    버티고는 있지만 점점 몸의 상처가 늘어가는 그였다.

     

     

     

    아담은 본인답지 않게 그런 베르그를 보며 머리가 하얘져갔다.

     

    원래의 아담이라면, 언제나 가장 올바른 선택을 내릴 줄 알았다.

     

     

    베르그는 들으면 놀라겠지만…때로는 대원들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아담은 보기보다 정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다.

     

    무릇 지도자란 그런것이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을 하는 법도 분명히 알고 있어야만 했다.

     

    …물론, 아담이 그런 희생을 치를 수 있었던 건 그가 천상 지도자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꿈이 있었을 뿐이다.

     

     

    아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끝없이 피흘리는 제 홍염단의 대원들이 보인다.

     

     

    누구 하나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기에…현실적으로.

     

    현실적으로, 베르그는 구하러 갈 수 없는 상태였다.

     

     

    대의를 위한 희생.

     

    그 희생의 대상이 베르그가 되어야한다는 걸, 아담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

     

    아담은 가만히 멈추어, 싸움을 이어가는 베르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모든걸 시작한 이유를 순간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베르그가 지금 저 위치에 도달하는데 있어 그의 아픔이 비료가 되었듯.

     

    아담에게도 이 위치까지 도달하는데 연료가 되어준 아픔이 있었다.

     

     

    그 꿈을 위해서라면, 아담은 그 무엇도 할 수 있었다.

     

    그건 그 언제라도 달라지지 않았었다.

     

     

    죽어가던 동생들에게 피눈물을 흘리며 맺었던 약속은 그리 가벼운게 아니었다.

     

     

    “…아담…! 난 네 선택만을 따르겠다…!”

     

    마음을 진정시킨 게일이 곁에서 외친다.

     

     

    아담은 아직도 베르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절하게 싸우며 피를 흘리는 베르그.

     

     

    7년 전 첫만남에는 그저 이용하기 좋은 말로 쓰고 버릴 생각이었던 존재였다.

     

    …그런 그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동생 같아진걸까.

     

     

    아담은 귀족 작위를 약속 받은 상태였다.

     

    허상 같았던 꿈에, 그 어느때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위치였다.

     

    거진 10년간 이 꿈만 쫓으며 살아왔던 아담이었다.

     

     

    그러니 머리로는 무엇을 해야할지 이미 알았다.

     

    눈을 한번만 꾹 감고, 구하기 불가능해진 베르그를 두고 가는게 올바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달리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시어도어. 네가 부상자들을 이끌고 퇴각을 이끌어.”

     

     

    아담은 어느새 속삭이고 있었다. 머리로 생각하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내뱉고 있었다.

     

     

     

     

    “…단장님?”

     

    게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담 곁에 붙는다.

     

     

    아담은 동생들이 죽어가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당장의 상황과 공통점이 없는데도 무언가가 겹쳐보인다.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그 광경이.

     

     

    그러니 아담은 검을 뽑아들며, 단원들에게 말했다.

     

     

    “나는….베르그를 구해올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오브킹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굉장했습니다!

    헤으응인겁니닷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봐주셨다니 저도 뿌듯합니다! 감사해요!

    Choyu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기대해주시니 저도 기쁩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 저도 힘내볼게요! 감사해요! 맥주 한잔 사먹고 힘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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